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바라기 / 나영민]
밤새워
나락 타작하던
그리운 내 고향 언저리
고개 숙인
벼 고랑을 뒤집던
아버지의 발자국은 화석 되고
도랑 치며
미꾸라지 잡던 오라버니
희끗희끗 할아버지가 되었다
막걸리 심부름
도맡았던 어린아이도
엄마가 되고 이순을 넘겼으니
마음 한구석
고향 바라기 가을 오면
굴뚝 연기되어 구름으로 떠돈다
l해설l
빗대기, 그리기, 말하기라는 세 가지 시의 발상 중에서 나영민 선생님의 [고향 바라기]는 그리기에 속합니다. 그림을 그린 장소와 시간은 뉘엿뉘엿 해가 서산을 넘어갈 때 살던 고향집 풍경입니다. ‘벼 고랑을 뒤집던’, ‘미꾸라지 잡던’, ‘막걸리 심부름’ 이와 같은 풍경들은 텔레비전이나 드라마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풍경들입니다. 정다운 고향을 나타내는 평범한 풍경입니다. 그러함에도 그러한 풍경들이 시 속에 담은 것은, 자주 반복된 생활이고 그런 생활들이 행복했었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떠나고 멀리 떨어져 있고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도심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목욕탕 굴뚝의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면 우리도 가끔 고향 굴뚝이 생각나고 추억이 그려집니다. 문학은 상상의 세계입니다.
https://story.kakao.com/ch/pusanpoem/HG4QGXlmXca/app
-맹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