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조국 딸 문제로 상당히 열 받아서 쓸데없이 글을 많이 썼네요.
화가 난 이유는
조국 딸을 비난하는 이유의 저변에는
"쟤는 저렇게 쉽게 살았다."
"우리 아이에게는 저렇게 해주지 못했는데 이게 뭐냐?"
뭐 이런 식의 상대적 박탈감이 진하게 깔려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고딩 때 해외에서 5~6년 또는 10년 이상 체류하다가 귀국한 친구 둘이 있었어요.
한 친구는 공부를 곧잘 했고
10년 이상 살다 온 친구는 굉장히 힘들어 했습니다.
둘 다 당시 해외 귀국자 자녀를 위해 국가에서 해주는 특별 교육을 받으러 다녔고
나중에 귀국자 자녀들끼리만 경쟁하는 무슨 해외 귀국자 자녀 전형(?) 같은 코스를 통해 본인들 고교 성적으로는 들어가기 힘든 알아주는 명문대에 합격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성적이 뒤에서 5번째 안에 반드시 들어가는 성적이었어요.^^
저나 주변 친구들 모두 단 한 명도 그 친구들이 그 학교 그 전공에 들어간 것에 불만이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대단한 특혜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얼마나 적응하는데 힘들었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얼마나 착한 친구들인지 알기 때문이었죠.
제가 사회에 나와서도 어쩌다가
외고, 특히 유학반 학생들 몇 명을 알게 됐습니다.
그 학생들은 원래는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기에
1학년 때부터 인턴쉽이니 봉사활동이니 하는 것들을 해야만 하는 학생들이에요.
내신 공부를 하면서 해외 대학 입학 시험 준비도 해야하고
그거 힘들어 보이더군요.
학교에서도 다른 일반반 학생들에게 왕따를 당하고요.
부모들이 많이 도와주지만, 본인이 알아서 해야하는 부분도 상당히 많습니다.
부모가 돈이 많은 것과는 상관없이,
어린 학생 본인은 개고생 하며 학창시절을 보내는 거죠.
조국 딸에 대한 뉴스가 처음 나왔을 때
저는 상당히 열심히 산 학생이구나 싶었습니다.
저 밑에 "지웠슈"라는 글에 간략하게 언급했지만
고딩이 저 정도 논문의 저자로 논문을 작성하는 것은 힘들어 보이죠.
논문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온라인에 올라온 1페이지만 읽어보고는
몇몇 개념이 고딩 수준을 넘는 수준이지만
주제 범위가 좁은 논문이니
참고 문헌을 연구자에게 받고 관련 서적을 공부하면,
'저 정도는 시간만 좀 들이면 쓸 수 있지 않나?' 싶었어요.
실험 방법도 간단해 보이고 통계 분석도 그리 어려운 일인 아닐테니
실험 조건만 숙련된 연구자가 설정해주면서
훈련을 몇일 시키고 옆에서 감독해주면 가능할 것도 같더군요.
요즘은 고등학교에서 PCR 장비가 있고 DNA 추출 실습도 해보는 곳들이 있으니까요.
아니면 gDNA 정도는 다른 사람이 추출해놓고 실험을 할 수도 있고요.
암튼 고딩 과학 인텁십은 대체로 그리 진행되니
그렇다면 여차저차~ 저차저차~ 요런저런 논문 하나 가능하다 싶었는데.....
할로윈 님이 하도 뭐라하셔서
어디서 전체 논문을 찾아서 읽어보니
Figure 찍는 게 좀 어려워 보이지만, 제가 아는 분야는 또 아니고....
뭐 다 어찌어찌 해서 쓴다고 감안을 해도
Discussion에서 말문이 막히더군요.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다시 1페이지로 돌아가서 찬찬히 읽어보니 개념 파악 없이는 쓰기 힘든 부분이 좀 보이더군요. ㅋ
물론 개념 파악이 완전히 되지 않아도 리포트를 쓸 수는 있겠지만...
이리저리 생각해보다
제가 내린 결론은 고딩이 저 정도 논문이든 리포트든 쓰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과학논문의 제1 저자라면 원칙적으로 연구 목표 수립부터 논문 비평 변론까지 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냥 제가 가진 결론에 과정을 억지로 끼워 맞춘 거였죠.
그래도 아쉬워요.
고딩이 서울에서 천안까지 12일간 내려가 실험을 배우고 해보고
논문 투고까지 1년 4개월 정도 시간이 있었으니
집에 와서 몇 달이 걸렸든 본인이 직접 번역이든 영어 논문 작성이든 했다면
제 심정으로는 제1 저자든 뭐든 주고 싶네요.
저게 그냥 번역이 아니라서
해당 전공자가 아니라면 영어를 잘 해도 꽤나 공부를 많이 해야 가능한 번역이잖아요.
관련 서적과 논문 몇 개는 읽어봐야 가능한 번역....
고딩 인턴들 중에 이 정도까지 하는 놈들 별로 없습니다.
대한병리학회지에서 오늘까지 증빙자료를 내라고 했으니
짧으면 며칠, 늦어도 몇 주 뒤에는 결론이 나오겠죠.
고교생이지만 실험 아이디어를 냈고, 실험을 했고, 논문 작성에 상당폭 기여를 했으면, 뽀룩이지만 기특해서라도 학술지에서 제1저자로 인정을 해줄 수도 있는 문제라고 보는데, 이번 사태를 맞이한 대한병리학회는 절대 그렇게 못해주죠.
그걸 인정해 버리면 “우리 학술지는 고교생이 2주 인턴하고 논문 내도 받아주는 친절한 학술지입니다.”라고 전 세계에 광고해 버리는 격이 돼버리고, 정부 지원금 따윈 안녕, 전세계 학술지 업계에서 등급 인하 물결이 몰려올 테니까요. ㅋㅋㅋㅋㅋ
이 대한병리학회지, 진짜 일 개판으로 해놓고 지들만 쑥 빠져나가려는 게 눈에 보여서 좀 웃깁니다.
결론이야 대충 눈에 보이는 것 같은데
어떤 결론이 나와도 당시 미성년이었던 어린 학생의 노력까지 폄하하고 비웃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나의 삶이 힘들고 고단하지만
그런 나의 삶조차 누군가에겐 특혜이고 혜택입니다.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젊은 날에 삶을 마감한 이들이 얼마나 많아요?
어찌 됐든 우리는 아직까지 살아는 있잖아요?
근데 주광덕 저노마는 학생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빼내서 저리 난리를 치네요.
저걸 잡아서 물고를 내야하는데....
미국에서도 나라를 걱정하시는 마음이 대단하십니다.....힘 내세요
저 한국 살아요.ㅋ
앗.. 북극에서 언제 이사오셨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