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예후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전문가나 자폐 학자들 중에서도 여기에 명확하고 정확한 답변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회적인 대답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회적인 답변을 제공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면 바로 ꡒ자활(rehabilitation)ꡓ이라는 말일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ꡒ치료(treatment)ꡓ나 ꡒ회복(recovery)ꡓ이라는 정확하고 단정적인 용어의 사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사례를 접하지 못한 전문가일수록 답변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안전하게 우회적인 답을 선택하다. 미국에서 임상을 실시한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2000케이스 이상을 다루어 왔던 필자는 수 많은 성공적 사례를 살펴본 후에 정확한 답변을 언급하는데 크게 거리낌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우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서 우리는 특정된 진단 기준을 설정하여 이를 꾸준히 사용해 오고 있다. 현재 학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 진단 기준은 절대적인 진단기준은 아니지만 최근에 흔히 사용되고 있는 각종 진단용 테스트나 인터뷰 체크리스트의 기준이 되는 진단 기준들과 서로 크게 상이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아동이 어린 나이에 이러한 진단 기준에 의거하여 ꡒ자폐 스펙트럼 장애ꡓ로 진단을 받은 직후부터 수 년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치료 교육을 받아오다가 6년이 지난 후에 다시 똑같은 진단 기준으로 평가를 받은 결과 이제는 "비자폐"로 재진단 되었다면 일단은 임상적으로 치료가 되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일례로 어떤 사람이 목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진단을 위한 테스트로서 목의 ꡒ컬쳐 테스트(culture test)ꡓ를 받았다. 그 결과 기관지염으로 진단이 내려져 10일간 항생제 치료를 받았는데 10일 후 재검진 결과 기관지의 염증이 기준치 이하로 가라앉았기에 치료되고 회복된 것으로 판단된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경우에는 ꡒ치료ꡓ적인 정의에 있어 더욱 복잡하다. 말하자면 외부로 나타나는 ꡒ증세ꡓ들은 현저하게 사라졌지만 ꡒ성향ꡓ이 남아있기 때문에 ꡒ치료ꡓ되었다는 판단을 꺼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ꡒ증세(symptom)ꡓ와 ꡒ성향(tendency)ꡓ이 뚜렷한 두 단어 사이에 명확한 의미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접근하면 치료에 대한 관점이 더욱 명확해지게 된다. 때때로 혼용하여 사용될 수 있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경우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ꡒ증세ꡓ는 어떤 의미에서 외부적으로 관찰될 수 있는 증상적인 특성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아동이 자기자극행동을 보인다거나 텐트럼(tentrum)을 보이는 등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특성을 보일 때 ꡒ증세ꡓ를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ꡒ성향ꡓ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두 가지의 차원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작은 의미에서의 ꡒ성향ꡓ은 실제로 특정한 자폐적 특성이 외부적으로 관찰될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그러한 동기, 속성, 기질, 의도를 아직 가지고 있을 때 일컫는 것이다. 큰 의미에서의 ꡒ성향ꡓ은 동기, 속성, 기질, 의도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외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형태로도 나타나는 정해진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 일컫는다. 아무튼 아직까지는 ꡒ성향ꡓ이라는 말로 표현될 때 치료되었다는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ꡒ성향ꡓ이라는 용어에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사람들 중에서도 얼마든지 자폐적 ꡒ성향ꡓ을 보이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러한 ꡒ성향ꡓ만으로 ꡒ자폐 스펙트럼 장애ꡓ로 진단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인 부호이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의 창설자인 빌 게이츠(Bill Gates) 씨도 주변 사람들에 의하면 특정한 것에 집착을 보이거나 수시로 몸을 흔드는 자기자극 행동과 비슷한 행동들이 관찰된다고 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기준에 미치는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일반 사람들에 비하여 정도가 훨씬 심하게 관찰되는 것이 사실이기에 자폐적 ꡒ성향ꡓ을 지니고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ꡒ자폐 스펙트럼 장애ꡓ로 진단하지는 않는다. 이런 비슷한 자폐적 특성에 속하는 성향이 유명한 물리학자인 뉴우튼(Newton)에게도 가지고 있음은 그에 관한 전기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를 ꡒ기이한 성격ꡓ을 가진 사람으로만 보았지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회성 기술에 있어서 남달리 지체를 보였을 뿐 아니라 12세가 될 때 까지 의사소통 기술이 크게 떨어진 아인슈타인 박사에게는 너무나 많은 자폐적 ꡒ성향ꡓ이 있었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은 그를 ꡒ특이한 성격의 소유자ꡓ로만 보았지 ꡒ자폐 스펙트럼 장애ꡓ를 가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이러한 자폐적 성향을 가진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단지 ꡒ특이한ꡓ 사람으로 간주할 뿐이지 ꡒ자폐인ꡓ으로 보지는 않는다. 결국 이러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스펙트럼과 같은 연속체라는 사실이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단지 정도의 차이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햇빛의 스펙트럼도 가장 위쪽에 위치한 빨강색에서 가장 아래 쪽에 위치한 보라색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색 사이에 뚜렷한 경계선 없이 정도에 따라 약간씩 색 변화를 연출하는 연속체인 것이다. 또한 가장 윗 부분에 위치한 빨강색보다 더 위에는 우리 보지 못하는 적외선이 있는데 햇빛의 일부이지만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가시광선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기능별로 스펙트럼식으로 분류하였다면 윗 쪽으로 올라갈수록 기능이 높은 아동일 것이고 아래로 내려가면 기능이 낮은 아동일 것이다. 그런데 모든 아동들이 정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고 기능의 정도에 따라 연속선 상에 나열되는 것이다. 그런데 스펙트럼 선상에서 가장 위쪽에 위치한 기능이 제일 높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결정짓는 경계선 상에 위치하게 되고 이 경계선 바로 위에 위치한 아동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 받지는 않지만 정도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로 인하여 진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즉 연속선상에서 우리가 정해놓은 인위적인 경계선의 기준보다 아주 조금 벗어난 이유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스펙트럼의 개념에서 얼마든지 ꡒ자폐 스펙트럼 장애ꡓ로 진단 받은 아동이 일정 기간동안 적절한 치료교육을 받고 재평가를 받았을 때 자폐적 기준을 넘어서게 되면 ꡒ비자폐ꡓ로 재진단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임상적으로 치료되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미국에서 자폐증 관련 협회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가장 큰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 자폐 사회(Autism Society of America)에서는 자폐증을 갖고 있으면서 성인이 된 후에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자폐인들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모임들을 주선하고 있는데, 이들 중에는 지금 다시 평가를 받아도 ꡒ자폐 스펙트럼 장애ꡓ로 진단을 받지 않는 사람도 많다. 특히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동물학과 교수인 템플 그랜딘 박사(Dr. Temple Grandin)는 최근 자신이 강연하던 중에 사회성 지수의 척도가 되는 마음이론 테스트를 패스했다고 선언하였다. 특히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에는 자폐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은 물론 주변의 사람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갈 정도로 독립적 생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 필자에게 상담하러 왔던 성인들 중에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워서 자문을 구하러 왔는데 결국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경계선(borderline)에 있는 것을 발견한 예가 적지 않다. 그 이유가 지금껏 큰 어려움 없이 직장생활을 하고 또한 대학생으로 캠퍼스 생활을 하며 크게 성적이 떨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생활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으리라는 의심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자폐 사회(Autism Society of America)에서 내린 자폐증에 대한 정의의 마지막 부분을 소개한다. ꡒ…자폐증은 치료될 수 있습니다… 자폐성 장애 아동의 미래의 발전을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AUTISM IS TREATABLE… Early diagnosis and intervention are vital to the future development of the child.)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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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