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발전 : 단계 ㆍ 문제 ㆍ 임무
리우(劉 瑞)
내용 요약 : 21세기에 접어든 이후에도 중국 경제는 “인플레이션 없는 고속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불공평한 성장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에도 직면하고 있다. 현재 중국 경제의 기본 제도는 어느 정도 안정화 되었고, 이러한 제도의 구체적인 세부 사항의 완성ㆍ자원 제약ㆍ사회 요소 제약ㆍ공업의 농업 부양과 도시의 농촌 지원ㆍ기술적 돌파구의 필요성과 혁신 능력의 향상ㆍ국제적 요소 제약 등을 그 특징으로 하는 발전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간 발전을 위해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제11차 5개년 “규획(規劃)”이 이를 위한 기본적인 맥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특색의 개발형 국가 모델의 확립이나 명확한 순환 경제의 건설 그리고 사회 전환의 중요성 등은 이러한 기본적인 맥락을 완성시키는 데 있어서 여전히 중요하다.
관련단어 : 중국 경제 , 발전단계 , 발전전략
이전 세기의 마지막 20년 이래, 대규모의 제도적 변혁을 거친 중국 경제는 연 평균 9% 이상의 발전 속도를 유지하면서 ‘난관을 두려워하지 않고 투지만만하게 전진’해 왔다. 2003년에는 마침내 1인당 GDP가 천 달러의 관문을 돌파하며 세계 경제 강국의 반열에 진입함으로써 세계만방에 그 ‘기적’을 과시하였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새로운 발전 시기에 접어들면서 그에 따른 발전 단계별 특징 및 그 수요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단계적 특징은 표면적인 현상으로만 치부할 수 없고, 중국의 장기적 발전상과 함께 거시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고려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기초 위에서 중국은 창조적이면서도 진일보한 신(新) 사고와 정책을 앞세워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1. 2000년 이래 경제 성장의 기본 추세
21세기에 들어선 이래 중국 경제는 고속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국내 총 생산가치(GDP)는 2000년 9,442억 2만 위안(인민폐)에서 2005년 1조 5200억 위안(추정치)으로 100% 가까이 증가하면서, 6년간 8.55%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미 달러로 환산해보면 2000년 1조 804억 달러에서 2005년 1조 9,000억 달러로 증대된 것이다. 상술한 통계는 국가통계국이 전국적으로 경제 수준을 조사하기 이전 각 연도별 통계에 근거한다. 그러나 2005년에 시행된 제1차 전국 경제 보통 조사 통계에 의하면, 2004년 중국의 GDP는 현가총량으로 15조 9,878억 위안을 기록하면서, 이전 공식 발표된 통계에 비해 2조 3천만 위안이 증가, 16.8%의 증가치를 보였다. 미 달러로 환산하면 1조 9,317억 달러로, 이 수치는 이미 이탈리아를 추월하여 세계 6위에 해당된다.
같은 기간 특히 2002년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는 그 성장 속도를 한층 가속화하여, 2003년 하반기에 이르면 오히려 과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에 2004년 중국 정부는 과감히 거시 조정 정책을 채택하여 경제 과열 현상을 억제하였다. 2005년 하반기에 이르면 경기 과열 문제는 이미 어느 정도 극복되었고, 경제 성장은 9%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1.9%에 불과한 데, 이는 2005년 1년에 걸쳐 중국 경제 성장 추세에 대한 국내외 평가가 뚜렷이 다르다는 점을 반증한다. 대다수 학자들은 2005년 상반기를 즈음하여 중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일부 학자들은 2005년 하반기에 통화 긴축/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였다. 저자 역시 일찍이 한국의《매일경제》의 기고문을 통해 상반기경에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였지만, 이러한 예측들은 모두 현 상황을 설명하는 데 그다지 적절치 않았다. 최근 6년 동안 소비자 물가지수(CPI)의 성장률은 평균 1.2%이고, GDP의 성장률은 연평균 8.55%를 기록하였다. (그림 1 참조) 이는 사실상 중국 경제가 이미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 (無通脹增長階段 : Growth without Inflation)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는 경제학자들이 희망하던 이상적인 성장 상태이기도 하다.
중국 경제가 이러한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기본 원인이 있다.
(1)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였고, 동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경제가 회복 성장 단계에 진입하면서, 수출 주도의 중국 경제에 성장의 호기(好機)를 제공하였다. (2) 1998년 이후 중국 정부가 시행한 적극적 재정 정책과 온건한 화폐 정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때문에 2003년 전 중국을 휩쓴 SARS [非典/非典型性肺炎] 등 몇몇 중대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서도 중국의 거시 경제 관리에는 크나큰 손실이 없었다. (3) 중국의 시장 경제 체제와 시장의 주체가 점차 성숙해지면서 시장 요소가 중국 경제 성장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4) 투자와 소비와 같은 중국 경제에 내재된 요소들이 상호 연속적으로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2000년 이래 나타난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고속 성장 추세는 중국 경제 구조의 지속적인 조정과 제도 혁신에 따른 결과로, 몇몇 여론이 주장한 것과 같이 중국 구(舊) 체제의 유산을 청산한 결과라 보기는 어렵다.
(그림원문참조) 그림 1. 21세기에 진입한 이래 중국의 경제 성장 추세
2. 중국 경제 발전의 새로운 단계와 새로운 문제
1978년부터 시작된 점진적 경제 개혁은, 적절한 경제 자원 배치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시장 경제가 뿌리내리게 되면서 어느 정도 ‘시장을 향한’ 개혁 임무를 완성하게 되었다. 이는 또한 경험적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경제 성장으로 말미암아 중국 개혁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점을 증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화 개혁이 완성됨에 따라 중국 경제는 다른 시장 경제 국가들이 일찍이 경험했던 여러 단계적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었다.
(1) 중국 경제가 기본 제도 안정과 구체적인 세부 사항 완성의 단계에 접어들다.
개혁 개방 정책이 시작된 20년 이래 중국 사회의 생산력은 공전의 큰 ‘해방감’을 맛보게 되었는데, 이러한 전대미문의 ‘해방’은 중국 정부가 시행해온 대담한 제도 혁신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제도 혁신은 곧 계획 경제로부터 시장 경제로의 전환 과정을 나타내는 지표로써, 주로 다음의 측면에서 표출된다. 첫째, 비공유제 경제를 대대적으로 발전시켰다. 현재 비공유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많은 항목에서 공유제를 추월하였다. 국내 자본을 기초로 한 사영기업과 외국 자본을 기초로 한 사영기업 이 두 주체가 국민 경제의 가장 중요한 항목인 공업에서 차지하는 기업 수 그리고 총 생산가치 모두 50%를 초과한다. 비공유제 경제의 발전은 중국 국민 경제의 기술 혁신ㆍ취업 증대ㆍ효율 증진에 많은 공헌을 하였다. 그러나 비공유제 경제의 주요 전략적 기초 항목이 국민 경제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기 못했기 때문에 사회주의 경제의 기본적 속성까지 개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비공유제 경제가 중국 경제에 대대적인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둘째, 외국 자본과 기업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였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유입된 외자 규모는 연 평균 500억 달러 이상으로, 전 세계 주요 다국적 기업들이 이미 모두 중국 시장에 진입한 상태이다. 총체적으로 볼 때, 시장과 기술을 맞바꾼 대담한 정책과 이로 인해 촉발된 여러 가지 혁신 정책은 최적의 선택이었으며, 이로 인해 중국 경제는 경제 세계화 과정에서 수익자가 될 수 있었다. 셋째, 앞으로 국유기업의 시장화가 한층 더 가속화될 것이다. 국유기업 개혁은 이미 몇 번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회에 막대한 비용부담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만약 국유기업 노동자들의 대규모 하강사태가 벌어지게 된다면, 내부인 통제나 국유 자산의 유실 등 여러 소급 문제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유 기업 체제 전환 이전과 비교해보면 전환의 성과는 매우 괄목할만하다. 현재 15만 개 기업의 총 생산가치는 개혁개방 초기 40만 개 기업의 생산 가치에 맞먹는다. 넷째, 정부에 대한 개혁을 단행하였다. 1998년에 행해진 정부 개혁의 강도는 전대미문의 것으로, 기존 41개 중앙부급 기구가 29개로 줄어들었고, 4만여 명의 중앙 공무원들이 반으로 줄었다. 그 가운데 경제 직능 기구에 대한 개혁의 강도가 가장 거셌는데, 모두 합쳐 8개 부(部)급 경제 직능 기구가 폐쇄되었다. 현재 정부 개혁의 진행 정도나 그 성과의 효율성 평가에 대해서 여러 상이한 의견들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제까지 정부 경험에 대한 많은 평가가 상당히 호의적이었다는 점을 비추어보면, 이제까지의 총체적인 정부 개혁이 객관적으로도 꽤 효과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지난 20여 년 간 대담한 제도 혁신을 통해 실전 경험을 익힌 중국은 이제 세계적으로도 모범이 될 만한 경제 제도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경제 발전에 따른 새로운 제도적 구조는 대강의 윤곽만을 갖춘 상태이기 때문에 자세한 세부 사항은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인 시장 체계는 이미 형성되었지만, 시장 건설을 위한 각각의 구체적인 사항에는 여전히 개혁의 여지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혁신이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모순과 문제점들, 특히 경제 제도 방면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첫째, 기업 제도 개혁에 비해 정부의 행정 관리 제도 개혁은 그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여전히 탐색 중에 있다. 중국은 일찍이 주식제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적 기업 제도 건립을 기업 제도 개혁의 기본 목표로 설정한 후, 이를 효과적으로 구체화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정부의 행정 관리 제도 개혁은 처음부터 그 목표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고, 정부 직능을 관리형 정부에서 서비스형 정부로 전환하려는 논조 역시 모호하였다. 따라서 정부 직능 및 서비스형 정부의 정의를 둘러싼 각기 다른 주장들과 함께, 그에 따른 상이한 실천 방법들도 제시되었다. 여기에 21세기에 들어선 이후 선전[深圳]시가 “행정 삼분제”를 시행한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겠다. “행정 삼분제”란 정부 기구를 정책 결정ㆍ집행 및 감독의 세 가지 직능에 따라 각각 정책 결정국ㆍ집행국 그리고 감찰국으로 분류ㆍ관리하는 제도이다. 이것은 기존 체제에 대한 테스트성 개혁으로, 현 시점에서 그 성공 여부를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전체적으로 정부의 관리제도 개혁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러한 개혁은 시장 간섭의 방향이나 강도ㆍ정부의 업무효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둘째, 시장 체제와 제도 확립을 놓고 보면, 시장 환경은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지난 27년 간 중국은 시장 경제 체제를 확립해 왔는데, 이 기간 동안 만 개 이상의 계획 경제 시대의 제도들이 폐지되었다. 아울러 국제적 수준과 궤를 같이 하는 시장 경제 관련 법규들이 새로이 재정되었다. 2003년 WTO 정식 가입을 표지로 하여, 중국 시장은 이미 국제적 표준에 어느 정도 동화되었고, 시간이 갈수록 세계 각 국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어내면서, 국제적으로도 중국 시장 경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중국의 국정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고 오히려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즉 시장 경제와 관련된 법률적ㆍ제도적 구조의 확립이 곧 시장 경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제도는 사람이 제정ㆍ추진하고 사람이 준수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어떻게 해야만 중국 각지의 정부 관리ㆍ기업가ㆍ은행가ㆍ노동자ㆍ농민ㆍ소비자 그리고 학자들이 시장의 ‘놀이’ 규칙을 잘 숙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규칙을 기반으로 어떻게 일을 잘 진행시킬 수 있는지, 이러한 점들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중요한 과제들이다. 셋째, 현재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기적’을 창조해내고 있는 중이다. 곧 사회주의적 사상ㆍ이념과 자본주의 시장 경제 원칙을 결합하여, 이전 계획 경제와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보다도 더욱 효과적이며 합리적인 새로운 형식의 체제, 즉 “사회주의 시장경제”라 불리는 체제를 건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은 실천 과정에서 부단히 충돌을 일으킨다. 때문에 현재 중국은 이러한 충돌을 화해ㆍ완화시키는 실 용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의 효과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들여 관찰해야할 필요가 있다.
(2) 중국 경제가 자원절약 단계에 접어들다.
1990년대 중후반기 이후 중국 경제는 처음으로 ‘잉여’ 상태를 맞게 되면서, 장기간 경제를 옥죄었던 기본 상품의 부족 문제를 더 이상 겪지 않게 되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시장 경제의 과잉 현상이 중국 경제 운영의 장기 특징으로 간주되었기도 한데, 이는 경제학 교과서에 실린 표준 정의와 거의 유사하였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여러 ‘결핍’ 현상, 곧 전기기근[電荒]ㆍ석탄기근[煤荒]ㆍ물기근[水荒]ㆍ토지기근[地荒] 여기에 동부의 발전 지역에 나타난 민공기근[民工荒] 등의 문제가 나타났는데, 이러한 자원 결핍성 문제는 앞으로 중국 경제 성장의 제약 요인이 될 것이다. 힘차게 성장해온 중국 경제는 이미 공업화 중기 단계에 접어들었고 공업화 후기 단계를 향해 빠르게 전진하고 있다. 에너지와 물자를 많이 소비하는 중화학 산업이 경제 구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점이 이러한 단계적 성장을 증명하는 주요 지표이다. 2002년 중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한 에너지원은 14억 8천만 톤의 석탄으로, 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주역들은 채굴업ㆍ야금제련업ㆍ전력ㆍ화학공업으로, 2003년까지 중국은 전 세계 석탄 소비 총량의 31%, 철강 소모량의 30%, 시멘트 소비 총량의 50%, 석유 소비총량의 7.4%를 소비하였다. 따라서 중국의 높은 성장세는 자원의 고(高)소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경제 발전이 기술 진보와 관리 개선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에너지의 고(高)소비를 기반으로 한 중국의 경제 성장에도 개선될 여지는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1980년에서 2000년까지 중국 GDP의 연 평균 성장률은 9.7%에 달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에너지 소비량은 겨우 연 평균 4.6% 증가에 그쳐, 같은 기간 경제 성장 속도보다도 그 수치가 한참 낮았다. 이는 곧 에너지 이용 효율이 많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한 예로, 단위 GDP 당 에너지 소모가 감소하면서 매 1만 위안 GDP 당 에너지 소비는 1980년 4.28톤(표준 석탄)에서 2000년의 1.45톤(표준 석탄)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상응하여 매 톤 표준 석탄이 만들어내는 GDP 역시 1980년의 2,335위안에서 2000년 6,880위안으로 상승하였다. 다른 한 예로, 야금ㆍ화공ㆍ건축자재ㆍ석유화학ㆍ전력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항목의 단일 에너지 소비 역시 비교적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그 가운데 1톤 철강의 총 에너지 소비ㆍ구리 제련 관련 총 에너지 소비ㆍ소(小) 합성 암모니아의 총 에너지 소비ㆍ내연 기간 자동차의 석유 소비 등의 단일 소비 지표는 30% 이상 감소하였다. 아울러 주요 에너지 소비 상품과 국제적 수준과의 차이 역시 많이 줄어들었다. 전기 생산을 위한 화력 발전에 들어가는 석탄 소비 역시 1980년 32.5%에서 현재 21%로 줄어들었고, 톤 별 철강 에너지 소비 역시 70.4%에서 현재 20% 정도로 감소되었다.
시장에 공급되는 자원과 상품의 결핍 문제는 생산 제도 혁신 및 기술 진보를 통해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자원 결핍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구의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천부적인 자원 결핍은 피할 수 없는 경제 발전의 제한 요소인 것이다. 인류는 자원 생산을 충분히 늘리고 소비를 줄여야만 경제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 이러한 사항은 1인당 평균 가용 자원이 유한한 가운데에서도 경제 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경제 대국에서 특히 주목해야 한다. 한층 가속도가 붙은 중국의 경제 발전에 있어 현재 가장 큰 화두인 자원 제약 문제는 두 가지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향후 50년 간 중국이 추구하는 국가 현대화 목표 가운데 경제 발전 목표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으로, 이런 현대화 과정에서는 자원 제약과 제도 제약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제도 개혁이 어느 정도 완성된다면 이후 자원 제약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의 1인당 평균 자원이 유한하다는 점으로, 이 때문에 중국의 경제 성장은 장기간 외부 자원의 수입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수입 규모가 증대될수록, 앞으로 국제 시장 파동이나 자원 경쟁국의 내부 불안 등으로 인해 자원 제약 문제가 국가간 이익 충돌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국의 경제 성장은 앞으로 국내외 자원을 어떻게 더 잘 개발ㆍ이용하여 경제 발전의 기초로 삼느냐에 달려 있다.
(3) 중국 경제는 사회 요소 제약의 단계에 접어들다.
지난 20여 년 간 중국 경제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지만, 이와 동시에 중국이 경제적 진보에 상응하는 사회적 진보를 이루었는가 하는 점은 논쟁의 여지가 많다. 실제로 지난 20여 년 간 중국의 사회와 경제 발전 사이 비대칭성이 존재해왔다는 사실은 의심할 바 없이 확실하다. 그러나 한층 진일보한 경제 발전을 위해서 사회의 수용 가능 압력과 제공 가능 동력이 갈수록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의 사회 발전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다는 점은 우선 나날이 확대되고 있는 주민 간 수입 수준 차이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연합국 개발 계획[UNDP]이 중국 발전 연구 기금회에 위탁하여 작성된 《중국 인류 발전 보고 2005》에서는,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지속하는 중국에서 현재 그런 성장의 수혜자와 낙후자 간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불공평 현상은 특히 지역 간ㆍ도시-농촌 간ㆍ성별 간 및 각기 다른 그룹별로 매우 두드러진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의 약자 집단들, 특히 경작지가 없는 농민ㆍ민공ㆍ하강된 노동자와 농촌 사람들은 최저 빈곤 계층에 속하며, 이들은 한층 확대되고 있는 이러한 불공평한 상황의 피해자들이다. 현재 중국의 지니계수는 국제 공인 경계 0.4를 이미 초과하여 0.45에 이르렀다. 이런 현재 중국의 상황과 동북아 기타 지역의 경제 상황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한층 극명해진다. 고속 경제 성장 시기 일본은 줄곧 수입 수준을 평등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타이완의 경우 경제 고속 성장 시기 수입 수준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가 서서히 벌어진 후 또 다시 줄어들어 “凸형”의 변화 과정을 겪었다. (그림 2 참조) 한국 역시 일본이나 타이완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로 인해 동북아 지역의 고속 성장은 역사적으로 “공평 성장 (Growth with Equity)”라 일컬어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현상이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선 분석에서에 따르면 한편으로 중국은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실현한 반면, 다른 한 편으로 공평한 성장 실현에는 조금의 진척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사회의 공평성을 목표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로써 크나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림 2. 동북아 경제 고속 성장 시대의 지니 계수 변화
(그림원문참조) 출처 : 타이완 사회지표통계 1999년. Kazushi Ohkawa and Bernard Key, edited: Asian Socioeconomic Development. University of Tokyo Press, 1980. P. 260
중국 사회 발전의 상대적 낙후는 사회 공공 서비스 부족에서도 나타난다. 2003년 중국 정부의 적극적이고 대대적인 통제 정책으로 SARS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지만, 이 역시 공공 위생 서비스 체계의 결함을 여지없이 폭로한 사례이다. 2005년 7월 WHO와 국무원 발전 연구 센터가 제출한 보고서는 지난 10여 년 간 진행된 중국의 위생 의료 서비스 제도 개혁의 결과가 부정적이라고 결론지었다. 개혁이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병을 치료하는 것은 어렵고 간병하는 것은 비싼” 현실적 문제에 힘들어하고 있다. 의료비의 60~80%를 국가가 지불하는 의료보장 시스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도시 거주자가운데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비로 치료를 받고 있다. 하늘높이 치솟는 진료비ㆍ치료비ㆍ약값은 일반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고, 상업적 민간 의료 보험은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에 불과하다. 한 여론 조사 기관이 2005년 2월에 7개 도시와 7개 성(省)의 향진 및 농촌에 대해 실시한 표본 추출 조사에 따르면, 65.7%의 사람들이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 보장이나 상업 보험을 포함한 어떠한 형식의 의료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통계는 피조사인구의 2/3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농촌에서는 80%에 가까운 사람들이 어떠한 의료 혜택도 보장받지 못했다. 7개 성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14개 농촌 3859명에 대한 조사에서는 비용 문제로 치료를 포기한 사람이 전체의 25%에 달한다고 나타났다. 이 밖에 공공 교육ㆍ문화 오락ㆍ스포츠 경기ㆍ사회 치안ㆍ환경 보호 등의 영역에서도 많은 폐단이 발생하여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여론 보도에 통제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집단 탄원ㆍ폭동사건 등 여러 사회 불안 요인으로 발생되는 사건들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비록 여론에 공개되진 않지만, 현재 이런 사건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틀림없다.
중국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것에 비해 중국 사회는 그 성장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경제 전환과 함께 중국 사회가 한층 수준 높은 단계로 발전하기 위한 사회 전환은 매우 절박하다. 중국은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현대적 문맹’으로 숙련된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이제 와서 미비한 교육 제도를 탓해 봤자 아무 소용없다. 또한 중국은 전반적인 국민 건강 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로 그에 대한 지출 비용 부담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지금 와서 위생 의료 및 사회 보장 체제의 각종 폐단을 반성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중국은 빈번해진 사회 폭동으로 투자 환경이 악화되었지만, 지금 와서 수입 배분의 불평등과 사회 치안 업무의 실수를 반성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현재 중국은 경제의 시장화를 위한 체계적인 사회 기제가 부족하고, 사회적 관념 역시 경제 운용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 운용 방식에는 이미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였고, 심지어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사회 전환이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다. 따라서 경제 전환과 상호 작용하는 체계적인 사회 전환의 실현 가능성 여부가 중국 경제의 지속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제가 되었다.
(4) 중국 경제가 공업의 농업 부양ㆍ도시의 농업 지지의 단계에 접어들다.
개혁 개방 이전 전형적인 이원적 경제 구조였던 중국은 수많은 모순들에 허덕이고 있었다. 이러한 구조는 舊 중국의 물질 경제와 계획 경제 제도의 특징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개혁 개방 이래 중국 사회의 생산력은 전대미문의 크나큰 ‘자유’를 향유하게 되면서 공업과 농업 그리고 도시 경제 모두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의 공업화 정도 역시 이미 중간 진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아직 이전 시기 이원적 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완전히 개혁되진 못했다. 그 원인으로는, 우선 여전히 지속적인 ‘투입’이 있어야만 중국의 공업 경제와 도시 경제가 그 놀라운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공업 및 도시 생산력을 갖추었다 할지라도,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채택하여 이원적 모순 구조를 개혁할 의향이 전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고속 성장 시기 동안 한국 정부는 ‘공업이 농업을 부양하고 도시가 농촌을 주도하는’ 정책을 채택하여, 정부가 주도적으로 공업과 농업ㆍ도시와 농촌 간 간극을 최소화시키는데 전력을 다하였다. 1970년부터 한국 정부는 일련의 개발 항목을 제정하는 동시에 “새마을 운동”을 시작하였는데, 이 운동은 정부 차원의 지원과 농민의 자주적 참여를 기본으로 상호 유대를 강화하여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고향 농촌의 건설 활동을 이끌도록 하였다. 새마을 운동은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인 망을 형성하면서 중앙 정부가 직접 지도하였다. 새마을 운동은 단계별로 나뉘어져 각각의 목표가 세워졌다. 1971~1973년은 기초 건설 단계로, 농민의 거주 환경 개선과 채소ㆍ과일 등 작물 및 가축의 품종 개량을 그 목표로 삼았다. 1970년 11월에서 1971년 7월까지 한국 정부는 전국의 각 농촌에 300포대의 시멘트를 무상 제공하면서, 사적인 사용을 금지하고 마을 내 공공사업에 사용하도록 조치하였다. 이러한 새마을 운동이 지속되면서 고향 농촌을 재건하려는 농민들의 열정은 한층 고양되었다. 1974~1976년은 확산 단계로, 이 시기 새마을 운동은 빠른 속도로 ‘도시를 향해’ 확대되면서 전국적인 현대화 건설 활동이 되었다. 농촌의 마을 회관과 공동 저수지를 건설ㆍ수리하고, 공용 설비 생산을 강화하여 주택을 신축하는 등 다양한 농촌 경영 방식을 발전시켰다. 정부는 이를 위해 새마을 운동 지도원ㆍ각 급 국가 공무원ㆍ사회 각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새마을 운동 교육을 실시하였다. 아울러 탁월한 성과를 거둔 농촌에게는 정부 차원의 대출과 다방면에 걸친 각종 우대 정책이 제공되었다. 이공계 대학ㆍ대학원의 교수나 과학 기술 연구원 등을 초빙하여 농촌 순회 강습을 진행하는 등 과학 문화 지식 및 기술 습득 기회를 확대ㆍ제공하였다. 1977~1980년은 내실화를 다지는 단계로, 목축업ㆍ농산품 가공업과 특산물 발전을 장려하며 농촌 보험업 발전을 그 중점 목표로 삼았다. 이와 아울러 농촌 재건을 위한 각종 건축 자재를 제공하고, 문화 주택 및 농업-공업 개발구 건설을 지원하였다. 1981~1988년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단계로 발전하면서, 정부를 대신해 새마을 운동을 이끌어갈 전국적인 민간 조직이 체계화되었다. 관련 훈련과 정보ㆍ선전 업무는 점점 민영화되었고, 정부는 단지 전체적인 청사진 제시 및 재정적ㆍ물질적ㆍ기술적 지원 서비스 등을 담당하게 되었다. 새마을 운동을 통해 한국의 농업은 구조 조정을 가속화시킬 수 있었고, 나아가 다양한 경영 방식을 발전시킴으로써 농촌 금융업ㆍ유통업 등이 대대적으로 발전, 농촌 수입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농촌의 생활환경 및 문화 환경의 증진을 꾀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한국 정부의 주도로 시작된 새마을 운동은 수백 년 간 낙후되어 있던 한국 농촌의 면모를 일신시켰다.
21세기에 들어선 후, 중국 정부 역시 농촌ㆍ농업ㆍ농민의 소위 “삼농 三農 문제”에 한층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농촌의 전기망ㆍ수리ㆍ도로ㆍ통신 등 기초 설비 개조를 중점적으로 진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적절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여기에 경제 발전 단계의 인식 부족이 더해져 제대로 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2004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중국 정부는 ‘공업이 농업을 부양하고 도시가 농촌을 이끄는’ 정책을 주도적으로 시작하였다. 제16차 4중 전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는 “두 가지 경향”, 즉 “공업화 초기 단계에서는 농업이 공업을 지원하고 공업을 위해 농업의 누적된 성과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공업화가 상당히 진행된 이후, 공업이 농업을 부양하고 도시가 농촌을 지원하게 되면서 공업과 농업ㆍ도시와 농촌 간 협조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보편적인 경향이 되었다”라는 논단을 발표하였다. 또한 2004년에 열린 중앙 경제 업무 회의에서 후진타오 총서기는 현재 중국이 이미 “공업으로 농업을 촉진하고, 도시로 농촌을 감싸는 [以工促農ㆍ以城帶鄕]” 발전 단계에 도달하였음을 명확히 천명한 바 있다. 이와 동시에 국민 경제와 사회 발전을 위한 제11차 5개년 ‘규획’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정식으로 “사회주의식(式) 새마을 운동”의 전략적 시행방안이 제시되었다.
이렇게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게 된 정책적 함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지금부터라도 공업과 도시의 선진 생산력과 이제까지 누적된 실력을 발휘하여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지원하고 공업과 농업ㆍ도시와 농촌 간 차이를 축소하여, 결과적으로 상호 협조적 발전을 실현해야 한다. ‘선진’이 ‘후진’을 돕고, ‘발전’과 ‘낙후’ 간 차이를 줄이는 것이 사회주의 시장 경제 건설의 내재된 기본 논리이다. 둘째, 문제가 많은 기존의 이원적 구조를 일원화시키는데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시장의 힘만으로 장기간 중국 발전 형태에 누적되어 온 이원적 구조의 문제점을 개혁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단기간 내 해결될 수도 없는 문제이다. 이러한 이원적 구조는 시장의 자원 배치 원리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일원적 구조로 전환될 것이다. 설령 이러한 과정 변화가 장기적이고 그 속도가 늦을 뿐만 아니라 여러 번 반복 시행되어야 하더라도, 이러한 과정은 필연적으로 거쳐야만 한다. 정부가 ‘서부대개발’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처럼, 현재 중국은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하여 이러한 진행 과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해나가고 있다.
(5) 중국 경제가 기술적 돌파구와 혁신 재능의 촉진이 필요한 단계에 진입하다.
생산 요소의 조합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지난 20여 년 간 중국의 경제 성장은 그저 전통적 성장 모델의 재현에 불과할 뿐이었다. 경제 성장은 주로 전통적 생산 요소, 즉 자금과 노동에 의존하는데, 특히 투자는 경제의 주기적 파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20여 년 간의 개혁 개방 이래, 수천 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자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중국은 “세계의 가공 공장”으로써 대단한 경제 성장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Made In China" 상품 가운데 중국의 자주적인 기술이나 원천 기술이 뒷받침 된 상품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중국은 경제 강국으로 불려질 정도로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루었지만, 기술 발전 측면에서는 여타 기술 강국, 혹은 기술 대국들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여 년 이래 중국 기업의 R&D 경비 투입은 빠른 속도로 증대되었지만 선진국과의 차이는 여전히 매우 크다. 2005년 12월에 발표된 제1차 전국 경제 조사 통계에 따르면, 2004년 중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공업 기업이 사용한 R&D 경비 총액은 1104억 5만 위안이었고, 투입 강도(R&D 경비가 판매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는 0.56%였다. 그 가운데 대중형 기업의 R&D 경비는 954억 4만 위안으로 투입 강도는 0.7%였다. 항목 별로 보면, R&D 경비 투입이 백 억 위안을 넘는 항목은 총 3개로, 곧 통신 설비와 컴퓨터 및 기타 전자 설비 제조업ㆍ교통운수 설비 제조업ㆍ전기기계 및 부품 제조업이었다. 투입 강도가 1% 이상인 항목은 모두 4개로, 의약제조업ㆍ통신 설비와 컴퓨터 및 기타 전자 설비 제조업ㆍ교통운수 설비 제조업ㆍ전기기계 및 부품 제조업 등이었다.
선진국 표준에 비해 중국의 R&D 경비 지출은 비참할 정도로 적다. 1994년 초반 OECD는 R&D 경비가 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하이테크 산업의 발전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확정하였다. 대개 7.1%를 초과하는 산업은 하이테크 산업으로 분류되며, 2.7%를 넘기면 중간 기술 산업, 2.7% 이하면 저(底) 기술 산업으로 불린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중국의 어떤 기업이나 항목도 하이테크 산업에 속하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해외로부터 기술 수입에 의존하는 것만으로 중국의 현대화 목표를 실현할 순 없다. 따라서 중국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자주적인 원천 기술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 자국만의 전문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다면, 생산 기술 방면에서 앞으로도 영원히 다른 기술 대국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중국 경제는 앞으로도 매년 7% 이상의 경제 성장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예상되는데, 이를 위해선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자금 부족 문제보다 기술 낙후 문제를 선결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며, 해외로부터 기술을 도입하는 것보다 중국의 자주적인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요소 투입에 의존한 경제 성장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20여 년 간의 경제 발전을 통해 중국은 해외 기술을 소화ㆍ흡수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이는 곧 중국의 자주적 원천 기술 개발의 밑거름이 되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은 자신만의 브랜드를 연구ㆍ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해야 하며, 중국만의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비로소 중국은 향후 20년 이상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국가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국가 혁신 체계의 구축 업무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의 연구 개발을 위해 자금과 기술의 유효한 결합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6) 중국 경제는 국제적 요인의 제약을 받는 단계에 접어들다.
개혁 개방 이전 중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폐쇄된 상태였지만, 개혁 개방 과정을 통해 중국 경제는 ‘폐쇄’에서부터 점차 ‘개방’상태로 나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주요 시장 정책은 여전히 ‘격리’된 상태였다. 중국 경제는 세계 경제와 완전히 융합되지 못한 채 오랜 시간동안 “홀로 피어 있는 한 송이 꽃”과 같이 고립되었으며, 국제 사회 역시 중국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2003년 중국이 WTO에 가입함으로써 종결되었다. 중국이 장기적으로 대외 무역 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독자적인 외환 정책을 유지해 온 것은 국제 사회, 특히 중국과 주요 무역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들의 불만의 대상이었다. 2005년 중국의 대외 무역 수지 흑자는 천억 달러를 돌파하였고, 외환보유고는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불평등한 국제 무역 상황에 대한 국제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국내외 압력으로 인해 장기간 정부 차원의 관리대상이었던 인민폐 환율은 소폭 평가 절상되며 변동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수출 상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 역시 증가하였는데, 조사를 받은 항목은 수출 화물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 기업가들이나 여행객들이 해외에서 상해를 입거나 구속당하는 등 여러 가지 불편한 일을 겪고, 중국의 수출 화물이 해외에서 구류당하거나 파손되는 등 여러 사건이 부단히 발생하였는데, 이 또한 모두 전대미문의 일들이다.
일단 한 번 시작되면 모든 일이 명확해진다. 중국 경제는 경제의 세계화 과정에 점차 융합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WTO 정식 가입은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한층 광범위한 경제적 자유를 획득하였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자유와 함께 더욱 엄격한 경제 제재를 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WTO 가입 직후 한동안 과도기를 거치면서 중국은 선진국들이 관리하는 국제적 ‘놀이’ 규칙을 부득불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중국이 금년 이후 지속적으로 국제적 압력을 받게 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앞으로 이러한 압력은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증대될 것이며, 이와 동시에 중국 경제는 세계 경제와 발맞추어 진퇴를 거듭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더 이상 “홀로 아름답게 피어 있는 한 송이 꽃”이 아니다. 국가 주권, 그 중에서도 특히 경제 방면에서 중국은 앞으로 더욱 더 강력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이제까지 별다른 마찰 없이 진행된 중국의 외교ㆍ무역 정책에 일대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현대화 전략을 한층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이, 경제의 세계화 맥락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제 자주권을 견지하는 것은 발전 전략으로써 그다지 시의적절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 정부가 일본과 한국이 경제 고속 성장기에 채택하였던 것과 유사한 정책을 취하여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는 중국의 산업,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ㆍ항공 산업ㆍ전자 통신 산업ㆍ금융 보험업 등을 보호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기만하는 것에 불과하다. 국내의 보호 무역 장벽을 철폐하지 않는 이상 중국의 현대화는 가속은커녕 퇴보하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전 경제 상황을 한시라도 빨리 개혁하여, 경제의 세계화 추세에 발맞추어 기회를 잘 포착해서 자국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현명하다. 더 이상 홀로 피어있는 꽃이 아니라, ‘늑대와 함께 춤을 추며’ 세계 공통의 ‘놀이’ 규칙을 학습해야 한다. 규칙으로 규칙을 학습하여, 사람의 길[人道]로써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 진입한 이후 중국이 직면하게 된 또 다른 임무로는 첫째, 국제 법규와 무역 강대국의 정책을 습득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맞서야 할 때는 반드시 맞서고 양보해야 할 때는 양보하여 외교 관련 분규 및 쟁의를 융통성 있게 처리해야 한다. 둘째, 외수에 많이 의존하는 전통적 경제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국제 수지 평형을 맞춰야 한다. 또한 내수에 기초한 경제 성장 정책을 심화하고, 국내 시장의 잠재력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려 국제적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셋째, 중국의 우위를 적극 이용하여 대외 경제 관계의 주도권을 쟁취해야 한다. 특히 경제 강대국들이 아직 주도권을 잡지 못한 신흥 하이테크 산업 및 신흥 무역 방면을 선점해야 한다. 넷째, 대외 경제 활동 루트를 한층 다각화시켜 더욱 적극적으로 전 세계 구석구석까지 ‘밖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3. 문제 해결의 몇 가지 사고방식
중국 정부의 제11차 5개년 규획의 사고방식
2005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16차 5중 전회에서는《국민 경제와 사회 발전을 위한 제11차 5개년 규획의 제정에 관한 중국 공산당의 건의》가 통과되었다. 이는 향후 5년 간 중국의 발전 노선을 제시한 정부의 강령성 문건으로, 지속적이면서도 빠른 경제 발전ㆍ경제 성장 방식 전환의 가속화ㆍ자주적 혁신 능력의 제고ㆍ도시와 농촌 간 협조적 발전의 촉진ㆍ사회 건설의 화해 강화ㆍ개혁 개방의 지속적 심화 등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는 곧 경제 발전과 중국 사회 간 ‘화해’를 도모하며 새로운 농촌 건설 및 자원 절약형ㆍ환경 우호형 사회 건설을 목표로 천명한 것이다.
1953년부터 중국은 소련 계획 경제의 경험을 학습하기 시작하여, 매 5년마다 중기적 경제 계획을 편성하였다. 이러한 계획은 1966~1976년의 “문화대혁명”처럼 특수한 상황에서는 잠시 중단되기도 하였다. 시간 순서에 따라 2006~2010년은 11번째 5개년 계획이 된다. 중국 정부는 1992년에 이미 시장 경제 체제가 기본적으로 완성되었다고 천명하였지만, 여전히 중앙의 종합적인 계획 편제 관리 업무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한국이 경제 고속 성장 및 시장 경제 체제를 완성한 이후 1996년부터는 5개년 경제 계획 편성을 그만둔 선례에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은 중국 정부의 행위는 국외 인사들을 곤혹스레 만들고 있다. 덩시아오핑[鄧小平] 사상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에서의 계획이란 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며, 필요하다면 시장 경제아래에서도 얼마든지 사회주의식(式) 경제 계획을 편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 경제에서의 계획은 전통적인 계획 경제하의 지령성 계획이 아니라 강령성ㆍ전략성ㆍ정책성 작용을 중시한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하여 이번의 5개년 계획은 ‘5개년 규획[規劃]’으로 불리게 되었다. 중국어에서 “규획”은 “계획”보다 더 포괄적이고 융통성 있는 함의를 지닌 단어이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5개년 규획에 포함되지 못한 건설 항목은 모두 상급 심판 기구의 입법 비준을 획득할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5개년 규획은 각급 지방 정부의 발전 항목에 대한 중앙 정부의 지도력을 한층 강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제11차 5개년 ‘규획’은 현재 중국에 존재하는 여러 모순과 문제점들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첫째, 중국 경제의 빠른 발전은 조방적 성장 모델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자원 낭비 및 효율 저하 그리고 환경오염을 조장한다. 따라서 이번 규획은 경제 발전을 위한 자원 절약을 기본 국가 정책으로 강조하고, 순환 경제 발전과 생태 환경 보호를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또한 절약형 발전ㆍ청결한 발전ㆍ안전한 발전ㆍ지속 가능한 발전 방식을 강조하고, 자원 절약형ㆍ환경 우호형 사회 건설을 도모하며, 인구ㆍ자원ㆍ환경과 경제 발전 간 상호 협조를 강화하면서, 2010년에는 중국의 1인당 평균 GDP가 2000년보다 100% 증대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렇게 자원 이용의 효율성을 현저히 향상시킴에 따라 GDP의 단위 당 에너지 소비가 “10ㆍ5”기간 후반기보다 약 20% 정도 낮아졌다.
둘째, 현재의 불합리한 산업 구조는 중국 경제 발전을 위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규획’은 경제 구조 조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목표를 세우고 있다. 즉, 자주 혁신을 통해 산업 기술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핵심 및 관건 기술을 완전히 습득하여 산업 전체의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고, 자주적 혁신을 위한 기본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정보화를 기반으로 장비 제조업ㆍ하이테크 산업ㆍ정보산업ㆍ바이오산업과 국방 과학기술 공업과 같은 선진적 제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아울러 서비스업의 비중을 높여, 금융ㆍ보험ㆍ물류ㆍ정보와 법률 서비스 등을 대표로 하는 현대적 서비스업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전통적 서비스업에 대한 개조를 진행해야 한다. 에너지ㆍ교통ㆍ원자재ㆍ인터넷 통신망 등 기초 산업과 기초 설비 건설을 강화하며, 맹목적인 중복 건설과 자원 낭비를 철처히 지양해야 한다.
셋째,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은 중국 특유의 “삼농 三農” 문제를 구성한다. 현재 “삼농” 문제는 농민의 낮은 수입으로 인한 도-농 간 과도한 수입 격차 문제, 농촌의 잉여 노동력을 기타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문제, 농업의 노동 생산율 저하 등의 집중되어 있다. ‘규획’은 사회주의 신(新) 농촌의 건립을 위해 “농업 생산력 증대ㆍ농촌 생활수준의 향상ㆍ도시 풍속의 문명화ㆍ농촌 정리 및 위생 증진ㆍ농촌 관리의 민주화” 등을 기본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5년 이내에, 중국 정부는 농업과 농촌에 대한 투입의 강도를 증대해야 하며, 공공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농촌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뿐만 아니라, 농촌에 대한 공공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농업의 생산 구조를 조정하면서 농업의 성장 방식을 전환시켜야 하고, 종합적인 농업 생산 능력을 제고시켜 이를 농업의 경제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농민의 수입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그들의 부담을 가볍게 해주는 것이 곧 “삼농”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농업세를 전면 취소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농민이 수입을 증대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더욱 확대시키는 것을 시정의 주요 목표로 삼았다. 농가에서 부담하는 의무 교육 비용과 공공 의료비 역시 “11ㆍ5 규획” 기간에 점차 완전 면제될 것이다.
넷째, 중국의 도시화 수준은 낙후되어 있다. ‘규획’은 대ㆍ중ㆍ소형 도시와 기타 농촌 간 협조적 발전을 견지하며, 중소형 도시 및 위성도시 건설에 힘을 쏟는 한편, 농촌의 종합적인 적재 능력 제고를 그 목표로 한다. 이와 동시에 건강한 도시화 발전에 상응하는 건전한 재정 과세ㆍ토지 징수ㆍ행정 관리 및 공공 서비스 제도 등을 건립해야 한다. 아울러 호적과 유동 인구 관리 정책을 완성시켜 도시의 관리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다섯째, 지역 간 발전 단계에 따른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규획’은 동부 연안 지역을 우선 현대화하고, ‘서부대개발’ 전략을 진행하며, 중부 지역의 경제적 부흥을 도모하고, 동북 지역의 옛 공업 지대를 부흥시키는 경제 방안을 구상ㆍ완성해야 한다. 먼저 발전한 동부 연안이 기타 빈곤 지역을 부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정책적 임무로, 정부는 동(東)-중(中)-서(西)의 3대 경제띠[經濟帶]가 서로 연동하여 상호 지원하는 발전 국면 형성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여섯째, 현재 중국은 경제 발전과 사회 발전이 불균형한 상태로, 각종 사회 문제 그 가운데에서도 취업ㆍ수입 배분ㆍ사회 보장ㆍ공공 위생ㆍ문화 교육 등의 방면이 특히 심각하다. ‘규획’은 경제 발전 수준에 상응하는 사회 보장 체계의 건립과 함께, 사회적 표준과 합리적 방식을 강조한다. 이와 동시에 다양한 배분 방식을 마련하여 지역 간ㆍ사회 성원 간 수입 분배의 차이가 확대되는 것을 완화시켜야 한다. 또한 전 사회에 걸쳐 양질의 공공 문화 서비스 체계를 제공함과 동시에 공공 위생 및 의료 서비스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
상술한 정부 ‘규획’의 사고방식은 전면적ㆍ계통적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사고방식에는 심도 있는 논증 및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경 정부의 사고방식은 절충 방안일 뿐, 중국의 경제 발전과 관련된 한층 철저하고 심층적인 분석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필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몇 가지 사고방식을 아래에 제시해 보고자 한다.
(2) 중국 특색의 개발형 국가 모델을 완성하다.
‘규획’의 다른 임무, 즉 중국 경제 제도의 재건은 현재 일단락된 상태이다. 아무리 인류가 제도 혁신의 과정을 통해 진보해왔다고 할지라도, 기본 제도의 개혁과 구체적 제도 개량이란 이 두 가지 각기 다른 성질은 마땅히 구분해야 한다. 전자는 일종의 질적 제도 혁신이며, 후자는 양적 제도 혁신에 속한다. 사회주의 시장 경제 제도가 기본적으로 완성됨에 따라 중국의 질적 제도 혁신의 임무는 이미 일단락을 고했고, 이어 제도의 양적 심화라는 새로운 임무에 직면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미 적용되고 있는 제도들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대규모 개혁을 시행해야 한다. 현행 제도가 세세한 부분에서 아직 미완성이라는 문제가 남아있지만, 사회주의 시장 경제 제도에 대한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혁신은 앞으로 지속해야할 주요 임무이다.
중국은 이미 개발형 국가 모델(developmental state)을 완성하였다. 비록 이 모델이 종종 신자유주의자들의 비판의 초점이 되며,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가 이 모델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난 27년간의 시행착오가 증명하듯 개발형 모델은 중국의 실정에 적합하다. 이와 관련된 이론상의 한계나 실천상의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할 순 없지만, 이 모델이 중국의 상황에 적합하다는 점만은 틀림없다. 따라서 중국 특색의 개발형 국가 모델의 완성은 중국 제도개혁의 장기적 목표가 되었다. 중국식 개발형 모델을 일본이나 한국식 혹은 다른 모델과 비교해보면 세 가지의 “공통점과 차이점[是與不是]”을 찾을 수 있다. 곧, 중국의 개발형 모델은 공유제 경제 제도와 시장 경제 기제의 결합체이지만, 순수하고 완전한 형식의 자유 시장 제도는 아니다. 이 모델은 정부 간섭과 시장 주체의 자율성이 결합된 경제체이지만, 어느 한쪽의 경쟁 경제나 계획 경제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이 모델은 제한적 민주 체제하에서 형성된 경제체이지만, 완전 민주 제도 아래에서 형성된 것은 아니다.
(3) 순환 경제 건설의 중점
경제 발전이 갈수록 자원 환경의 제한을 받게 됨에 따라, 국내외 자원의 유효한 개발과 합리적 이용을 한층 강조하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중국 정부 역시 새로운 공업화 시대에 발맞춰 조방적 경제 성장 방식을 개혁해야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과학 기술의 혁신과 정보화를 통해 선진국을 추월하여, 자원 병목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현재 중국은 이미 순환 경제 건설 및 발전 단계에 진입했으며, 앞으로 이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이에 순환 경제 건설을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사항들을 유의해야 한다.
첫째, 순환 경제에 적합한 산업군과 산업 연쇄망을 형성해야 한다. 자원 개발 및 이용은 적절한 산업을 통해 전개되어야 하며, 산업 논리 또한 준수해야 한다. (그림 3 참조)
산업 A 산업 B 산업 C 산업 D ↓ ↓ ↓ ↓ 자원 → 채굴/개발 → 생산 → 판매 → 소비 ↑ ↓ ↓ ↓ ↓ 회수 폐기물 폐기물 폐기물 폐기물 ↑ ↑ ↑ ↑ 산업 H 산업 G 산업 F 산업 E
그림3. 순환경제 중의 산업 연쇄망
순환 경제의 건설은 경제 자체의 실제 운행 단계 및 과정에 근거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매 순환 고리에서의 자원 이용과, 그로 인해 생성된 폐기물의 개발ㆍ재개발을 효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개발과 재개발은 상응하는 산업 개발을 통해 이루어진다. 때문에 이러한 관련 산업을 찾아내야만 규모의 연쇄망을 형성하여 전체 경제가 제대로 순환할 수 있다.
둘째, 순환 경제 건설을 위한 기술적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자원 개발이 심화됨에 따라서, 폐기물을 가용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어려움 역시 증대되고 있다. 현존하는 경제 순환 고리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의 재활용 가능 여부는 기술 향상 및 그 가능성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 중국은 ‘태산같이 높이 쌓인’ 폐기물을 어찌 처리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이는 곧 중국의 재활용 기술 수준이 여전히 낙후되어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따라서 순환 경제 건설의 관건은 곧 기술적 돌파구 및 ‘재’돌파구를 찾아내는데 있다.
셋째, 순환 경제에 부합되는 관념을 체계화해야 한다. 순환 경제는 인류에게 주어진 자원과 그 자원 개발 능력 인식이 심화된 결과물이다. 전에는 보고도 무시했던 폐기물이 하룻밤 사이 보물로 바뀔 수도 있고, 이와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즉 새로이 전환된 관념으로 인해 보물로 여겨지던 것이 하룻밤 새에 폐기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인류와 자연 간 관계 재설정을 모색하는 시도는 곧 순환 경제의 시작과 끝을 결정한다.
(4) 사회전환의 기본 사고방식
중국 사회의 제도 전환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중국 정부 역시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에, 과학 기술 발전관을 제시하며 “사람을 근본으로 하는 以人爲本” 인식 전환을 우선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곧 사회 전환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다. 이러한 사회 전환의 방향 설정은 중국의 경제 전환이 시장화를 목표로 삼은 것에 상응한다. 그러나 “사람을 근본으로 하는” 개념은 그 함의가 너무나 광범위하여,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또한 이전 단계의 사회 산업화 추진 과정에 따른 실천적 편차로 인해 “사람을 근본으로 하는” 이념의 구체화 및 현실적 정책 시행에 부조화가 나타나게 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이전 단계에서 사회 전환이 실패한 이유로 사회 전환의 명확한 기본 목표가 제대로 설정되지 못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중국은 이제껏 경제 전환을 위해 시장화 원칙을 오용하면서까지 사화 전환을 시도하였지만, 이러한 시도는 효율성의 저하만을 야기하였을 뿐이다. 사회주의 시장 경제 건립을 위한 공평 분배 역시 시도하였지만, 이러한 시도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경제적 영역에서 효율을 앞세우는 것은 옳다. 그러나 사회 영역에서 공평한 배분을 언급하지 않거나 홀시하는 것은 그릇된 것이다. 과학적 발전관의 확립을 통해 중국의 사회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곧 “사람을 근본으로 하는” 원칙으로 시장화 원칙을 대체하고, 공평 원칙으로 효율 추구 원칙을 대체하는 것으로, 이로써 중국의 사회 전환을 완성할 수 있다.
“사람을 근본으로” 하는 사회 전환은 교육과 의료 두 가지 영역에서부터 우선 시행되어야 한다. “인류 개체의 능력은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원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개인의 건강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학자들의 정의에 따르면 질병은 이러한 사회적 가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능력 이상 상태를 뜻한다. 교육은 학습을 통해 개인의 능력을 제고시키는 것이며, 건강은 곧 능력의 유지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는 인류 가치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사람을 근본으로 인식하는 것은 인간적 가치의 보존과 발휘를 최우선시하는 것으로, 이러한 특징을 이행하는데 필수 요건이 바로 의료와 교육이다. 의료와 교육은 인본(人本)의 중심 대상이며, 이로부터 다양한 사회 활동과 사회사업이 파생된다. 따라서 사회 전환의 선행 조건으로써 의료와 교육 체제의 체계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사회 전환을 위한 첫걸음이다.
사회 전환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인식 부족 문제는 족쇄로 작용한다. 다른 국가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 전환에는 명확한 인식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경제가 발전했다고 해서 사회 발전이 자동적으로 실현될 수 없다는 인식전환이다. 시기와 상황에 맞는 사회 발전이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한층 진일보한 경제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시장을 통해 공공 상품을 제공하는 것은 효율을 우선시한 선택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공공 서비스 기구나 제도를 통해 공공 상품을 제공해야만 비로소 사회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예전 사회 전환을 위한 시험 단계에서 중국은 경제인 가설ㆍ사유제의 항구성ㆍ시장 최우선의 3대 함의를 앞세운 신자유주의 사조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이를 기초로 진행된 사회 전환은 이미 한 번의 시련을 겪었다. 정부의 본의는 사회사업의 산업화를 통해 더 많이 그리고 더 좋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조치의 결과는 인민들의 원성을 자아내게 되었고, 몇몇 공공 서비스 기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 기구로 변질되었다. 교육을 담당하는 관리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의료를 담당한 사람들은 치료에 앞서 먼저 진료비를 요구하며, 극장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오직 매표 수입에만 열을 올리게 되면, 사회사업의 산업화는 더 이상 그 의의를 지닐 수 없다. 즉 단순한 시장화 그리고 순수 상업화로의 전환은 곧 사회 전환의 내재적인 규율과 목적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국의 사회 전환은 이미 중요한 단계에 진입하였으며, 이에 따른 전반적인 지도 방안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사회 전환을 위한 기본 사고방식이나 계통적 행동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분산된 각 관련 영역에 맞춰져 제한된 개혁만을 시행하였기 때문에 사회 전환을 위한 적절한 시기를 놓쳐버렸다. 이의 증거는 성공적인 경제 전환 경험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84년 중국은 계통적 경제 전환을 위한 첫 번째 강령성 문건을 제정하였는데, 곧 중국 공산당 12차 3중 전회에서 통과된《경제 체제 개혁에 관한 중국 공산당의 결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강령성 문건의 제정을 통해 중국 사회는 이후 전반적인 경제 제도 개혁에 대한 기본 방향과 그 방법을 숙지할 수 있었으며, 경제 전환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를 제고시킬 수 있었다. 이 문건을 기점으로 이후 매번 중요한 전환기마다 방향을 제시해주는 계통적 문건을 제정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2003년 중국 공산당 제14대에서 제정된 《중국 공산당 중앙의 사회주의 시장 경제 체제 건립과 관련된 약간의 문제의 결정》의 경우는 중국의 경제 전환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문건이다. 이 문건은《결정》이전 경제 전환 목표에 대한 불안 국면을 종식시키고, 시장 경제 체제가 경제 전환의 기본 목표라는 점을 명확히 제시한 ‘이정표’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와 유사한 문건은 이후에도 서너 차례 발표되었는데, 이러한 강령성 문건의 제정은 성공적인 경제 전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앞서 제시한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보건대, 이전 단계의 각종 개혁 관련 사고방식과 조치를 다시 한 번 철저히 재정리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각 사회사업 영역의 계통적 구조에 적합한 개혁을 진행하며, 사회 전환에 관련된 모든 원칙ㆍ방침ㆍ정책 등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관련 개혁에 대한 국내외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 또한 사회 전환에 대해서도 매 중요한 시기마다 이후 행동 지침을 위한 계통적 문건을 제정해야 한다.
경제 전환과 비교할 때, 사회 전환의 계통적 복잡성은 덜하기는커녕 오히려 더한 경우도 많다. 이전 단계에 행해진 사회 각 영역에 대한 전환 실험은 각각의 이해득실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실패한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제시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전체적 전환 방식의 체계적 설립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내재적 원인일 것이다. 《사회 체제 개혁 심화에 관한 중국 공산당 중앙의 결정》과 같은 강령 문건에서 제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 전환을 위한 통일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정하는 것은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 참고문헌
Kazushi Ohkawa and Bernard Key, edited : Asian Socioeconomic Development. University of Tokyo Press, 1980. Byung-Nak Song : The Rise of The Korean Economy. Second edition. Oxford University Press, 1997 리우 루이 劉瑞 : 중국 경제의 전형과 정형, 《중국인민대학학보》, 2004년 제5기 파선스 帕森斯 : 《현대 사회의 구조와 과정》, 베이징, 광명일보출판사, 1988년 리수이산 李水山 : 한국인은 어떻게 농촌을 만들어냈는가. 《반월담 半月談 내부판》, 2005년 제12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