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 마리애가 지닌 영적인 힘 -유수일(F. 하비에르) 주교, 군종교구 교구장

[보니파시오]

레지오 마리애가 지닌 영적인 힘 -유수일(F. 하비에르) 주교, 군종교구 교구장

내가 신심단체인 ‘레지오 마리애’를 만난 것은 사제 서품을 받은 후 본당 신부로 일하게 된 때부터다. 나는 1980년 7월부터 1982년 4월까지 짧은 기간, 경남 진주의 칠암 성당에서 본당 신부로 사목했다. 지나고 보니 이것이 본당 신부 생활의 시작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그런데 이 짧은 기간의 사목생활 중 기억에 늘 남아 있는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성당에서 아주 활발했던 신심 단체 ‘레지오 마리애’와의 만남이었다.

사실 나는 레지오 마리애 교본도 제대로 다 읽지 않았다. 다만 내가 신약성서가 말하는 성모님의 삶을 읽었기에, 레지오 마리애가 어떤 영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내가 사목했던 진주 칠암 본당은 신자 수효가 1500여 명 정도였는데,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이 15개가 넘은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각 쁘레시디움의 주회에 들어가 권고의 말을 해주기도 벅찼고, 그래서 어떤 때는 강복만 주고 나오곤 했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몇 가지 특징들을 보여주었다. 우선 묵주신공을 비롯해 성체조배 등 기도생활에 열심 했고, 한 주간에 해야 하는 의무 봉사 두 시간을 충실히 이행하려 했고(자주 그 이상으로), 복음전파에 있어 열심 했다. 특별히 복음전파와 관련해 봉사정신이 강하여 냉담자 회두를 위한 방문, 병자방문, 그리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찾아가 연도를 바치고 그들의 장례미사에 참석하고 장지에 가는 데에 있어 모범을 보여주었다. 정말 복음전파의 훌륭한 일꾼들이었다. 나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이룩했고 지금도 이룩하고 있는 개인 성화와 복음전파 업적은 참으로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레지오 마리애가 한국에서 계속 융성하기를 바라고 있고, 본당 사목자들이 우선적 관심사의 하나로 이 신심단체를 격려해주고 육성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지난 25여 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의 가톨릭교회 본당들을 가 볼 기회를 가졌는데, 나의 관찰로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본당들만큼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을 많이 가진 본당들이 없는 것 같고, 한국의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만큼 열성적으로 일하는 곳도 없는 듯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정생활과 직장 생활을 위해 매우 바쁘게 살아가지만, 교회의 복음 전파 봉사직에 헌신하고 있다. 정말 자랑스럽다. 이 축복의 현상은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이다. 나는 내가 보고 있는 이 큰 긍정적인 관점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이 지적하는 작은 몇 개의 약점들은 말하지 않고 싶다.

‘레지오 마리애’는 “성모 마리아의 군단”이라는 뜻으로서 성모님의 군사가 되는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성모님의 군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모님이 지니셨던 덕성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성모님이 지닌 첫 위대한 덕은 바로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그 믿음 안에서의 절대 순종이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시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는 성모님의 믿음에 찬 순종의 응답을 나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또한 “주님의 종”이라는 겸손의 덕을 추구하는 것이다. 루카복음 1,46-55의 “성모찬송가”는 하느님을 찬송하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성모님의 겸손이 충만히 드러나는 기도문이다. 이 찬송가는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라고 노래하고 있다. 또한 성모님의 군사는 좋은 표양과 말씀의 직접 선포와 기도로써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투신한다. 사도행전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예수님의 제자들과 성모님이 예루살렘 성 안의 한 위층 방에서 함께 한 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참조: 사도 1,12-14).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기도와 봉사가 지속되는 한 세상의 복음화 역사는 힘차게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나는 개인으로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에게 감사드리면서, 이들이 지닌 영적인 힘이 우리 교회를 언제나 영적으로 풍요롭게 하고 성령의 열매들을 풍성하게 맺어주는 포도나무의 가지들이 되어주기를 기도한다. 나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을 향해 구약 민수기 6, 24-26이 기록하고 있는 축복 기도문(흔히 “아론의 축복”이라고 함)을 복수형複數形으로 또 문장을 약간 고쳐서 바쳐드린다. “주님께서 그대들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들을 지켜 주시기를! 주님께서 그대들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들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시기를! 주님께서 그대들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들에게 평화를 베푸시기를!”

월간레지오마리애 2011년 2월호 http://l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