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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韓총선 이게 없네" 한국인보다 한국 잘아는 英교수 직언
전수진2024. 4. 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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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에서 고래로』를 펴낸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교수. 이 책을 집필한 한옥에서 찍은 사진이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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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에서 고래로』를 펴낸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교수. 이 책을 집필한 한옥에서 찍은 사진이다. 본인 제공
2003년 7월 인천국제공항에 내린 라몬 파체코 파르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으로 향하며, 그는 한국에 매료됐다. 약 21년이 지난 이번 봄, 그가 쓴 한국 역사서,『새우에서 고래로』(열린책들)가 한국 서점에 놓였다. 영국 명문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고,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교의 한국 석좌인 그가 2022년 펴낸 책의 번역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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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남이 보는 내가 더 정확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인상비평 수준 책과는 밀도가 다르다. 단군 신화와 '훈요십조'부터 1988년 서울과 2018년 평창올림픽 등을 다룬 본문만 300쪽이 넘고, 참고문헌 등은 76쪽에 달한다. 이념적 스펙트럼 역시 중앙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잘 아는 작가, 파르도를 이메일로 만났다. 책 제목은 속담 "고래등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에서 따왔다.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라, 싸우는 고래로 성장한 한국에의 오마주를 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라몬 파체코 파르도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면서 개막식 영상을 수도 없이 봤다고 한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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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라몬 파체코 파르도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면서 개막식 영상을 수도 없이 봤다고 한다. 중앙포토
Q : 첫 방한 후 강산이 두 번 변했다.
A : "2003년의 서울은 그냥 한국이었는데, 2024년의 한국은 글로벌하다. 한국인들도 국제적이고 열린 마음을 갖게 됐다. 자국의 문화를 보존하면서 업데이트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도 특별하다. 자국에 대해 좋아하는 것, 바꾸고 싶은 것을 인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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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책을 처음 냈을 때 반응은.
A :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 다양한 매체가 기사를 냈고, 독자 이메일도 많이 받았다. 포르투갈어로도 번역되는 걸 보면서 한국, 특히 한류(Hallyu)에의 관심이 세계적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독자들은 '책을 읽고 한국이 왜 한국이 됐는지 알 수 있었다'고 하더라.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 부분을 골고루 쓰려고 했던 노력을 알아준 것 같다."
책 표지. 열린책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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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열린책들 제공
한국 사회의 분열은 심각한데.
"한국인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건, 좋다고 본다. 특정 사회 이슈에 대한 분열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오늘날엔 아무래도 소셜미디어가 있으니 더 크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과거엔 '낙오된 자들'이라 불리운 사람들은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스페인 출신이며 (영국) 런던에 거주하고 벨기에에 자주 출장을 가는 나로선 한국만 유독 분열된 것 같진 않다. 유럽 역시 낙태 이슈 등 분열이 심하다. 미국·폴란드 등은 더하고."
Q : 젠더 문제 등을 다루며 균형감을 신경 쓴 부분이 돋보였다.
A : "지금까지 한국 역사를 다룬 책은 정치와 경제에 집중했는데, 오늘날 한국에서 극단적이라고 평가되는 이슈를 다루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전체적인(holistic)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늘날 한국에선 과거에 비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자신들이 오해받고 있다거나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을 거다. 그에 익숙해지는 것 또한 역동적 민주주의 과정이다. 있는 것을 없다고 칠 순 없다."
Q : 근현대사 상처도 여전한데.
A : "일제 강점기나 5ㆍ16 쿠데타와 경제성장, 광주항쟁이나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 등, 다양한 사건·사고에 대해 보편적으로 수용되는 해석은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에 대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단어인 '힐링'의 순간이 오기는 어렵다고 본다. 스페인 역시 1936년 군사 쿠데타와 내전에 대해 갈등은 진행형이다. 5ㆍ16 쿠데타의 경우, 당시 한국인들은 경제가 어려우니 성장을 위해서라면 필요한 일이라고 여겼을 수 있다. 오늘날엔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믿는 이들이 민주화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경제 성장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생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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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중앙포토
Q : 총선이 코앞이다. 일명 '386 세대'에 대한 견해는.
A : "개인적 견해이긴 하지만, 한국의 사회와 경제 시스템을 어떻게 다듬어 갈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근본적 논의가 이번 선거에서 안 보인다. DP(민주당)도, PPP(국민의힘)도 매한가지다. 국가 미래 전략이 없기에 단순한 정책적 경쟁만 하는 것이다. 일명 '386 세대'에 대해선, 한국의 과거사에선 핵심(fundamental) 역할을 했으나 이젠 20~25년 전에 누렸던 정치적 전성기보다 작은 권력을 누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다른 진보 세력들과 힘을 나눌 수밖에 없다."
2018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불 우정의 콘서트'장 앞에서 프랑스 현지 팬들이 BTS(방탄소년단)를 연호하며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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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불 우정의 콘서트'장 앞에서 프랑스 현지 팬들이 BTS(방탄소년단)를 연호하며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Q :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의 열광은 사그라질까.
A : "사그라지지 않을 거라 본다. 영어권이 아닌 국가의 문화가 이렇게 전방위적 사랑을 받은 건 전례가 없다. 영원할 것이라 단언은 어렵지만, 한국 문화는 세계에 뿌리를 내렸다. 사람들은 '어, 이거 한국에서 만든 거네?'라며 영화를 보고 노래를 듣고 책을 읽는다. 어렸을 땐 일본 문화에 유럽인들이 열광했지만 지금은 한국이 일본을 앞섰다. 정점 후 내리막길은 있겠으나, 사라지진 않으리라고 본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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