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들살이 가서 역사이야기도 듣고, 자연 속에서 동무들과 어우러지며 신나게 놀았어요.
시 쓰고 나누며 마음 나누고 서로에게 깊어지기도 했지요.
그 시간 보내며 각자가 품었었던 마음 정리해보고 나눴어요.
환(꿈슬기)
봄 학기를 마치고 새로운 학기 맞이하며 일몰도 보고 함께 산 오르고 성곽길 걸었다.
연미정 도착해 본 하늘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쾌함을 느끼게 해줬다. 주변은 고요하고 위를 바라보면 넓은 하늘, 푸른 잔디 밭에서 밥 먹으니 기분이 한껏 들떴다. 비행기 날리고 뛰놀다가 지현선생님이 누워보라 해서 조금 누웠다. 눈 위로 나뭇가지들이 살랑살랑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로움과 설렘들이 느껴졌다.
고려궁지에도 갔다. 역사 이야기 듣고 위 잔디 밭에서 뛰어 놓았다. 발이 젖는지, 넘어지는지도 모르게 신나도록 뛰어놀았다. 그리고 성곽길을 오를 때 힘들지만 뛰어 올라갔는데 가슴이 뻥 뚫렸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시원한 물 마시고 시를 썼다... 저녁 먹고 숙소에 모여 시 나누고 한데놀이를 했다. 아홉시 삼십분까지 예정이었지만 열시 오십분쯤 헤어졌다. 뭔가 시간을 알차게 잘 쓴 것 같아 뿌듯하게 잠자리에 누워 해성이 형과 이야기하다 잠들었다.
내가 제일 일찍 일어난 것 같았다. 복도가 정말 밝았는데 상쾌했다. 오전에는 산책을 했다. 수목원도 가고 많이 걷고 사진도 찍었다. 수목원 같지는 않고 숲길 같았다. 점심 먹고 김밥 싸서 보문사로 갔다. 주차장에서 보던 더 높은 산을 오를 수 있을까 생각했다. 계단이 많아서 힘들긴 했지만 계속 올라갔다. 끝이 보이자 어디선가 힘이 나오더니 쉽게 갔다.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불상이 대단하고 경치도 정말 좋았다. 그리고 민머루 해변에 갔다. 도착해 화장실을 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굳이 그 이야기는 생략) 어찌어찌하다 바다에 갔다. 바다를 보니 속이 뻥 뚫렸다. 발 담그고 놀고 축구, 야구, 별의 별것 다 한 것 같았다. 김밥 먹고 해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정자에서 시 쓰고 바다를 봤다. 아쉽게도 구름에 가려져 노을을 보지는 못했지만 따듯한 시간이었다. 돌아와서 봄학기 갈무리와 시 나누었다. 선배들 선생님들 생각과 동무들 이야기도 들으니 한 학기 더 힘차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잤다.
일어나 짐 정리했다. 빨리 지나간 게 아니라 2박 3일이 짧은 거다! 피곤하긴 했지만 아쉬웠다. 가꾸기 하고 차에 짐 실었다. 사진 몇 장 찍고 전등사로 갔다. 점심 먹으러 산을 올랐는데 검은 벌레들이... (중략) 아무튼 좀 힘들었다. 발 먹고 한 바퀴 돌아서 내려갔다. 역사들이 재밌었고 내가 고려사 공부하고 있는데 더 재밌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주차장에서 하루 닫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봄 학기를 마치고 새로운 연료를 넣은 기분과 선배 동무들이 좀 더 친근해진 들살이었다.
이준(솔바람)
이번 들살이는 내가 빛알찬에서 가는 첫 들살이였다. 도착한 곳은 연미정이었다. 거기서 북쪽 땅 바라보며 선생님께 소 이야기를 들었다. 웃긴데 분단을 다시 느끼게 하는 이야기였다. 밥 먹고 고려궁지에 갔다. 거기엔 외규장각이 있었는데 병인양묘 때 프랑스가 건물을 불태우고 책들도 가져갔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2000년 대가 되고 나서 빌려주는 형식으로 다시 우리나라에 왔다. 남의 나라 유물을 멋대로 빼앗아서 100년도 넘게 가지고 있다가 '빌려' 준거다. 짜증 났고 다른 힘센 나라 였으면 돌려줬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시 쓴 거 읽고 봄 학기 돌아보기도 했는데 뭔가 분위기가 좀 뭉클했다. 그때 마음 잃지 않으며 지내고 싶다.
둘째 날 바다에 갔다. 다 좋았는데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다. 어쨌든 재밌게 놀고 잘 나온 폴라로이드도 몇 개 찍고 김밥도 먹고 좋았다. 원래 노을 보는 것도 있었는데 구름에 가려서 아쉽지만 결국 못 봤다.
셋째 날은 돌아가는 날이라 아침부터 어수선했다. 기분이 안 좋진 않았는데 뭔가 우울했다. 전등사에 갔다가 돌아왔다. 이번 들살이는 단독 행동을 한 게 많아서 돌아봐진다. 도시락 안 챙겨온 거, 산에서 내려온 거, 바다에서 짐 안 챙긴 거. 다음부턴 더 책임을 져야겠고 말을 하고 움직여야겠다.
재인(이슬마리)
빛알찬 첫! 들살이었다. 짐 쌀 때부터 심장이 막! 바다도 가고 궁도 가는 일정이 정말 기대되었다. 뭐 놓고 왔으면 어쩌지? 같은 작은 걱정밖에 들지 않았다. 기억에 가장 남는 건 바다에 간 시간이었다. 처음 가봐서 그렇기도 하고, 사진도 많이 찍고 엄청 춥기도 했다. 바람이 계속 불어서 너무 추웠는데, 열 내려고 신나는 노래 부르고 달리고... 같이 있으니까 몸은 추웠지만 마음은 따듯해진 느낌이랄까?
김밥도 배고플 때 먹어서 정말 맛있었고 같이 먹어서 더 맛있었다. 확실히 함께 있으면 재밌고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다. 들살이에서 동무들이랑 친해졌다. 이야기도 쉽게 걸고, 발전했다고 느낀다. 앞으로 일상에서 더 재밌게 얘기도 많이 하며 지내고 싶다.
상준(아름드리)
빛알찬 첫 들살이를 했다. 바다에 간다고 하니 설렜다. 여러 가지 마음이 들었다. 들살이가 기대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준비하는 게 귀찮기도 했다. 드디어 강화도로 출발했다. 어딜 보나 산, 건물인데 이번에 바다를 가서 수평선을 보고 싶었다.
처음 도착한 곳은 연미정이었다. 문을 여니 바다 냄새가 확 났다. 연미정에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있었다. 그런데도 그 나무에서 새 가지가 돋고 있었다. 저 가지들은 얼마나 커질까? 몇백 년이 지나면 다시 큰 나무가 될까? 생각이 든다. 또 떠내려간 소 얘기를 들었다. 소는 거기서 뭘 하며 어떻게 지냈을까? 궁금하다. 먹고 놀다가 다른 곳으로 출발했다.
시를 써야 한다고 했는데 처음 종이를 받았을 땐 아무 생각이 안 났다. 종이를 바라보다가 결국 시가 안 써진다는 내용의 시를 썼다. 저녁에 한데놀이를 시작하기 직전에 시를 하나 더 썼다. 지금 돌아보니 조금 더 생각했으면 미리 시를 쓸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귀찮아하며 뒤로 미룬 게 아쉽다.
잠을 잤다가 깼는데 5시였다. 평소였다면 다시 잠들었을 텐데 잠이 오지 않았다. '오늘은 피곤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기운이 넘쳤다. 둘째 날엔 수목원과 산책로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수목원에 벌레 시체가 너무 많았는데 알고 보니 농약을 뿌리는 거였다. 그냥 자연은 자연스럽게 놔두는 게 좋다. 산책로도 갔다. '사진 찍기 좋겠다!' 하고 달려가면 그곳에는 이상한 어린 왕자나 달, 하트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래도 풍경은 좋았다. 바다도 보였는데 수평선은 보이지 않았다. 산책로 끝부분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마음에 들 게 나왔다. 원래는 사진 찍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그 사진을 보고 나니 찍고 싶어졌다.
또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다에 갔다. 근처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들어갔던 환이가 확 뛰쳐나왔다. (...) 안 열어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그곳에서 수평선을 봤다. 저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또 지구가 무하하게 크고 평평했다면 어떻게 보였을지도 궁금해졌다. 갈매기하고 숯도 주고 작은 돌멩이도 주고 했다. 또 돌 위에 숯으로 X 표를 그려놓기도 했고, 바다에 나무 같은 것을 띄어보며 놀았다. 드디어 일몰을 봤다. 구름이 껴서 해가 가려지기도 했지만 그것도 재밌었다. 위로 넓게 역삼각이 있었다. 정말 재밌었다. 거기서 시를 쓰고 바라를 향해 구호를 외쳤다. 외치고 나니 뭔가 기분이 좋았다.
다음 날엔 절에 갔다. 벌레가 많았다. 딱히 우릴 물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냥 너무 많았다. 혹시 먹을까 봐 밥 먹을 때도 확인해가며 먹었다. 그곳이 사람들의 것은 아니지만 벌레들이 어디 다른 데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살이가 끝났다. 다음 들살이, 아니 그냥 지낼 때도 이번 들살이에서 한 다짐 생각하며 지내야겠다.
지현(맑은물)
2024.5.8. 물날
오늘은 들살이 첫날이었다. 차도 꽤 타고 걷기도 꽤 많이 걸었다. 걷기 시작하고 나서야 가방이 너무 무겁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연미정에 갔다. 정말 멋있었다. 북한이 보여서 신기했다. 나무 한 그루가 태풍 링링에 쓰러졌다는데 두 개가 같이 있었으면 멋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그다음 고려궁지에 가서 신발 던지기와 한 발 두 발 하며 노는 걸 지켜 봤는데 재밌었다. 재인이랑 사진을 찍었는데 마음에 별로 들진 않았다. 그다음 강화산성에 갔다. 올라가는 게 힘들었다. 높이 뛰면서 사진 찍어 좋았다.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서 힘들기도 했다. 저녁에 시읽고 한데놀이 했다. 몸으로 말해요가 재밌었다. 시 듣는 시간도 좋았다. 내일도 기대된다.
2024.5.9. 나무날
오늘은 바다에 갔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웠다. 바다에 들어갔다. 자갈이어서 발이 조금 아팠지만 들살이로 바다에 온 건 처음이어서 좋았다. 그리고 바다 오기 전에 부처님 절에 갔었는데 계단이 많고 가팔라서 힘들었다. 그래도 다 올라와서 아래를 보는 게 좋았다. 바다에서 노을을 보려고 했는데 못 봐서 아쉬웠다. 다음에 또 바다에 온다면 꼭 한 번 보고 싶다. 숙소로 돌아와서 라디오 하고, 시 읽고, 봄 학기 갈무리 글 읽고 노래도 불렀다. 분위기가 감동적이었다. 계속 그렇게 있고 싶은 느낌이었다. 돌아와서 씻고 날적이를 쓰고 있는 지금은 너무 졸리다.
2024.5.10 쇠날
오늘은 강화 삼랑성에 갔다. 올라가는 길에 벌레 시체가 널려있었다. 다 올라와서는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사진과 폴라로이드를 찍기도 했는데 나는 다 찍은 터라 아쉽기도 했지만 마음에 잘 간직하려 했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절도 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잤다.
이렇게 2박 3일을 보냈는데 참 즐거웠다는 생각 든다. 정말 즐겁고 감동이 있었고 뭉클했다. 또 함께 자고 저녁까지 함께 하니 서로를 더 알 수 있었다. 들살이 동안 서로가 하나가 됐다고 느꼈다. 그때의 감정과 기분을 마음에 담아야겠다. 서로에게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