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세바스티안은 프랑스와 국경을 대고 있는 북부 해안 도시로 바스크어로는 도노스티아라고 한다. (도시 이름을 다르게 부를 정도로 바스크의 언어와 민족은 스페인과 이질적이다. 그러니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것이 당연한 게 아닌가 느껴질 정도) 인구 18만의 작은 도시인데 인근에 있는 빌바오와 함께 바스크 미식 도시로도 유명하단다.
#2022년 12월 19일
사라고사에서 12시에 출발하는 알사 버스를 타고 산세바스티안 복합터미널에 도착하니 3시 45분이다. 숙소까지는 걸어서 10여분 거리. 숙소 이름(가라테 팬션)에 펜션이 붙어서 무슨 의미인가 했더니 건물 한두 층을 빌려서 화장실 딸린 방을 몇 개 만들고 공용 거실(+간이 주방)을 제공하는 형태다. 다른 지역에서도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라는 이름이 붙은 숙소들은 대부분 이런 식인 듯하다. 호스트 아줌마가 똑부러지는 영어 발음으로 환영을 해 줬고 방도 깔끔하다. 가성비 최고. 애초 2박을 예약하고 왔다가 하루를 추가해서 3일을 묵었다.
짐 놓고 나와서 골목길을 5분쯤 걸으니 바닷가가 나온다. 막 해가 저무는 중이라 햇살이 아름다운데 넓은 백사장을 품은 해안 또한 아름답다. 멋져부러!
구글 지도에서 맛집을 검색해 들어갔는데 직원이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감사합니다." 발음 좋고~ 오, 한류의 위력인가? 푸아그라 소꼬리 대구, 맛있다고 소문이 난 품목들을 하나씩 시켜서 먹어 보니 역시 맛이 있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산마틴 시장을 찾아갔더니 전통 시장이 아니고 대형 마트 같은 모양새다. 찾아보니 전통 시장이 있던 곳인데 2005년에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했다는 설명이 보인다. 망고, 상추, 이베리코 소세지, 빵, 요구르트, 뚜론... 숙소에 가서 해 먹을 식재료들을 사서 돌아옴.
#2022년 12월 20일
(아직 시차 적응이 안돼서 일찍 일어났지만) 느즈막히 아침밥을 해 먹고 해변으로 나갔다. 어제 해변이 너무 좋았잖아! 오늘은 서쪽 해변으로 가보자.
우리나라 겨울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쌀쌀한 날씨인데, 바닷가에는 수영하는 사람도 보이고 서핑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름이면 사람이 바글바글하겠구먼.
왕의 별장이었다는 데를 들러서 왕의 뷰는 어땠을지 확인해 보고...
푸니쿨라를 타고 서쪽 끝에 있는 언덕위로 올라갔다.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 언덕이었지만, 올라가 보니 엄청난 조망이 펼쳐진다. 올라오길 정말 잘했다. 언덕 위에는 오래된 놀이공원도 있는데 겨울이라(?) 영업을 중단한 모양. 카페도 문을 열지 않아서 사진찍기 놀이만 하다가 내려왔다.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와서 쎈 바람을 헤치면서 사람들을 따라가 보니 뭔가 투박해 보이는 쇳덩어리들이 나온다. 저건 뭐지? 실용적인 것은 아닌데... 이 지역 출신 유명 조각가의 작품이란다. Eduardo Chillida의 Haizearen Orrazia (바람의 빗). 검색해 보니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들이 여럿 보인다.
시내로 돌아와서 BideBide라는 식당에서 타파스 몇 개. 하몽, 꼴뚜기, 푸아, 감튀. (스페인 사람들은 감자를 많이 먹는다. 감자가 들어가는 요리도 많고 감자 튀김은 우리나라 김치만큼이나 흔하다.)
마침 화요일은 공짜라는 산텔모 박물관을 찾아갔다. 여성을 주제로 한 사진전과 전쟁 반대를 주제로 한 작품전은 볼만했는데, 바스크 역사를 담고 있다는 상설 전시는 (자료는 많았지만) 흐름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시 바닷가로 가서 아쿠아리움을 구경하고 집으로...
#2022년 12월 21일
오늘은 프랑스 휴양 도시 비야리츠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날이다. 터미널 가는 길에 다리 풍경이 예뻐서 한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