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명절인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짧은 3일간의 연휴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부모와 형제, 친지들과 정겨움을 나눈다는 설렘에 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 있다.
추석 때는 집안 어른과 종중 사람들까지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잡안 대소사와 대대로 내려오는 고향 부동산에 관한 얘기나 투자 방향에 대한 시간도 한번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 객지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생생한 현지 부동산시장 분위기도 접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 아울러 개발 재료를 많이 안고 있는 곳이라면 투자를 고려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유의할 점도 있다. 섣부른 기대로 앞뒤 재지 않는 막무가내식 투자는 금물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귀성길은 가볍게 투자처를 둘러보는 기회 정도로 삼고 충분한 분석을 거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귀성길에 고향 땅 살펴볼까=땅을 답사할 때는 무엇보다 해당 지역의 거래ㆍ이용 규제 여부를 우선 살피는 게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서 지역별로 차별화해 토지 관련 규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규제 완화 폭이 달라 잘못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부다. 정부는 지난해 전국 토지거래허가구역 1만9149㎢ 중 1만224㎢를 해제하면서 투기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은 토지거래허가제를 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땅 투자는 가급적 토지거래허가 등의 규제가 없는 가운데 주변 개발 호재가 많은 지역을 고르는 게 좋다. 그래야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전원주택의 메카로 꼽히는 경기도 양평에선 중앙선 복선전철 예정지 주변을 노려볼 만하다. 중앙선 복선전철 2단계(덕소~용문)는 2010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전철 노선이 뚫리면 양평에는 5곳(양수·신원·국수·아신·양평역)의 전철 역세권이 새로 조성된다.
지난 7월 개통된 서울~춘천고속도로 나들목 주변 남양주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곳을 답사할 때도 규제 내용을 잘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현재 남양주는 도시 전체 면적의 80%가 개발제한구역(41%), 상수원특별대책지역(42.3%) 등으로 묶여 있다. 이런 곳에선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의 종류가 제한된다.
남한강권인 여주도 관심의 대상이다. 복선전철 개통·고속도로 신설 등의 대형 개발 호재가 많기 때문이다. 2007년 11월 착공에 들어간 성남~여주 간 복선전철 역세권 땅은 투자 1순위 고려 대상이다. 전철이 완공되면 판교신도시서 여주까지 40분이면 오갈 수 있다. 제2 영동고속도로 나들목 예정지 주변도 유망 투자 지역으로 꼽힌다. 남한강과 가까운 멱곡리 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강원권은 수도권에 비해 규제도 덜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귀성길에 평창·홍천 등을 집중적으로 둘러보라고 조언한다. 제2영동고속도로 신설로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는 데다 대규모 개발 재료도 적지 않아 투자를 고려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대상에서도 제외돼 외지인 땅 투자가 어렵지 않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의 수혜 효과가 기대되는 홍천도 관심 지역이다.
충청권에선 태안군과 당진군 일대를 주목할 만하다. 태안군은 관광 레저형 기업도시 예정지인 남면 일대가 관심의 대상이다. 이 곳은 기업도시 예정지인
현대건설의 서산간척지 B지구와 맞닿아 있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땅값이 강세다. 태안군이 요트 등을 정박할 수 있는 다기능 항구로 개발하는 안흥항 일대도 둘러볼 만한 곳이다. 태안비치CC 등 주변 개발로 땅값이 최근 많이 올랐다.
당진군은 서해안 신흥 산업도시로 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1199㎡가 넘는 석문국가산업단지 조성 등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와 현대제철 등 20여개의 철강 업체들이 모여 철강 클러스터 조성 등 탄탄한 개발 호재가 많기 때문이다.
◇수익형 부동산 등도 노려볼 만=귀성길이나 성묘길에 수익형 부동산 물색에 나서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전문가들은 값이 크게 뛰었기 때문에 양도 차익을 많이 올리겠다는 생각보다는 임대 수익을 내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고향이 평창이나 제주도 쪽이라면 주5일 근무에 따른 레저 수요를 겨냥해 단지형 펜션을 노려봐도 좋다. 펜션은 가동률이 높을수록 임대수익이 좋기 때문에 하절기와 동절기에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계곡이 위치해 있는 스키장 주변을 노려볼 만하다. 이 경우 숙박업 등록을 마친 펜션이 유리하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단지 규모를 갖추고 제도권 내에서 숙박업 등록을 마친 펜션을 고르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은퇴 후 노후를 고향에서 보낼 계획이라면 평소 마음에 담아두었던 도심 근교의 전원주택지를 한번 둘러보는 것도 좋다.
소형 농가주택에도 관심을 둘 만하다. 일정 규모 이하의 농가주택의 경우 토지거래허가나 외지인 매매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단, 농가주택의 경우 지적도로가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지적상 도로가 없으면 리모델링 등의 행위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에서 2시간 이내 거리에 위치해 있으면서 토지거래허가 등 규제를 벗어난 지역의 농가주택을 눈여겨볼 볼만하다고 조언한다. 수도권 주변지역이나 강원권은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경관이 수려한 곳도 많다. 기업도시나 행정복합도시 등 자체 호재도 적지 않아 향후 가치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고향에 있는 땅을 팔아야 할 지, 아니면 계속 갖고 있는 게 좋을 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부동산 재테크 전략에도 원칙이 있게 마련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 재료가 있는 고향 땅이라면 계속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 개발예정지 주변은 다른 용도로 개발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 개발 축을 따라 교통이 편리한 도로변 계획관리 지역 땅이 우선 관심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