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불교명상수행에서 고통의 치유
앞에서 고통의 원인과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서 거론하였다. 여기서는 위에 바른 진리, 지혜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실천적인 수행법을 보게 될 것이다. 불교의 수행방법으로 많은 것들이 알려져 있고, 요즘에는 '명상'의 이름으로 많이 보편화되어지고 있다. 명상은 마음의 고요와 통찰을 개발하고 근본적인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방법, 혹은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고 고통으로부터 해탈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여러 수행 중에서도 위빠사나(vipassana, 觀)와 사마타(samatha, 止), 그리고 간화선에 대해서 자세히 고찰해본다.
1.사마타(samatha, 止)
먼저 사마타(samatha, 止)는 집중하는 수행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마음을 집중하게 해서 어지럽고 산란한 마음을 멈추게 한다 "찰나의 순간에 사라지고 생기는 마음들에 대해서 우리가 호흡이나 몸에 몰입되어 어떤 다른 대상에 의해 동요되지 않고 생멸하는 마음이 순일하게 흐르는 상태를 삼매(선정)라 하고, 이 맑고 고요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을 사마타 행법이라 한다." 사마타수행 방법 중에서도 오정심관에 대해서 더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오정심관(五停心觀)은 불교수행에 입문한 수행자가 기초적으로 닦는 수행법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건강하지 않은 상태인 탐욕, 화, 무지인 삼독(三毒)과 자아에 대한 집착, 그리고 분별하는 마음을 제거하는 수행법이다. 이 다섯 가지 수행법은 부정관, 자비관, 인연관, 계분별관, 수식관으로 되어있다.
먼저 부정관(不淨觀)은 탐욕을 가진 사람에게 적합한 수행법이다. 탐욕애는 재물욕, 성욕, 식욕, 명예욕 등이 있는데, 이는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 여겨서 몸이 무상하고 깨끗하지 않는 것을 관찰한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 집착하고 있는데, 특히나 '몸'을 자신이라 생각하고 집착하고 있기에 이에 대해서 탐욕을 떨어트리게 한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 있는 마치 깨끗해 보이는 듯한 겉모습이 아닌, 우리의 몸 안의 내부를 생각하며 관한다.
"무엇을 안에 의한 후예부정이라고 하는가? 내신의 머리카락과 터럭, 손, 발톱, 이, 때, 살갗, 살, 해 골, 힘줄과 맥, 심장, 쓸개와 간, 대장과 소장, 생장과 숙장, 위장[肚胃], 비장과 신장, 고름, 피, 열, 담, 지방, 골, 혹은 다시 방창, 혹은 다시 식담, 혹은 다시 붉게 변하거나 혹은 다시 흩어져 무너지는 것을 말하기도 하고, 혹은 뼈나 이음새, 혹은 골쇄, 혹은 똥의 소작, 혹은 오줌의 소작, 혹은 침의 소작, 혹은 콧물의 소작, 혹은 피로 칠해진 것, 혹은 고름으로 칠해진 것, 혹은 대소변이 나오는 곳을 말한다. 이와 같은 등의 종류를 밖에 의한 후예부정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가 더럽다고 여기고 있는 몸속의 찌꺼기들을 하나하나 관한다. 초기불교에서는 죽은 사람의 시신을 보면서 거기서 나오는 찌꺼기, 몸이 부패해가면서 해골만 남는 모습을 관찰하였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우리의 몸 하나하나를 생각하면서 관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현재 몸이 만들어진 것 또한 음욕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겉으로 멋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겉모습일 뿐, 속은 다 더러운 찌꺼기로 차 있다는 것을 관하고 느끼며 탐하고 집착하는 마음을 떨쳐내게 된다.
둘째, 화내고 분노하며 미워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효과적인 방법인 자비관(慈悲觀)이다. 자비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친절하고 따뜻함을 보내는 것이다.
"비(悲)의 방법은 모든 대상에게 평등하게 이익을 주겠다는 즐거운 의도[意樂]에 마음을 모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자비[慈愍]를 행할 수 있는 대상은 친품, 원품, 중품의 세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친품은 친한 관계에 있는 부류들로 내가 사랑하고 가까이 지내는 가족과 친지, 친구들을 의미하며, 원품은 내가 싫어하고 멀리 떨어져 지내기를 바라는 원수와 미워하는 사람 등을 의미하며, 중품은 사랑과 미움의 중간에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자비를 행하는 주체에 해당하는 능연은 세 종류의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겠다는 즐거운 의도[意樂]를 내야 하는 것이다. 자비관의 주체는 원망심과 적개심과 불해심이 없이 모든 대상에게 이익을 주겠다는 즐거운 의도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와 친하고 가까운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미워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으며, 친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 사람이 될 수가 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화를 내거나 분노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자비는 따뜻하고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을 내게 되는 것임으로 서로에게 평화와 기쁨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셋째는 인연관(因緣觀)이다. 인연관은 삼독의 세 번째는 치(痴), 어리석음을 치유해줄 수 있다. 연기(緣起)를 알 때 우리는 인과관계를 보다 더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사건에 대해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어리석은 사람은 원인을 잘 파악을 못 해서 잘못된 착각을 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따라서 연기에 대해서 잘 이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어리석음 또한 사라진다. 원인과 결과를 잘 파악할 때 어떤 문제든 잘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계분별관은 자아에 대한 집착을 치유해줄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는 사실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인 사대(四大)로 이루어져 있고, 더 자세히 관찰하면 오온(五蘊)인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의 다섯 집합체인 감각기관으로 되어있다. 거기에 감각기관을 통해서 인식하는 대상과, 감각기관으로 느껴서 발생하는 앎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나'는 없기에 무아(無我)이며, 그렇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인 다섯 번째는 숨을 알아차리는 수식관(數息觀)이다. 숨이 입을 통해서 배로 들어오고, 다시 공기가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인데, 이는 생각하고 따지고 복잡하게 분석하고자 하는 분별심이 한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잡아함경』에 숨을 관찰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라훌라야, 먼저 아무도 없는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 뒤 망상하지 않고, 뜻을 코끝에 집중한다. 내쉬는 숨이 길면 긴 줄을 알고, 들이쉬는 숨이 길면 긴 줄을 알며, 내쉬는 숨이 짧으면 짧은 줄을 알아야 한다. 내쉬는 숨이 차가우면 차가운 줄을 알고, 들이쉬는 숨이 따뜻하면 따뜻한 줄을 분명히 알아서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을 잘 관찰해야 한다…(생략)"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은 아주 단순한 과정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우리의 산란한 마음을 한곳에 집중시켜주어서 쉬게 해준다. 또한 그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온갖 번뇌와 망상들을 사라지게 된다.
사마타 수행이 계속되다 보면 우리는 네 가지 선정으로 들어갈 수 있다. 첫 번째 선정인 제1 선정은 마음에 만들어 둔 욕심을 보게 되는데, 특히나 지나친 욕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다섯 가지 번뇌인 욕심, 분노, 들뜸, 처짐, 의심을 관통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 다섯 가지 번뇌들이 무너지게 된다. 따라서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여의고 악하고 불건전한 상태에서 떠나, 번뇌와 욕망을 무너트리는 과정에서 오는 희열과 행복을 맛보고 첫 번째 선정에 들게 된다. 제2 선정은 본연의 마음으로 잘 들어가게 되면 사유와 숙고가 멈추고, 내적인 평온과 마음이 하나 됨을 성취하면서 선정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제3 선정은 우리가 가진 번뇌를 무너트리고 뛰어넘어 선정의 기쁨도 느끼게 되었기에 계속해서 머물고 싶어 하는 경계를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선정의 기쁨을 버리고 이러한 기쁨이 사라진 후에, 공(空)을 관하고 올바르게 알아차리며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가게 된다.
마지막 제4 선정은 드디어 마음의 공(空)과 무아가 드러난 상태이다. 따라서 행복과 고통, 만족과 불만, 괴로움과 즐거움도 없이 모든 몸과 마음의 현상들이 사라지고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며 네 번째 선정에 들게 된다.
이처럼 사마타는 우리의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면서 끊임없이 파도치는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
<불교수행에서 고통의 의미 및 치유에 관한 고찰/ 이혜인 동국대학교 대학원 선학과 석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