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반하다/ 이한성
그냥 보기만 해도 눈에 들어 가득한,
아내가 반색하며 싸늘하게 말했다
이것은 사기 결혼이에요
나는 이미 고백했다
어릴 적 돌멩이가 한쪽 눈을 가져간 뒤
껌벽여도 감기지 않는 눈을 얻어 사는데
아내는 새삼스럽게 벼랑 길로 내몰았다
한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아름답다
감사하며 사는 인생 모든 것이 소중한데
아내는 겉모습만을 사랑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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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시인의 노래/ 박명숙
터미널 커피숍을 물방개처럼 들락거렸네
미스 리에게 순정을 갖다 바친 몇 년 세월
비 오는 논두렁 길은 말랑말랑 가려웠네
시외버스가 들어왔다 더 멀리 나가는 곳
등 기대어 종알대던 빗소리 따뜻한데
오늘은 오토바이에 뒷자리가 남아 있네
떠돌지 않으리라 외로 먹은 마음 있어
촐촐한 논두렁마다 제비꽃 지천이거늘
덩그런 버스 터미널에 오토바이만 스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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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초저녁/ 우은숙
느닷없이 날아든 전쟁 소식 접어들고
환절기 등뼈마다 몸살 앓는 꽃잎들
온 세상 경계에 서서
눈치로 서성인다
마음을 구겨 넣고 온종일 떠돌고도
마른침 독을 키워 혓바늘에 꽂았는지
큰 한숨 지구 밖으로
외면하듯 밀어낸다
지구는 금이 가고 눈물마저 식은 채
나의 가장 나약한 초저녁이 깊어진다
내 몸을 작게 만들어
기도로 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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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받듯 꽃을 받듯/ 정수자
이삿짐 풀다 말고 다리 뻗고 울고만 싶던
놓다 집다 버린 책에 가위눌린 날도 가고
벌 받듯 책을 또 꽂는 셋방에도 봄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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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지 속의 한 편
가히/ 2024년 여름호/ 6호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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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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