민박집 아줌마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7)

[구름과 바람]

                ◇재미있는 표현들.

     중국의 소수민족 우대 정책은 대단합니다. 중국은 아시다시피 56개의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한족(漢族)이 9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선족은 3번째로 많은 민족입니다. 중국 정부는 소수 민족의 정체를 존중해

     언어(문자)ㆍ민속ㆍ문화 등을 잘 유지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변에서는 한글 표기를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공공기관이건 개인 회사든

     상점이든 모두 한글을 먼저 쓰고 한자를 씁니다. 그래서 한글 표기 가게는 다

     조선족이 운영하는 가게라고 생각하면 잘못입니다. 이러다 보니 중국어 간판의 내용을

     한글로 풀어 써야 하는데 그냥 한글로만 옮겨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복사를 멀리하고 건강하고 거침없는 네트워크를 선택하자’는 등의 간판이 그러한

     것입니다. 이 한글 밑에는 한자가 같이 쓰여져 있는데 한자도 간체(杆體)라 무슨

     글자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또 ‘中心’은 ‘센터’라는 뜻인데 ‘沿邊經濟中心’을 그냥 ‘연변경제중심’이라고

     쓰기도 합니다. 연길 시내 이곳저곳엔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화단에 세원진 잔디 보호 팻말.
    ‘당신을 위해 사니까 아껴주세요’(잔디에 들어가지 마세요) ‘환자를 혈육처럼

     병원을 내 집처럼’(연변병원) ‘사랑의 마음으로 생명을 아끼고 행동으로 에이즈

     병을 방어하자’(에이즈 방지 구호) ‘봄에는 화사한 가든/ 여름에는 푸르른 추억/

     가을에는 그윽한 그리움/ 겨울에는 상큼한 키스’(식당의 광고) ‘한 잔의 커피에

     마음을 담아’(다방) ‘길가부터 그 바깥 부분에 차량과 난전을 엄금합니다. 위반하면

     끌려가거나 벌금을 안깁니다’(연길 역 앞 잡상인 금지 팻말).

     대부분 단순하고 순박한 표현들이었습니다.

                    
          시장 노점에서 파는 순대. 맛이 기가 막힙니다. 고기와 순대 섞어서

          8백원어치만 사면 혼자서 다 못 먹습니다.

        ◇연길에 쇼핑 할 것 없다.

     마누라도 있고 딸아이도 있고 며느리도 있고 손자도 있어서 선물 장만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눈을 뒤집고 돌아다녀도 살만한 물건이 없었습니다.

     연길의 백화점에서 제일 좋은 물건들은 모두 한국산이었습니다. 의류도 그렇고

     공산품도 그랬습니다. 흡사 우리가 과거 미제 물건들을 대단하게 취급하던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나라 상품은 없었습니다. 그저 한국산이면 무엇이든 최고급으로

     쳤습니다. 연변 산 공산품은 없었습니다. 기껏 산삼ㆍ꿀ㆍ말린 송이 정도 등인데 그건

     잘못 사갖고 갔다간 마누라에게 오지게 핀찬만 들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중국식

     손자 옷 하나만 사들고 왔습니다. 중국 가게의 좋은 점은 종업원이 절대로 손님에게

     달라붙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손님이 들어와도 소 개 쳐다보듯 합니다. 그래서 편안히

     둘러 볼 수 있습니다. 물건 살 때 흥정은 해야 합니다.

     특급 호텔 선물 가게서도 에누리가 됩니다. 나는 별 5개짜리 최고급 호텔

     쇼핑센터에서 80원 달라는 북한 우표 책을 40원에 깍아서 샀습니다.

     아득바득 깍은 게 아니라 좀 비싼 듯 해 돌아섰더니 40원만 내라고 했습니다. 

                   
                 연변대학 정문. 조선족이 세운 유일한 종합대학 입니다.

                 연변대학은 중국에서도 명문 대학으로 꼽힙니다. 

        ◇목욕 않는 중국인.

     북경이나 상해 등 중국의 대도시 사람들은 목욕이 이제 보편화 됐다고 하나 연변

     쪽은 아직도 목욕과는 거리가 먼 듯 합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잘 씻지 않은 흔적이 역력 합니다. 먹음직스럽게 큰 군밤이 있기에 샀습니다.

     더군다나 밤을 파는 아가씨가 양귀비 울고 갈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밤을

     집어주는 아가씨의 손을 보고 기겁을 했습니다. 손을 씻지 않아 새카맣데 다가

     긴 손톱 밑엔 떼가 잔뜩 끼어있었습니다. 그래서 군밤 맛이 확 달아나 버렸습니다.

                   
           도문 시내 한 동네의 공중 목욕탕. 자주 사용하지 않은 듯 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데려다가 뜨거운 물에 푹 담겨 말끔히 씻겨주었으면 속이 다 시원할

     것 같았습니다. 군밤은 결국 하나도 먹질 못하고 민박집에 가지고 와 주인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선 모든 물건을 저울에 달아서 팔았습니다. 고기와 채소는

     물론 사과 하나, 군밤, 군고구마까지도 꼭 저울에 달아서 팔았습니다.

     매우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목욕 않은 그 군밤 아가씨도 주머니에서

     손바닥만한 휴대용 저울을 꺼내 값을 정했습니다.

        ◇중국 화장실.

     중국의 화장실 문화는 정말 불결합니다. 연길 시내에 큼직한 인민공원이란 곳이

     있습니다. 그 안에 소규모 동물원도 있고 놀이기구도 있는 휴식 공간이며 데이트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공원 안의 화장실이 엉망입니다.

     대변보는 곳에 낮은 칸막이 뿐 문이 없습니다. 아래에 구멍이 하나 뿡 뚫려있고

     발 닿는 곳에도 불결하기 짝이 없고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이런 공공시설의

     화장실이 이 정도라니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시내 일류 백화점 화장실은 말할 것도 없고 별 4개 짜리 백산(白山)호텔이란 곳도

     좌변식 화장실은 없습니다. 주저앉아서야 볼 일을 보는 재래식인데다가 화장실에

     휴지가 없습니다.

     또 손 씻는 곳엔 오직 물만 나올 뿐 비누도 없고 손 말리는 것도 없습니다.

     중국도 화장실 인심이 고약하긴 유럽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이용할

     화장실이 적고 외부인의 화장실 이용을 극도로 꺼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건 여행 중엔 화장실이 보였다 하면 무조건 볼일을 보아야만 합니다.

        ◇요란한 결혼식.

     길을 걷는데 갑자기 전쟁을 방불케 하는 따발총 소리가 났습니다.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는데 한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폭죽 소리야요”하고 알려주었습니다.

     이 폭죽 소리는 부근 결혼식장에서 터트리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 째 묵었던 민박집 건너편엔 호텔이었는데 결혼식 전문 호텔인지 시도 때도 없이

     폭죽을 터트렸습니다. 결혼식 폭죽은 너무 요란해 실내에서는 터트리지 못하고 밖에서

     터트립니다. 한 번은 창밖을 통해 내려다보니 인도에 폭죽을 산더미 같이 쌓아놓고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종류도 다양해 희한한 소리도 많습니다.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나야 속이 후련한 모양입니다. 폭죽 소리만큼 결혼식 피로연도

     요란합니다. 식탁에 음식을 쌓아 놓고 먹고 또 먹고 하는데 음식은 반듯이 3분의 1

     이상은 남게 합니다. 그래야 손님을 잘 대접했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합니다.

                   
     결혼식 피로연 음식은 푸짐합니다. 먹고 또 먹고 해도 3분의 1 정도는 남습니다.
 

     식을 끝내고 신혼여행 가는 차량 행렬도 볼 만합니다. 신혼여행 차량은 모두가

     까만색인데 아마도 그 차량을 대여해 주는 곳이 있는 모양입니다. 차량은 대개 5대가

     한 팀인데 지붕엔 풍성을 달고 번호판 위엔 붉은 바탕에 금빛으로 ‘心心相印’이란

     글자를 붙이고 도로를 달립니다.

        ◇돌아오는 날. 

     처음 연길에 갔을 때 3일이 지나자 돌아갈 날이 대단히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

     외로움이 밀려오고 가족이 그리워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연길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재미가 생겨 견딜 만 했습니다. 떠나려고 공항에 나왔을 때는 서운하기까지 했습니다.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이 든 것이지요. 한국 행 비행기를 타는

     연길 공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연변 조선족들에게 한국  행은 바로

     성공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연변의 평균적 월급은 8백원(10만4천원)입니다. 한국은

     그 10배입니다. 이러니 한국 행에 온갖 것을 다 거는 것이 무리가 아닙니다.

     가족 중의 한 사람이 한국으로 떠나면 최소 3년, 길게는 7년까지 헤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한 사람의 출국에 온 가족과 일가 친척이 다 동원 됩니다.

     그러니 그 혼잡함이 얼마나 할 것인가는 짐작이 갈 것입니다. 60,70년대 한국 사람이

     미국 갈 때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공항 선물가게에서는 꽃다발도

     팔았습니다.

                   
        내가 사용했던 민박집 방입니다. 방안에 화장실과 대형 TV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민박집의 간호사 여주인 일이 궁금하시죠. <헤어지는 전날 밤 우리는 자연스럽게

     포옹을 했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입맞춤이 있었습니다.> 뭐 이렇게 고백이 이어졌으면

     좋겠지요. 그러나 민박집 여주인과의 이야기는 나는 말 할 수가 없어요. 각자가

     상상한데로 생각하세요. 이렇게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렇게 되었을 것이고

     저렇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저렇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아줌마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말만은 참고가 될 것 같아 소개해

     드릴 터이니 참고 하십시오.

     즉 나이가 들수록 육식을 하라는 것입니다. “선생님 돌아가시거든 고기 많이

     드시라구요. 연세가 들수록 고기 많이 드셔야 합네다. 한족과 조선족이 같은 병으로

     입원했다면 한족의 회복이 조선족 사람 보다 빠릅네다. 한족은 평소 고기를 많이

     먹었기 때문이야요. 육식을 해서 몸에 어느 정도 기름기가 있어야 회복력도 강하고

     병에 대한 저항력도 쌔답니다. 늙을수록 단백질이 절대 필요 합네다. 그러니 선생님

     서울 가시면 육식 많이 하세요” 나이 먹어서는 육식을 피하고 채식을 해야 한다는 게

     의사들 이야기인데 육식이라니 뭔 말인가요? 했더니 중국서는 그러지 않다는

     것입니다. 입원 환자들을 관찰해 보면 확실히 평소 육식을 한 사람이 훨씬 빨리

     회복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종 감염에 대한 저항력도 육식을 많이 한 사람이

     훨씬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 의사들은 절대로 채식하라는 이야기는 안한다고 합니다.

     다만 지나친 기름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또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아무리

     기름기가 없는 살코기라고 하드라도 근육에 기본적으로 기름이 들어가 있답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기름기가 전혀 없는 것이 닭고기랍니다.

     친구들도 간호사 아줌마의 조언을 참고해 고기(단백질) 많이 드세요.                                                                                                <끝>

[애나]

역시 저의 예감이...구름님! 속편은 오늘 말씀 안하셔도 좋아요.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이야기하고 싶어지실때 그때 해주세요...기대 할께요...아름다운 추억을 저축하고 오셨군요.

[천하장군]

연변 배낭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몇년전에 백두산에 가느라고 연변을 갔었는데 도문에서 지척의 북한을 바라보며 고향에 가보고싶어 하시며 돌아가신 아버지를 모시고 왔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납니다. 저는 고향이 평북 정주여서 북한이야기가 나오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솟곤 합니다. 구름님은 글을 아주 편안하고 쉽게 쓰시는 능력을 가지고 계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