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황예은 선생님과 함께 이동장터 준비해봅니다.
어제는 황량지역으로 장터를 나갔다면,
오늘은 묘장지역으로 장터를 나가는 날입니다.
지역에 새로운 사람이 온 일은 좋은 일이니 동네 방네 곳곳을 다니며 인사하고 다닙니다.
9시 15분,
사전에 미리 주문해주신 윗집 삼촌, 물티슈 15개, 소면 한개 받아 가십니다. 읍에 나가서 사실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점빵에 주문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른 두 어르신,
"아! 잡곡 준다면서!! 워찌 안준대!!!"
이번주 간담회가 화요일날 끝났는데, 이후에 이동장터 준비하고 하느라 배달을 나가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생각에는 다음주 월요일에 바로 다 드리면 되겠다 싶었는데, 어르신들은 급하셨나봅니다. 명확히 언제 드리겠다고 말씀드리지 못한 제 잘못이 컸습니다. 어르신께 말씀드리며 다음주에 꼭 배달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9시 25분,
오늘도 길가에서 차를 세우시는 어르신. 지난번 이후로 점빵을 통해 물건 구매를 많이 해주십니다. 점빵을 이용해주시려는 어르신들이 늘어나는 일은 늘 기분 좋은 일 입니다.
9시 40분,
회관에 가니 어르신들이 퍼즐 맞추고 계셨습니다.
"오늘은 다들 오전에 일한당께 암도 없어." 하십니다. 그러면서 새로온 직원보고는
"아 워찌 여민동락은 이롷고롬 이쁜 여자만 온대~ 울 손주도 있는데 어찌..." 하십니다.
어르신들은 동네에 20대 젊은 여자가 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십니다. 이쁜 여자만 있으면 늘 생각나는 것이 손주인가 봅니다.
전국에 있는 우리 손주들은 언제 장가가는지요....?
10시,
재각 위에 계신 어르신 집에 방문했습니다. 구운 햄에 흰쌀밥해서 식사하시는 어르신. 요양보호사가 계시지지가 않는데, 나중에 알고보고 오후에 온다고 하십니다. 어르신께서는 구체적으로 대화를 잘 하진 못하지만 소리와 눈빛 행동으로 의사를 전달하십니다. 장터에 가고 싶다는 어르신, 함께 나서는 것을 도전해보고자 했는데...
어르신의 신체가 어려움이 있었고, 균형잡힌 몸이 되지 않다보니 걷다가 넘어지셨습니다. 순간의 놓침으로 일어난 상황, 코를 부딛히셔서 코피가 나서 응급 지혈을 하고 상황 정리를 진행하였습니다. 어르신의 상태, 눈빛 모두 다 체크를 하고 다친곳 한 번 더 점검 후 내려오면서 어르신의 보호자분께 바로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보호자께서도 상황을 인지하시곤 바로 확인하시고 괜찮다고 하시며 연락을 주시며 당부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가능하면 모시고 나가지 마시고, 주문 받아 갖고오셨으면 좋겠다는 말씀.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에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다 다음번에 갈 때는 쇼핑카트에 일부 품목을 담아서 집에서 고를수 있도록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10시 30분,
회관에서 빈병을 주시면서 흑미로 바꿔달라고 하십니다. 공병값을 잘 알고 계시는 어르신인지라, 바로바로 물건 교환해주십니다. 공병으로 소소한 생필품을 교환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재미라 생각이 되네요~:D
10시 40분
돼지고기를 주기적으로 주문해주신 어르신, 오늘 갖고가니
"내가 다음주에 달라고 했는디? 혹시 갖고 왔으면 냉동실에 뒀다가 담주에 주게나~" 하십니다.
지난번 한 번 고기 납품이 꼬이고나서 어르신하고 배달 착오가 발생하였습니다. 어르신께 더 먼저 연락드리고 확인했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점, 앞으로는 더 자주 연락드려야겠다 싶었습니다.
10시 50분,
"울 엄마가 밥을 잘 못넘겨~ 황도 두개 사야겠네~" 하십니다.
어르신들은 소화기능이 약해져서 씹는것도 소화하는것도 어려워하십니다. 그런 어르신들에게 쑥쑥 잘 넘어가는 것들은 두부나 황도 같은 부드러운 것들입니다. 그래서 이동장터에서는 두부와 황도캔이 잘 나가곤 합니다.
11시,
잎새주 댓병을 주문해주신 어르신, 집 마당에서 쪽파를 정리하고 계셨습니다. 어르신 집까지는 차량이 들어가기 힘들어 걸어가야합니다.
"집까정 와줘서 고맙네~" 하시며 맞이해주시는 어르신. 어르신들은 항상 고마움을 먼저 생각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11시 20분,
두부가 다 떨어졌습니다. 어제 두부가 많이 팔렸는데, 오늘 이시간에 다 떨어졌을것은 예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담당 선생님과 어떻게 해야할지고민하다가 읍에서 사와야하 싶었습니다. 하지만 읍에서도 두부는 가격이 1500원, 저희랑 똑같았습니다. 읍에서 사와서 전달을 해드리면 저희는 금전적으로는 손해가 나지만 어르신들에겐 생필품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고민하다, 일단 주문을 받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가 생필품을 전달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지요. 이후 두부 추가 주문 들어오는 것도 모두 받아 함께 배달 해드기로 했습니다.
13시 30분,
"어르신, 저번 일욜날 전화주신거, 집에 놓고 갈까요?" 여쭤봅니다.
일요일날 자녀들과 술을 드시다 필요해서 주문 전화를 주셨는데, 옆에 계신 아드님이 일요일은 일하지 않는 날이니 점빵 올 때 갖다달라 하셨습니다. 어르신께 여쭤니 저온저장고 앞에 둬달라고 하십니다. 그러곤 회관에서 보자고 하십니다.
곧 회관으로 갔습니다.
어르신들께서 모두 엎드려 무언가 하셔서 보았더니 그림 색칠을 하고 계셨습니다.
보건소에서 어르신들 해보면 좋겠다고 하셔서 주셨다고 합니다.
"이런거라도 좀 주면 우리도 하니깐 좋지!" 하십니다. 칠하면은 금방 다 하지만, 보건소에서는 하루에 세쪽씩만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은 색칠을 하시면서 "이런거 하니 잼나네~!" 하십니다. 별거 아니지만, 어르신들의 여가 시간에 잠시 할 수 있는 단순한 일들이 어르신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로 왔나봅니다.
"퍼즐도 좋은데, 같은 퍼즐 계속 맞추자니 재미가 없어~ 좀 다양하게 있으면 번갈아가면서하면 좋은데 말이지."
회관에서 어르신들이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재료들을 살펴봐야겠다 싶습니다. 우리는 꼭 모셔와서 함께하고 대화를 해야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없어도 어르신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스스로 누릴 수 있는 무엇인가를 제공할 필요도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13시 50분,
집에 어르신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우유를 놓자니 우유가 2/3이상 있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몰라 일단 넣어둡니다. 위에 어르신을 만나니 어르신께선 우유 꼭 넣어놔야한다고 하십니다. 요근래 어디를 다녀오느라 마시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어르신께서는 우유값을 주시는데 천원짜리를 주십니다. "만원인줄 알았는데, 천원이여?" 어르신께는 "후참에 주셔요~" 하고 나왔습니다. 언제나 믿고 주문하고 받는 어르신과 거래입니다.
14시,
생필품을 지원받는 어르신댁에 갔습니다. 지난번엔 아드님이 계셨는데 오늘은 안계셨습니다. 어르신은 발바닥에 붕대를 감고 계셨습니다. 내성발톱이 모든 발톱에 생겨 어르신이 많이 힘들어해보이셨습니다. 목도 아파 말씀도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든 만사일이 귀찮아보이셨습니다. 여쭙는것도 죄송했습니다. 어르신 쉬실 수 있도록 나오며 담당 주무관님에게 한 번더 면담 와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침 식사도 잘못했다는 어르신, 요양보호사가 언제 오는지도 체크가 안되는 어르신, 일상의 안전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14시 10분,
회관에서 어르신들이 모두 모여 쪽파 다듬습니다.
"울집에서 난거여~" 쪽파 다듬어 김치 담금다고 하십니다. 갓 담은 파김치에 흰쌀밥 한 그릇 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회관에서 먹을 것 함께 다듬고 작업하니 좋습니다.
14시 30분,
오늘은 회장님이 아드님과 함께 왔습니다. 회장님에게도 새로운 직원 소개시켜드렸습니다.
"동네 파악하고 지리 파악할려면 동락점빵이 최고잔아요~" 라고 하니, "암만~ 그렇지~" 하십니다.
와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시고 격려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랫집에 계신 어르신은 안나오셔서 가보니 집에 앉아 계셨습니다. 찾아가니 어르신 반갑다 하시며 필요한 물품 주문해주십니다. 커피 마시고 싶었지만, 밀린 두부배달이 있어 발걸음을 황급히 옮겼습니다.
두부 추가 배달 14모.
15시,
회관에 세분이 계셨습니다.
"피죤 있지?" 하시며 피죤을 드리니 왜케 싸냐며 놀라십니다. 피죤 6천원.
그러면서 어르신께서는 지난번 제 아내가 왔다고 이야기 하시며, 자녀를 또낳으라고 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답을 어떻게했대요?' 여쭈니, "또 난대~" 하십니다.
난중에 알고보니 어르신은 자녀 9명을 낳은 어머님이셨습니다. 그간의 과정을 감히 공감할 순 없었지만, 일제시대 때부터 어르신께서는
"일본놈들이 처녀들 공주 대려간다고 해서, 그거 안가려고 어렸을 때 난 빨리 결혼했어~" 하십니다.
"이거는 안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29살 때 내 남편이 간경화로 죽었거든, 그 이후로 다시 결혼하고......"
어르신의 과거 이야기를 한참 들어드렸습니다. 그간의 세월이 얼마나 거침없이 살아오셨는지.. 헤아릴순 없지만,
앞으로 만나는 과정에 더 들어볼수 있도록 자주 찾아뵈야겠다 싶었습니다.
15시 30분,
경로당에서 연락왔습니다. 총무님이 바뀌셨나봅니다. 거래가 적었던 곳이었는데 올해부터는 늘려본다고 하십니다.
어느 경로당과 비슷하게 두부, 콩나물 주문해주십니다. 금액이 크던 작던 중요하지 않습니다. 함께 하고자하는 그 첫 거래가 반갑고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들리고 인사드려야겠다 싶습니다.
추가 두부 배달 20모, 무려 2판입니다.
두부를 떼오기 위해 광주까지가서 두부 갖고 왔습니다. 다른것도 더 살 것이 있었지만, 두부 덕에 더 맘편히 다녀왔습니다.
빠른 시간애 와주신 선생님 덕분에 오자마자 어르신 집집이 모두 배달했습니다. 내가 필요할 때 살 수 있다는 것, 그리고누군가가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 도시에서는 감히 공감할 수 없겠지만, 이 시골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임을 오늘 한 번 더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