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째를 맞이하니 식욕은 점차 사라져 한결 편하게 하루를 지냈습니다.
대장이 비었는지 오늘은 배변도 하지 않았고, 소변만 수시로 보았습니다.
피부가 단식 전에 비해 매우 부드러워진 듯하고,
뇌가 맑아지고 집중력이 높아져 사소한 일에도 진지한 자세로 임하려는 스스로의 모습이 대견합니다.
평소에도 되도록이면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 다짐하며
생활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곤 했는데,
단식 후에는 좀 더 느긋하게 일상을 바라보게 되고,
무언가를 판단하기 전에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먼저 이해하려 노력하게 됩니다.
배는 상당히 들어가서 늘어난 뱃가죽이 주름이 되어 남아있고,
몸무게도 체중계에 올라서 보지 않았지만 최소 2킬로그램 정도는 빠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몸이 가벼워졌다는 것이지요.
어제밤에는 두차례 정도 잠을 깼는데,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화장실이 급했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30분 정도 유산소 운동을 하고,
일과시간 오전에는 오후에 있을 체험학습 준비를 하였습니다.
점심시간에 잠시 숙소에서 오침을 하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약 2시간 동안
대구산격중학교 친구들과 연만들기 체험학습을 진행했습니다.
연에 얽힌 이야기와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연 만드는 친구들을 도와주고, 마지막으로 연이 날 수 있도록 하기까지
잠시도 쉬지 않았지만, 체력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더니 벌써 단식 기간의 3분의 2가 지났습니다.
숙소에 들어오면 편하게 읽히는 책들이 손을 떠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읽고 있는 책은 바다를 주제로 쓴 '주강현의 관해기'인데, 다음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세종대왕이 농사직설을 편찬하시면서 "오리부동(五里不同)"이라 했다.
즉 조금만 떨어져도 풍속이 같을 수 없으니
경험 많은 노인들에게 관행 농법을 광범위하게 채록하라는 말이다.
바다는 오리부동 정도가 아니라 바위 하나만 떨어져도 어종이 달라진다.
그러한즉 풍부한 토착지식을 지난 늙은 어부들에게 각각의 경험을 들을지어다.'
생태적 다양성의 중요성과 함께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을 지적한 소중한 깨달음을 준 구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