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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괴산의 풀무원 생활습관힐링센터 로하스아카데미의 동쪽 측면 야경. |
우선 건물의 겉모습이 직선이 아닌 곡선이다. 곡선 건물은 외형이 수려한 반면 건축비가 많이 든다. 면적도 넓다. 1만140㎡(약 3000평)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이고 연면적이 3251㎡(약 980평)다.
명칭이 ‘풀무원 생활습관힐링센터 로하스아카데미(이하 힐링센터)’인 이 건물은 풀무원의 연수원인 ‘로하스아카데미’ 안에 자리 잡고 있다. 풀무원은 힐링센터를 짓는 데 돈을 140억원이나 들였다. 힐링센터의 용도는 청소년 수련원이다. 자체 사옥도 안 갖고 있는 회사가 사회공헌을 위해 거금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것이다.
이 건물은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다. 패시브 하우스는 첨단 단열 공법을 이용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친환경 건축물로, 외부에서 열을 끌어 쓰는 데 ‘수동적인(passive)’ 건축물을 말한다. 즉 에너지 낭비를 막고 외부로 열이 새는 것을 방지하는 건축물이란 뜻이며 일반 건축물 대비 에너지가 80~90% 절감된다. 독일에서 1991년부터 짓기 시작한 패시브 하우스는 기후변화시대를 맞아 새로운 건축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힐링센터는 패시브 하우스의 핵심인 첨단 단열 공법에,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액티브 하우스 개념까지 도입한 친환경 건축물이다. 태양열과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 1㎡당 연간 난방에너지 요구량이 9.4kwh로 기존 연수원 건물과 비교해 연간 난방에너지를 88%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 ▲ 힐링센터의 정면 입구.
힐링센터는 국내에서 가장 큰 패시브 하우스이자 수련원 용도의 패시브 하우스 중 세계적으로 최상위권 규모와 레벨을 자랑한다. 이 건물이 탄생한 데는 남승우 풀무원홀딩스 총괄사장과 로하스아카데미 책임자인 김혜경 부사장의 공이 컸다.
김혜경 부사장은 풀무원의 유기농 브랜드인 ‘올가’를 론칭시키고 국내 대표적 유기농 브랜드로 키운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그는 2009년 여름 남승우 총괄사장에게 추가로 짓는 연수원을 패시브 하우스 방식으로 짓고 용도도 직원 연수원뿐만 아니라 외부인을 위한 청소년 수련원으로 활용하자고 건의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그해 가을에 남 사장은 김 부사장을 불러 프로젝트를 해보라고 지시했다. 친환경이 트레이드마크인 풀무원은 건물도 친환경적으로 지어야 한다는 취지에 남 사장이 공감했고 남 사장도 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이때부터 김 부사장의 고민이 시작됐다.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설계다. 패시브 하우스는 유럽이 가장 앞서 있고, 그중에서도 독일이 가장 발달해 있다. 김 부사장은 생각이 통하는 건축가를 찾기 위해 세계를 샅샅이 뒤져 독일인 건축가 게르노트 발렌틴(Gernot Vallentin)을 찾아냈다. 그는 발렌틴을 한국의 현장으로 초청했고 2010년 5월 발렌틴은 부인과 함께 한국으로 날아왔다. 김 부사장과 발렌틴은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사흘 동안 토론을 했고 만족스러운 콘셉트를 잡았다. 김 부사장은 우리 전통정원 양식처럼 자연과 사람이 소통하고 공존하는 건물을 지어달라고 요구했는데 발렌틴은 이 요구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 ▲ 객실이 위치하고 있는 힐링센터의 서쪽 측면.
발렌틴은 건물 옥상에서 바로 야외로 연결되도록 다리를 설치하고, 건물의 외관을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구현해 건물과 주위 자연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또 주변의 자연석이나 목재를 이용하는 등 자연 재료를 활용해 최대한 친환경적 설계를 했다.
힐링센터는 단열에 심혈을 기울였다. 9억1700만원을 들여 낡은 신문을 활용한 친환경 단열재인 셀룰로이드와 3중 로이유리, 고(高)기밀, 고(高)단열 창호를 적용했다. 단열이 완벽하게 설계되고 시공된 것은 객실에서 창가에 서 있어도 방 한가운데와 온도 차가 전혀 없다는 데서 실감할 수 있다.
- ▲ 단열 시공 장면.
이런 노력의 결과, 힐링센터는 국내 최초의 패시브 하우스는 아니지만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시공 등 총 3단계에 걸쳐 독일 패시브 인증기관인 PHI(Passive House Institute)의 엄격한 기준을 국내 최초로 통과했다.
김 부사장의 여성 특유의 섬세한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도 많다. 힐링센터는 객실 사용자들의 건강을 위해 7500만원을 들여 황토로 내부 마감을 했다. 덕분에 아토피가 있는 청소년들도 여기 와서는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일깨워 주는 데도 신경을 많이 썼다. 객실에 비치된 전통 침장류(寢裝類)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50대 이상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어릴 때 색동이불을 덮고 잔 추억이 있는데, 그 추억을 재현했다. 객실에 들어가서 침장류를 보고 있노라면 색동과 오방색(五方色)이 빚어내는 조화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침장디자이너 강금성씨의 작품이다. 김 부사장은 “최고의 침장류 디자이너를 찾아내느라 고생 좀 했다”고 말했다.
- ▲ 전통 침장류가 비치된 한실 타입 객실.
- ▲ 김혜경 부사장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내년부터는 아토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한 특화 프로그램, 비만 예방 및 다이어트 프로그램, 가족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또 국가인증 청소년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 교육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김 부사장은 월요일 아침 일찍 경기도 성남시 분당 집을 떠나 이곳으로 출근한다. 서울 본사에 회의가 없으면 주중에는 힐링센터에 머물면서 20명가량의 인력을 지휘해 힐링센터를 운영한다. 금요일 오후 일과가 끝난 후 비로소 분당 집으로 돌아간다. 그는 “생활습관힐링센터를 마지막 사회봉사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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