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r-Spangled Banner(별이 빛나는 깃발)
지난 7월 4일 아침, Ralph B Regional Park에서 4th of July 기념식이 있었다. 한인들이 주최가 되어 뜻 깊은 행사를 한다는 사실에 감동과 감격으로 벅차오르는 가슴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행사가 끝나고 미국에 30년 넘게 살면서 미국 국가(國歌)를 제대로 부르지 못한다는 사실이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매일 아침 8시 랄프 레저널 파크에 70~80여 명의 한인들이 모여 함께 체조를 한다. 평균연령이 80대 초반이니까 90을 넘긴 분들도 몇 분 계시고 80대 후반을 넘으신 분들도 적지 않다. 한국인들이 대부분이지만 외국인들도 여남은 분 있다. 이 모임에서 해마다 우리 광복절과 미국 독립기념일 기념식을 거행해 오고 있다.
그날 목사님이 기도를 마치자 지난해와 똑같이 한 미국 여인이 기도를 시작했다. 특히 그녀의 남편이 한국전 참전용사였다는 사실을 알기에 우리는 그 기도에 더 큰 의미가 담겨있음을 안다. 기도가 끝난 후, 우리는 성조기를 향해 섰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미국 국가, The Star-Spangled Banner(별이 빛나는 깃발)을 힘차게 불렀다. 집행부에서는 친절하게 미국 국가 가사가 적힌 유인물을 나누어 주었다. 부르기 어려운 노래를 트럼펫 반주에 맞추어 모두들 잘도 따라 부른다.
미국 국가는 4년마다 개최되는 올림픽 메달 수에서 미국이 늘 1등이라 올림픽 시상식에서 자주 들린다. 뿐만 아니라 미국 프로 스포츠 NFL, MLB, NBA 등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경기 전에 항상 국가를 연주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듣게 된다. 필자도 귀에 익은 노래지만 가사를 모른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날 기념식이 끝나고 부리나케 여기 저기 찾아보았다.
The Star-Spangled Banner은 'Stars and Stripes'나 'Old Glory'와 함께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가리킨다. 한국에서는 미국 국가 제목을 "성조기여 영원하라"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으나 「성조기여 영원하라」라고 번역되는 「Stars and Stripes Forever」라는 곡이 따로 있으므로 구별하여야 한다.
The Star-Spangled Banner는 영국 작곡가 존 스태퍼드 스미스(John Stafford Smith)가 만든 권주가(勸酒歌) ‘To Anacreon in Heaven’에 프랜시스 스콧 키(Francis Scott Key)의 "맥헨리 요새의 방어전(Defence of Fort McHenry)"이라는 시를 원문으로 하여, 곡조를 개사한 곡이다.
이 노래의 배경이 된 맥헨리 요새(Fort McHenry)는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항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1798년 건설된 성의 형태를 띤 요새이다. 1812년 미영전쟁 중에 블래던스버그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며 수도 워싱턴 D.C.를 불태우고 승승장구하던 영국군은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볼티모어를 공략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영국 육군은 볼티모어에 주둔하던 미군 수비대의 강력한 저항에 발이 묶여 진격을 멈추고 해군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 요청을 받고 영국 해군은 맥헨리 요새를 향해 밤새도록 박격포함과 콩그리브 로켓을 탑재한 보트 여러 척을 동원해 포격했으나 미군 수비대는 끝까지 버텼다. 다음날 아침, 밤새 포격을 받았음에도 커다란 성조기가 여전히 굳건히 서있는 것을 보고 요새 공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영국 육해군이 모두 철수하면서 볼티모어 전투는 미국의 승리로 끝이 났다.
당시 볼티모어에 살던 법률가 프랜시스 스콧 키(Francis Scott Key)는 영국 해군에게 억류된 시민 몇 명을 구출하기 위해 영국 함대에 올라가 협상을 벌였다. 협상 자체는 성공적으로 끝났으나 영국 함대는 곧 볼티모어 공략이 시작될 예정이니 포격이 끝날 때까지 하선할 수 없다고 했다. 영국 군함에 억류된 키는 밤새 맥헨리 요새가 영국 함대의 포격 받는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날이 밝은 후에 포격에 밤새도록 얻어맞은 요새 게양대에 여전히 펄럭이고 있는 깃발을 보고 ‘맥헨리 요새의 방어전’이라는 제목의 시를 써서 발표했다. 그의 시를 영국의 권주가 ‘천국의 아나크레온에게(To Anacreon in Heaven)’의 음률에 붙이면서 곡이 완성되었다.
이후 이 곡은 미국-멕시코 전쟁과 남북전쟁을 통해 차츰차츰 알려지면서, 1889년 미 해군이 군가로 채택하였고, 1931년 3월 4일에 미 의회 결의안에 후버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마침내 공식적인 미국 국가로 제정되었다.
비록 영국의 권주가를 빌려온 것이기는 해도, 노래 자체는 기본적으로 음률이 멋있고 웅장하여 음악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다만 노래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음정과 박자가 보통 사람들이 부르기에는 매우 어려운 곡이다. 심지어 가사도 19세기 초의 고전 영어이기 때문에 쉬운 편이 아니다.
따라서 국가 연주 시 제창이 기본인 우리의 애국가와는 달리 미국의 'The Star-Spangled Banner'는 제창보다는 독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중요 행사에서 유명가수를 초청해서 부르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곡이 워낙 어렵다보니 미국의 베테랑 가수들조차 실수를 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아예 무반주로 부르는 경우도 많다.
음치에다가 암기력도 낮은 필자가 끝까지 부르기에는 어려운 노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내년 독립기념일에는 기필코 The Star-Spangled Banner 1절을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노력할 작정이다.
첫댓글 멋진 연주들으니 가슴이 뭉클하네요.
씨메이커님 한국에서 돌아오셨나요?
동에번쩍 서에 번쩍~~~이럴때 쓰는 말 같으네요 ㅎㅎ
총 8박 9일, 한국 체류 6박 7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임무를 잘 수행하고 왔습니다.
아울러 간 김에
중고등학교 동창 2회 저녁식사
친구와 사촌 누나 2회 저녁시사
딸 식구들 2회 저녁식사
동생들 1회 저녁식사
대학 동창 2회 점심 식사하고 돌아왔습니다.
만나야 할 분들 가운데 못 만난 분들이 많이 섭섭해 했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