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군 신화’에 김상현을 뽑는다면, 프로축구에는 이근호(주빌로 이와타)가 있다. 그는 축구명문 부평고를 졸업하고, 2005년 인천유나이티드에 입단하였다. 하지만 1군에서는 별다른 활약이 없었고, 2006년 2군 리그 20경기에서 7골 7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과 MVP를 거머졌다. 어느덧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국가대표 23인에 당당히 이름을 내밀만한 실력과 명성을 갖추게 된 그는 "2군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쌓을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2군에서 국가대표까지. 제2의 이근호를 꿈꾸는 2군선수들의 모습과 미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축구 2군 리그 ‘R-리그’
2009년부터 프로축구 2군 리그인 ‘R-리그’ 가 시작되었다. R-리그의 의미는 Reserve의 'R'을 따서 만들어진 리그로 '준비, 예비' 등의 의미가 담겨있다. 올해에는 K-리그 2군 15개팀과 경찰청 축구단이 참가하여 총 16개팀이 나선 R-리그는 총 2개 조로 나눠 풀 리그를 펼친 뒤 4강 토너먼트를 거쳐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1. 기간: 2010.3.25(목)~10.7일(목) 2. 경기시간: 15:00(혹서기 17:00) 3. 경기수: 총 112경기(조별리그 팀 당 14경기) 4. 총라운드: 14R 5. 특징 ① 경기시간은 전‧후반 각 45분이며, 90분 동안 승부가 나지 않는 경우 무승부 처리 된다. ② 선수 교체는 출전선수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선수를 교체할 수 있다.
K-리그, K3-리그, U-리그 등 한국 축구리그는 다양한 리그가 존재한다. R-리그(2군 리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K-리그와 R-리그인 프로리그를 비롯하여 대학 리그, 여성 리그, 풋살 리그에 이르기가지 여러 가지의 한국 축구 리그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1. K-리그 : K-리그(K-League)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프로축구 리그이다. 1983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창설되면서 프로 3개팀과 실업 3개팀의 세미프로 형식으로 시작하였으며, 2009년 현재 FC서울, 성남일화, 전북현대 등 15개 프로팀이 소속되어 있다. 2. U-리그 : U-리그(U-League)는 대한축구협회가 학교축구 정상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대학축구리그로 2008년부터 시행중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학축구에 공부하는 선수를 만들자는 취지를 모토삼아 2008년부터 대학축구리그 U-리그를 출범시키게 되었다. 3. N-리그 : 10개팀으로 시작된 N-리그(National League)는 2010년 현재 고양국민은행, 안산할렐루야, 울산현대미포조선, 인천코레일 등 15개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K-리그 팀들이 주로 대도시를 연고로 한데 비해 N-리그는 도시와 중소도시를 같이 연고로 하며 축구를 사랑하는 지역민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지역축구발전과 지역민들의 여가생활 활성화에 목적을 두며, 점진적으로 프로화를 위해 노력해가는 N-리그는 한국축구를 튼튼히 지탱하는 풀뿌리이자, 최고를 향한 원대한 꿈의 출발지이다. 4. K3-리그 : K-3리그는 2007년 시범리그로 첫 출범하였고, 기존의 K-리그, N-리그 등 프로축구단과 실업축구단을 제외한 순수 국내 아마추어 축구 리그 중 최상위 수준의 리그로서 대한민국 축구 리그 시스템에서 3부 리그에 해당한다. 5. WK·리그 : WK-리그는 2009년부터 시작된 여자 축구 리그 대회로서, 대한축구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한민국의 축구 리그 대회이다. 현재 경남 대교 캥거루스, 서울시청 여자축구단 등 6개의 팀들이 활동 중이다. 6. FK-리그 : FK-리그는 풋살리그로 2009년에 출범하였다. FK리그은 6개팀이 지역 연고제를 바탕으로 출범 하였으며, 향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아갈 것이며 지역연고제 정착 및 구단 프로화을 바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前 FC서울 안정구 선수를 통해 들어본 2군 이야기
‘이청용’, ‘기성용’ 대한민국 축구 세대교체의 선두 주자에 선 ‘쌍용’은 FC서울 2군에서 오랜기간 기량을 향상시켰고, 그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해가 생기면 그림자가 만들어지듯 2군에도 ‘쌍용’ 사례처럼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9년 1년 동안 FC서울 2군 생활을 접한 안정구 선수를 만나 2군 생활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No. 14 안정구(인천코레일축구단 MF, N-리그)
출생: 1986년 10월 5일 신체: 178cm, 71kg 학력: 성균관대학교 학사 데뷔: 2009년 FC 서울 입단
Q) FC서울 2군 생활에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 일단, 마음으로 힘든 것 같아요.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가는 듯 한 기분이었어요.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해도 (1군 선수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또 프로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학생 축구잖아요. 프로라는 곳에 가니까 많이 냉정하더라고요. ‘아, 이게 사회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Q) 2군 생활의 제도적인 문제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2군 리그가 있어요. 저는 그 경기에도 뛰기 쉽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2군 선수들이 많기도 했고, 1군 경기에 못 뛰는 1군 후보 선수가 와서 경기 감각을 조율하는 의미에서 2군 경기에 뛰었었거든요. 그리고 FC서울이 지원하는 동북 고등학교라고 있는데요. FC서울은 이 고등학교 축구 선수들을 키우려고 그 선수들을 2군 경기에 뛰게 하거든요. 저는 고등학생들과 1군 후보 선수들 사이에 끼어서 많이 출전하지 못했었어요. 작년에 열 몇 경기가 있었는데, 3경기 밖에 못 뛰었어요. 올해에는 경기가 더 많아 진 것 같은데, 작년에는 한 달에 두 경기씩 있었거든요. 경기도 못 뛰고 훈련에만 매진하다 보니까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가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었어요.
Q) 1년이라는 짧은 기간 프로에 있었습니다. 비교적 빨리 프로 생활을 그만 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현재 프로 축구는 드레프트 제도거든요. 한 해에 꾸준히 일정한 숫자가 프로에 입단을 하는데, 이를 달리 말하면 원래 뛰던 일정한 숫자의 프로선수가 프로를 떠난다고도 볼 수 있거든요. 한 팀당 프로선수를 보유하는 숫자가 한정되어 있잖아요. 쉬운 표현으로 ‘물갈이 된다.’고 볼 수 있죠. 매년 이러한 일들이 되풀이 되요. 제가 지금 (프로를) 나와서 내셔널리그에 왔듯이 저와 같이 프로에 있다가 나와서 내셔널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많아요. 비록 이러한 환경적인 요소가 저를 떠나게 만들었지만, 결국에는 제가 부족한 탓이었죠. 제가 좀 더 인정받고, 좀 더 잘 했더라면, 감독님들이 저를 필요로 하고 데리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하셨겠죠. 그러지 못해서 나오게 된 것 같아요.
※ 드래프트제도: 구단들의 악화된 재정 및 경영수지 개선과 향후 시민구단 창단 유도, 유소년축구클럽제도의 정착 등을 위해 1988년부터 2001년까지 실시했던 드래프트제도를 2005년 부활시켰다. 드래프트제도는 프로입단을 지망하는 선수들에 대해 각 구단이 우선순위를 정한 뒤 지명, 신인선수를 확보하는 제도이다. 현재 재정이 취약한 구단들에게는 우수선수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신생구단의 선수 확보에도 용이해져 프로축구팀 창단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유망주들의 해외 유출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구단 선택의 자유와 금전적인 보상의 길이 막힌 고교. 대학 유망주들이 해외 진출을 통해 우회로를 찾으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Q) 국가 대표와 2군 선수를 비교하자면 실력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성공하는 선수 실패하는 선수가 생기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솔직히 국가대표까지는 모르겠지만 내셔널리그나 프로에 발을 들일 정도라면, 쉽게 온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 (축구선수로) 살아남은 사람들이잖아요. 어느 정도 실력 차이는 나겠지만, 아주 크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기회’라는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제가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만약에 (FC)서울이 아니라 K-리그에서 약체팀이라고 분류되는 팀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약체팀에서 1군 출전 기회를 잡아서 좋은 활약을 했더라면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라는 생각을 해요. 또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까지 잘한다고 소문난 선수들이 있잖아요. 그런 선수들이 2군에 와서 망가지는 경우가 많아요. ‘아, 내가 잘 했는데,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들이 들거든요. 선수들은 옆에서 자꾸 ‘잘한다, 잘한다.’ 해야지 더 힘을 내서 할텐데, 매번 질책하고 '못한다'는 소리를 듣다보니까 자신감 같은 것들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Q) 현재 2군은 어떤 부분이 달라져야 할까요? A) 사실 제가 지금 말하고 있는 부분이 팀마다 조금씩 다를 수도 있는데요. 2군이라면 선수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환경이어야 하고, 즐겁게 축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2군에서 1군에 올라가는 선수들도 많이 생겨날 수 있거든요. 1군 경기는 중요한 경기 등을 앞두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연습하는 부분이 있지만, 2군은 틀리다고 생각하거든요.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지만, 그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코칭스태프와 팀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Q) 주로 FC서울의 이야기만 했는데, 주위에 타 팀 선수들은 어떤가요? A) 성남 일화 2군에 제 친구가 있는데요. 옛날부터 훈련이 힘들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운동량도 엄청 많고요. 훈련량이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성남의 경우는 2군에서 1군으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 같은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장학영 선수인 것 같아요. 그 분도 연습생 신화거든요. 2군으로 들어가서 1군을 거쳐서 국가대표로도 했었던 선수거든요. 2군에서 잘하면 1군에서 뛸 기회도 주고, 거기서 활약하면 1군에 정착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모습은 2군 선수들에게 충분히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이러한 점들은 각 프로팀마다 2군을 바라보는 측면이 조금씩 다른 것 같고요.
Q) 현재 2군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작년에는 처음 프로에 입단해서 뭣도 모르고 그냥 경험한 느낌이었거든요. ‘제가 이런 걸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대학교를 졸업해서 들어간 선수들이 있을텐데. 역시 사회(프로)는 냉정하다는 것. 학교에서 한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주위에 의지하거나 큰 도움없이 스스로 어려운 부분들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 이러한 면들이 곧 자기관리거든요. 마음은 힘들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Q) 축구선수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원래는 J-리그 가는 거였는데요. 지금은 그냥 해외로 나가고 싶어요. 누가 들으면 'K-리그에서도 별로 활약을 못했는데, 무슨 해외냐'라고 반문할지는 몰라도 중국이 됐건 동남아시아가 됐건 어디든지 그냥 외국에서 축구선수생활을 경험해 보고 싶어요.
‘R-리그’ 팬들보다 연맹차원에서의 관심이 우선
R-리그의 기록을 찾고 싶어도 팀 순위와 득점선수 순위 외에는 다른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R-리그경기에 어떤 선수들이 출전했는지, 축구에서는 흔한 어시스트 기록 조차도 없다. ‘기록’을 중시하는 야구에 비해 중요도는 덜 할 수 있지만, 축구에서의 다양한 기록은 곧 관심의 표현이고, 투자이며, 노력이다. 연맹 차원에서 R-리그에 대한 이러한 ‘긍정적’ 변화는 팬들의 관심을 이끌 것이고, 프로야구 2군 리그인 퓨처스 리그처럼 종종 TV를 통해 R-리그를 접하는 ‘그’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통하여 대한민국 축구의 중흥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