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이국적인 풍치를 자아내는 제주도.
제주도에는 봄이 잘 어울리는 두 개의 섬, 우도와 가파도가 있다.
우도와 가파도는 확연히 다른 제각각의 섬 색깔을 갖고 있다.
우도는 마치 전원 카페처럼 앙증맞고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가파도에는 강한 바닷바람에 휘날리는 넓디넓은 청보리밭이 있다.
우도와 가파도의 봄 풍경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다.
▶ 우도봉 길에서 내려다보는 발밑 풍경. 검멀레 해변과 마을이다.
섬 전체가 아기자기 예쁜 카페
우도
소를 닮은 섬, 제주도 우도(牛島)다. 우도에 내려 우선 톳간이(톨간이라고도 함)로 간다. 3~4월에 톳(해초류)이 많이 나서 붙은 이름이다. 톳간이로 가는 길목에도 봄이 한창이다. 바다를 향해 쌓아올린 바위탑, 지석묘 한 기, 나무 데크가 바다를 향해 길게 이어지면서 길이 끊어진다. 바닷가에서는 해초류를 거두는 작업이 한창이고 그 뒤로는 툭 튀어나온 우도봉이 보인다.
이어 검멀레 해변과 우도 등대 진입로 앞에 선다. 관광객이 제법 많다. 그래서인지 상가, 민박집도 많다. 검멀레 해안을 바라본다. 우도봉 영일동 앞 동굴 바닥이 까맣다. 검멀레 해변의 ‘검’은 ‘검다’의 준말이고 ‘멀레’는 ‘모래’가 와전된 말이니 까맣게 보이는 게 당연하다.
검멀레해수욕장에는 소의 콧구멍을 닮았다 해서 ‘검은 코꾸망’이라 불리는 수중 동굴이 있다. 밀물 때는 동굴의 윗부분만 보이고 물이 빠지면 동굴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검은 코꾸망을 지나면 ‘붉은 코꾸망’ 동굴도 있다. 동굴 내부가 온통 붉어서 붙은 이름이다. 또 큰 고래가 살았다는 전설도 전해져 ‘동안경굴’이라고도 부른다. 그 바다에서는 유람선이 소용돌이처럼 휘돌아친다.
우도의 특산물인 땅콩으로 만든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우도에서 가장 높은 우도봉(132m)에 오른다. 길 왼쪽은 막힘없이 트여 검멀레 해안과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우측은 분지처럼 넓은 초지가 펼쳐지는데 그 모습 또한 아름답다. 우도봉을 앞두고 우도 등대가 있다. 1906년 무인 등대로 출발해 97년간 불을 밝히다 2003년 새로운 등대에 그 자리를 넘겨줬다. 그러다 2006년 우도 등대 100주년을 맞아 등대가 복원돼 일반에 공개됐다.
우도봉을 내려와 본격적으로 해안 드라이브를 즐긴다. 제주도의 흔한 돌담도 우도에서 보면 그 느낌이 다르다. 돌담뿐 아니라 바다도, 백사장도 더 아름답다. 봄이라서 그럴 것이다.
비양도를 만난다. 우도 안에도 비양도가 있다. 섬 속의 섬인 셈으로 동비양으로도 불린다. 비양도 입구 우측에는 ‘돈짓당’이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소라 돌탑이 있다. ‘일출 소원 성취 의자’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바닷가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비양도 등대다. 해녀가 물질해 온 해삼과 소라를 구워 먹고 다시 길을 나선다.
하고수동해수욕장의 바닷물은 울릉도의 코발트 물색을 닮았다. 이곳부터 해안길이서쪽으로 급격하게 휘어진다. 해녀들의 쉼터인 ‘불턱’에 시선을 꽂아보고, 등대 공원의 또 다른 봉수대도 눈여겨본다.
해안길 끝에 산호사해수욕장(서빈백사)이 있다. 겉으로 보면 흔한 모래사장이지만 이 백사장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홍조단괴해빈(紅藻團塊海濱)이다. 홍조단괴란 붉은색을 띠는 바다 식물이 바위에 달라붙어 오랜 기간 동안 퇴적돼 형성된 것을 말한다. 자연과 시간이 오래 교감하며 만들어낸, 신이 내려준 백사장이다. 바닷가 앞의 돌 팻말에는 우도의 역사가 새겨 있다. 조선 중기의 문필가 김정은 ‘우도가’를 지어 “천년 비궁의 모습 깊은 바다에 잠겼다”며 이 섬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막 배를 타고 우도를 벗어나면서 계속 아쉬움이 남는다. 하룻밤 머물지 못함의 미련이다. 아름다운 해안 절경과 흰 백사장, 돌담, 돌무덤, 흰 지붕이 각인되는 민가 등, 참으로 아름다운 섬은 주마간산 여행을 하지 말라면서 자꾸 뒷목을 부여잡는다. 사방팔방 어디를 가나 아기자기 예쁜 섬, 우도. 미국 CNN이 운영하는 사이트 ‘CNN go’도 한국에서 가봐야 할 곳으로 우도를 선정했다. 어느 누가 인공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내외국인 모두 같은 눈을 가진 것이다.
▶ 1 검멀레 해변과 우도 등대. 2 비양도 소원 탑돌. 일출을 보고 소원을 빌면 성취한다는 속설이 있다. 3 하고수동해수욕장. 4 가파 해안길.
여행 포인트로 자전거 하이킹을 빼놓을 수 없다. 자전거 하이킹 코스 해안도로는 약 13㎞이며 2∼3시간이 소요된다. 올레 1-1 코스는 천진항에서 홍조단괴해수욕장 등의 바닷길을 거쳐 검멀레해수욕장과 우도봉을 돌아 천진항에서 끝나는 15.9㎞로 6시간 정도 걸린다.
검멀레 해변 쪽에 식당과 숙박지가 몰려 있다. 그 외 바닷가 주변에 몇 곳이 있는데 산호사 해변 근처에 있는 하하호호(수제 버거)가 만족도 높은 편. 비양도 해녀의 집에선 소라구이, 홍삼 등을 먹을 수 있다.
성산포 선착장에서 우도까지 약 3.8㎞. 배로 15분 정도 걸린다. 성산항에서 우도로 가는 도항선은 대략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항되는데 계절마다 시간이 다르니 잘 확인해야 한다. 왕복 운임은 성인 5500원, 초등생 2200원.
문의 우도면사무소(064-728-4381), 성산항 대합실(064-782-5671), 종달리항 대합실(064-782-7719), 천진항 대합실(064-783-0448), 하우목동항 대합실(064-782-7730)
▶ 5 바람에 몸을 맡기는 가파도 청보리밭. 바다 건너 나즈막한 송악산과 우뚝 솟은 산방산이 보인다.
청보리 파도치는 바람의 섬
가파도
모슬포항에서 배로 25분 거리. 가파도를 만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갚아도(가파도) 그만, 말아도(마라도) 그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깝다. 차는 필요 없다. 내 발길 닫는 대로 걷는다 해도 2~3시간이면 족한 작은 섬이다. 일부러 재촉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발길이 서두름을 거부한다. 가파도는 제주도 본섬과 마라도 사이에 있다. 지도 모양을 보면 마름모꼴 또는 가오리처럼 생겼다. 가파도는 상동과 하동, 중동으로 마을이 나뉘어 있지만 굳이 따로 구분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서로 가깝다. 우측이든 좌측이든 어차피 10리 남짓한 4.2㎞ 거리다.
가파도는 청보리밭으로 유명하다. 60만㎡(약 18만 평) 넓이의 청보리밭 지평선이 그대로 수평선으로 이어진다. 청보리는 바람 탓인지 키가 작다. 예전에는 호프의 원료로 사용되는 ‘향맥’이라는 보리를 심었지만 현재는 일반 보리를 심는다는 게 주민의 말이다. 상동마을 쪽으로 걷다 보면 시선이 자꾸 우뚝 솟아오른 산방산(명승 제77호)과 형제섬에 꽂힌다. 파도치듯 일렁이는 키 작은 청보리와 산방산이 어우러져 묘한 조화를 이룬다. 실제로 가파도는 한라산은 물론 송악산, 산방산, 단산, 고근산, 군산 등 제주의 여섯 개 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거센 바람에도 미동하지 않는 네 기의 풍력 단지 가는 길목엔 봄꽃이 활짝 피어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낸다. 길 양쪽, 밭 가운데의 지석묘가 듬성듬성 눈에 띈다.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고인돌. 그때도 이곳은 사람이 살 만했던 듯하다. 제주도에 남아 있는 180여 기의 고인돌 중 무려 95기가 가파도에 있다. 마을에는 초등학교, 개인 사찰, 교회 등이 있다.
마을을 비껴 가파 포구 바닷가에 이르면 작은 등대 두 기가 햇살에 반짝이는 바닷물과 잘 어울린다. 그곳에서 눈길을 끄는 돌담을 만난다. 가파도만의 특징을 가진 돌담이다. 제주도의 돌담은 거의 검은색 현무암이지만 가파도에서는 바닷물에 닳은 마석(磨石)을 사용한다. 또 집담과 밭담은 제주도의 다른 지역보다 성글게 쌓는다. 숭숭 뚫린 구멍으로 가파도의 센 바람이 지나가기 때문에 잘 무너지지 않는다. 이는 가파도가 얼마나 바닷바람이 심한지를 말해준다. ‘정이월 바람살에 가파도 검은 암소 뿔이 휘어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이곳을 1653년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의 배가 난파된 곳으로 추정하는 학자도 있다. 네덜란드 사람 하멜이 조선에서 14년 동안 억류돼 있다가 탈출한 뒤 귀국해서 쓴 <하멜 표류기>에 등장하는 ‘케파트(Quepart)’라는 지명이 가파도라고 추정한다. 어찌됐든 가파도의 봄은 화려하다. 심하게 불어대는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고 제멋대로 한들거리는 넓은 청보리밭 사이를 걷는 재미. 천천히 걷지 말라 해도 절로 여유로워지는 섬. 그곳은 이 봄과 몹시 잘 어울린다.
4월 8일부터 청보리 축제가 한창이다. 5월 7일까지 즐길 수 있다. 모슬포에서 가파도를 잇는 배편은 평일엔 7회, 주말엔 8회 운행된다.
문의
가파리사무소(064-794-7130), 대정읍사무소(064-760-4081~2), 모슬포항(064-794-5490~3).
제주 베스트 명소 & 맛집
세계 100대 아름다운 길 1112번 도로 삼나무 숲길
제주도에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이 아주 많다. 그중 1112번 도로에서 만나는 ‘삼나무 숲길’은 단언컨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숫자로 만들어진, 도로 이름까지도 낯선 산간도로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서 구좌읍 평대리까지 이어진다. 한라산국립공원 북동부 끝 지점에서 시작해 제주시 동부 지역을 북동쪽으로 가로지르며 뻗어나가다 평대리 해안에서 끝나는 이 도로는 ‘삼나무길’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교래 사거리에서 산굼부리, 대천동 사거리를 지나 송당까지도 가로수로 삼나무가 늘어서 있다. 길고 긴 도로 양쪽으로 하늘 높이 솟은 삼나무 가로수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각종 영화, 드라마, CF 등의 촬영 장소로 많이 이용되는 이 길은 2002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했다. 차 세울 곳이 마땅치 않다고 차로 휑하니 지나친다면 멋진 풍경을 놓치고 말 것이다.
저절로 건강해지는 사려니 숲길
1112번 도로 초입에서 만나는 물찻오름(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갑자기 멈춰 있는 많은 차량과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리라. ‘사려니 숲길’을 걸으려는 관광객들 때문이다.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의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숲길로 총길이는 약 16km다. 왕복 5시간 정도는 할애해야 한다.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천천히 사색하며 걸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국내 다섯 번째 람사습지 지정 물영아리오름
제주도는 ‘오름 천국’이다. 무수히 많은 오름 중에서도 독특한 곳이 ‘물영아리오름’이다. 화산 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분화구 내의 습지다. 여느 오름과 달리 정상부에 형성된 분화구에 물이 고여 습지를 이루고 있다. 2006년 10월, 국내에선 다섯 번째 람사습지로 지정됐고 세계적으로는 1648번째 람사조약 습지로 등록됐다. 분화구에 가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해발고도 508m로 820여 개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낮에도 어두컴컴하게 만드는 삼나무 군락지다. 분화구 안에 들어서면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요함이 가장 먼저 느껴진다.
취향 따라 골라 먹는 제주 맛집
제주도는 먹거리 천국이다. 갈치회, 고등어회가 특히 유명하다. 또 회국수, 성게국수, 자리물회, 갈치호박국, 갱이죽, 전복죽, 흙돼지구이, 밀면, 말고기, 빙떡 등이 유명하다. 해녀가 파는 홍삼, 소라구이도 좋다. 서귀포 방면에서는 덕성원(064-762-2402, 꽃게짬뽕)이 유명하다. 또 오멍가멍 쌈밥집(064-763-4034, 쌈밥), 어진이네(064-732-7442, 물회), 남궁미락(064-762-7587, 갈치 요리) 등이 알려져 있다. 표선에 있는 춘자싸롱(064-787-3124, 멸치국수)은 제주에서 제일 맛있는 국수를 만든다. 특산물을 구입하기도 좋다. 자귀내 포구의 오징어와 한치회, 동문시장의 오메기떡(오복떡집)을 기억하자. 그 외 르에스까르고(064-748-0095)는 기억해둘 만한 빵집이다.
첫댓글 우도섬 대단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