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권 - 5. 수진선사, 통화상, 준선사, 무일선사, 도전선사, 유선사, 대력화상, 보화화상, 월화화상, 지장화상
앞의 처주 취봉 종흔선사의 법손
1. 처주 보은 수진선사
僧問 諸官已結人天會 報恩今日事如何 師曰 闍梨到諸方分明擧
스님이 물었다. “여러 관원이 이미 인천의 모임에 모였으니, 보은의 오늘 일은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제방에 가거든 분명히 이야기하라.”
問如何是佛法大意 師曰 閃爍烏飛急 奔騰免走頻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번개가 번득이니 새가 급하게 날고, 갑자기 뛰어오르니 토끼가 바쁘게 달린다.”
앞의 양주 취령 명원선사의 법손
2. 양주 취령 통화상[제2세 주지]
僧問 世尊得道地神報虛空神 和尙得道未審什麽人報 師曰 謝爾報來
스님이 물었다. “세존께서 도를 깨치자 지신이 허공신에게 알렸는데, 화상께서 도를 얻으신 뒤에는 누가 알렸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알려 주어서 고맙다.”
앞의 항주 용화사 지구선사의 법손
3. 항주 인왕원 준선사
僧問 承古有言 向上一路千聖不傳 如何是向上不傳底事 師曰 向上問將來 曰恁麽卽上來不當去也 師曰 旣知如此蹋步上來作什麽
스님이 물었다. “듣건대 옛사람이 말하기를 ‘위로 향하는 외길은 천 명의 성인도 전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어떤 것이 전하지 못하는 위로 향하는 일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위로 향하는 물음을 갖고 오너라.”
“그러면 올라 왔다가 내려가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이미 그런 줄 알면 어정어정 올라와서 무엇 하겠는가?”
앞의 장주 보복원 가주선사의 법손
4. 장주 융수 무일선사
初開堂升座良久謂衆曰 諸上座若是上根之士早已掩耳 中下之流競頭側聽 雖然如此猶是不得已而言 諸上座 他時後日到處有人問著今日事 且作麽生擧似他 若也擧得舌頭鼓舌頭論 若也擧不得如無三寸且作麽生擧 僧問 絶妙宗風請師垂示 師良久 僧曰 恁麽卽頓決疑情便契心源 向上宗乘如何言論 師曰 待汝自悟始得
처음 개당하는 날에 자리에 올라 한참 있다가 대중에게 말했다. “여러 상좌들이여, 만일 상근기라면 벌써 귀를 막았고, 중간과 하근기의 사람이라면 앞을 다투어 귀를 기울이리라.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역시 마지못해서 하는 말이다. 여러 상좌들이여, 이 뒤에 딴 곳에 갔을 때에 어떤 사람이 오늘의 일을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만일 이야기할 수 있다면 혀끝이 혀끝을 두드리는 논란이 일 것이요, 만일 이야기할 수 없다면 혀가 없는 것 같으니 어떻게 이야기하겠는가?”
스님이 물었다. “절묘한 종풍을 스님께서 보여 주십시오.”
대사가 한참 있으니, 스님이 말했다. “그러면 의정을 단박에 결단해서 문득 마음 근원에 계합하겠지만, 위로 향하는 종승은 어떻게 논하겠습니까?”
“그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앞의 담주 연수사 혜륜선사의 법손
5. 여산 귀종 제12세 도전선사
吉州安福人也 姓劉氏 生惡葷血 髫齔禮本州思和尙受業 聞慧輪和尙化被長沙 時馬氏竊據荊楚與建康接壤 師年二十五結友冒險遠來參尋 會馬氏滅劉言有其他 以王逵代劉言領其事 逵疑師江表諜者 乃令捕執將沈于江 師怡然無怖 逵異之 且詢輪和尙 輪曰 斯皆爲法忘軀之人也 聞老僧虛譽故來決擇耳 逵悅而釋之 仍加禮重 師棲泊延壽經十稔 輪和尙歸寂 乃迴廬山開先駐錫 乾德初於山東南牛首峰下 結茆爲室 開寶五年洪帥林仁肇請居筠陽九峰隆濟院 闡揚宗旨 本國賜大沙門號
그는 길주 안복 사람으로서 성은 유씨이다. 어릴 때부터 누린내와 비린내를 싫어하더니, 귀밑머리를 딸 나이가 되자, 고향의 사화상에게 귀의하여 업을 닦다가 혜륜화상이 장사에서 교화한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는 마씨가 외람되이 왕을 자칭하고 형초와 건강의 접경지대에 있었다. 대사가 25세의 나이로 도반을 맺어 위험을 무릅쓰고 멀리 와서 찾아뵈었는데, 이때 마씨는 유언을 멸망시키고 그 땅까지 차지하여 왕규로 하여금 유언의 대를 잇게 했다. 이에 왕규가 대사를 강표의 간첩으로 의심하고 대사를 붙들어다가 강에 던지게 하였다. 그러나 대사는 태연히 앉아 겁이 없으니, 왕규가 이상히 여겨 혜륜화상에게 물었다. 이에 혜륜화상이 대답했다. “이는 모두 불법을 위해 몸을 버린 사람입니다. 나의 헛된 이름을 듣고 멀리서 물으러 왔을 뿐이오.” 왕규가 기뻐하면서 풀어 준 뒤에 더욱 존중히 여겼다. 대사가 연수에 머문 지 10년 만에 혜륜화상이 입적하니, 다시 여산의 개선으로 돌아가서 살았다. 건덕 초에 산동에 있는 남우수봉 밑에다 띠집을 짓고 살았는데, 개보 5년에 대장군인 임인조가 균양의 구봉 융제원에 살면서 종지를 드날리라고 청했다. 그리고 본국에서 대사문이란 호를 하사했다.
僧問 承聞和尙親見延壽來是否 師曰 山前麥熟也未
스님이 물었다. “듣건대 화상께서는 연수를 친견하고 오셨다는데 사실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산 밑의 보리가 익었는가?”
問九峰山中還有佛法也無 師曰有 曰如何是九峰山中佛法 師曰 山中石頭大底大小底小
“구봉산 안에도 불법이 있습니까?”
“있다.”
“어떤 것이 구봉산 안의 불법입니까?”
“산 속에 있는 돌이 큰 것은 크고, 작은 것은 작으니라.”
尋屬江南國絶 僧徒例試經業 師之徒衆並習禪觀 乃述一偈聞于州牧曰
이윽고 강남국에서 스님들을 몽아 놓고 경업을 시험했는데, 대사의 제자들은 모두가 선관을 익혔으므로 게송 하나를 지어 군수에게 바쳤다.
比擬忘言合太虛 免敎和氣有親疏 誰知道德全無用 今日爲僧貴識書
말을 잊고 태허에 합함을 겨냥해서
화기에 친소가 있게 하는 것을 벗어났네
도와 덕이 전적으로 공용이 없음을 누가 알겠는가
오늘날 스님을 위함은 글 아는 것을 귀히 여길 뿐이네.
時州牧閱之 與僚佐議曰 旃檀林中必無雜樹 唯師一院特奏免試經 太平興國九年南康知軍張南金先具疏白師 然後集道俗迎請坐歸宗道場
이때 군수가 열람한 뒤 관원들과 상의하고 말하였다. “전단나무의 숲 속에는 반드시 잡된 나무가 없다.” 그리하여 대사의 선원 하나만을 특별히 위에 알리어 경전 시험을 면하게 했다. 태평흥국 9년에 남강의 원수인 장남금이 먼저 글을 올려 대사에게 아뢴 뒤에 도속을 모아 놓고 귀종도량에 와서 앉기를 청했다.
僧問 如何是歸宗境 師曰 千邪不如一直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귀종의 경계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천 가지 삿됨이 한 가지 곧은 것만 못하니라.”
問如何是佛 師曰 待得雪消後 自然春到來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눈이 녹기만 하면 봄은 자연히 온다.”
問如何是學人自己 師曰 床窄先臥粥稀後坐
“어떤 것이 학인의 자기입니까?”
“자리가 좁으면 먼저 눕고, 죽이 묽으면 나중에 앉아라.”
問古人道 不是風動不是幡動如何 師曰 來日路口有市
“옛사람이 말하기를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한 것은 어떠합니까?”
“내일 길 어귀에 저자가 열린다.”
師雍熙二年十一月二十八日中夜趺坐 白衆而順寂 壽五十六 臘三十七 荼毘舍利塔于牛首庵所 師頗有歌頌流傳於世
대사는 옹희 2년 11월 28일 밤중에 가부좌를 맺고 앉아서 대중에게 알리고서 입적하니, 수명은 56세이고 법랍은 37세였다. 다비를 마치고 사리를 거두어 우수암 곁에다 탑을 세웠다. 대사는 노래와 게송을 많이 지었는데 모두 세상에 퍼졌다.
6. 담주 용흥 유선사
僧問 是何是學人自己 師曰 張三李四 曰比來問自己 爲什麽道張三李四 師曰 汝且莫草草 問諸餘卽不問 如何是和尙家風 師曰 家風卽且置 阿那箇是汝不問底諸餘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학인의 자기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장삼이사이니라.”
“학인이 아까 자기를 물었는데 어떻게 장삼이사라 하십니까?”
“그대는 너무 경솔하게 굴지 말라.”
“다른 것은 묻지 않습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가풍은 그만두고 어느 것이 그대가 묻지 않은 다른 것들인가?”
앞의 소주 백운 상화상 법손
7. 소주 대력화상
初參白雲 白雲擧拳曰 我近來不恁麽也 師領旨禮拜 自此入室 住後僧問 如何是西來意 師曰 破草鞋
처음에 백운에게 참문하니, 백운이 주먹을 들면서 말했다. “나는 근래에는 이렇지 않다.” 대사가 뜻을 알고 절을 했다. 이로부터 입실했는데 주지가 된 뒤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해진 짚신이니라.”
問如何是無爲 師乃擺手
“어떤 것이 무위입니까?”
대사가 손을 흔들었다.
問施主供養將何報答 師以手撚髭 僧曰 有髭卽撚無髭如何 師曰 非公境界
대사가 수염을 쓰다듬으니, 스님이 말했다. “수염이 있으면 쓰다듬겠지만, 수염이 없으면 어찌합니까?”
“그대의 경계가 아니다.”
師在暗室坐 有僧來不審 師乃與一掌 僧不測
“시주가 공양하는 일에 무엇으로 보답합니까?”
대사가 어두운 방에 앉아 있는데 어떤 스님이 와서 인사를 하니, 대사가 한 대 때렸다. 그러나 그 스님은 어리둥절했다.
8. 연주 보화화상
師上堂示衆曰 看天看地 新羅國裏 和南不審 日消萬兩黃金 雖然如是猶是少分 又曰 盡十方世界是箇木羅漢 幡竿頭上道將一句來 又曰 天上龍飛鳳走山間虎嘯猿啼 拈向鼻孔道將一句來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하늘을 보든 땅을 보든 신라 나라에서 예배를 해도 알지 못하니, 날마나 만 냥의 황금을 쓰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조금은 남았다.” 또 말했다. “온 시방세계가 온통 나무로 만든 나한이니, 깃대 끝에서 한 구절을 말해 보라.” 또 말했다. “하늘에는 용이 날고 봉이 달리며, 산골짜기에서는 범이 휘파람을 불고 원숭이가 운다. 콧구멍을 꼭 쥐고 한마디 하여 보라.”
僧問 如何是寶華境 師曰 前頭綠水後面靑山 僧曰 不會 師曰 末後一句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보화의 경계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앞에는 푸른 물이요, 뒤에는 청산이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한 구절이다.”
師問僧 什麽處來 曰大容來 師曰 大容近日作麽生 曰近來合得一瓮醬 師曰 沙彌將一碗水來與遮僧照影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대용에서 왔습니다.”
“대용이 요즘은 어떤가?”
“요즘에는 장 한 독을 담았습니다.”
대사가 소리쳤다. “사미야, 물 한 그릇을 떠다가 이 스님이 비추어 보게 하라.”
因有僧問 大容云 天賜六銖披掛 後將何報答我皇恩 大容云 來披三事衲 歸掛六銖衣 師聞之乃曰遮老凍齈 作恁麽語話 大容聞令人傳語云 何似奴緣不斷 師曰 比爲抛[專*瓦]只圖引玉
어떤 스님이 대용에게 묻되 “위에서 6수의 옷을 내리시니, 입고서 무엇으로 황제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까?” 하니, 대용이 대답하되, “올 때에 세 가지 가사를 입고, 갈 때에는 6수의 옷을 걸친다” 하였다. 대사가 이 말을 듣고 말했다. “저 늙고 썩은 고름 주머니가 그런 소리를 하는구나.”
대용이 듣고 사람을 보내 말했다. “어찌 노예의 인연을 끊지 않은 것과 같겠는가?”
대사가 말했다. “아까 벽돌을 던진 것은 옥을 얻기 위해서였다.”
師見一僧從法堂階下過 師乃敲繩床 僧曰 若是遮箇不請拈出 師喜下地問之並無說處
대사가 어떤 스님이 법당 앞 층계 밑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고 승상을 두드리자, 스님이 말했다. “만일 그렇다면 들어서 보이기를 청하지 않겠습니다.” 대사가 기뻐하면서 땅으려 내려가서 물었더니, 전혀 말이 없으므로 대사가 때렸다.
師乃打師有時戴冠子謂衆曰 若道是俗且身披袈裟 若道是僧又頭戴冠子 大衆無對
언젠가 관을 쓰고 대중에게 말했다. “나를 속인이라 한다면 몸에 가사를 입었고, 스님이라 한다면 머리에 관을 썼다.” 대중이 대답이 없었다.
9. 소주 월화화상
初謁白雲 雲問曰 業箇什麽 師對曰 念孔雀經 白雲曰 好箇人家男子隨鳥雀後 師聞語驚異 遂依附久之乃契旨 尋住月華
처음 백운을 뵈니, 백운이 물었다. “무슨 업을 짓는가?”
대사가 대답했다. “『공작경』을 읽습니다.”
이에 백운이 다시 말했다. “좋은 집안의 남자가 날짐승의 뒤를 따르고 있구나”
대사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마침내 그의 제자가 되었다가 오랜 후에 종지에 계합하였다. 그리고는 월화를 찾아가 머물렀다.
有僧問 如何是月華家風 師曰 若問家風卽答家風 曰學人問家風 師曰 金銅羅漢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월화의 가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가풍을 묻는다면, 곧 가풍을 대답하리라.”
“학인이 가풍을 물었습니다.”
“금동으로 만든 나한이니라.”
師問僧 什麽處來 曰大容來 師曰 東路來西路來 曰西路來 師曰 還見彌陀麽 僧良久禮拜 師曰 禮拜月華作麽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대용에서 왔습니다.”
“동쪽 길로 왔는가, 서쪽 길로 왔는가?”
“서쪽 길로 왔습니다.”
“아미타불을 보았는가?”
스님이 한참 있다가 절을 하니, 대사가 말했다. “월화에게 절을 해서 무엇 하리오.”
師入京上堂 有一官人出禮拜起低頭良久 師曰 擊電之機徒勞佇思
대사가 서울에 가서 법당에 올랐다. 어떤 관리가 나와서 절을 하고 일어나서 고개를 숙이고 한참 있으니, 대사가 말했다. “번개같이 민첩한 근기가 공연히 골똘히 생각하는구나.”
有老宿入到法堂顧視東西曰 好箇法堂且無主 師在方丈聞之曰 且坐 老宿問曰 玄中最的猶是龜毛免角 不向二諦中修如何密用 師曰側 曰恁麽則拗折拄杖割斷草鞋去也 師曰 細而詳之
어떤 노숙이 왔다가 법당으로 들어와서 동서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좋은 법당에 주인이 없구나.”
대사가 방장에 있다가 이 말을 듣고 말했다. “앉으시오.”
이에 노숙이 물었다. “현묘한 가운데 가장 분명한 것도 역시 거북이 털과 토끼 뿔이니, 2제 속에서 수행하지 않는 이는 어떻게 비밀한 작용을 합니까?”
“기울었다.”
“그러면 주장자를 꺾어버리고 짚신을 뜯어버려야 되겠습니다.”
“세밀하고 자세히 하라.”
10. 남웅주 지장화상
上堂有僧問 旣是地藏地藏還來否 師曰 打開佛殿門裝香換水
상당하니 어떤 스님이 물었다. “지장이라 하시니, 지장이 왔었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불전의 문을 활짝 열고, 향을 피우고 물을 갈아라.”
師與大容和尙在白雲開火路 大容曰 三道寶階何似箇火路 師曰 甚麽處不是
대사가 대용화상과 함께 백운에 있으면서 화로를 여니, 대용이 말했다. “세 가닥으로 된 보배 길도 이 화로만이야 하겠는가?”
대사가 대답했다. “어디가 안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