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집을 나설때는 반달이 지는 것인지 서쪽 하늘 아래쪽에 보인다. 4월이라서 하늘은 아직 어슴새벽이지만 5월 둘째주에 다시 나설 때는 여명 시간이 될 것이다. 몽산포주차장에 도착한다. 오늘도 하늘은 깨끗하다. 평택지역과 서해대교 부근을 지날 때는 안개가 무척 심했는데 어느 틈엔가 태안 몽산포 해안가는 안개가 사라졌다. 주차장 입구에 들어설 때 차창 너머로 태안국립공원 남면분소가 보인다. 지난 66코스를 마쳤을 때는 몽산포항에서 넘어오느라 마주치지 못했다. 2021년도에 태안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해서 올 때는 마을 앞의 달산2리 농협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도보로 오면서 남면분소를 경유했고 여기 사무실에서 국립공원투어 스탬프를 찍은 후 담당자에게 인증샷을 부탁한 곳이라서 생생한 기억이 있다.
주차장에서 해변 입구로 다가간다. 날이 깨끗하여 바다 건너편으로 섬들의 윤곽이 들어온다. 거아도와 울미도 그리고 삼섬과 지치섬이 손잡힐 듯 지척이다. 우측면에는 지난 코스에서 만났던 몽산포구와 등대 그리고 안목도가 들어온다. 몽산포방파제 중간 부근에는 안목도와 갯바위 사이로 넘어가는 일몰사진을 찍는 장소라고 하며 날이 맑을 때는 밤중에 은하수도 담을 수 있다고 하니 출사지 명소로 보인다. 오늘의 간조시간은 낮 12시경이라서 현재는 바닷물이 계속 밀려가는 중이다. 그래서 해변에는 해루질을 위해 플라스틱 통이나 비닐 그리고 호미나 갈퀴등을 들고 갯벌로 들어가는 가족들이 많이 보인다.
이번 코스는 66코스 안내판에서 QR 인증을 받았지만 별도로 코스 안내판과 함께 있는 작은 스탬프함에서 종이에 도장을 찍고 출발한다. 오늘은 왜 평소와 다르게 모바일 QR 인증외에 도장을 찍을까. 태안군에는 서해랑길이 65코스(태안관광안내소)부터 75코스(구도항)까지 11개의 코스(188Km)가 지나가는데 이를 완주하면 기념배지와 완주증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막 팀장이 태안군 담당자와 협의하여 A4용지에 거인산악회에서 9개의 완주 코스를 인쇄하고 서해랑길66코스와 65코스는 별도로 안내판에 있는 스탬프를 찍어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 기념배지를 준다고 하는데 어느 누가 이를 마다할 것인가. 태안해변길의 로고 조형물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출발한다. 그런데 명사포님이 핸폰을 들고 머뭇거린다. 새로 핸폰을 장만했는데 두루누리앱의 설치 인증이 잘 안되고 있는 것이다. 옆에서 도움을 주고자 했으나 시간이 없다보니 조급해 지면서 잘 처리되지 않아 QR 인증을 받지 못한채 출발한다.
로고 조형물 뒤로 몽산포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으나 어쩐 일인지 지금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3층 정도의 높이면 해변의 전망이 꽤 괜찮게 보일것 같은데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세상은 요상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으나 그런 류는 아니길 바랄뿐이다. 해변4코스를 알리는 아치형태의 솔모랫길 입구로 들어간다. 지난 번 서해랑길 68코스의 파도리에서 끝난 태안해변길의 3코스(파도길)는 이곳 몽산포해변에서 솔모랫길이라는 이름의 4코스로 드르니항의 대하랑꽃게랑 인도교까지 이어진다. 다만 서해랑길은 청포대해변까지 함께 가다가 좌측의 내륙으로 길을 꺽어 천수만으로 향한다. 모래언덕인 해안사구에 만들어진 자연관찰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관찰로는 해변에 빼곡히 자라고 있는 해송 사이로 길을 이어간다. 이제 두 달 정도만 지나면 이 넓은 모래해변은 사람들로 가득 찰 것이니 그야말로 지나가는 시간이 광속이다. 붉은 꽃들이 연녹색 잎사귀 사이로 보인다. 해안 모랫가에 잘 적응된 해당화꽃이다. 5월부터 피는 꽃으로 알고 있는데 벌써 서해안의 해변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어서 걷는 마음을 가볍게한다.
해변은 해변 나름의 식물들이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해당화도 있고 쑥과 비슷하게 생긴 사철쑥도 모래해변을 녹색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의 깃대종은 표범장지뱀과 매화마름이지만 멸종위기종이라서 길가에서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좌측면 끝으로 작은 섬이 보이는 곳은 마검포항이다. 청포대를 지나야 만날 수 있는 곳이라서 이번에는 경유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포구를 찾을 날이 있을 것이다. 바다 건너 맞은 편에는 몽산포해변 입구부터 따라오는 거아도와 을미도가 수면에 떠 있다. 관찰로에서 샛길로 이어진 해변 끝에 서서 몽산포쪽 해변을 바라보니 지금은 갯벌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아직도 갯벌은 바다쪽으로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라서 점점 바다 멀리에서 해루질을 할 것이다.
해안사구에서 살아가는 식물 사진이 실린 안내판을 바라본다. 조금 전에 보았던 사철쑥은 나와 있지 않지만 좀보리사초, 갯그령, 순비기나무, 갯완두, 갯메꽃, 해당화 모두 알아보겠다. 서해랑길을 걷는 만큼 보는 눈이 높아졌다. 달산포해변이 1.7Km 남았다는 이정포를 지난다. 안목도 뒤의 내륙은 황사가 낀듯 흐릿하지만 몽산포 주변은 아직 깨끗하고 가시거리도 좋아서 갯벌에 옹기종기 모여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전하지만 걸어온 만큼 약간씩 작아지고 있다. 몽산포 해변은 달산포와 청포대까지 이어진다. 전체적인 해안의 길이는 약 13Km 정도되는데 동양에서 제일 길다고 한다. 그러니 좌우로 둘러보면 끝과 끝이 과연 멀기만하다. 해송 사이를 계속 걸어가면 달산포 해변을 경유하는데 이곳은 웬일인지 사람들이 너무도 없다. 펜션시설이 보이지 않는데 이게 원인일 듯하다. 해송이 없는 사구에는 연녹색의 풀들이 무성하다. 갯그령으로 보인다.
길은 잠시 해변길을 벗어나 달산포제방을 걷는다. 물이 가득 찬 농경지를 옆에 두고 우아한 펜션이 눈에 들어온다. 바닷가 바로 옆인데 여기서는 해안 분위기 대신에 목가적이고 전원 풍경을 연상케하는데 무엇이 이런 기분을 느끼게할까. 거리가 짧은 제방을 걷는다. 우측으로 해변과 연결되는데 바닷물이 여기까지 밀려오는가 보다. 우아하게 보였던 하늘채펜션을 지나며 4코스 솔모랫길 아치 조형물로 들어간다. 배너 거치대 광고가 눈에 띤다. 아웃도어 브랜드인 그레고리에서 캠핑이벤트를 실시 중이며 그 일환으로 FEEL몽산이 진행중이다. 태안의 해변4코스인 솔모랫길 약 4Km를 다녀오는 행사다. 어디서 부터 시작하는지 모르지만 이곳은 포인트4 지점이다. 다시 해송 숲길 사이를 걷는다.
달산포수문 앞을 지나 소나무 군락지를 지나면서 열린 곳으로 비치는 해변은 달산포 제방과 수문에서 나오는 하천물이 흐르고 그 뒤로 갯벌이 드넓게 펼쳐진다. 해루질하는 사람들은 바다와 접한 곳까지 멀리 나가있는 모습은 보이지만 몽산포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몽산포항에 있는 안목도가 보이고 그 뒤로는 연포해변과 신진도까지 이어지는 땅들이 옅은 황사의 영향을 받아 희미하게 바다로 뻗어 나가고 있다. 이렇게 보이는 모습도 청포대를 지나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잠시 서해바다와는 접하지 않는다. 폭이 아주 좁은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온다. Feel몽산의 반환점을 알려주는 베너광고 거치대가 서 있고 그 옆의 길을 따라 숲속으로 직진을 하여야 하지만 여기서는 우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해변으로 다가간다. 해송길을 계속 걸었으니 달산포해변따라 청포대로 가고자 함이다. 차량들로 분주한 달산포진주캠핑장을 지나면 바로 해변으로 연결된다. 오전이 정오로 넘어가는 시간인데도 달산포 해변에는 사람들은 적게 보이고 갯벌 끝쪽으로 아주 작은 움직임이 있을 뿐이다.
모래해변은 단단해서 발이 잘 빠지지 않아 걷는데 어렵지 않다. 명사포님과 해변을 따라 청포대쪽으로 내려간다. 좌측 사구 뒤로 공사중인 건축물이 보인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선보일 태안 해양치유센터 건물이다. 해수부는 태안을 비롯하여 전남 완도, 경북 울진 그리고 경남 고성에 4개의 해양치유센터 건립를 진행하고 있다. 해양치유는 바닷 바람과 파도 소리, 바닷물, 갯벌, 모래 등의 해양자원을 활용해 체질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올리는 건강관리법이라고 한다. 달산포는 해송숲이 있고 단단한 모래가 있어서 야외에서도 힐링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하니 치유센터가 완공되면 연안지역의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얀 조개 껍데기 무리가 모래에 속에 묻혀 있기도 하고 모래해변 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게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는 모습도 들어온다. 해변은 아주 작은 구멍들이 뜷려있고 그 주변으로는 동글동글한 모래 알갱이들이 산재되어 있다. 다양한 게들의 생태계를 보여주고 있다. 모래 해변에는 너무도 많은 작고 작은 게들이 모래 구멍과 구멍사이를 들락날락하며 분주하다. 발걸음에 압사당하는 새끼 게들이 있을 것 같아 조심해서 발을 밟지만 워낙 많은 어린 것들이 해변에 있다보니 알게모르게 죽는 놈들도 부지기수 일 것이다. 청포대해변 입구에서 서해안길을 만나 해안길을 따른다. 포장길 좌우에는 캠핑장이나 펜션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바다가 되고 싶은 비, 청포대아재펜션, 비비체, 그녀의바다 같은 이름도 있다. 도로 따라 해안 끝에 가면 우측의 자라바위가 있는 해변으로 인도하는 곳에 작은 노루미재 표지석이 있다.
노루 꼬리와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별주부전에서 토끼가 육지로 와서 간을 빼놓고 다니는 짐승이 어딨냐고 하며 자라를 놀리고 사라진 곳이 이곳 노루미재라는 유래가 적혀있다. 이 지역에서는 이런 구전이 있어서 표지석을 세웠지만 해변에는 그에 걸맞는 자라바위도 있다. 그 바위가 보이는 해안가에서 명사포님이 편의점에서 구입한 참치김밥을 먹으며 아주 짧은 휴식시간을 갖는다. 천천히 자라바위로 다가간다. 10년전에 친구들과 태안해변4코스인 솔모랫길을 걸을 때 이 바위을 본 기억이 있다. 바위 사면에는 소나무와 다른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바위로 올라가는 입구에 설치한 표지석에는 토끼에게 속은 자라가 탄식하며 죽은 장소가 이 바위라고 써 있고 바위 맞은편 절벽 아래에는 자라 등에 올라탄 토끼의 조각상도 만들어져 있다.
어렵지 않게 바위 위를 올라간다. 좌측으로는 휘어진 해변 끝에 작은 섬이 보이는데 그곳이 마검포항이다. 서해안길은 그곳을 경유하지 않기에 이렇게 바위에 올라 원경만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해변 중앙에는 돌을 높게 쌓아 만든 형태의 인조물이 보인다. 독살이다. 밀물때에 물고기가 들어왔다가 썰물때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어선 조업이 발달하고 유지관리가 쉽지 않아서 지금은 이런 방법을 거의 볼 수가 없다고 한다. 제주도의 원담과 유사하다. 우측면으로는 바다 건너 연포지역과 몽산포의 안목도부터 길게 이어진 몽산포해변과 창포대 해변이 펼쳐진다. 보기만해도 해변과 갯벌이 굉장히 광활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사람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여름이 다가오면 엄청난 인파가 이 해변을 누빌 것이다. 우측 가까운 해안에는 붉은 지붕이 있는 펜션들이 줄지어 있는데 10년전에도 보았던 건물들이다.
해변 대신에 숲길로 이동한다. 자라바위가 포토존 조형물의 둥근 원 안으로 들어오는 곳을 지나 걷다보면 2001년부터 해안사구를 복원 중인 곳을 지나간다. 깍여나간 사구 앞에 대나무로 만든 모래포집기를 설치하여 자연적으로 모래가 쌓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학암포나 신두리 해변 등에서 보았던 그런 구조물이다. 몇 년 지나면 모래포집기 높이까지 모래가 퇴적된다고 하니 꽤나 친환경적이다. 해변 너머로는 자라바위에서 보았던 독살이 물이 빠져 나간 상태로 해안을 따라 길게 담을 쌓고 있고 해루질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조개 등을 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원청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해안으로 가는 길목에는 철문이 닫혀 있는데 해변내 차량금지 안내판이 있다. 예전에는 오토바이 등이 출입을 하였던 모양이다. 모래해변이 단단하니깐 가능했을 것이다. 이 해변에는 바지락 양식장이 선재해 있으니 더욱 그럴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좀 더 가까워진 마검포항의 섬을 보고 숲길을 계속 이어간다.
해변길 안전쉼터 부근에 어떤 조형물이 서 있다. 요 놈이 바로 해안국립공원의 깃대종으로 알려진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표범장지뱀이다. 두 발을 딛고 앞발은 허리에 붙인채 꼬리는 살짝 들어올리며 곁눈질을 하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도마뱀을 연상케한다. 해안으로 빠져나가는 물길 옆으로 걸으며 나리와꽃창포펜션 옆을 스쳐간다. 작은 하천 다리를 지나며 바로 솔모랫길 아치 조형물을 따라 숲길로 들어간다. 이 부근에서 서해랑길과 솔모랫길은 제 갈길로 가게 되어서 주변을 살피면서 천천히 걷는다. 잠시 후 신온리 이정표가 나온다. 백사장항 표시는 이해가 되는데 이정표 기둥에 있어야 할 서해랑길 로고는 보이지 않고 숲길은 좌우 두 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두루누비앱을 켜서 살펴보니 길이 조금 어긋났다. 서해랑길이 보이는 지점으로 헤쳐가니 어느 리조트가 나오는데 관련 정보가 전혀없다. 근처에 있던 어느 분이 이곳은 사유지라고 한다. 그래서 우측으로 빠지는 길이 보여서 그리로 간다. 마침 숲속 길에 리조트에서 설치한 이정표가 보이는데 지오랜드 방향이 있다. 지금 이 길은 리조트의 산책길로 생각한다. 무척이도 큰 마늘 밭을 지나간다. 대형 농장으로 생각되어 지도앱을 찾아보나 관련 정보가 없다. 청포대와 이어진 도로와 만나면서 서해랑길과 합류한다.
도로 따라 걷는다. 파라독스펜션을 지나면 제법 운치가 있는 수선화펜션이 나온다.조경을 멋있게 꾸몄고 색이 바랜 해치상 두 개가 보인다. 그 즈음에서 길은 마검포항 선상낚시 출조 전문인 만쿨피싱수산 사무실 옆으로 난 좁은 길로 들어간다. 이제 좌측의 동쪽 방향으로 틀어서 천수만으로 다가간다. 당분간 서해 넓은 바다는 접어두고 태안 안면도와 홍성군과 보령시의 내륙 사이에 조성된 천수만의 바다를 보게된다. 내륙으로 들어가면 농촌풍경이 펼쳐진다. 이제 봄이 돌아왔으니 산천은 신록으로 변해있고 검은 비닐이 덮인 밭도 자주 보인다. 신온리 마을은 풍경이 마음에 든다. 산자락이 마을을 지키고 있고 조금씩 떨어진 마을 집들은 주황색 지붕 기와가 주종을 이루고 있어서 뒷산의 연녹색과 잘 어울린다. 경사가 적은 산비탈 아래에 있는 소나무 한 그루는 멀리서도 그 위상이 느껴진다. 길은 운이 좋게도 그 쪽으로 다가간다. 마을 길 옆 비탈에 우뚝 솟은 소나무는 보느 순간 위엄이 있고 주변의 나무들은 기가 죽어 있는 듯 하다. 낙뢰나 태풍으로 부터 보호되면 명품송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신온1리마을회관을 지나는데 논두렁에 둥근 민들레 홀씨가 보인다. 하얗게 핀 꽃대를 조심해서 꺽은 다음 손바닥으로 빠르게 둘린다. 순간 하얀 홀씨는 봄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마을 논밭으로 퍼져 간다. 얼마나 많은 홀씨가 내년 봄에 생환을 할 지는 모르겠으나 이제부터는 제 운명에 달렸다. 안면도와 태안 몽산포를 연결하는 77번 국도를 건너간다. 막 팀장이 얘기한대로 신호등 앞에서 보행신호 버튼을 누르니 금방 파란색으로 변한다. 계속 포장 길을 걷지만 농촌 풍경은 변함이 없다. 아직은 쉬고 있는 경작지가 대부분이지만 5월초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농로길을 한동안 이어간다. 날은 맑아서 햇빛이 강하게 비추기에 등산용 수건을 머리에 쓴지는 오래되었다. 자외선이 장난아니다. 영묘전 가는 길 안내판을 바라보며 수로 옆의 농로를 따라 지루하게 논밭을 지나간다. 흙갈이를 마친 경작지에 물이 담긴 곳도 있고 물이 말라버린 곳도 있지만 때가 되면 모두 녹색의 물결들을 보여 줄 것이다. 포장이 덜 끝난 도로를 걷기도 하지만 태안군의 공설 영묘전 200m 앞에서 길은 좌측으로 급하게 꺽는다. 이 즈음에서 막 팀장의 전화를 받는다. 도로에 주차중인 버스를 이용할 일행을 확인한다. 명사포님은 오늘은 완주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확인을 해보니 대략 2Km정도 뒤쳐졌다. 이정표를 보니 종점까지는 약 5.4Km가 남았으니 대략 계산해 보면 오후 4시 까지는 충분히 도착하겠다.
직선화된 농로를 따라 한동안 가야한다. 물론 보이는 사람은 전혀 없다. 지루한 길이 계속 이어질 즈음에 수로 옆으로 활짝 핀 유채꽃이 그나마 피로를 풀어준다. 77번 국도에서 빠져나온 96번 지방도를 건너간다. 홍성 궁리항에서 천수만의 서산방조제를 지나 몽산포로 갈때 이곳을 경유한다. 횡단보도 옆의 밭에서는 구멍 뚫린 검은색 비닐 위에 고추 모종을 심는 작업이 한창이다. 청양고추 여부는 영역밖이라서 알 수 없다. 당암리다목적회관을 지나면 숲길이 나온다. 햇빛이 뜨겁다 보니 이런 길은 환영이다. 언덕길을 오르면 좌측 열린 공간속으로 어느 시설물과 커다란 농경지 그리고 바다 건너 산이 보인다. 지도를 보고 확인해 보니 작년 9월 초에 지선 64-1코스(창리선착장 출발)걸을 때 보았던 전경들이다. 시설물은 현대자동차 그룹의 HMG드라이빙익스피리언스센터다. 타이어의 성능을 시험하는 주행장과 여러 종류의 드라이빙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앞에 보이는 농경지는 천수만의 부남호에 만들어진 간척지이고 저 멀리 보이는 산은 서산 부석사가 있는 도비산이다.
이렇게 7개월만에 반대편에서 저 전경을 그대로 보게되니 가슴이 울렁거린다. 익스피리언스센터는 안쪽에 있고 거기다가 나뭇가지에 가려서 형태만 알아보지만 부남호와 도비산은 명확하다. 길은 야산을 빙돌아 서서히 내려간다. 그러면서 펜션이있는 곳에서 바라보면 센터는 더욱 넓게 보인다. 관제탑 같은 것도 보이고 비행장 같은 하얀 건물도 보이는데 용도는현재로서는 당연히 모른다. 몇 채의 건물을 보면 펜션 같은데 아무도 보이지 않으니 무슨 일일까. 간척지의 농경지 길을 따라 96번 지방도 옆을 걸어간다. 경관이 아름다워서 피로가 금방 사라진다. 서산농장의 현대건설 로고가 그려진 곡물 저장고인 사일로도 보인다. 불과 7개월 전에 다녀갔으니 기억이 선명하다. 간척지가 너무 넓다보니 바로 앞에 가는 길이 보이지만 금방 다가가지는 않는다. 분수문70번이라고 쓴 시설이 수로 하천에 보인다. 아마도 간척지 논에 농업용수를 조절하는 기능으로 생각된다. 그 곳에서 간척지의 논에도 작은 수로가 드라이빙센터까지 이어진듯 끝이 보이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
다시 야산을 넘는다. 지방도로 곁을 떠나 비스듬히 언덕을 오른다. 근사하게 지어논 무인호텔을 지나면 조경이 잘 정리되어 있는 일진PMS태안연수원을 만나는데 워낙 경관이 예뻐서 열려 있는 문을 따라 들어가본다. 건물 앞에서 보면 바다와 일체가 된 당암포구의 모습이 펼쳐진다. 연수원을 아주 아름다운 곳에 설치했으니 연수받는 고단함은 금방 날려 버릴 듯하다. 다시 언덕을 내려가면 서산방조제와 부남호의 전경을 보여준다. 방조제의 중간 즈음에 흰 둥근 조형물이 있다. 그곳이 태안관광안내소가 있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용왕님밥상 식당 앞에서 교차로를 지나면 지방도 아래의 자전거길과 연결된다. 육교 아래의 터널을 지나면 바다였던 부남호가 나온다. 날이 깨끗해서 먼곳까지 잘 보인다. 좌우측으로 2개의 산이 새로 보인다. 형태를 보니 알아보겠다. 좌측에 있는 것은 지난 65코스 걸을 때 보았던 백화산이고 우측은 서산의 그 유명한 팔봉산이다. 처음엔 팔봉산만 보이다가 좀 더 방조제를 걷다보니 안쪽에 있던 백화산까지 보여준다. 방조제에서 부남호를 보면 바다 그 자체로 느껴진다. 태안관광안내소가 가까워진다. 그러면서 농경지에 가려저 있던 익스피리언스센터의 흰 건물도 드러내고 있다.
커다란 원형의 조형물로 다가간다. 원 안에는 쌍돛 형태의 배에 도자기가 가득 들었고 낚지 한마리가 사발 모양의 도자기 위에 붙어 있다. 이는 2007년도에 고려청자를 발견했던 태안 보물선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상징 기념탑이다. 관광 안내소 뒤쪽에 있는 65코스 안내판에서 QR 인증을 하고 막 팀장으로 부터 아침에 받았던 A4용지에 65코스의 스탬프도 찍는다. 그리고 태안의 서해랑길 11개 코스에 대한 완주 기념 배지를 받는다. 배지는 4개의 원형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앙에 작은 원을 넣어서 태안 서해랑길 스탬프투어라는 글이 새겨있다. 그리고 4개의 원형에는 태안의 명소인 신두리해변, 만리포타워, 파도리의 해식동굴 그리고 백화산의 구름다리가 상징적으로 그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