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하프마라톤대회 후기는 벌써 23년 전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날의 생생한 파노라마같은 현장장면은 나의 머리속에서 이제는 세상밖으로 나왔다.
나의 숨기고 싶은 과거의 어두운 아픔이었지만 난 극복을 했었기에 웃으면서 이젠 말할수 있다.
사람들에게 좀더 알리고 조금이나마 희망과 용기와 도전정신을 심어줄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 없이 좋겠다.
우리 김형락감독님의 도전정신과 강한 맨탈은 우리 달리미들에게 정말 좋은 표본이 될수 있다고 본다.
"황제"라는 별명과 함께 신과 같은 존재와 함께 땀흘리고 곁에서 운동을 할수 있으니 우리 창마회원들은 축복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달리미들도 마라톤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어떤 난관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제 보다는 호조건에서 시작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난 "세옹지마"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닥치는 길흉화복은 계산을 하기에는 복잡미묘한 변수들이 많기에 유불리를 따지기가 어렵다.
아니 계산을 할수가 없지 않은가.
내 생에 "천식"이라는 장애가 없었다면 과연 난 오늘 마라톤과의 인연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나에게 엄청난 고통과 아픔을 안겨준 이 병은 아주 어렵고 까다로운 난치병이라 7~8년정도의 긴시간동안 끊임없는 훈련과 노력으로 완치를 하면서 마스터스의 꿈인 써브3와 함께 단축마라톤에서
입상을 하는 정말 놀라운 일을 만들고 말았다.
또한 마라톤은 나의 오늘이 있기 까지 나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었기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강한정신과 체력을 바탕으로 그 어떤 어려운 일도 버틸수 있게 만들었고 그 결과물들이 오늘의 현재이다.
이 후기가 어느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동요를 일으켜서 희망의 도전을 하는 작은불씨가 되고 마중물이 될수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이다.
손봉섭의 첫 마라톤대회 후기 (2001년)
누구에게나 마라톤을 하게 된 사연이나 계기는 눈물,고통,기쁨,희망의 스토리가 가득 있을 것이다.
저 역시 나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천식을 고치기 위해서 절실하게 필요한 마라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천식은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 힘든 병인데 달리게 되면 엄청난 산소호흡이 필요한데 아이러니하게도 달리기를 선택했다.
한번은 호흡이 막혀 응급실에 실려간적도 있었다.
큰 고비를 넘기고선 난 살아야 겠다는 강한 반항이 생겼다.
이렇게 난치병을 고치기 위한 치료원칙을 세우기 위해서 각종건강서적,자연치유서적들을 보고 종합적으로 내린 결론은 심폐기능이 약하다면 심폐기능을 강화해서 호흡을 다스리면 되겠다는 확신을 하게된다
물론 중증이라 기도에 직접 흡입하는 약을 사용하고 운동을 해야했다.
약을 사용해도 뛰기 시작하면 호흡에 불편함을 느낄때가 대부분 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뛸 힘도 없었고 몸상태도 완전 저질체력이어서 빠르게 걷기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천천히 안정적으로 점진적인 달리기를 하다보면 몸구석구석 피가 돌면서 체온은 상승되고 기도가 열려서 호흡이 편해 진다는 것을 운동을 하면서 몸소 느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불편 했었던 빈도는 점점 약해지면서 좋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마라톤이 구세주이고 나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 때는 마라톤화도 없이 일반운동화를 신고 그냥 지속주 조깅을 하고 있었다.
2000년 10월의 어느날이었다
뛰기 정말 좋은 날씨에 쉬지않고 25분을 한번에 뛰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물론 군생활 할때는 진을 빼는 유격도 문제없이 받았으니 25분이상 뛰어 본적도 있었겠지.
암튼 지속주는 좋은 땀이 나면서 날아갈듯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내가 "이봉주선수"가
된 긍정의 착각을 할정도 였다.
아마도 몸속에서 자연 마약이 나온 기분이었다.
기뻐서 아내에게 전화했다.
"내가 25분을 한번도 쉬지않고 뛰었다고"
감격의 눈물이 조금 날 정도였다.
이 역사적인(?) 사건을 기점으로 나의 달리기는 시간주,거리주로 점진적인 탄력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쉬지않고 1시간 30분 정도는 즐겁게 뛸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로 이사간 앞집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마라톤 대회에 함께 나가보지 않겠냐고.
이 대회가 바로 나의 생애 첫 마라톤대회에 신고식이었다.
바로 제1회 통일마라톤대회 하프였다.
이 친구는 내가 달리기를 전혀 모를때 부터 달리기를 하자고 계속 권유를 했었지만 난 재미없는 달리기를 뛰기도 싫었고 몸 상태도 썩 좋지도 않아서 뛰기도 힘들었다.
친구는 겨울에도 아침마다 뛰고 나면 찬물에 샤워를 한다고 자랑아닌 자랑을 하곤 했었다.
물론 친구는 풀코스를 써브4정도 하고 있었다.
난 어떻게 사람이 4시간을 쉬지않고 뛸수 있냐고 전설같은 현실을 상상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친구는 발령이 서울로 나서 떠났고 그 뒤 몇년이 흘렀는지 난 달리기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생사의 절박한 상황에서 달리기를 선택을 해야만 했었다.
대회를 뛰는건 문제가 없지만 신발도 옷도 없다고 하니 그당시 춘천마라톤이 새겨진 유니폼을 한벌 줬다.
배번은 그 친구가 알아서 배번을 챙겨 주었다.
신발은 그냥 일반 운동화를 신고 뛰었다.
화창하고 시원한 가을날씨에 뛰기에 정말 좋은 날이었다.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대회장은 정말 축제 분위기로 인산인해였다.
오늘 나의 목표는 그냥 즐겁게 완주 하는 거였다.
출발선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는 그 몇분의 시간은 참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Tv로 마라톤 중계를 보기만 했지 직접 내가 대회에 참가한다는게 꿈만 같았고 기분이 우쭐하기도 하면서 살짝 긴장감이 돌면서 묘한 기분이 흐른다.
대망의 출발준비는 끝내고 하프부터 출발했다 .
우린 같이 즐겁게 동반주를 했다.
그 당시에는 지금코스와 많이 다른 창원대로를 거쳐 구암동 대로 입구쪽으로 가서 소답동 명서동 봉곡동 까치아파트를 거쳐 운동장으로 골인하는 코스였다.
시간이 흘러서 대회중간지점 13키로정도 되었는지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지만 난 힘이 안들어 먼저간다고 하며서 속도를 조금올렸다.
그 때는 생애최고의 장거리에서 최고의 심박수로 난 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까치 아파트에서 운동장쪽으로는 언덕 오르막이었다.
정말 죽지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서 언덕을 통과하고 내르막을 달려서 운동장트렉에 진입했다.
근데 운동장트렉 안에서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그 친구가 바로 나를 추월해서 골인을 먼저 한 것이다.
친구는 잔디밭에 기절을 하듯 뻗어 버렸다.
나를 목표로 달려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달성하는 기쁜날이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스피드훈련을 연습해 본적도 없었고 오로지 혼자서 조깅,지속주로 뛰었고 마라톤 상식도 무지했다
친구의 친동생 재수씨가 나 한테 하는 인사말은 어디서 많이 뛰어 보셨나고 물었다.
"아뇨 첫 대회였습니다"라고 했다.
친구는 풀코스 경험도 많고 몇년을 뛰어온사람이 생초보한테 이렇게 질수는 없다라는 자존심의 문제였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의 첫마라톤대회 하프기록은 1시간 35분대의 성적표를 받았다.
드디어 새로운 마라톤 출발은 시작되었다.
첫댓글 인간승리..................건강하고 행복하셔요...
천식이란 병을 고맙다고 해야 할까요? ㅎ
끝까지 자만하거나 소흘하면 안되겠지요.
긴 작문에 첫 하프 후기 잘 읽었습니다.
1시간35분 기록이 저랑 같아요 ~
전 이번 2024년도 합천에서 기록이 1시간35분이였습니다.
마라톤으로 건강을 찿은 선배님 ~!!!
축하드립니다. ~!!! ^^
글을 적는것도 쉽지는 않네요.
며칠을 고민하고 생각하고 읽어보고~~
잘쓰진 못하지만 일단 관심은 있고 좋아서 합니다.
1시간 35분의 기록이 좋은 기록이라고는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노력한것 보다 좀 쉽게 얻은거 같아서.
근데 지금은 정말 힘든다는걸 알았습니다.
엔진이 노후되고 보링도 해야하지만 기계가 아니라~~
성숙코치도 대단합니다.
파이팅~~~
ㅎ~
감사합니당 ~^
전 사실 선배님과 다른점은 나홀로 연습을 꾸준히 했다는 차이겠죠 ~
그렇게 따지면 저야말로 연습량보다는 성적이 좀 미미한편이네요 ~
그래도 저 역시 대 만족 합니당 ~!!!^
울 친구 봉섭이~~
후기 감동깊게 잘 읽어봤다 ㅎ
대단해요👍
쭉~~즐겁게 운동하고 행복하자~
늘 응원할께
봉섭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