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창작법
-아담-
<10> 구성
소설에서의 구성이란 소설 줄거리의 짜임새를 의미한다.
소설의 짜임새는 소설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마치 건축으로 친다면 기본골격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아무리 좋은 인물과 배경, 좋은 주제를 갖고 있을 지라도 짜임새가
형편없으면 독자들에게 외면 당하는 소설이 되고야 만다.
어떤 때는 다른 요소가 볼품이 없는데도 구성이 탄탄해서
잘 읽혀지는 소설도 있으니, 소설에 있어서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루 말할 나위가 없다.
소설에 있어서의 구성은 여러 가지가 있고, 또한 작가가
수없이 많은 자신의 독특한 방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구성의 기법은
도입부, 전개부, 결말부의 3부분을 기본으로 한다.
형식으로 따져보면 기, 승, 전, 결의 4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문제의 제기, 문제의 발전, 이야기의 전개, 그리고 이야기의 결말의 순서이다.
구성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소설에 흠뻑 빠지게도 만들고,
그와 반대로 실망하게도 만든다. 똑같은 소설일지라도 구성이 달라지면
느끼는 감흥도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독자들이 선호하고
위험부담이 없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승전결의 원칙을 따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소설에 있어서 구성이란 작가가 정하기에 따른 것이다.
어떤 작가는 초반부터 격렬한 충돌을 주기도 하고 어떤 작가는 초반에
이미 결말을 지어놓고 소설의 줄거리를 시작해 나가기도 한다.
어떤 구성을 선택하느냐는 작가 고유의 권한이다.
그러나 기승전결의 형식이나 도입부, 전개부, 결말부의 형식을 따를 때에는
각 부분에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도입부가 너무 길면 독자들이
싫증을 느끼기 쉽고 너무 짧으면 독자들이 소설의 흐름을 잃기가 쉽다.
결말부가 너무 길면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들고, 너무 짧으면 허전함을 안겨준다.
그러니 길이의 균형 뿐 아니라 그 내용의 균형 또한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1) 도입부
도입부란 소설의 가장 첫 단계를 일컫는다.
이 부분에서는 문제의 제기나 사건의 시작을 다루어야만 한다.
대체로 이 부분에서 등장인물의 소개, 주인공의 성격, 소설의 배경,
소설의 색채(비극, 또는 희극), 문체 등등이 모두 결정되어
독자들에게 제시된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 도입부를 읽어보면서,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을 것인가 아닌가 판단한다. 그러므로 도입부는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한 초석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처음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가장 난감해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도입부다.
도입부에서 먼저 어떤 말을 해야 하고 또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뚜렷한 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도입부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두개 이상의 흥미나 기대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를 주지 못한다면 소설은 실패로 끝나기 쉽다.
2개 이상의 흥미에 해당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주인공에 대한 기대, 사건에 대한 흥미, 앞으로 일어난
사건에 대한 기대, 주인공과 중심인물과의 갈등과
그 갈등의 해결점에 대한 기대 등을 꼽을 수 있다.
많은 작가들이 도입부의 시작을 경치나 지리, 또는 기후를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을 보고서 일어나는 가슴속의 감정 표현도 아주
자주 쓰이는 도입부의 시작이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소설은
대부분 시기적 묘사로 시작되고 있다.
'새벽의 여명마저도 졸고 있는 6월 25일 새벽 ...'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벌써 독자들에게 '아, 한국전쟁에 관한 것이구나'라는 확신을 심어준다.
도입부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소설의 색채를 잊지 말라는 것이다.
도입부에서 지정된 색채는 마지막 결말까지 그 색채로 연결되어야만 한다.
'멀고먼 산등성이의 자욱한 안개는 핏빛으로 솟아오르고 목이 터져라
울부짖던 소쩍새 소리도 멎어 버렸다. 이미 산야엔 시뻘건 상처의
속살처럼 철쭉이 피어났고 ....' 라고 시작되는 소설은 이미 소설 전반에
걸쳐 비극적인 내용으로 점철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해 주고 있다.
이런 시작에 솜사탕 같은 사랑이야기가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어떤 작가들은 도입부에서 이미 사건의 결말을 지어버리는 수가 있다.
그리고 전개부로 들어가면서 그 사건을 역으로 이끌어 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런 도입부의 장점은 이미 사건의 결말을 독자들이 알고 있기에
모든 사건이 명확하게 표현되고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소설의 흐름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사건의 결말이 지어졌기에 더 이상 독자들로 하여금 기대감을
갖게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도입부를 선정하는 작가는 스토리 전개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소설의 내용을 잘 꾸며 나갈 수 있고, 문체와 문장에
자신감이 있기에 이런 도입부를 선호한다. 비유하자면 이미 만들어진 집에
치장을 하는 식이라 할 수 있다.
2) 전개부
소설에서 전개부란 사람에 비유하자면 몸통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모든 줄거리와 내용이 다 나타내진다.
전개부에서는 사건의 흐름과 주인공이나 중심인물과의 충돌(Confliction),
다양한 해결책의 제시, 독자들의 기대감에 대한 호응과
다른 기대감의 제기 그리고 해결 등등이 모두 이루어진다.
전개부는 소설에 있어서 가장 긴 부분을 차지하므로,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독자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만들려면,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흥밋거리를 제공해야만 한다. 흥밋거리는 보통 웃음을 주는 요소,
감동을 주는 요소, 슬픔을 유발하는 사건, 계속되는 기대감,
그리고 계속되는 질문 등이 있다.
전개부에서는 여러 가지 충돌과 반전 그리고 해결책의 모색 등의
다양한 줄거리가 이어진다. 충돌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존재한다.
주인공과 중심인물과의 충돌, 중심인물들 간에 충돌,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이나 환경에서 오는 갈등, 심리적 갈등, 악과 선과의 갈등,
선택의 기로에 있어서의 갈등 등등 아주 많다. 이런 갈등을 심도 있게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흥미를 주고, 더 나아가 이런 갈등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하는 기대감이 생기게 되면 독자들은
이 소설을 쉽게 놓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전개부에서 자주 사용되는 기법은 반전이다.
그저 단순하고 아무 무리 없이 진행되는 사건의 전개는
독자들에게 편안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렇게 큰 흥미를 주지는 못한다.
선과 악의 대결이나 선택의 기로 같은 경우에서 독자들은 강렬한
흥미를 느끼고, 선의 승리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선택을
강하게 기대한다. 그러나 너무나 손쉬운 승리는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켜 버릴 수도 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기교가 바로 반전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의 악의 무리와 결투를 벌인다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주인공이 일방적으로 악의 무리를 응징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통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계속되는 승리로 인해 이미 그렇게
정해진 것이니 다음 번에도 승리할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렇게 되면 소설을 재미가 없어진다. 승리를 하다가 주인공이
어떤 강적을 만나 굴욕적인 패배를 한다면 독자들은 주인공의 패배를
너무나 안타까워할 것이다. 그러면서 주인공의 대반격을 간절히 원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반전을 원하는 독자들의 심리이다. 마찬가지로 별 힘이 없이
매일 지기만 하는 주인공이 갖은 고난을 겪다가 마지막에 극적으로
최후의 승리를 쟁취하게 되는 반전 형식도, 오히려 계속 승리를 하다가
끝이 나는 소설보다 독자들에게 더욱 큰 재미를 줄 것이 틀림없다.
반전이란 줄거리 전체에서 큰 영향을 끼치는 한 사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작가는 반전이란 기교를 통해서 독자들이 흥미를 자아낼 수 있어야만 한다.
거듭되는 반전과 반전, 또는 작은 반전과 약한 반전, 갈등의 해결과
다른 대 반전 등을 통해 독자들의 시선을 꼭 붙잡고 있는 소설이
성공하는 소설이 될 수 있다.
어떤 작가는 이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결말의
마지막을 반전으로 장식하곤 한다. 이것을 활콘띠어리(Falcon Theory; 솔개이론)라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모파상'의 '귀걸이'라는 작품에 잘 나타나 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나타나는 대 반전의 효과는 독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극적인 효과를 주고 있는 것이다.
전개부에서 점차적으로 이루어졌던 사건의 갈등, 충돌, 반전 등이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데
이 실마리가 모여서 여무는 것이 바로 결말부분으로 이어진다.
3) 결말부
사건이나 내용이 마무리되는 부분이다.
전개부나 도입부에서 깔아놓은 복선이 모두 드러나고,
모든 갈등과 충돌이 이 부분에서 해결된다. 작가가 의도하고자 하던 것이
바로 이 부분에서 가장 잘 드러내어 진다. 어떤 결말을 선택하건 간에
작가는 자신의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충분히 전달해야만 한다.
많은 작가들이 결말부분에 독자들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말하자면 독자들이 소설이 끝난 이후라도 그 소설의 이어지는 부분을
상상할 수 있겠끔 여운을 남겨놓는 것이다. 그럼으로 독자들 스스로가
그 이후의 스토리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독자들의 감동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의 마지막 말 같은 것은
독자들에게 그 이후를 상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구성에 있어서 특별히 이렇게 해야만 한다 라고 하는 강제는 없다.
구성 자체가 스토리를 재미있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니,
줄거리를 흥미 있게 만들 수만 있다면 어떤 구성도 사용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어떤 구성을 사용하든지 간에 항상 줄거리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작가 자신이 전하기를 원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구성 양식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구성에
식상한 독자들은 어떤 점에서 새로운 구성형식을 기대하기도 한다.
과거, 현재, 미래를 자유스럽게 넘나드는 구성이나, 공간, 시간을
뛰어 넘는 구성 등, 새로운 구성의 형식은 작가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