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은 경북에서도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릴 만큼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무엇보다 교통이 불편한 탓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타 지역의 영향을 덜 받았고 그래서 영양 고유의 풍류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관내 남단 석보면 두들마을은 여중군자(女中君子)라 일컫는 장계향(1598-1680)이 한글 최초의 음식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펴낸 곳으로 체험관에서 우리 고유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고택의 전형을 보면서 그 안에 자리한 광산문화연구소에서 소설가 이문열과 만남의 기회도 누릴 수 있다.
선바위관광지와 한국 3대 민간정원으로 꼽히는 서석지(瑞石池)에 이어 시인 고 오일도(1901-1946)의 감천마을도 들러볼 만하다. 일월산 남쪽에 자리한 주실마을 또한 고택의 풍류를 즐기면서 그곳에서 태어난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숨결을 통해 한국현대문학사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낙동정맥 트레일이 더해져 영양은 도시인에게 찾을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 것이다.
낙동정맥 트레일 영양 첫 구간을 걷는 트레커들. 쉼터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면 진등을 타고 대티골 위쪽 계곡으로 선다.
이렇게 맛과 문화, 음악, 자연이 살아 숨쉬는 영양을 여행하려면 하루로는 부족하다. 적어도 하룻밤 묵으면서 느긋하게 답사하는 게 힐링을 바라는 여행자의 진정한 자세이다.
영양은 어느 방향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여행 순서가 달라진다. 중앙고속도로 영주(혹은 풍기) 나들목에서 36번 국도를 따라 접근한다면 일원산 기슭의 낙동정맥 트레일이 첫 번째 여행지이며, 이후 일원산자생화공원, 주실마을, 오일도의 감천마을 순으로 답사한 다음 두들마을에서 여행을 마무리한다.
반면 안동 방면에서 임하호변으로 이어지는 34번 국도를 타고 청송 진보면을 거쳐 영양에 진입한다면 첫 번째 방문지를 두들마을로 잡고, 북으로 거슬러 올라 일월산자생화공원을 거쳐 낙동정맥 트레일에서 영양 여행을 마무리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순서다.
1일차 낙동정맥 트레일 양양 첫 구간과 아름다움 숲길 잇기
본선(61.6km)과 지선(31.2km) 합쳐 92.8km에 이르는 영양땅 낙동정맥 트레일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끄는 걷기 길은 첫 구간이다. 봉화와 경계를 이룬 영양터널 북단에서 시작되는 이 길은 일월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콘크리트길을 따르다가 첫 번째 삼거리에서 왼쪽 길을 거쳐 칠밭목이로 향하다가 칠밭목이삼거리에서 왼쪽 황톳길 따라 윗대티마을로 내려선다.
하지만 이 방식은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쉽지 않고 승용차를 이용한다 해도 다시 기점까지 국도를 따라 돌아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따라서 이보다는 윗대티마을을 기점으로 삼고 숲길 따라 칠밭목삼거리까지 올라섰다가 영양터널 북단 방면 길 대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반변천 발원지인 뿌리샘을 거쳐 다시 윗대티마을로 내려서는 원점회귀 코스를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
2. 칠밭목 갈림목에서 뿌리샘 가는 길. 활엽수가 많아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숲길이다. / 3. 31번 국도 변의 대티골 안내 입간판. 왼쪽 길을 따르면 낙동정맥 트레일 일원산 구간으로 접어든다. / 4. ‘영양 28km’ 31번 국도 도로안내판 아래 쉼터. / 영양 낙동정맥 트레일 위치도
낙동정맥트레일 일월산 구간 개념도
울릉도에서 명이나물이라 부르는 산마늘과 고추가 주 농산물인 대티마을은 봉화 방면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봉화터널에 이어 영양터널을 빠져나간 다음 약 2.5km 내려서다가 도로 왼쪽 콘크리트길로 들어서면 나타난다(입구에 ‘대티마을’ 안내판이 서 있다). 입구에서 약 600m 지점에 위치한 갈림목 오른쪽 황톳길이 영양군에서 최고의 걷기길 구간으로 꼽는 낙동정맥 트레일이자 외씨버선길이다.
‘큰고개 위쪽 마을’이란 의미의 ‘윗대티’에서 양양터널 북단까지 이어지는 황톳길은 일제가 일월산에서 캐낸 광물질을 나르기 위해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개발된 ‘수탈의 31번 국도’ 길이다. 이 길은 광복 이후 오랫동안 방치돼 있다가 1960년대 일원산 지역 국유림 산판 사업 때 다시 활발하게 이용되었으나 1993년 도로 동쪽으로 영양터널이 뚫리고 새 도로가 개통되면서 버려진 도로가 되고 말았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힘을 모아 31번 국도와 더불어 칠밭길(1.7km), 댓골길(1.8km), 옛마을길(1.6km)을 조성한 다음 생명이 숲 주최 ‘아름다운 숲길’ 공모전에서 ‘어울림상’을 받고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후 청송·영양·봉화·제천 4개 군을 잇는 걷기 길인 외씨버선길 일곱 번째 길인 ‘치유의 길’에 포함된 데에 이어 낙동정맥 트레일에 지정되면서 영양을 대표하는 걷기 길로 자리 잡았다.
대티골 아름다운 숲길 안내도. 옛 국도 길은 낙동정맥 트레일 한 구간이다.
대티마을 갈림목 쉼터에서 낙동정맥 트레일로 접어들면 대티골이 점점 낮게 바라보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숲이 울창해진다. 그래도 가을 햇살은 나뭇가지를 헤치고 스며들어 탐승객의 얼굴을 환하게 비춰 준다.
수목은 참나무류에서 아름드리 소나무로 바뀌고 숲 분위기는 한결 호젓해지다가 ‘치유의 숲’ 팻말이 붙은 쉼터에 도착하면 발아래 대티마을은 물론 그 위쪽 일월산이 바라보인. 예서는 넉넉한 조망과 가벼운 바람소리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후 트레일은 폭우에 간간이 파헤쳐 나가 험해지기도 하지만 아름드리 숲길은 일상의 고민이 싹 사라질 만큼 마음에 위안과 넉넉함을 제공한다.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는 산길 주변 솔숲에서 송이가 많이 나와 송이 냄새가 나는가 하면 송이꾼들에게는 물질적인 풍요로움까지 얹어주는 곳이기도 하고, 그래서 송이철이면 숲 속으로 들어서는 게 통제되기도 한다.
은근한 오르막길은 ‘진등’ 갈림목 쉼터에 닿으면서 한결 유순해진다. 진등은 대티마을로 이어지는 지능선으로 산길이 나 있다. 갈림목에는 한때 ‘사랑하는 이에게’, ‘미래의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담는 우체통 두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으나 관리가 어려워 사라지고 말았다.
반변천 뿌리샘은 낙동강 발원지
이제 낙동정맥 트레일은 이 길이 옛날 국도였다는 사실을 귀띔해 주는 녹슨 ‘영양 28km’ 31번국도 도로안내판을 지나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칠밭목 갈림목(대티골 입구 4.7km, 영양터널 2.7km, 윗대티마을 2km)에 닿는다. 여기서 낙동정맥 트레일은 오른쪽 콘크리트길을 따라 언덕을 넘고 일월산 정상 TV중계소로 이어지는 길을 만나 영양터널 북단의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우련전으로 이어진다.
칠밭목 갈림목에서 왼쪽을 방향을 틀면 내리막. 콘크리트길에 발바닥은 딱딱해도 몸과 마음은 흥겨운 길이다. 어느 순간 일월산 정상부까지 바라보여 제법 높이 올라섰다는 생각에 마음 뿌듯해지기도 한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기 전 왼쪽 콘크리트길로 내려서면 외딴 농가가 있으나, 농가 아래로는 길이 이어지지 않는다.
반변천 최상류인 뿌리샘.
뿌리샘으로 가려면 농가 갈림목에서 계속 횡단길을 따른다. 제법 가파른 황토 임도는 100m쯤 오르면 또다시 갈림목에 닿는다. 곧바로 가면 일자봉 정상으로 올라선다(2km). 이후 나무다리를 건너선 다음 숲이 벗겨지면서 일원산이 더 한층 눈앞에 다가선다. 뿌리샘이 목적지라면 개활지 직전 갈림목에서 왼쪽 급경사 내리막길을 따라야 한다.
취나물, 참나물, 어수리와 같은 산나물을 재배하는 ‘산나물 채취 체험장’을 끼고 급경사 사면 길을 내려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반변천 발원지 뿌리샘에 닿는다. 야트막한 굴에서는 제법 많은 양의 맑은 물이 쏟아져 흐른다. 반변천은 영양을 가로지르며 흘러내려 임하호를 거쳐 낙동강으로 스며드는 물줄기다. 따라서 낙동강 발원지인 셈이다.
뿌리샘을 지나면 계곡길은 한결 호젓해지고 간간이 암반도 나타나고 그네가 설치된 쉼터가 나타나 반갑다. 여기서 일월산 등산로 갈림목(월자봉 2km, 일자봉 3km, 뿌리샘 0.7km)을 지나면서 널찍해지고, 진등 갈림목을 지나 다리를 두 차례 건너서면 윗대티마을 맨 위쪽 민가에 닿는다. 민가에서 낙동정맥 트레일 일월산 구간 기점까지는 약 1km 거리다.
가을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 아름다운 일월산자생화공원. 선광장 모습이 정면으로 바라보인다.
1 주실마을 시공원. 시인 조지훈의 시문학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 2 영양산촌생활박물관 야외전시장의 투망집. 산골의 옛 생활 모습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 3 박물관에 전시된 농기구. / 4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대 민간정원으로 꼽히는 서석지.
2일차 일월산자생화공원과 문학과 맛의 고을 잇기
낙동정맥 트레일 일월산 구간 걷기가 끝났다면 이제 문화역사 답사에 나서자. 우선 대티마을 부근 국도변에 위치한 일월산자생화공원을 찾아보자.
일월산자생화공원윗대티마을 입구에서 영양 방향으로 1.5km 떨어진 월산자생화공원은 일제 때 일월산에서 채광한 광물을 녹여 납, 구리, 아연과 같은 광물을 골라내던 선광장 자리로, 광복 이후에도 한동안 운영되다가 1976년 이후 폐광으로 버려졌다. 이후 제련과정에 사용한 독극성 물질과 폐광석으로 인해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할 만큼 토양이 오염되는가 하면, 폐수가 반변천으로 흘러들면서 물고기 한 마리 살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25년이란 오랜 세월이 걸렸다. 영양군은 2001년부터 오염된 흙을 거둬내고, 황토와 복사토 같은 양질의 흙을 덮고 폐수가 반변천으로 흘러들지 못하도록 옹벽을 쌓은 뒤 각종 야생화를 심어 2004년 여름 자생화공원으로 개원했다.
현재 선광장으로 사용되던 굴은 옛 모습 그대로지만 그 아래 널찍한 평지(약 18만 ㎡)는 하늘매발톱, 할미꽃 같은 야생화 64종 11만 본이 식재돼 있고, 공원 내의 330㎡ 넓이의 연못에는 수련, 노란 꽃창포와 같은 수생 및 수변식물 11종 6,000본이 식재돼 있다. 4월 중순부터 10월초까지 각종 야생화가 계절 따라 피어나면서 천상화원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시인 조지훈의 주실마을일월산야생화공원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문암삼거리를 지나 일월면소재지 삼거리에 닿는다.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4km쯤 가면 울창한 숲 너머 고택 기와지붕이 눈길을 끄는 주실(注室)마을이 도로 오른쪽에 모습을 드러낸다.
주실마을은 조선 중종 14년(1519) 이상세계를 구현하려다가 조광조(1482-1519)가 화를 당한 기묘사화의 여파를 피해 영양 땅으로 숨어든 한양조(趙)씨들이 1630년 조성한 마을로, 청록파 시인 조지훈(趙芝薰, 본명 동탁東卓 : 1920-1968)의 고향이다. 조지훈의 시 ‘빛을 찾아가는 길’이 음각된 비석이 서 있는 마을 앞 ‘시인의 숲’은 수백 년 된 느티나무, 소나무, 드릅나무 등이 우거진 곳으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2008년)에서 대상을 받은 숲이다. 주실숲으로 알려져 있다.
한양조씨 종가집이자 조지훈의 생가인 호은종택(壺隱宗宅)은 6·25 당시 전소되었다가 1963년 원형 그대로 복원된 고택으로, 경북 북부지방 전형의 양반가의 풍모를 엿볼 수 있는 집이다.
마을 오른쪽에 자리한 지훈문학관에는 소년시절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지훈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자료와, 광복과 청록집 관련 자료, 부인 김난희 여사의 시화작품 등이 전시돼 있다. 마을 뒷산 조지훈의 동상이 서 있는 시(詩)공원 산책로는 지훈의 시세계를 느낄 수 있는 길이다. 길가에 ‘영상’, ‘완화상’, ‘지옥기’, ‘코스모스’, ‘승무’, ‘파초우’와 같은 시가 오석에 새겨져 있는데, 특히 ‘꽃이 지는 아침에 울고 싶어라’로 끝나는 그의 시 ‘낙화(落花)’는 보는 이의 마음을 먹먹하게 하면서 발길을 붙잡는다.
반변천과 동천 합수머리에 기둥처럼 솟아오른 선바위(입석).
시인 오일도의 감천마을다시 일월면삼거리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영양읍내를 지나 6km쯤 더 가면 도로 오른쪽으로 시인 오일도(吳一島·1901-1946)의 생가가 있는 감천마을에 닿는다. 마을 뒷산에서 물맛 좋은 샘이 있어서 ‘甘泉’이란 이름을 얻은 이 마을은 야트막한 한옥집도 마음에 와 닿지만 호박돌과 황토를 섞어 쌓아올린 담이 더욱 정겹게 느껴지는 곳이다. 집집마다 감나무 한두 그루는 기본이고 장미로 가림막을 해놓은 집도 있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곳이다. 현재 후손들이 살고 있는 오일도의 생가는 마을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마을 위쪽 오일도의 시공원에는 대리석 돌 위에 앉아 책을 읽는 시인의 동상과 화강암 대리석에 새겨진 그가 좋아했던 시 ‘지하실의 달’, ‘푸른 포도 잎’, ‘그믐 밤’, ‘코스모스 꽃’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본명 희병(熙秉)보다 아호로 더 잘 알려진 오일도는 애상과 고독을 노래했던 애국시인지자 현대문학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인물로 일제 때 문학을 통한 식민지 저항운동을 펼치는가 하면 1935년 순수 시문학지 <시원(詩苑)>을 창간하고, <을해명시선(乙亥名詩選)>, <세림시집(世林詩集)>을 펴내는 등 시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영양산촌생활박물관감천마을을 지나 반변천 변의 31번 국도를 따라 2.5km쯤 내려가면 도로 오른쪽으로 옛날 가옥을 재현해놓은 곳이 보인다. 영양산촌생활박물관이다. 정문을 들어서면 50대 정도라면 살거나 보았음직한 시골집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통나무를 사각형으로 쌓아 만든 투방집, 흑벽과 판자로 벽을 만들고 지붕에 판자를 얹은 너와집, 굴참나무껍질을 덮은 굴피집 등, 옛날 산골 집들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현대식 박물관 안에는 ‘살림살이’를 시작으로, 마을살이, 농경활동, 화전경작, 여가활동, 공예활동 등, 산촌의 삶을 주제에 맞춰 실물과 조형물을 곁들여 꾸며 놓았다. 50대 이상에게는 옛 추억을, 30대 이하 청소년들에게는 옛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학습장이다.
선바위관광지영양산촌생활박물관을 지나 제1입암교를 건너자마자 또 하나의 볼거리가 기다린다. 선바위관광지다. 반변천과 동천의 합수머리에 솟아오른 기암절벽인 선바위(立岩) 맞은편 들녘에는 영양고추홍보전시관, 영양분재수석야생화테마파크, 동굴형민물고기전시장이 조성돼 있다.
고추홍보관에는 영양고추의 우수성과 브랜드 가치를 알리기 위해 조성된 곳으로 품종, 효능, 재배방법의 변천사 등이 알기 쉽게 전시돼 있고, 고추를 이용한 제품도 전시판매되고 있다. 분재수석야생화전시관에는 450년 수령의 주목을 비롯해 200년 이상 자란 모과, 적소으 단풍나무 등의 분재와 폭포석과 같은 수석, 금낭화, 매발톱 등의 야생화들이 전시돼 있다. 민동굴형물고기전시장에는 우리나라의 민물고기가 총망라해 있다.
공원 안 선바위식당(054-682-7429)은 산채비빔밥(8,000원)과 산채정식(1만2,000원)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민간정원을 대표하는 서석지선바위관광지를 지나자마자 삼거리에서 오른쪽 반변천 다리를 건너면 서석지 가는 길이다. 반변천 다리 건너 약 2.5km 지점에 위치한 서석지는 담양 소쇄원(瀟灑園), 보길도 윤선도 세연정(洗然亭)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민간정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상서로운 돌와 연못’이라는 의미의 서석지(瑞石池)는 조선 광해군 5년 성균관 진사를 지낸 바 있는 석문(石門) 정영방(鄭榮邦, 1577-1650)이 당파싸움에 회의를 느끼다가 병자호란 이후 외가인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로 이주해 조성한 정원으로 30여 개의 물속 돌과 60여 개의 물밖 돌이 어우러져 오묘한 정취를 자아내는 곳이다. 연못에 바짝 다가선 경정(敬亭)은 말 그대로 경천애인(敬天愛人),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사람을 존중하다는 유가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두들마을의 두들책사랑. 이문열의 문학 작품과 세계를 낱낱이 보여주는 곳이다.
연록색 개구리밥이 바탕색을 칠하고 커다란 연잎이 그 위에 덧칠한 서석지는 여름 장마철 연꽃이 피워날 때에는 그야말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으로 이름나 있다. 연못 가까이 400년생 느티나무도 연꽃을 탐하려는지 나뭇가지를 물가에 바짝 대고 있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두들마을이문열과 두들마을 청송군과 경계를 이룬 석보면 면사무소 뒤편 언덕에 자리한 두들마을은 여중군자(女中君子) 장계향(張桂香, 1598-1680)의 <음식디디방>과 소설가 이문열 그리고 고색창연한 분위기의 고택으로 이름난 곳이다.
제령 이씨 집성촌인 두들마을은 인조 18년(1640) 석계(石溪) 이시명(李時明 : 1590-1674)이 병자호란의 국치를 당하자 벼슬을 버리고 입향해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하면서 번성하기 시작한 마을이다. 학문과 기개가 높은 이들도 많은 고을이다. 퇴계 이황의 학문을 계승한 이현일과 이재 외에 의병대장 이현규, 독립운동가 이돈호·명호·상호 형제도 이 마을 출신들이다.
이시명의 아내 장계향은 여중군자라 불릴 만큼 인품이 높고 학문과 시·서·화에 능한 데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선행으로 소문난 여인으로, 음식디디방은 그녀가 지은 음식 조리서로서 옛 조리법을 발굴할 수 있는 지침서이자 옛날과 오늘날의 음식문화 비교하는 데에 소중한 자료다.
1 북카페 두들책사랑 안에 마련된 이문열 문학관. / 2 광산문우 안을 둘러보는 탐방객들. / 3 소설가 이문열의 집필실인 광산문우. 다른 작가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두들마을 전경.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는 고택 마을이다.
대한제국 때 질병치료기관인 광제원(廣濟院)이 있었던 두들마을에 있는 장계향 관련 문화유적으로는 석천(石川)서당과 석계고택이 있다. 석천서당은 이시명과 아들 이숭일이 강학하던 석계초당을 후손들이 순조대에 격을 높인 것이다. 석계고택은 여중군자 내외가 살던 옛집으로, 이숭일이 만년의 어머니를 모시고 임종한 현장이기도 하다.
장계향의 정신을 반영하듯 일자집 두 채로 이루어진 검박한 한옥이다. 이 외에도 정부인 안동장씨 유적비, 정부인 안동장씨 예절관, 음식디미방 체험관, 주곡고택, 유우당, 전통한옥 체험관, 광산문학연구소, 북카페 두들책사랑 등이 있어 길손들을 반겨준다.
영양군에서는 전통의 맛을 느끼고자 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위해 음식디미방 체험관, 교육관,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음식 체험관은 1주일 전 예약해야 하며, 3만 원과 5만 원의 메뉴가 있다. 교육관은 최소 15명 기준으로 15만 원에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전통주 교육(기본 20명 1인당 2만 원)도 한다. 문의 054-682-8025, 010-3538-9494.
북카페인 두들책사랑은 이문열을 비롯해 이 마을 출신 문인들의 작품과 역사문화 체험 공간으로 문학작품 전시실, 멀티미디어 자료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두들마을 전통한옥 숙박체험 ‘비우고 채워가는’ 두들마을의 1박 2일 체험은 한여름에는 서늘한 대청마루, 한겨울에는 뜨끈한 온돌방에서 지내며, 수백 년 세월이 머문 돌담길, 선비의 얼과 이문열의 문학세계를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다.
마을 내에 네 집에서 한옥 숙박체험을 한다. 석계종택은 정명 4칸, 측면 4칸 규모이 한옥으로 뒷마당에 석계 이시명과 장계향의 위패를 모신 불천위사당이 있으며, 현재 재령이씨 종손이 거주하면 매년 음력 8월 20일 제사를 지낸다. 큰방(2실, 6~8명) 7만 원, 작은방(1실, 2명) 5만 원. 예약 문의 054-682-1480, 010-3599-1482.
영감댁은 한옥의 전통미를 잘 간직한 집으로 대문을 중심으로 좌우에 툇마루가 있어 방문객들이 쉬어가기 좋다. 큰방(2실, 5~7명) 7만 원, 작은방(3실, 2명) 4만원, 독채 25만원. 문의 054-682-8050, 010-3527-8168.
병암고택은 쪽마루가 설치된 4칸의 아래채와 정면 4칸, 측면 4칸의 정침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옥 앞에는 정부인 안동장씨 유적비와 상수리나무들이 시원한 숲을 이루고 있다. 큰방(2실, 5~7명) 7만 원, 3인용 작은방(2실) 5만 원, 2인용 작은방(2실) 4만 원. 문의 054-682-8050, 010-3527-8168.
백천한옥은 수백년생 꿀밤나무와 느티나무가 어우러져 깊은 산중에 들어선 느낌을 자아내는 고택이다. 숙박객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 있다. 큰방(6~8명) 10만 원(비수기 8만 원), 중방(4~6명) 7만 원(5만 원), 사랑방(3~4명) 5만 원(3만 원), 독채 20만 원. 문의 010-2088-8043, 010-6530-1111.
대티마을 민박.
교통자가용 중앙고속도로 풍기 혹은 영주 나들목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봉화 법전을 거쳐 노루재 직전 삼거리까지 간 다음 31번 국도로 갈아타고 남진하거나, 중앙고속도로 남안동 나들목에서 5번 국도와 34번 국도를 따라 진보까지 간 다음 31번 국도를 따라 영양읍내를 거쳐 진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