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의 미학 - 이상한 외래어 어원도 모르고 들리는 대로 발음 '허다' 한자어 경운기→제궁기, 자전거→자잉고, 비행기→비영구 영어는 노크→녹꾸, 앙콜→안꼴, 아파트→아빠또 등 변질 경상도말에 번번이 일어나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어형 | |||||||||||||||
"이 빵스 어디로 가는 빵슨교?" 그러자 운전수가 한술 더 떠서 "이 빵스 서울 가는 사리마답니더"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 장면은 시골에서 버스의 원래 글자를 알지 못한 할머니가 외래어인 버스를 빵스로 알고 있는 상태에서 운전수와 대화하는 장면이다. 운전수가 능청맞게 한술 더 떠서 '빵스'와 유사한 '사리마다'(고쟁이의 일본말)로 응답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보통 시골의 할머니들은 처음 듣는 외래어는 들리는 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어휘에서 벗어난 개인어가 많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봉고차'를 '곰보차'라 하거나 '크림'을 '구라분', '스트레스'를 '트랄레스'라고 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외래어뿐만 아니라 정확한 원음을 모르는 한자어들도 자신이 들리는 대로 이해하여 발음하는 경우도 있다. '경운기'를 '제궁기'로 부르거나 '자전거'를 '자잉고', 담배를 '담바', '비행기'를 '비영구'로 알고 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젊은 사람들은 이런 낱말을 듣고는 그렇게 말한 사람을 멸시적으로 대하거나 무식한 사람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이상하게 보이는 낱말은 '청각인상'에 의존해 발음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낱말이다. 일반적으로 청각인상에 의존하는 현상은 특정한 어형을 자신이 기억 속에 있는 어형과 일치시켜 이해하거나 자신의 귀에 들리는 소리의 인상만 가지고 어형을 확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청각인상은 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나지만 특정지역의 사람들에게는 보편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음운 구조의 틀에 따라 그 어형이 고정되기도 한다. 만약 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난다면 그것은 사투리가 아니고 개인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집단에서 약간의 변이형이 있지만 고정된 형태가 나타나면 그것은 그 지역의 사투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청각인상에 의존한 어형은 조금이라도 어원을 아는 젊은 사람들보단 어원을 전혀 모르는 나이가 연로하신 분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깊은 산골이거나 교통이 불편한 지역일수록 많이 나타난다. 청각인상에 의존한 어형 보통의 발음과 달라서 특이한 형태이지만 나름대로 소리의 인상에 따라 음운 규칙을 적용해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청각인상을 쉽고 자연스런 발음으로 나타내려고 하는 것은 모든 언어 사용자가 가지는 일반적인 특성이기 때문에 저급하거나 무식한 것으로 취급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부산에서도 동부 해안지역이나 양산에 인접한 지역, 김해 근교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어휘가 많이 나타나는데, 티켓[ticket]을 '찌개뜨', 팁[tip]을 '찌뿌', 노크[knock]를 '녹꾸', 앙콜[encore]를 '안꼴'로, 마라톤[marathon]을 '마라똥', 아파트[apartment]를 '아빠또', 바이올린[violin]을 '빠이론'이라 하는 것이 그 보기이다. '찌개트'의 경우 보통 '티케트'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나 첫소리 ㅌ을 ㅉ으로 바꾼 것 뿐이다. 이것은 경상도말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입천장소리되기[구개음화]와 된소리되기[경음화]를 적용한 꼴이다. '찌뿌'도 일반적인 어형인 '티뿌'에서 입천장소리되기에 따라 '찌뿌'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녹꾸'의 경우도 첫음절을 강화화기 위해 받침소리를 첨가한 꼴이며 '안꼴'의 경우도 음절에 경계를 두어 끊어서 발음해서 나타난 결과이다. 또 '마라똥'도 마지막 음절의 끝소리 'ㄴ'을 모음 'ㅗ'에 따라 입 안쪽으로 옮겨 음절의 발음의 크기를 강화한 꼴이다.
결국 이상하게 보이는 어형들도 알고 보면 잘 모르는 낱말을 청각인상에 의해 인지해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규칙에 따라 적용한 어형인 셈이다. 부경대 외래교수 |
첫댓글 청각인상이라......한수 배웁니다.........아따 그아저씨 인상 한번 훤 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