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문서를 다루다 보면 유난히 100 kg, 100 m, 100 kPa과 같이
숫자와 단위 표기가 많이 나옵니다.
영어는 모든 단어를 하나씩 띄어 쓰면 되니 고민할 필요가 없죠.
그런데 영한 번역에서 원문에 숫자와 단위 표기가 엄청나게 많이 나올 때
일부 고지식한 붙여쓰기 원칙을 강조하는 지침 때문에 귀찮을 때가 많습니다.
즉, "숫자와 단위를 붙여 써야 한다"는 원칙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걸 스타일가이드의 주요 지침 중 하나로 박아두면 무시할 수도 없고
일일이 숫자와 단위를 붙여 가며 작업하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죠.
게다가 트라도스에서 작업 시, 한 세그먼트에서 숫자와 단위를 붙여 써서 Confirm하면
자동 전파되어 해당 세그먼트 아래로 같은 내용은 자동 적용이 되지만,
'어라? 숫자와 단위는 다시 떨어져 있네?' 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혹시 이 문제 해결하는 방법 알고 계신 분 있으면 꼭 좀 알려주세요.)
어쨌든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필요한 규정 때문에 불편을 겪는 셈인데요.
예컨대, 다음, 네이버, 한국어 맞춤법/문법검사기를 비교해 봤습니다.
다음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29A3F5DBCEECE41)
문제 없네요.
네이버
![](https://t1.daumcdn.net/cfile/cafe/9951CD405DBCEF010D)
역시 문제 없네요. 노 프라블레모!
한국어 맞춤법/문법검사기
![](https://t1.daumcdn.net/cfile/cafe/99DE1E355DBCEF920B)
하아... 여기서 걸립니다.
그러나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면
"우리말은 수관형사와 의존명사나 단위명사는 띄어 씁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사실은 띄어 쓰는 게 원칙이라는 겁니다.
다만
"그러나 수 표기를 한글이 아닌 숫자로 표기했을 때는 붙여 씀도 허용"
걍 그렇게 붙여 써도 돼... 라는 거지 붙여 써야 해! 가 아니란 거죠.
그렇다면 결론은,
"숫자와 단위는 사실은 띄어 쓰는 게 원칙이고, 그냥 영문 그대로 띄어 쓴 상태 그대로 두면 된다"
가 되겠네요?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많은 번역회사와 심지어 원청 고객이 제시하는 스타일가이드에도
숫자와 단위를 붙여 써라는 지침이 마치 확고한 원칙인 것처럼 나와 있는 이 어리둥절한 사태..
그 덕분에 지난 오랜 세월 숫자와 단위가 많이 나오는 문서에서 온갖 개고생을 해왔으나...
이제는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숫자와 단위는 띄어 씁시다(띄어 쓴 채로 둡시다)"라고
이 연사 목놓아 외쳐 봅니다~~
잘 정리된 기사도 있어서 이렇게 다시 강조해 봅니다.
숫자와 단위는 띄어쓰기가 원칙
흔히 단위를 쓸 때 ‘1kg / 2m / 3s’와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숫자와 단위는 띄어쓰기가 원칙이다. 즉, ‘1kg / 2m / 3s’는 원칙적으로 ‘1 kg / 2 m / 3 s’으로 쓰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우리말은 수표기를 한글이 아닌 숫자로 표기했을 때는 붙여 씀도 허용한다.
앞으로 혹시 이 문제로 태클을 거는 곳이 있으면 정중히 이와 같이 설명해 드리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아울러.. 온갖 규제를 혁파하고 혁신을 이뤄도 모자를 판에,
자꾸 이것저것 규정하고 이게 맞으니 이렇게 하거롸.. 하는 감투 쓴 양반들..
밥값 하시려는 충정은 이해하지만, 언어는 살아 있는 생물이니 자꾸 죽은 언어 만들려고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려워서 본인들도 한참을 헤매야 하는 규정 따위는 쫌!!!
뱀의 다리: 그런데 간혹 영어 문서에 숫자와 단위를 일괄적으로 붙여서 표기한 문서도 아주아주 간혹 만나게 됩니다. 난처하게시리.. ㅋㅋ
첫댓글 숫자와 단위는 트라도스에서 자동 적용을 사용해도 띄어쓰기 적용이 되어 결국 수작업으로 노가다를 해야 하더군요! 저도 이런 작업 있으면 항상 짜증 났었는데 원칙은 띄어쓰는 것이군요!!! 반가운 소식이긴 하나 어법보다 관행을 따르는 고객사도 있어서 반영이 될지는 모르겠네요...ㅠ
제 경험과 느낌으로는 오히려 이 둘을 붙여 쓰라는 곳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런 근거와 함께 바꿔 나가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의 작업 편의를 위해서... 라는 마음도 분명히 있고요 ^^)
옳다, 그르다를 따지고 싶진 않아요.
비유하자면..
한 사람이 걸으면 발자국이 남을 뿐인 땅에
여러 사람이 걸으면 길이 생기듯이,
그냥 여러 사람이 쓰면 그게 통용되는 거겠죠.
아마도 오래 전에 한 명이 숫자와 단위의 붙여 쓰기란 발자국을 남기고 그게 계속 늘어난 게 아닐까..
그렇다면 그 반대의 걸음을... ^^
갑자기 한 사극의 대사도 떠오르네요.
"서면 그저 땅일 뿐이나 걸으면 길이 된다. 길을 내 보아라"
좋은 정보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붙여 쓰기가 원칙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어요.. 번역툴이나 번역기 이용할 때 귀찮은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끝자리가 1인 숫자 다음에 리터 단위를 붙여 쓰는 경우 말이죠... 21l라고 쓰면 이게 21리터인지 211인지, 글자체에 따라서는 전혀 구별이 안 될 때도 있거든요.
맞아요, 특히 소문자 엘(l)로 시작하는 리터(l), 파운드(lb), 루멘(lm) 같은 단위를 숫자 1과 붙여 쓸 때마다 어쩌누..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사실 숫자와 단위에 대해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문법상 띄어쓰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특허 관련 워드 프로세서에서 맞춤법 검사를 하면 붙여쓰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그냥 붙여쓰고 있습니다. 이게 과거에는 붙여쓴 게 아닌지 모르겠더군요. 언제가 국제 표준에 따라 띄어쓰는 것으로 바뀐 게 아닌가 싶더군요. 암튼 특허 워드 프로세서에서는 맞춤법 검사에 따라 그냥 붙여쓰고 있습니다. ㅎ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나온, SI 국제단위계를 설명하는 공식 한국어판 문서를 봐도 거의 100페이지에 이르는 문서 전체에서 첨부한 이미지의 예시처럼 숫자와 단위를 "일관되게" 띄어 쓰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미 띄어 쓰고 있는데 번역계에서 붙여 쓰는 걸 규칙처럼 적용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문 규정에도 붙여 쓰는 건 그냥 허용의 개념이지, 필수가 아닌데 이걸 계속 오해하고 규칙처럼 만들어 버린 것 같네요.
저도 예전에(언젠지 가물가물) 단위 관련 띄어쓰기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붙여 쓰기가 원칙이라고 알고 있었어요. 최근에 바뀐 건가.. 한 업체의 스타일 가이드에는 붙여 쓰라는 지침도 있구요.
다시 찾아보니 띄어쓰는 게 원칙이고 붙여쓰기가 허용되는 건가 보네요.
내가 예전에 뭘 본거지...?
저도 이번에 숫자와 단위를 붙여 써야 한다는 지침이 있는 작업에서 그런 부분이 너무 많이 나와서 짜증이 머리 끝까지 올라오던 차에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본 셈인데요.
발자국의 예를 든 것처럼, 누군가 처음에 별 생각 없이 걸어간 발자국만이 길인 줄 알고 따라온 셈인가 봐요.
양쪽으로 다 갈 수도 있는 길인데 말이죠. ^^
좋은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지금까지 고객의 요청 때문에 단위는 당연히 붙여쓰는 줄 알았습니다.
네, 저도 별다른 지침이 없으면 붙여쓰기엔 신경을 쓰지 않고 그대로 썼지만, 지침으로 주는 경우도 많아서 그럴 땐 좀 투덜거리게 되더라고요. 이번에 다시 확인을 했으니 이런 요구 조건을 거는 작업에 대해서는 한번 설득해 보는 거죠. 끝까지 나름의 원칙을 고수하면.. 뭐 할 수 없겠지만요..
작은 변화에 예민한 분들도 많아서요..
맞습니다. 원칙은 띄어쓰기라고 국립국어원에 나와 있는데, 아무도 지키지 않음. ㅋㅋ 아 증말 짜증났었는데 전 그냥 포기했어요. 고객이 원하는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