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공장 완월동玩月洞
김소해
보름달 첫 문장을 완상玩賞하는 달동네
유곽의 집 나를 헐어 마주한 언덕바지
섣불리 손 댈 수 없어 재건축이 밀다 놓친
그래피티 벽화에 꽃 피고 새 우는 동안
창녀는 아니지만 어쩌면 광녀같이
불현 듯
잊었던 꿈을
낡은 꿈을 수선하는
수선공장 톱니바퀴 어둠을 잘게 썬다
당직근무 달그림자 낮의 뒤를 살핀다
녹 슬은 돌쩌귀마다 기름때를 닦으며
불길한 바이러스
서일옥
손녀를 따라온 유아 방의 불청객은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들어와선
온 집을 휘저어놓고 난동을 부린다
큰 손자 작은 손자를 차례로 눕혀놓고
아빠 엄마까지 호시탐탐 노리면서
사나흘 가지도 않고 씩씩거리며 돌아다닌다
오미크론, 네 이놈! 곤장을 칠까 보다
큰소리쳐 보지만 나는 너무 멀리 있다
폭풍에 발을 구르며 혼자 악만 쓰고 있다
산 것만으로도 축제였던 날의 일기예보
- 10·29 희생자를 추모하며
김정연
구의 갓 핀 꽃들
신뢰 속에 왁작박작
"오늘은 겨울바람이
여름비 내리겠습니다"
길 덮은 겹겹의 식은 꽃
잉걸로 남을 저 화사
빙하를 두드리는 발들
- 반지하에서
노창수
훌쩍이는 콧물 매듭은 묶어버린 방기이다
기침 숲 잦고 잦아 들어서지 못할 입구에는
뱉어낸 흙색의 가래 우중충한 꽃밭이다
냉엄이 웃자라나 혹독의 벽 갈라지고
혹 화려할까 물 밑 집을 삼지창 일으킬 때
웃음꽃 켜진 수정등 빌딩인 듯 푸르다
알 수 없다 뒤적여봐도 바깥세상 숨는다
방아쇠 푼 빈 초을 어깨 내려 조준한다
무너진 탄환 박동이 열꽃송이 달뜨도록
-《오늘의시조》2023. 제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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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調의맛과˚˚˚멋
김소해 시인의 <달빛공장 완월동玩月洞> 외
안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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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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