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한살이
매미는 7년 동안 땅속에서 살다가
땅 위로 나와 껍질을 벗고 성충이 되어 7일 동안 살다 알을 낳고 죽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매미의 삶을 애달파 합니다.
7년의 기나긴 땅속 생활과 단 7일간의 짧은 생애.
한 여름 목이 쉬도록 울어대는 이유도
오랜 땅속 생활에 비해 턱없이 짧은 삶이 안타까워 운다고 생각하지요.
거짓말입니다.
개체와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매미의 평균적인 한살이는
알에서 겨울을 지내고 이듬해 부화되어 땅속으로 들어가는데
3년 내지 5년간의 땅속 생활을 마치면
밖으로 나와 탈피를 하고 ‘매미’라는 성충이 됩니다.
어떤 종류는 13년~17년간 땅속에서 지내기도 한답니다.
성충인 매미의 수명은 대략 1달간입니다.
어쨌든 기나긴 땅속 생활에 비해 턱없이 짧은 성충의 삶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삶과 비유해서 매미의 한살이를 생각하다 보면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짧은 성충의 삶에 비하면 기나긴 굼벵이의 삶을 살아가는 매미입니다.
매미의 삶은 땅속 생활이 주된 삶이 아닐까요?
성충인 매미의 기억보다 굼벵이의 기억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충이 된 매미의 삶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매미의 삶만을 꿈꿀 때 굼벵이의 기나긴 시간은 땅속에 묻히게 됩니다.
매미는 매미대로 굼벵이는 굼벵이만의 소중한 시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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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삶의 주인공을 자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과 특별하다는 인식,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생각들은 이미 보편적인 인식이 되었습니다.
내 삶에 날개를 달자라는 광고 카피도 있으니까요.
집단 이데올로기로 불행했던 과거의 경험은 개개인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성실, 근면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요는 이젠 설득력이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나의 특별함을 주장하면서 타인의 소중함도 함께 생각하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타인의 불행과 겹쳐진 나만의 행복은 오히려 파국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사기와 보이스피싱, 학대와 괴롭힘, 착취와 보복, 그리고 차별……
자동차 경적에 벌컥 화를 내고 앞지르기 차에겐 보복운전을 서슴지 않습니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은 종종 분노조절장애로 나타나기도 하지요.
반대로 작은 고난에도 스스로를 포기하고 현실을 외면하는 나약함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내가 주인공이 못된다는 자각은 적개심으로 활활 타오르게 만들기 일쑤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특별하다’는 생각이 남에게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닙니다.
나만이 이 세상의 주인공은 아닙니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 모두는 각각 고유할 뿐입니다.
물론 모든 매미도 고유합니다.
마찬가지로 굼벵이도 고유한 존재입니다.
|작성자 꼭두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