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추웠고, 아침도 쌀쌀해서 두터운 옷을 입었다. 지붕이 빨간색인 식당에서 아침식사와 따뜻한 차도 마시고 이층집에 돌아와 또다시 짐을 싼다. 오늘 하오도 일정 후에 다시 나카사키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미사를 드리러 이모치우라성당으로 향한다. 아침기도 후 강복을 주시며 신부님이 말씀하셨다.
왜 의인은 어렵게 사는가? 의인으로 오신 예수님을 왜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그 해답을 찾아보는 오늘이 되기를 바란다. 비록 의인이 힘든 세상이지만 우리의 스승이신 예수께서 하느님을 따르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셨으니 우리도 묵묵히 그 뒤를 따르자. 이것이 '신앙'이다.
넓은 논과 밭에 유채꽃과 푸른 밀이 가득하다.
이모치우라성당(루루도)은 루르드성모동굴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일본 대부분의 성당은 루르드성모님이 계신다. 가끔 파티마성모님이 계시긴 하지만... 이는 파리외방선교회 신부님들이 주재하셨기 때문이다. 성모님의 이름을 Immaculate (무염시태) 라고 라틴어로 전하는 일본 시골처녀의 말에 믿게 되어 성모동굴을 만들게 되었단다. 성모동굴은, 동굴을 만들 때 신자들에게 가장 좋은 돌을 가져오라는 사제의 말씀에 따라 신자들이 가져온 형형색색의 돌들로 꾸며졌다.
우리 수사모 순례단에는 미사 드릴 때 한복을 갈아입고 미사를 드리는 형님이 계신다. 그 정성이 아름다워 나도 그 형님을 따라하고 싶지만 아직 실행을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성모동굴 옆에는 루르드에서 직접 가져온 성수로 마중물을 써서 나오고 있는 성수대가 있다. 성모님도 직접 루르드에서 모셔왔다고 한다. 기적도 일어나는 진짜 루르드의 성모님의 물이라고 많은 분들이 성수를 받아간단다. 성당 옆문에 100엔 자리 성수병 자동판매대가 차려져있다.
신부님 말씀
하느님의 의로움이 무엇인가를 말하는 지혜서 2장과 요한복음 7장은 의인인 예수님의 죽음을 예고한다. 악인 유대인은 예수님이 안식일을 어기고 또 하느님아들이라고 사칭했다고 모략한다. 악인과 의인의 대립은 늘 있다. 그리고 의인은 인정받지 못한다, 악인의 세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악인은 의인을 의인으로 살게 두지도 않는다. 악인은 현세의 삶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의인은 불멸의 삶을 믿기에 악인을 참아내고 살아간다. 마음이 부서진 이를 가까이 하시고 영혼이 짓밟힌 이를 구원하시는 하느님을 믿기에 묵묵히 살아내는 것이다.
억울함으로 하얀 밤을 눈물로 지새운 적이 있는가?
"악인은 득세하는데 왜 의인은 의롭게 살려고 하는데도 억압을 받고 고통에 빠져야 하는가?"하며 악 쪽으로 편승하지는 않는가?
착하게 살면 손해다. 적당히 살아야해.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하며 자신을 합리화시키며 악으로 가지는 않는가?
성당 안에서는 의인인데 성당 밖으로 나가서는 악인이 되지 않는가? "어차피 나 하나의 힘으로 안 되는걸. 내 탓이 아니야." 하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힘을 잃어버리고 있진 않는가? 2014년 광화문 한국성인시복식 때 모인 인파를 보고 취채차온 독일방송기자들이 놀랐단다. 90%에 달하는 한국 신앙인 퍼센테이지와 대졸자가 60%가 넘는 교육열에도 놀라며 "이렇게 신앙심이 높고 교육수준이 높은데, 한국은 왜 자살율이 세계 1위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이 질문에 종교지도자들과 신자들은 응답해야 한다.
오늘 요한복음 7장에서 그 답을 찾자.
하느님께 축성된 사람 즉 거룩하게 된 사람으로서 사는 것은 하느님의 것이 된다는 것이다. 축성은 완전히 분리시킨다는 단어로 인격체에만 쓰는 말이다. 비인격체에는 축복이란 말을 써야한다. 세례성사로 축성된 삶은 하느님의 것으로만 살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과의 괴리가 생긴다. 그리스도인들은 성당 안의 삶과 성당 밖의 삶이 같아야한다. 그것이 바로 '영성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럴려면 하느님의 눈으로 보고, 하느님의 언어로 말하고 하느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 나는 과연 하느님의 것 그리스도인인가?
하느님께서 의인을 지킨다는 지혜서의 말씀을 믿고 용기를 내자. 우리는 빵만으로 살 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사는 그리스도인 아닌가~! 하느님의 것을 찾자. 강해지자. 하느님의 것이 늘 이기게 하자. 현실의 삶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지만, 그 욕망을 하느님의 것이 이기게 하자. 영원한 하느님만이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킨다. 그리고 악이 선 자체이신 하느님을 이길 수 없기에 의인은 악인을 이긴다. 순교자, 성인들의 삶이 그 증거다. 의인의 승리를 승리를 깨닫는 기간이 사순시기이니, 내 일생의 고백이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가 되기를 바란다.
아멘!!!
바닷길을 오가며 등대를 종종 봤지만, 특별한 풍경을 자랑하는 오세자키 등대를 보러간다. 제주도까지 약180km거리여서 날이 좋으면 제주도가 보이기도 하고 예전엔 제주해녀와 오도해녀가 만나서 물물교환을 했다고 한다. 다른 관광객이 꽤 있었다.
관광지로 유명한 다카하마 해변도 갔다.
카이츠 공소 성당으로 간다. 가는 길, 풍경이 위로를 준다.
샤브샤브집에서 각자 취항대로 샤브샤브를 만들어 먹고
'현 지정 유형문화재' 도자키성당으로 이동한다.
오도에서 제일 큰 성당으로 현재는 미사를 드리지 않고 자료관으로 사용하며 계속 방문객들이 찾는 성당이다. 성당으로 들어가는 길의 집들과 연지색 목련이 눈에 뛴다.
이제 하오도에서의 마지막으로 후쿠에성당을 방문하고 후쿠에항으로 이동하여 나가사키항으로 향한다.
후쿠에 성당은 신자수가 많은 성당이란다. 성당옆 주택의 나무와 성당앞 길가 장식을 찍어본다. 여행중에는 모든 것이 특별해보인다.
후쿠에항 도착. 2시간 넘게 바닷길을 달려 저녁6시가 좀 넘어 나가사키항에 도착한다. 배 대합실마다 매점들이 있어서 특별하진 않지만 짬짬이 가벼운 쇼핑도 할 수있었다.
그리고 오도순례 마지막 저녁식사로 안드레아사장님이 준비하신 멋진 만찬을 먹으러 간다. 수녀님께서 "기대해도 좋습니다." 하시며 식단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신다. 사순 금요일인 메뉴로도 안성마춤인 식사였다. 우리 순례단 모두 감동하여 안드레아사장님을 둥글게 둘러싸서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아타나시아자매가 편집해서 올려준 사진이 예술이다. 너무 멋져서 올려본다. 고맙습니다.
우리가 행복한 만찬을 하도록 긴 시간을 기다렸다가 호텔까지 데려다주신 기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첫 순례날 묵었던 그 호텔 그 방에서 모처럼 방짝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순례기간 중에서 가장 긴 수면을 취했다. 모든 것이 감사하고 또 고마운 마음을 주님께 고백한다. 주님, 사랑합니다.
세상이 변화하는데 필요한 사람의 수는 '1'이라고 합니다. 1명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죠.
조동화 시인 <나 하나 꽃 피어>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너도 피고 나도 피면 결국 풀밭이 꽃밭 되는 것 아니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나도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은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이 아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