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되고 싶은 부엉이 잠 안 오는 밤 창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후- 후-- 짙은 어둠 속 나뭇가지에 부엉이 한 마리가 앉아있다. 달은 밝아 휘영청 한데 커다란 그의 눈만 반짝거린다.
땅딸막한 체구에 크고 둥그런 머리 위에 뿔과 어두운 무채색으로 덮인 털이 어둠에 싸여 있는데 달빛을 배경으로 그의 온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언젠가 자료집 책에서 깃 뿔 달린 부엉이는 우리 주 앨버타를 상징하는 새라고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저 부엉이가 그 부엉이인가? 오늘처럼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한 날에 부엉이가 나에게 말해준다. "더 많이 보고 덜 말하고 더 많이 들으라고." 나는 왜 부엉이처럼 현명하지 못할까.
부엉이는 다른 새들과 달리 털 가장자리에 솜털같이 부드러운 술이 달려있어서 아주 조용히 날 수 있다고 한다. 머리 위에 달린 깃 뿔이 귀인 줄 알았는데 귀는 뜻밖에 얼굴에 있다. 눈 주위에 받침 접시 같은 장치가 있는데 귀는 뒤쪽에 있다고하니 눈 아래가 바로 귀네. 쥐를 주로 잡아먹고 사는데 보지 않고 듣기만 하여도 쥐들의 위치를 안다니 바로 "독 안에 든 쥐" 라는 표현은 바로 부엉이의 속담이었다.
언젠가 퇴근 무렵 저녁 하늘에 작은 지빠귀들이 떼를 지어 커다란 까마귀를 놀라게 하여 도망치듯 날아가게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작은 새들이 큰 새를 이렇게 떼로 공격하는 것을 "mobbing" 이라고 하는데 까치나 까마귀들도 부엉이를 습격한다고 한다. 마치 힘없는 서민들이 힘을 합세하여 데모하는 모습이 새들의 세상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부엉이들이 다른 부엉이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짝짓기를 할 때 몸의 윤곽은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는 것은 짝짓기할 때 중요한 단서가 되고 몸을 숨기고 싶을 때는 그들 자신의 털을 뽑아 몸체를 작게 만든다고한다. 현명한 부엉이라는 말이 그렇다면 근거 있는 말이다. 때로 우리도 세상살이에 지쳐 어디론가 숨고 싶을 때 왠지 몸이 작아지는 느낌을 받지 않는가. 그와 반대로 적들에게 침입을 받았을 때는 털의 술은 부풀려 올리고, 날개는 늘려 뻗치어 상대에게 겁을 준다고 한다.
어떤 부엉이는 한쪽 귀가 다른 쪽보다 조금 더 높이 있어서 소리를 더 정확하게 듣는다는데 우리도 무언가 소리를 더 정확하게 들을 때면 한쪽을 기울이는데 혹시 부엉이에게 배운 것은 아닐까.
지난봄 어머니의 상을 치르고나서 충청도에 있는 감곡 성당에 다녀왔다. 언젠가는 한 번 가봐야지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는 어머니도 아니 계시니 마지막이다 싶어 찾아간 그곳에서 밤새 우는 소쩍새 소리를 들었다. 성당 마당에서 우리는 밤을 새워 기도의 밤을 하고 성가 소리가 멈출 때마다 소쩍새 소리가 들려오는데 얼마나 구성지고 슬프게 들리던지 내 마음이 더욱 울적해졌던 기억이 난다. 소쩍-소쩍- 예전에 어렵게 살던 시절에 정말 솥이 작아서 먹을 것이 없었던 것일까.
부엉이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 줄무늬 부엉이가 있다. 케네디언들은 이 부엉이 울음소리를 "who cooks for you?" who cooks for you all? 이렇게 표현한다. 누가 너를 위하여 음식을 해줄까? 누가 너희를 위하여 요리해줄까요? 소쩍새의 분위기와 많이 닮은 느낌을 받는다.
부엉이는 조심스럽고 현명하고 하늘에 있는 별들 이름을 다 알지요 라는 동요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현명한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그들의 식사법은 아주 무자비하다. 그들은 먹이를 공격할 때에 칼처럼 날카로운 발톱을 최대한 벌려서 발톱이 먹이를 치는 순간 먹이를 죽게 한다. 그리고 털과 뼈 등 모든 것을 통째로 삼킨다. 그다음에는 필요없는 것들을 토해낸다. 이름 하여 "부엉이의 작은 공" 부엉이가 살 만한 나무 아래에 가면 회반죽(white- wash)같이 생긴 부엉이의 작은 공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영어 사전에서 "white wash" 를 찾아보니 눈속임이라는 뜻이 있다. 한국 뉴스에 보면 가끔 거금의 공금이나 선거 자금을 횡령한 정치꾼들 소식이 전해지는데 이들이 부엉이의 후예 같은 족속들이 아닐까.
다시 부엉이가 운다. 후-후--
달이 더 많이 걸어와 이제는 부엉이가 달의 한가운데에 들어가 있다. 저 부엉이는 달이 되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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