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1일 학부모 한 명이 교장실 문을 잠그고 교장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실이 4월2일 한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 언론은 한 학부모가 교장을 감금하고 난동을 부렸으며 교장은 부상을 입어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문제는 전국 방송망을 타고 교권이 훼손되는 사례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이 학부모는 결국 5월13일 구속되었다. 학부모의 교장 폭행 사건으로만 보도된 이 사건은 그러나 학교운영에 대한 학부모들의 개선건의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다. 학교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역사회의 갈등은 물론 경찰의 과잉수사 논란까지 확대되었으며 학교를 방문, 이 문제를 알아보려 한 충청북도 교육위원의 언행과 관련, 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가 공개질의 기자회견을 하기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에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을 중심으로 주요 이슈가 무엇인지를 추적했다 - 편집자
◆발단은 무리한 건강달리기 운영, 교장측 뒤늦게 합의서 제출
학사운영의 문제시정 요구가 원인이 되어 촉발된 이번 사건는 사태를 수습하고 화해를 유도해야 할 교육청이 학교와 대립하고 있는 어머니회 임원에 대해 수사를 요청하는가 하면 보호되어야 할 학부모의 상급기관 민원신청 사항을 유출시켜 결과적으로 분쟁을 조장하는 등 최소한의 신뢰마저 짓밟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동문, 분쟁조정위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의 입장을 지지하는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는 어머니회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지난 4월23일 옥천교육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일부 학부모의 구체적인 성을 거론하며 ‘당신 자식들을 데리고 떠나십시오(글쓴이:자식의 거울)’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랐는가 하면, ‘모든 면민들이 단합해서라도 그 사람들을 쫓아내야만 할 것 같아요(글쓴이:바라보는눈)’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진 상황이다.
◆문제의 발단, ‘건강 달리기’를 포함한 일방적인 학사운영
한 학부모의 구속은 그동안 숨겨져 왔던 학교 운영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교장폭행 사건이 문제가 된 이 학교 어머니회에서 자체적으로 수집한 어린이들의 건강달리기에 관한 글에는 어린이들이 건강달리기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어머니회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비를 맞으면서 뛰는 것은 너무한 것 같았다. 그리고 겨울에 감기가 심하게 걸렸었는데 추운날씨에도 무조건 뛰라고 하셨다. 그래서 감기가 심해졌다’고 적기도 했고, 어떤 1학년 어린이는‘운동장이 너무 커서 다섯 번 달리고 교실에 가면 다리가 많이 아프고 숨이 차다. 힘들어서 좀 늦게 달리면 선생님이 소리를 지르고 벌을 서야한다. 무섭고 싫다”고 적고 있다.
어머니회는 건강달리기 외에도 이른바 ‘생활도우미’ 운영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어머니회의 한 학부모는 자신이 쓴 글에서 `고학년 형이 교실 앞을 지키고 서서 선생님이 없을 때 떠드는 아이이름을 적어 간다는 말에 너무나 놀랐다"며 `교장선생님이 시켜 그런다고 하는데, 쉬는 시간조차 같은 학교를 다니는 형이나 누나들이 아이들을 감시한다니, 여기가 대한민국이 맞나 싶다"고 적고 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급식시간에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떨어뜨린 아이가 교장선생님 앞으로 자리를 옮겨 선생님이 보고 계신 가운데 벌을 서는 것처럼 꾸역꾸역 밥을 먹고 집에 돌아와 자기가 그렇게 잘못한 것인 지 엄마에게 되물었다"며 `학부모로서 이해하기도, 상상하기도 싫은 문제"라고 적었다.
◆교장, “학사운영에 시비 거는 학부모는 극히 일부”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해당 학교 교장은 어머니회에서 수집한 글과 관련, “문제의 학부모들이 학생들에게 그런 내용을 적도록 시켰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건강달리기를 하면서 안전사고나 무리한 운동으로 부상을 입는 경우는 단 한 건 도 없었고,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건강달리기에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달리기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교장 스스로가 운동에 관한 전문가인데 1학년에게 5∼6바퀴를 뛰도록 시켰겠느냐”며 “1학년 일부 어린이들이 상급생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뛰고 싶어 운동장으로 나와 달리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도우미 운영에 대해서는 “쉬는 시간에 병설유치원 아이들이 초등학교 복도를 뛰어 다니는 등 상급학생들의 자체적인 지도활동이 필요해서 운영하는 제도이며, 생활도우미를 직접 담당하는 선생님이 따로 있는데 교장이 아이들에게 그러한 사항을 시키고 보고를 받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급식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이 필요한 학생에게 식사요령을 교육하면서 몇 번 밥을 먹여 준 사실을 과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장 폭행 학부모는 학사운영 개선을 원했다 초등학교 학부모 교장폭행 구속사태 관련일지
◆3월 11일 : 어머니회 임원 선출, 건강달리기 완화 건의, 교장 거절
◆3월 24일 : 건강달리기를 피해 학교로 들어온 2학년 어린이 체벌
◆3월 27일 : 학교운영위원회, 건강달리기 완화 결정
◆3월 31일 : 임시 어머니회 개최, 학부모 교장 폭행 사건 발생
◆4월 2일 : 교장 폭행사건 연합뉴스 보도, 어머니회 임원 충북도 홈페이지에 객관적인 진상조사 요구민원
◆4월 4일 : 경찰 수사 시작, 교장과 학부모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
◆4월 10일 : 학교 동문임원·학교분쟁조정위원·어머니회 임원 학내사태의 빠른 수습을 위해 서로 사과할 것을 결정
◆4월 12일 : 어머니회, 교장에 사과요청문건 제출
◆4월 16일 : 경찰, 교장에 사과문 요구한 어머니회 임원 조사
◆5월 13일 : 경찰, 폭행 학부모 구속
◆5월 22일 : 어머니회 사과문 발송
◆6월 1일 : 교장 사과문 발송
◆6월 10일 : 폭행에 관한 교장 합의서 제출
◆6월 11일 : 구속 학부모 영동법원에서 첫 공판
건강달리기 과정에서의 체벌문제에 대해 학부모 우아무씨는 3월24일 도교육청 장학사에게 전화상담을 했고, 25일에는 한 시민단체에 체벌과 아울러 2년전 있었던 한 교직원의 음주 사실에 대해 상담을 의뢰했다. 이 단체는 학교에 공문을 보내 확인을 요청했으나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에게까지 구속 학부모의 신변이 알려지면서 일부 학부모로부터 학내문제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비난을 들었다.
교장과 이 문제를 더이상 확대시키지 않기로 한 우씨는 그러나 합의 사실을 알지 못한 학부모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사건 당일 교장이 자신의 이름을 유출한 것으로 생각하고 교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교장실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도 돌보지않는 지역의 상처
3월 31일 교장 폭행사태이후 언론보도와 경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해당 학교분쟁조정위원을 맡은 한 군의원은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교단을 비롯한 어머니회와 아버지회 그리고 학교운영위원회 등 대립의 당사자들을 만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상황은 교육청의 수사의뢰 등 그의 조정의지와는 다른 방향으로만 진행됐다. 교육청의 학부모에 대한 수사의뢰와 관련하여 이 군의원은 “사과문을 받은 사람이 교장이고, 사과문내용이 지나치다던가 하는 문제가 있으면 자신이 처리하면 될 것인데 교장이 교육장에게 상의하고 경찰조사까지 진행된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며 교장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지경까지 상황이 진행됐지만, 지금이라도 교장이 우씨와 어머니회를 포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만희 전교조 옥천지회장은 “교육공무원은 발령이 나고 학교를 옮기고 나면 학내 사태를 잊을 수 있다. 그러나 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의 상처는 고스란히 그곳에서 살아 가야할 사람들에게 남는다”며 “이번 초등학교사태에 대해 지역의 상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이 학교 교장은 지난 10일 폭행 학부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합의서를 구속 학부모의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경찰, 인권침해·과잉수사 논란, 참고인 조사과정서 지문 채취
경찰이 어머니회가 학교 운영에 대해 교장에게 요구한 사과문과 관련, 학부모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참고인으로 소환된 학부모를 입건도 하지 않은 채 지문을 채취하는 등 범죄 피의자로 취급,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를 입건했을 때 작성하는 수사서류인 ‘수사자료표’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학부모 박 아무씨를 대상으로 지문을 채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사과문을 직접 작성했다는 이유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조사과정에서 지문을 찍어 내가 큰 죄를 지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교육청으로부터 수사의뢰를 받고 학부모의 사과문을 검토한 결과 범죄혐의 유무를 조사할 가치가 있는 내용으로 판단을 하고 참고인조사를 시작했다”며 “모든 조사과정을 담당검사를 통해 지휘 받았고, 범죄혐의의 유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사자료표를 작성하기 위해 사과문을 작성한 학부모의 지문을 채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과문에 대한 경찰조사를 지휘한 청주지방검찰청 영동지청의 담당검사는 “경찰의 지문채취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실”이라며 “필요하다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학운위협의회 진옥경 교육위원에 공개질의
지난 10일 군 학교운영위원회 협의회(이하 학운위협의회)는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 29일 진옥경 도교육위원이 교장폭행사태가 발생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내용과 관련하여 진 위원에게 공개질의하고 발언내용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학운위협의회(회장 김규원)는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달 29일 해당 학교를 방문한 진옥경 위원이 교장실 폭행사건과 관련해 `어떻게 구속까지 가게 했느냐", ‘가해자를 위한 탄원서 제출의향은 없는갗라며 가해자 변호로 일관했는데 이 사건의 본질은 ‘교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또 학교를 방문한 ○○초등학교학운위원장이 경위 및 운영위원회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학운위원장에게 “당신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등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진 위원은 지난 10일 청주지역 인터넷언론 `청주기별" 홈페이지에 올린 `교육의 허물을 걸친 위선에 저항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옥천의 ○○초등학교 문제는 일부 학부모들의 건전한 건의가 학교장에 의해 반복적으로 묵살되면서 확대된 갈등과 그 결과에 대해 누가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하는가 하는 물음을 안고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사건 발생 두 달이 다 되도록 원인규명에 착수도 하지 않은 채, 경찰이 인지수사를 해서 구속까지 된 것이기에 교육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강변만 하고 있는 도 교육청 및 지역 교육청, 해당학교 책임자의 안일한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