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동불춘(無冬不春)-겨울이 없으면 봄이 오지 않는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경제상황이 나빠져 국가는 국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아주 어려워졌다. 환율이 치솟고 원자재값이 올라가고 청년실업자 숫자는 10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국가경제는 전반적으로 불황에 빠졌는데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1997년 금융위기 때는 우리나라는 경제사정이 나빠도, 미국 유럽 등의 경제사정이 좋았기 때문에 쉽게 회복했는데, 지금은 전 세계 각국이 다 어렵기 때문에 불황이 장기적으로 갈 우려가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탄식을 하며 절망적인 소리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황이 좋은 편이다. 자동차, 반도체, 전자제품 등이 계속 잘 팔려 수출은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고 있고, 외국관광객 숫자도 불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에서 13위 정도의 경제규모를 갖추고 있는 경제대국이다. 반도체, 조선, 철강 등 세계 제일의 기술을 자랑하는 분야가 여럿 있고, 10위권 안에 드는 분야는 상당히 많다. 그 밖에 83%에 달하는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이고, 인터넷 회선 설치도 세계 최고고, 4000만 대의 휴대폰 보급률도 세계 최고다. 우리 국민들의 현재 생활수준도 가히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통계를 내보면, 대학 졸업해서 자기 집에서 살며 자기 차를 몰고 자기 컴퓨터로 작업하는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100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기 생활에 만족할 줄 모른다. 상대적 박탈감에다 부정적인 시각과 패배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남들은 쉽게 돈 벌어 잘사는데, 자기는 열심히 일하는 데도 못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잘사는 사람 가운데 부동산투기나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번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남보다 열심히 일하고 근검절약하고 정확하게 판단하여 그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중국에서 모택동이 통치하던 시절 농촌은 집단농장체제로 운영했다. 각 가정은 집단농장의 작업에 참여하여 일하고, 가을에 수확하면 수확한 곡식은 국가에서 관리했다. 집단농장에서 일한 농민들은 식량이나 일용품 등을 배급을 통해 받아 썼다. 그리고 월급은 그야말로 담뱃값 정도 될 정도로 적게 주었다. 그런 판국인 데도 어떤 가정은 돈을 모아 남에게 빌려줄 수 있었는데, 어떤 가정은 빚이 많아 항상 빚 독촉에 시달리기도 했다. 똑같은 직장에 다니면서 똑같은 액수의 월급을 받아도 잘사는 사람이 있고, 못사는 사람이 있다. 한 개인이 못사는 것이 국가사회의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자신의 생활도 돌아봐야 한다. 아무튼 지금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가장이 실직하고 자녀들이 대학을 나와도 취업을 못 한다면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러나 여기서 절망하고 불평불만만 해서는 안 되고, 새로운 방향으로 삶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데 저절로 살 길이 열리는 법은 없다. 봄이 와서 날씨가 따뜻해지면 꽃이 피고 새가 울고, 온갖 농사일이 시작된다. 봄을 좋게 느끼는 것은 긴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겪었기 때문이다. 겨울이 있었기 때문에 봄이 더욱 좋게 느껴지는 것이다. 늘 겨울만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 시인 셀리의 “차가운 겨울이 오면 봄인들 어찌 아득하리?”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 無 : 없을 무. * 冬 : 겨울 동. * 不 : 아니 불(부). * 春 : 봄 춘.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