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첫 인상, 핫라인, 식수 흙, 도보다리 등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오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당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참모진들에 공개했다.
이를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다시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의 생생한 사연을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가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열린 만찬을 앞두고 활짝 웃고 있다. 만찬에 앞서 남북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했다.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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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첫인상? 文대통령 "솔직·담백하고 예의 바르더라"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계기에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인상에 대해 "솔직 담백하고, 예의가 바르더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주영훈 경호처장은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가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을 위해 평화의집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할 때,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이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도록 손짓을 했다고 소개했다.
또 리설주 여사가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하자 김 위원장이 김정숙 여사가 먼저 탈 수 있도록 리 여사의 손을 슬그머니 잡고 뒤로 잡아당겼다고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소떼길 옆에서 남북정상기념 식수를 하고 있다. 기념 식수에 쓰인 나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소나무. 남북정상은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과 대동강과 한강수를 '합토합수' 하며 남북 평화와 화합의 의지를 다졌다.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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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식수때 백두산 흙, 풀 뽑아서 뿌리흙 모아 가져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소나무 식수에 사용됐던 백두산 흙이 "그냥 흙이 아니라 정성이 담긴 흙이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백두산이 화산재로만 되어 있어서 백두교에서 장군봉 마루까지는 흙이 없다"며 "그래서 백두산 흙을 가져오기 위해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풀인 만병초라는 풀을 뽑아 그 뿌리에 묻어있는 흙을 털어서 모아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몇 삽 퍼서 가져온 게 아니고 정성이 담겨있는 흙이더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7일 오후 직접 삽을 들고 백두산과 한라산 흙을 떠 소나무를 심었다.
◇'농구광' 김정은 "경평 축구보다 농구부터 하자" 제안
'농구광'으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한 스포츠 교류 이야기를 하면서 "경평 축구보다는 농구부터 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세계 최장신인 리명훈 선수가 있을 때만 해도 우리(北)가 강했는데 리 선수가 은퇴한 뒤 약해졌다"며 "이제는 남한에 상대가 안될 것 같다"고 문 대통령에 말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남한에는 2m 넘는 선수들이 많죠?"라고 물었다고 한다.
남북 정상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이 20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됐다. (청와대 제공) 2018.4.20/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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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핫라인)언제든 전화걸면 받는거냐?" 文대통령 "아니다"
남북 정상간 개설된 핫라인과 개설돼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 전화는 정말 언제든 전화를 걸면 받는 거냐"고 묻자,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건 아니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회담장에서 김 위원장이 이렇게 질문하자, 문 대통령은 "그런 건 아니다. 서로 미리 사전에 실무자끼리 약속을 잡아놓고 전화를 걸고 받는거다라고 설명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文대통령, 김정은에 '한반도 신경제구상' 자료 직접 전달
문재인 대통령이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의 '한반도 신경제구상'에 관한 자료를 건네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0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도보다리 산책' 때 '발전소'라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대통령께선 이에 대해 '(그와 관련 김 위원장과) 구두로 논의한 적은 없고 김 위원장에게 자료를 하나 넘겼는데 거기에는 담겨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책자와 파워포인트(PT) 영상으로 만들어진 한반도 신경제구상에 관한 내용을 직접 김 위원장에게 건넸다 한다.
문 대통령의 대북구상이 오롯이 담긴 것으로 풀이되는 지난해 7월 독일 쾨르버재단에서 한 초청연설 내용에 따르면,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북핵문제의 진전 등이 이뤄지면 남북간 철도를 잇는 등 남북의 공동번영을 이루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文대통령 "노벨상은 트럼프에게…우린 평화만 갖고 오면 돼"
문재인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으시라'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덕담에 "노벨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남북평화를 반드시 실질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한 업적을 인정받아 2000년 12월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0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도중 이 여사에게 노벨평화상 내용이 담긴 축전을 받고 이같이 반응했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여사는 문 대통령이 4·27 남북정상회담을 무사히 끝낸 데 대해 '수고하셨다, 큰일을 해내셨다'는 말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으시라'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으셔야 하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말했다 한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에서 양국 정상의 식수 행사를 마치고 남측 수행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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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간통일' 제안에 김여정 "저도 여기서 처음 듣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 표준시보다 30분 늦는 평양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에 맞추겠다고 밝히자,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도 이를 그 자리에서 처음 듣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0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개최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당시 에피소드가 소개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핵심관계자는 "수보회의에서 누군가가 '(시간 통일과 관련해)미리 준비를 해온 조처가 아니냐'고 묻자 임종석 비서실장이 답변했다"며 "당시 임 실장 옆에 김여정 부부장이 앉아 있었는데, 김 부부장도 '저도 여기서 처음 듣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 식수를 마친 뒤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에 도착해 환담을 나누고 있다.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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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도보다리, 방송 보니 내가 봐도 보기 좋아"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실상 단독회담을 진행한 '도보 다리'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문 대통령이 "내가 봐도 보기가 좋더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사실 그렇게 좋은지 몰랐다. 도보다리 산책에서 대화를 나눌 때는 대화에만 집중하느라고 주변을 돌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청와대에 돌아와서 방송 나오는 것을 보니 내가 봐도 보기가 좋더라"라며 "정말 조용하고 새소리가 나는 그 광경이 참 보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조명균 "남북 정상, 도보다리 대화 후 15분간 2차 독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도 최대 15분간 배석 없이 단독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두 분 정상께서 거기(도보 다리)에서 말씀을 나누고 일정 때문에 다시 이쪽 평화의 집으로 오셔서 거기에서도 공동 서명으로 바로 안 하시고 다시 접견장에 들어가셔서 배석 없이 계속해서 얘기를 좀 더 나누셨다"고 말했다.
이어 "거기서도 (대화가) 제법 이어졌다. 거기서도 10분 이상 15분? 제가 정확하게 시간을 재지는 않았습니다만 꽤 길게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도보 다리에서 30여분간 단독 회담을 한 데 이어 평화의집에서 사실상 2차 단독 회담을 했다는 설명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소개로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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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강경화 장관에게 "TV서 많이 봤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TV에서 많이 봤다'는 말을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의장대 사열을 한 후 우리 측 공식 수행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당시 강경화 장관과 비교적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었다.
강경화 장관은 30일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우리나라 초대 여성 외교부 장관이라고 소개했고 (김 위원장이) TV에서 많이 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r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