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내기
2002년 사대부고에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그 해 한일 월드컵이 열렸지요.
축구는 의외성이 크지 않은 게임입니다.
재미 삼아 저녁 내기를 했는데요.
대부분이 16강 진출에 걸었지만, 저는 냉철한 판단으로 16강 탈락에 걸었습니다.
이전 월드컵에서 성적이 너무나 초라했을 뿐 아니라
조별리그 탈락은 물론 단 1승도 거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첫 게임 폴란드는 유럽예선을 1위로 통과한 강팀입니다.
그런데 황선홍과 유상철이 한 골씩 넣어서 2:0으로 이겨버린 겁니다.
미국전은 안정환의 환상적인 헤딩슛으로 1:1로 비깁니다.
슬슬 불안감이 엄습해 왔지요.
3차전은 피파 랭킹 5위의 포르투갈이었는데 후반 박지성의 골로 1:0으로 이기고
그대로 16강에 진출한 겁니다.
심지어 조 1위로 말이지요.
저는 거하게 밥을 사야 했습니다.
16강전 상대는 이탈리아입니다.
우리나라 선수 몸값을 다 합쳐도 이탈리아 한 선수 몸값도 안 되는데….
저는 당연히 탈락에 걸었습니다.
전반 18분 비에리에게 헤딩골을 얻어맞고 경기는 그대로 끝날 듯했습니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후반 43분에 설기현이 천금 같은 동점 골을 터트린 겁니다.
경기는 연장으로 돌입했고, 연장 후반 11분 안정환의 골든골로 우리가 이겨버린 겁니다.
또 밥을 샀습니다,
8강전은 스페인이었죠.
무적함대라 불리는 스페인은 너무나 강팀이어서 넘사벽이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탈락에 걸었지요.
세계 강호 스페인을 상대로 연장전까지 가는 팽팽한 승부를 펼쳤습니다.
결국 승패는 승부차기로 이어졌죠.
이운재가 호아킨의 공을 막았고 이어 홍명보가 골을 넣어 스페인을 고국행 비행기에 실어버린 겁니다.
또 밥을 샀습니다.
4강전의 상대는 독일입니다.
저는 제 예측이 계속해서 빗나간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기력이 너무 좋다고 판단 했지요.
이번에는 과감하고 확신에 찬 모습으로 이긴다는 것에 걸었습니다.
그런데….
후반 30분경 독일의 역습에 1골을 내주고 0:1로 패한 겁니다.
또 밥을 샀습니다.
그해 여름은 축구 때문에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얄팍해진 지갑의 후유증을 아프게 겪어야 했습니다.
저는 그 이후로 내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마이너스의 손이 증명되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청소년 도박 중독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주변에 밥 사는 정도가 아니라 돈을 잃고 빚을 지고, 그것이 비행으로 연결되니 문제입니다.
아이들을 무작정 믿거라 하지 말고 그들이 어떤 생각과 생활을 하고 있는지 눈여겨 살펴야 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