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인연이 찾아들었다.
그 남자를 알고 지낸지는 한참 전이나 가끔씩 만나고 드문드문 통화하는 사이이지만 바로 어제 만난듯한 사이이기도 하다.
그런고로 늘 한결같음의 상징이기도 하고 박학다식의 절정체이기도 하며
종묘 제례에는 그 많은 전주이씨들을 물리치고 웃기게도 제례를 거행하는 의식에 참여하기도 하는
아주 독특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불현듯 지난 주에 전화를 해왔다....살아있음을 알리는 신호음 자판에 "최이해" 이름 석자가 떴다.
반가웠다....살아있었냐고 물었다.
하지만 사실 그건 오버이기도 하다.
그가 잘 살아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인문학 밴드를 통해서도 듣고 보던 참이었으므로
그렇게 큰 목소리로 살아있었냐고 물을 일도 아니었지만 그냥 그렇게 있던 장소가 울릴 큰 소리로 그에게 반가움을 표했다.
그리고 그가 쥔장이 좋아하는 키워드 "여행"을 대표하는 사람들과 함께 찾아들었다.
당연히 시간을 허투로 사용하지 않는 그 남자는 무설재 뜨락을 접수하기 전에 이미 안성 곳곳을 들러들러 다녀왔으므로
긴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한 채 다음 코스, 이름하여 "박두진 문학관"으로 날아갔다.
긴 기다림 끝에 짦은 만남이 주어졌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잠깐 풍성했다.
함께 동행하였던 이들이 쥔장의 인생 모토와 비슷하였는 고로 그런 만남도 기꺼이 유쾌하였다.
요즘 부쩍 여행에 목말라 있던 참이므로 찾아든 사람들의 면면이 반가웠고
그들의 일상이 궁금하기도 하였지만 컨디션 난조로 헤매는 잡지 "여행문화" 편집장의 서둘러 놓는 발걸음에
아쉬운대로 박두진 문학관으로 보내야 했다.
찾아든 이들의 기본적인 코드가 시인 혹은 글을 꽤나 쓴다는 사람들이었으므로 굳이 붙잡지는 않았고
그들이 안성을 찾아든 목적 중에는 안성을 대표할 문인의 발자취도 포함되어 있었을 터이니 그리라도 보낼 수밖에.
짧은 만남이었지만 여행이라는 단어 앞에 그저 무장해제 되어 만족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은 괜찮았으므로
모르고 지나갈 인연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나 사소하게나마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방점을 그었다고나 할까?
요 근래 몇년동안 코로나라는 불청객 덕분에 여행이라는 화두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여행잡지를 발행하는 일은 만만치 않을 일이었으나
잘 버텨내고 새롭게 여행문화를 선도할 잡지로 거듭 날 준비를 하는 편집국장인 심명숙 시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쥔장 역시 출판사 편집장으로, 잡지사 기자로 혹은 문화예술계쪽 출신으로서
활자로 된 잡지가 오래도록 견뎌낸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아는지라
여행문화가 반드시 mz세대도 좋아할, 요즘 시대에 걸맞는 잡지로의 변화와
새로운 추구는 아마도 무죄이지 않을까 싶도록 창창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여행문화" 잡지의 애독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실어보낸다.
편집장 그녀와 더불어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여행문화에 힘을 싣는 시인이자 수필가 박우민님.
그녀를 보면서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여행문화 편집위원이면서 영국지부장을 겸하고 힘을 보태는 중이라니 더더욱 그러하다.
아니어도 작은 힘 하나가 잡지를 보존하는 가장 큰 힘임을 알기에 그런 그녀가 고맙다는 생각도 더불어 했었다.
그리고 "여행자학교" 교장이자 여행전문가이며 특히 남미 쪽에 영향력을 지닌 자유기고가이자
대학 강의도 하시며 여행책까지 출간하신 최치현 교수님.
그는 왕성하게 일본학교, 쿠바학교 인문기행을 운영하며 독서회 "고전만독-古典慢讀-"을 이끌면서
동서양의 고전을 읽고 토론을 한다고 하니 그들의 난상 토론까지는 아니더라도
토론자들의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 그로인해 얻어지는 독서토론의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궁금증은 잠시 접는다 .
어쨋거나 오늘의 연장자였으나 대화 내내 "소금"의 중요성을 일갈하다가 대화의 흐름이 방향을 잃는 바람에
별 수 없이 쥔장이 "잠깐만요..."를 외치는 일이 벌어졌으니 무안할 일이겠다 싶지만
어쩌겠는가, 연장자라고 해서 그렇게 맥락을 끊어버리는 일은 "아니되옵니다" 인 것을.
"지미앤초이스푸드"의 대표이사이자 ceo지만 역시 글과 무관하지는 않으며 여행작가, Tourpen Club 회장도 겸하고 있단다.
그런 연장자이기에 할말은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으며 나설 일도 많지만
긴 시간이 허락되지 않은 관계로 대화를 자르는 실례를 범했다.....이해하시리라 믿는다.
그렇게 그들의 면면을 짧게 파악하고 돌아서는 그들에게 무설재 쥔장은 역시 그냥 보내지는 못하여
간만에 찾아든 지인을 위한 이벤트를 짜잔....
돌아가는 발길들에게는 그들에게 걸맞는 조촐한 무설재 선물들이 들려보내는 오지랖을.
그래도 그리하는 것은 역시나 쥔장의 마음이 편하자고 하는 일이렸다.
암튼 길지 않은 만남이지만 나름 즐거웠다.
단 하나" 여행과 글을 쓴다"는 공통분모 덕분에 말이다.
무튼 곧 어디론가 떠나야지 싶은데 그야말로 함께 동행할 짝지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래도 아직 한 해로서의 소임을 끝내자면 갈 길은 멀고
시시각각 지나가는 날들은 봄날의 연두를 지나 무성해질 여름의 무거운 초록을 지나
바람을 끼고 도는 가을이 오거나 눈발이 날리는 겨울이 올지라도 급할 일은 아니겠다.
그저 "여행"이라는 단어를 놓지 않으면 될 일.....특히나 색다른 맛을 제공하는
남의 나라를 기웃거리는 맛은 그야말로 쫄깃쫄깃하니 말이다.
그리하여 훌훌 떠날 날을 기다릴 지어다, 또다시 구입한 여행용 캐리어가 무색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