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봄 마중(5-2)
(우도와 섭지코지, 2023년 3월 8일)
瓦也 정유순
다시 순환버스를 타고 비양도 입구에서 내린다. 제주도에는 두 개의 비양도가 있다. 그중 하나는 우도 동북쪽에 있는 섬 비양도(飛陽島)로, 한림의 협재해수욕장 앞바다에 있는 <서비양도>와 우도의 <동비양도>다. 한라산을 가운데 두고 양 날개를 이뤄 날아오르는 모습으로 우도의 비양도는‘볕 양(陽)’을, 한림 비양도는 ‘떠오를 양(揚)’을 쓴다. 조일리 마을에서 불과 120m 거리를 석축을 쌓아 연결해 놓았는데, 물의 흐름이 막혀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와 2003년에 물길을 여는 ‘다리’를 만들었다.
<비양도 입구>
점심시간이 약간 지나 비양도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조일리에 있는 식당으로 직행하여 시장기를 달랜다. 조일리(朝日里)는 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비양동과 영일동 두 개의 마을로 형성되었다. 1844년(현종 10) 우도 개척자인 김석린 진사가 입도하여 최초로 정착하였고, 주민들 다수는 농업에 종사하며 마늘, 땅콩, 보리를 재배한다. 해녀들은 주로 우뭇가사리를 채취하거나 소라·성게·오븐자기 등을 잡는다.
<조일리복지회관>
다시 순환버스로 하고수동해변으로 이동한다. 하고수동 해변은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얕아 가족 단위 해수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 같다. 해변의 총길이는 약 400m 정도며, 배후에는 높이는 3~4m의 사구층이 발달되어 있다. 그 동안 신발 속에 갇혀 답답했던 두 발을 해방시켜 부드러운 모래밭의 촉감을 느끼게 한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백사장의 침식이 상당히 진전된 것 같다.
<하고수동해수욕장>
쪽빛 바다에 피로 좀 풀고 다시 정해진 배 시간에 쫓겨 하우목동항으로 회귀한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 했던가? ‘해는 지는데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볼거리는 많은데 우도를 떠날 시간이 되니 괜히 마음만 급해진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확실한 거짓말은 ‘다음에∼’라는 말이다. 그래도 어쩌랴. 확실한 거짓말을 하면서 아쉬움을 접고 시간이 되면 가야 하거늘… 배를 타고 나오면서 우도의 절경인 ‘우도8경’을 다시 새겨 본다.
<하우목동항과 여객선>
우도8경은 우도를 알리기 위해 1983년 애월읍 연평중학교에 재직하던 김찬흡(金粲洽)교사가 발굴하였는데, 서로 대비되는 네 쌍(2×4=8)의 풍경으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 같다. 우도의 풍경을 낮과 밤(주간명월·야항어범), 하늘과 땅(천진관산·지두청사), 앞과 뒤(전포망도·후해석벽), 동과 서(동안경굴·서빈백사)로 재미있게 명명하였다. 제1경은 주간명월(晝間明月)로, 한낮에 굴속에서 달을 본다는 뜻이고, 제2경은 야항어범(夜航漁帆)으로, 밤 고깃배의 풍경을 일컫는다.
<지두청사>
<주간명월-네이버캡쳐>
제3경은 천진관산(天津觀山)으로, 동천진동에서 한라산을 바라본다는 뜻이며, 제4경은 지두청사(地頭靑莎)로, 지두의 푸른 모래를 뜻한다. 제5경은 전포망도(前浦望島)로, 우도를 바라본다는 뜻이고, 제6경은 후해석벽(後海石壁)으로, 바다를 등지고 솟아있는 바위 절벽을 뜻한다. 제7경은 동안경굴(東岸鯨窟)로, 동쪽 해안의 고래굴이라는 뜻이며, 제8경은 서빈백사(西濱白沙)로, 서쪽의 흰 모래톱을 가리킨다.
<서빈백사>
우도를 나와 도착한 곳은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에 있는 광치기해변이다. 이 해변은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로 향하는 길목에 있으며, 제주올레 1코스의 마지막이자 2코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펄펄 끓던 용암이 바다와 만나 빠르게 굳어지며 형성된 지질구조가 특징으로, 용암 지질과 녹색 이끼의 하모니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풍경 같다. 해변의 모래는 현무암의 풍화작용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입자로, 검은 색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광치기해변과 이끼>
광치기해안으로 걷다보니 <솜밭알 불턱>이라는 팻말이 나온다. 불턱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들어가기 전에 물질에 대한 지식, 물질방법, 어장의 위치 및 정보와 기술을 전수하고 습득하는 곳이며, 작업 중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불턱은 섭지코지 오른편에 위치하여 겨울의 하늬바람을 막기 위해 북서쪽으로 일자형에 가깝게 돌담을 쌓아 추위를 막고 볕을 쬐기 좋게 하였다. 이곳에는 솔밭알 불턱과 머릿개 불턱 등 두 개의 불턱이 보인다.
<솜밭알 불턱>
<머릿개 불턱>
발길은 자연히 북동쪽의 섭지해안산책로를 따라 섭지코지로 향한다.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에 있는 섭지코지는 신양해수욕장에서 2㎞에 걸쳐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 있다. 섭지는 협지(狹地), 곧 좁은 땅에서 유래된 이름이고, 코지는 곶을 뜻하는 제주방언이다. 뱃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 바닷가 쪽의 고자웃코지와 해수욕장 가까이에 있는 정지코지로 이루어져 있다.
<섭지코지 지도>
먼저 눈에 띄는 곳은 선녀바위다. 외돌개처럼 생긴 높이 30m, 둘레 15m의 선녀바위가 솟아 있는데, 용왕의 아들이 이곳에 내려온 선녀에게 반하여 선녀를 따라 하늘로 승천하려다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그 자리에서 선돌이 되었다는 전설이 어려 있다. 이 바위는 서있는 모습이라 ‘선돌바위’라고도 불리며, 촛대를 닮았다 하여 ‘촛대바위’로도 불린다.
<붉은오름과 선녀바위(선돌)>
송이라는 붉은 화산재로 된 언덕에는 왜적이 침입하면 봉화를 피워 마을의 위급함을 알리는 연대가 있다. 연대(煙臺)는 조선 초에 세워져 비상통신망으로 해안가 높은 지대에 네모지게 쌓은 석축 위에 만든 봉화대다. 봉수는 봉(烽: 횃불)과 수(燧: 연기)로 변방의 급한 소식을 중앙에 전하는 고대 통신법으로, 위치와 임무에 따라 경봉수·연변봉수·내지봉수 세 종류로 나뉜다. 경봉수는 서울에 있던 중앙 봉수이며, 연변봉수는 국경선이나 해안 일선에 설치되었고, 내지봉수는 경봉수와 연변봉수를 연결한 중간 봉수다.
<섭지코지봉화대(연대)>
섭지코지는 바람이 세게 불어 인적이 드문 ‘바람의 언덕’이었으나 S방송국에서 방영한 ‘올인’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섭지코지에는 올인 하우스가 생겨 올인에서 등장한 수녀원의 세트장과 전시품들이 있으며,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살았던 수녀원 촬영지로써 바닷가 언덕 근처 작은 오름 입구에 ‘사랑의 바위’가 세워져 있다. 성산일출봉과 이어지는 바닷가에는 파릇파릇한 이끼로 뒤덮인 갯바위가 널찍하고, 그 바닷가 언덕에서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보며 오늘 일정을 마감한다.
<드라마 올인 세트장>
<섭지코지의 말>
길을 오래 걸으면 집이 가까워진다는 말이 있다. 곤한 잠을 자고 아침에 눈을 뜨니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짐을 꾸리고 조반을 마친 후 찾아간 곳은 서귀포에 있는 <걸매생태공원>이다. 걸매생태공원은 천지연폭포 상류에 자리한 공원이다. 이곳은 솜반천과 급경사지의 수림으로 다양한 종의 어류와 조류의 서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솜반천변에 자생하는 170여 종의 식물과 습지성 초본류, 야생초화류 등 수많은 종이 식재되어 다양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봄 꽃 매화와 목련이 활짝 웃는다.
<걸매생태공원의 솜반천>
걸매생태공원은 크게 수생식물관찰원·습지생태계관찰원·매화 및 야생초화류관찰원·야생조류관찰원·목재산책로 등으로 나뉜다. 걸매생태공원 동쪽 절벽 위에 ‘걸매예술마을’이 있다. 담장이나 간판에 그려진 예쁜 그림들이 눈길은 끄는 곳으로, 마을 곳곳에 예술작품이 있어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걸매생태공원 매화>
다시 북제주로 올라와 절물자연휴양림을 들려 가볍게 힐링도 해본다. ‘절물’의 지명 유래는 옛날 ‘절 옆에 물’이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현재 절은 없으나, 약수암이 남아 있다. 이 휴양림은 제주시 중심지에서 20여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50년생 삼나무가 하늘을 찌르며 피톤치드를 분출하여 삼림욕을 즐기듯 기분이 상쾌해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절물자연휴양림 삼나무 숲>
봉개동 화산 분화구 아래 산림청이 관리하는 국유림에 조성된 절물자연휴양림은 1995년 7월 23일에 개장했으며 제주시청에서 관리한다. 숙박시설과 건강산책로, 각 단체별 교육연수, 야외 수련시설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휴양림 가운데 자리 잡은 절물오름(650m)은 기생화산으로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말발굽형 분화구가 있다. 제주시가와 한라산이 보이는 분화구 전망대까지 오르지 못하고 제주공항으로 직행한다.(끝)
<절물자연휴양림 숙박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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