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볼보도 중국으로… 명차(名車), 무명차(無名車)에 먹히다

[성남짱(이승재)]

"중(中)지리차가 볼보 산다" 중국 신문들 일제 보도

GM·포드 경영난으로 허머·재규어·사브 등 줄줄이 주인 바뀌어

볼보, 사브, 재규어 등 명품 자동차 업체들이 줄줄이 팔려나가고 있다. 1990년대 명품 자동차 업체들을 사들였던 GM과 포드자동차가 경영난 때문에 명품 업체들을 잇따라 처분하고 있다.

◆스웨덴 명품차 볼보, 중국 매각

상하이데일리 등 중국 경제 신문들은 18일 "중국의 지리자동차가 미국 포드자동차의 계열사인 볼보를 매입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이 볼보 인수전에 뛰어들어 최종 인수자가 누가 될지 예측할 수 없게 됐다"면서도 "어쨌든 볼보는 중국 업체에 인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915년에 세워진 스웨덴의 명품 자동차 볼보는 지난 99년 65억달러에 미국의 포드에 넘어갔다가, 이번에 지리자동차에 인수될 운명에 놓였다. 볼보 매각 가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포드가 인수했던 가격의 절반 정도에 낙찰될 것으로 보인다. 저장성에 본부를 둔 지리자동차는 중국 최초이자 최대 민영 자동차 업체. 지난 2006년 영국 런던의 택시인 '블랙캡'을 생산하는 망간브론즈홀딩스(MBH)를 사들인 바 있다. 지리자동차는 2015년까지 연간 200만대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중국업체들이 신차 개발기술 및 선진화된 경영능력을 갖추기 위해 유명 자동차 회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GM자동차도 사브 매각

미국 GM의 사브(Saab)도 스웨덴의 자동차업체인 쾨닉세그(Koenigsegg)에 매각된다. 가격은 6억달러 수준이 될 전망. 쾨닉세그는 대당 800만~1800만크로나(100만~230만달러)짜리 고급 스포츠카를 제조해온 업체. 쾨닉세그의 직원은 45명이며, 지난해 1억600만크로나(137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 때문에 쾨닉세그가 사브를 인수한 것은 새우가 고래를 삼킨 데 비유된다. 1947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사브는 전 세계에 4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연간 판매량은 10만대 정도. GM은 1991년 경영난에 처한 사브를 인수했었다. 쾨닉세그는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 태양열 에너지로 움직이는 4인용 세단 전기차 '퀀트'를 출품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워싱턴포스트(WP)는 "쾨닉세그가 사브를 인수한 것은 전기차 '퀀트'를 양산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초대형 SUV의 대명사 허머도 중국에 매각

GM은 또 중국 중장비업체인 쓰촨 텅중측에 초대형 SUV브랜드 허머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가격은 5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AM제너럴이 지난 92년 만든 허머는 지난 98년 GM에 매각했다. 허머는 미군이 사용하는 험비 지프차를 민간용으로 만들어 판매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연비가 낮은 허머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포드자동차는 지난해 3월 영국 여왕이 타는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23억달러에 인도 타타그룹에 매각했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인 나노(대당 2300달러 수준)를 생산하는 타타자동차는 영국 프리미엄 브랜드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수, 인도 등에서 신형 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밖에 GM은 독일에 있는 오펠과 영국에 있는 복스홀을 캐나다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매그나 인터내셔널에 매각했다. 매그나 인터내셔널은 오펠을 인수하면서 러시아 스베르방크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 박용성 박사는 "중국이나 인도의 무명 자동차 업체들이 세계 자동차 시장 진입을 위해 명품 자동차 업체들을 잇달아 사들이는 것"이라면서 "명품 자동차 업체들을 사들인 모기업의 세계 진출 전략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