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지 탐험 열다섯 번째 – 성골로 올라 천제단에서 제를 올리고 서북 능선에서 음지골로 내려왔다!

[雲峰]

<2021년 5월 22일 설악산 성벽 릿지 전망대에서>

처음 계획은 '옥녀탕 → 성골 → 한계산성 → 천제단 → 서북능선 → 십이선녀탕 갈림길 → 십이선녀탕 정상 → 음지골 정상 → 음지골 → 백담 야영장'의 14km, 9시간 코스를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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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산성(寒溪山城)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리에 있는 고려 시대의 산성.

둘레 약 1.8㎞. 강원도 기념물 제17호. 해발 1,430m의 안산(鞍山)에서 남쪽 계곡을 에워싼 포곡식(包谷式) 산성으로 계곡 쪽에 남문 터가 있고, 성안에는 절터·대궐터·천제단 등이 있다.

한계령을 넘는 원통과 양양 사이의 길목을 차단할 수 있는 요충에 있다. 전설로는 신라 경순왕 때 축조되었다고 하며, 마의태자(麻衣太子)가 신라 부흥 운동을 할 때 성을 수축하고 군사를 훈련했다고 한다.

고려 후기에 몽고의 침입과 홍건적의 침입 등 잦은 이민족의 침입 때문에 부근 주민들의 입보(入保)를 위하여 수축하였다고 여겨진다. 지금 성벽이 남은 곳은 높이 5~6m나 되나, 천연의 절벽은 성벽을 쌓지 않고 암벽을 이용하였다.

성벽은 아래쪽은 큰 돌을 사용하고, 위로 오르며 작은 돌을 사용하였으며, 아래에서 2m쯤까지는 벽면이 거의 수직을 이루다가 위로 오르면서 85° 정도의 기울기가 된다.

성문은 문구(門口) 너비가 157∼166㎝이고 측벽의 높이가 230㎝인 사각 문형식이다. 성벽의 기초는 쐐기돌로 수평을 맞추듯 작은 돌조각을 사용한 수법이어서 삼국 시대부터의 전통적 방법에 속하지만, 성벽의 윗부분은 여러 차례 수축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윗성과 아랫성 2개라고 기록되어 있으나,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둘레 6,279척으로 기록되었을 뿐이다.

『고려사』 조휘열전(趙暉列傳)에는 1259년(고종 46) 몽고군과 조휘가 이끄는 반란군이 이 성을 공격하였으나, 방호별감(防護別監) 안홍민(安弘敏)이 야별초를 거느리고 출격하여 섬멸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2021년 5월 4주 차 산행은 삼총사 및 봉 감독과 설악산 성골로 올라 천제단에서 제를 올리고 음지골로 하산하는 산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 산행 계획은 1월 19일 점봉산행이 실패로 끝난[산행기] 후 3월 7일부터 3월 8일까지 이틀 동안 봉 감독과 둘이 텔레그램을 통해 유명 산의 암릉에 관해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졸지에 2021년 상반기 암릉산행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그중에 5월 21일 금요일 한계령 부근에서 1박 후 토요일인 다음날 새벽에 천제단에 오르는 산행이 있었다. 사실 4월 17일 속리산 칠형제봉 산행도 그때 세운 계획 중 하나다[산행기]!

산행 일은 가까워지는데, 업무가 바빠 산에 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산행 열흘 전 텔로 봉 감독이 오색그린야드호텔을 예약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삼총사 중 경옥만 동행하기로 했다고도. 일단 숙소를 예약한 이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야 하는데, 그나마 용대리면 동서울터미널에서 늦게까지 버스가 있는데, 오색은 막차가 6시 40분이라, 늦어도 3시에는 퇴근해야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미리 준비해둔 배낭을 둘러메고 터미널로 가 차를 탈 수 있었다. 해서 원통까지는 늦게까지 버스가 있으니, 여차하면 원통에서 택시를 타기로 했으나, 가능하면 3시에 퇴근할 수 있도록 업무를 조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금요일 3시에 퇴근 후 바로 동서울터미널로 갈 수 있도록 미리 배낭을 싸며 보니 딱히 가져갈 게 없다. 자일은 안 가져가기로 했고, 점심은 오색에서 준비하기로 했으니, 과일과 비상식이 든 디팩을 제외하면 딱히 가져갈 게 없었다. 배낭이 너무 가벼워도 문제라 라면 두 개와 조리도구가 들어 있는 디팩을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라면용 김치도 챙겼다. 물이야 계곡으로 하산하니 굳이 싸갈 이유가 없고…. 성골이나, 음지골의 상태를 모르니 카메라는 가볍고 찍기 쉬운 걸 가져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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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출근 후 서둘러 일을 마치고 오후 3시에 눈치를 보며 퇴근해 집으로 가 옷을 갈아입고 준비해 둔 배낭을 둘러메고 시간 여유가 있어 오랜만에 동명탕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가 버스를 기다렸다가 6시 40분 동서울발 버스라 6시 30분까지 도착하면 되는데, 6시 15분경 도착해 시간이 남아돌고 배도 고파 라면이나 한 그릇을 할까 하고 분식집을 찾았으나 눈에 띄지 않아 터미널 앞에 있는 포장마차에 들러 잔치 국수 한 그릇 했다.

이후 승차장으로 가 숙소인 오색으로 가기 위해 양양행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저녁 먹으러 간다는 봉 감독의 문자에 내 저녁도 준비해 놓으라는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린 버스는 인제와 원통에 들린 후 깜깜한 한계령을 넘어 9시 18분에 오색에 도착했다. 오색 정류장에는 봉 감독이 차를 가지고 마중 나와 있었다. 당연히 혼자 왔을 거로 생각하고 차에 타려고 보니 조수석에 비취에 뭔가 껴안고 있었다. 두 친구의 말에 의하면 둘은 오전에 만나 지난 점봉산행 시[산행기] 올랐던 암릉을 다시 올라 봉 감독은 주변 설악산 영상을 찍었고, 비취는 촬영 보조를 했다고... 그리고 돌아와 저녁을 먹은 후 식당 주인장에게 얘기해 내 저녁을 포장해 들고 왔는데, 그 저녁이 된장찌개라 흘리지 않게 꼭 껴안고 있는 거라고 했다.

그 정성에 감격하며 차에 타 "그럼, 내가 숙소를 찾아가면 되지 너희가 여기까지 나올 필요가 없었던 거 같다!"라고 얘기하고 숙소를 향해 차를 타고 가다 보니, 이 친구가 차를 끌고 오지 않았으면 엄청나게 고생했을 거라는 걸 알았다. 역시 봉은 친구를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아는 동무다! 9시 30분경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어놓고 비취와 봉이 정성스럽게 식당에서 포장해온 된장찌개와 빨갱이로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두 친구의 불만은 본인이 식당에서 밥 먹을 때는 없었던 달걀부침이 내 포장 된장찌개에는 있다는 거! 정성 들여 싸 온 된장찌개 저녁을 빨갱이 반주로 마시고 남은 술로 셋이 한잔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후 내일 새벽에 일찍 출발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 봐야 11시가 가까웠지만!

산행일 봉 감독이 새벽부터 일어나 설치니, 일어나야 하는 건 알았으나, 모른 척하고 계속 잠을 청했다. 물론 봉 감독이 깨울 때까지! 한 시간 더 잤으면 딱 좋을 거 같았는데, 무자비한 봉 감독은 4시 정각에 가차 없이 깨웠고, 이에 대해 반항은 못 하고 뭉그적거리며 일어나 기상 행사인 볼일을 보고 씻고 나와 봉 감독이 준비해 둔 황태해장국 간편식으로 아침을 먹었다. 이후 오지 탐험을 위한 복장을 갖추고 숙소를 나와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옥녀탕으로 향해 5시 22분경 과거 옥녀탕휴게소에 도착했다. 4시에 기상했는데, 들머리까지 가는데 1시간 22분이 걸렸다는 얘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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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가 산행 준비를 하는 동안 과거 휴게실 의자로 가 앉아서 봄이 가는 신호인 낙화를 사진으로 남기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기만 벌써 4번째 방문이었다. 처음은 2018년 6월 6일 봉 감독과 처음 방문해 한계 산성과 천제단을 거쳐 아니오니골로 하산[산행기]할 때였고, 두 번째는 2019년 5월 18일 봉 감독과 한계 산성이나, 천제단이 아닌 성골을 따라 안산으로 가려다 치마바위를 통과한 지금도 둘의 전설이 된 산행[산행기]이고, 세 번째는 2019년 9월 21일 선현과 첫 번째 코스로 올라 대승령을 거쳐 장수대로 하산[산행기]했을 때다. 해서 한계 산성으로 천제단 오르는 코스는 다시 갈 이유가 없어 성골로 천제단에 오른 후 음지골로 하산하는 거로 알고 "ㅇㅋ"한 산행이다. 그것도 지난밤 술 한잔하며 산행 코스 얘기하다가 내가 봉 감독 코스 설명을 오해했다는 걸 알았지만! 두 친구가 산행 준비를 마치고 금줄을 넘어 성골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5시 29분으로 이번 산행의 시작 시각이다!

옥녀탕에서 바로 성골로 진입하는 게 힘들어 밧줄이 설치된 우회로를 통해 성골로 갔다. 등산객에게는 비법정이나, 문화유적 답사가에게는 법정인 등산로? 답사로? 곳곳에 붙여놓은 야별초 기념물을 보며 산기슭으로 올라 5시 44분에 성골로 진입에 성공했다. 이후 성골을 따라 계속 올라 마치 문처럼 보이는 좌우 암벽을 지나자 만개한 함박꽃이 우리를 반겼다. 그렇게 성골을 따라 올라가고 있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봉 감독이 나를 부르더니, 계곡이 아니라 옆의 등산로를 따라 가자고 했다. 그 얘기를 다른 사람도 아닌 봉이 했다는 거에 놀란 후 이 친구도 늙었다고 생각하며 계곡 옆 등산로로 올라가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봉이 문제가 아니라 비취가 계곡 산행을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걸 보고 봉은 계곡이 아닌 등산로로 가자고 한 거고….

그런데 문제는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왼쪽으로 나 있고, 한계 산성의 문이나 주요 설비는 오른쪽에 있어 주의하지 않으면 한계 산성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였다. 해서 세심히 주변을 살피며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저 앞에 돌로 쌓은 성벽이 보였다. 한계 산성이다! 그럼 계곡을 건너 오른쪽으로 건너가야 한다. 해서 계곡을 건너다보니 작은 폭포 아래 소가 장관이다. 조금만 더 더웠으면 다 벗고 뛰어들었을 텐데. 계곡을 따라 올라왔으면, 오른쪽 한계 산성으로 오르는 길을 발견했을 텐데, 그게 아니어서 낙엽 쌓인 미끄러운 급경사를 올라가야 했다. 이번 산행 난 코스를 생각한다면 아주 미미하지만.

몇 번 미끄러지며 먼저 낙엽을 헤치고 길을 만들며 올라가자 저 멀리 문이 있는 성벽이 보인다. 2년 만에 보는 성벽을 사진으로 남기고 두 친구가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이후 처음 내가 생각했던 성벽을 따라서가 아니라 성골에서 천제단으로 바로 올라가는 길을 확인하기 위해 배낭을 벗어두고 성골을 따라 300여 미터 올라갔다. 분명 2019년 문화재로 등록된다는 기사를 보면 하성(下城)에서 상성(上城)으로 바로 올라가는 길이 있고, 상식적으로도 길이 있어야 하성이 함락되면 상성으로 퇴각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어떠한 지도도 그 길은 표시하지 않아, 봉 감독이 길이 없으니 평소 다니던 성벽을 따라 올라가자고 했었다. 성골을 따라 올라가며 오른쪽 봉우리의 천제단 위치를 고려해 길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았다.

예상대로 길이 있을 만한 곳을 찾기는 했으나, 뚫고 올라가기에는 너무 험해 보이고, 산행 재미는 성벽을 따라 올라가는 거에 미치지 못해 보여 길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만족했다. 그래도 비교를 위해 폰을 꺼내 등산 앱의 지도에 현 위치를 표시하고 다시 성벽으로 돌아갔다. 이후 한계 산성과는 초면인 비취의 인증을 찍어 주고 본격적인 성벽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6시 28분이다. 산꾼들에게 통칭 성벽 릿지라고 불리는 코스를 때로는 기어서 때로는 밧줄을 잡고 위로 오를수록 뒤를 돌아보면 시야가 넓어지며 예상치 못한 절경에 감탄했다. 인제 쪽으로 낮게 깔린 운무다!

인제 쪽으로 낮게 깔린 운무와 정면의 가리봉, 옆으로 보이는 치마바위, 안산, 고양이 바위! 화창한 날씨에 모든 것이 뚜렷하게 보인다. 산행 날을 잘 잡았다. 가끔 뒤를 돌아보며 절경을 감상하며 올라가 7시 4분에 통천문에 도착했다. 차례대로 통천문을 통과한 후 첫 번째 방문 때 조망처이자 휴식처였던 바위에 다시 올라가 조망과 휴식을 즐겼다. 사실 휴식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으나, 두 친구에게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5분가량 휴식 후 다시 길을 재촉했다. 최소한 서북 능선을 11시 이전에 통과해야 별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천제단이 있는 봉우리>

암릉을 따라 오르며 가끔은 오를 수 없는 바위를 우회하기도 하며, 7시 30분경 여우굴을 통과했다. 천제단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밧줄에 의지해 또는 기어서 암릉과 암벽을 오르자 천제단이 있는 봉우리가 전면에 나타났다. 천제단 있는 봉우리에 올라가는 구간 또한 만만치 않은 난코스로 그만큼 재밌는 구간이기도 하다. 밧줄에 의지해 침니구간을 통과하면, 밧줄이 심리적 안정감만 줄뿐 실제 안전할까 생각되는 암벽 구간을 가로로 통과하는 코스를 지나야 했다.

이제부터 천제단까지는 밧줄에 의지해 직벽을 올라야 한다. 내가 앞장서고 그 뒤에 비취가 마지막으로 봉 감독이 올라왔다. 직벽을 올라오는 비취의 모습에 왜 봉 감독이 그를 가리켜 관악 85 등산방 원탑 여성 산꾼이라 칭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산행의 목적인 하늘에 제를 드리기 위해 올라온 천제단에 도착한 시각이 7시 52분이다. 먼저 천제단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긴 후 제물로 들고 온 과일과 막걸리를 제단에 늘어놓고 국태민안과 각자의 소원을 빌며 재배했다.

이후 천제단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제물을 나눠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그중에는 지난 속리산 칠형제봉 산행 시, 비취가 만들어 온 부침개에 봉 감독이 청양고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따라 청양고추를 넣은 부침개를 포함 푸짐한 제물이었다. 다만 조금 아쉬움이 있다면 막걸리가 한 병뿐이라는 거! 부족한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저 멀리 치마바위를 보자, 지난 2019년 5월 18일 봉 감독과 멋모르고 통과했던 치마바위 산행이 화제로 떠올랐다. 당시 치마바위까지 오르느라 녹초가 되어 안산은 오르지도 않고 십이선녀탕으로 하산했었다[산행기].

먹을 거 다 먹고 쉴 거 다 쉰 후 8시 14분 천제단을 떠나 서북 능선까지 악몽의 길을 떠났다. 성벽을 따라가며 왼쪽으로 하산 길이 있는지 유심히 살피며 전진해 과거 궁궐터에서 내려가는 길을 발견했다. 그 길목에는 어느 산악회가 매달았는지 빨간 리본도 나뭇가지에 달려있었다. 해서 성골에서 잡은 위치와 비교하기 위해 그 위치도 등산 앱에 기록하고 가까이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가파른 길을 올라온다는 건 자살행위나, 암릉으로 하산하는 걸 무서워한다면 하산길로는 괜찮아 보였다. 해서 모든 등산 지도에 이 길이 표시가 안된 듯!

곳곳에 쌓여 있는 산양 똥과 이를 열심히 옮기고 있는 풍뎅이를 감상하며 급경사의 흙길을 죽죽 미끄러지며 오르는데, 뒤에서 봉 감독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봉 왈 "뛰어난 조망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만 있지, 이런 힘든 코스가 있었다는 건 전혀 기억이 안 난다!", 해서 "이 친구야,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 계속 산에 다니고, 그래서 애를 또 낳는 거다!"라고 응수했다. 농담 반 진담 반 얘기를 나누며 힘들게 능선을 향해 올라 8시 55분에 이 코스 전망대 중 한 곳인 치성에 도착했다. 저 멀리 서북 주 능선 위의 귀청과 주 능선과 산성 릿지 사이에 있는 장군봉 릿지를 카메라에 담았다. 물론 뒤로 보이는 서북 능선 위의 대한민국봉도!

가끔 서서 쉬면서 올라 이번 산행 최대 난코스 암벽에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한 전망대! 그 시각이 9시 55분이다. 전망대에 도착해 이번 산행 유일의 단체 인증을 남긴 후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쉬면서, 얼음이 남아있던 물병에 커피를 부어 냉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대략 10분가량 전망대에서 노닥거린 후 다시 길을 가 10시 40분에 이 구간 마지막 전망대에 도착했다. 고양이봉의 뒷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전망대다. 이미 아래 전망대에서 충분히 쉬었기 때문에 마지막 전망대에서는 주변 경치 사진만 찍고 바로 능선을 향해 출발했다.

전망대를 떠나 3분가량 오르자 전면에 능선이 나타났다. 설악산 서북능선이다. 그 시각이 10시 46분이니 목표한 시각 11시보다 14분 일찍 도착했다. 능선에 도착해 음지골로 가기 위해 길을 따라 십이선녀탕 갈림길을 향해 갔다. 물론 먼저 할 일은 무법지대와 유법지대를 분리하는 금줄을 넘어야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올라야 할 곳은 올라야 해 대한민국봉을 지나치지 않고 올라, 서북능선을 배경으로 각자 인증을 남겼다. 그 시각이 10시 53분이다. 대한민국봉을 떠나 마지막 철쭉이 한창인 서북능선을 따라 대승령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나아가 11시 4분에 금줄에 도착했다. 드디어 무법지대에서 유법지대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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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줄을 넘어 유법지대로 넘어온 이후 잠깐 쉬어가자는 말에 쉼터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남은 커피를 마저 마시며 쉬느라 배낭을 벗어 나무에 올리며 보니 산 지 며칠 안 된 배낭의 옆 주머니가 찢어진 걸 발견했다. 산행 중 나뭇가지에 걸린 걸 무리해서 진행하면서 찢어진 거 같았다. 그리고 보니 10년 가까이 쓰고 이번에 새로 산 배낭과 교체하고 폐기한 배낭도 옆 주머니가 찢어졌는데, 당시는 그 이유를 몰랐는데, 이제 알 거 같다. 5분가량 노닥거리며 휴식 후 다시 길을 재촉해 11시 23분에 십이선녀탕 정상에 도착했다. 우리야 이 능선을 따라 계속 가야 하니 다시 무법지대로 들어가는 경계에 도착한 거다.

애당초 등산객이 거의 다니지 않는 비법정 구간이라는 걸 고려하면 길 상태는 양호했으나, 문제는 중간중간 길이 희미해져 찾아다녀야 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아 그 자리에 서서 폰을 꺼내 지도를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길을 막기 위해 쓰러트린 거 같은 고목이 길을 막고 있어 우회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가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햇볕은 쨍쨍한데 모자를 가져오지 않은 걸 알았다. 그리고 물이 없었다. 아직 물이 있는 음지골은 멀었는데, 그때 뒤에서 따라오던 봉 감독이 밥을 먹고 가자고 했으나, 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밥을 먹으며 더 힘드니 과일을 먹고 밥은 계곡을 만나면 먹자고 설득하고 가다 보니 전망대가 나타났다. 봉 감독 말에 의하면 1,242봉으로 여기서 5분 정도만 더 가면 음지골 정상이라고 했다.

비취도 지쳐보이고 해서 일단 전망대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은 후 가지고 있던 과일을 다 꺼내 간단하게 요기를 하며 쉬었다. 그런데 전망대가 절묘한 게 왼쪽의 마등령에서부터 오른쪽 대승령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였다. 설악산 주 능선인 공룡은 물론 서북능선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 1,242봉 정상이자 설악산 주능선과 서북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20분가량 휴식 후 봉 감독이 여분으로 가지고 다니는 모자를 빌려 쓰고, 다시 길을 가 1시 11분에 음지골 정상에 도착했다. 여기서 판단을 잘해야 하는 게 어느 지도에도 이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표시되지 않았고, 능선을 따라 3km가량 더 가서 만나는 계곡을 따라 하산하라고 표시되어 있다. 일단 이번 코스 연구를 한 봉 감독의 주장에 따라 능선을 버리고 계곡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초반에는 계곡으로 향하는 그럴듯한 길이 있는 거 같았으나, 내려갈수록 길은 사라지고, 대신 거대한 병풍취가 우리를 반겼다. 지난 아니오니골 산행 시 병풍취 담을 게 마땅치 않아 다 버렸던 기억이 있었던, 봉 감독이 이번 산행에는 아예 나물 담을 도구를 가져왔다. 놀라운 친구다! 어쨌든 없어진 길 대신에 마른 계곡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자 병풍취는 더욱 커지고 많았다. 그렇게 병풍취를 구경하며 마른 계곡을 따라 어느 정도 내려가자, 땅이 축축해지고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물 발견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이다. 물이 흐르는 걸 발견했으니 이제 물 걱정은 없어 좀 더 내려가 물이 깨끗한 곳에 도착해 머그잔을 꺼내 시원한 물 한잔으로 갈증을 해소했다. 의외로 아기자기한 폭포도 있고 나름 괜찮은 계곡이나, 문제는 인적이 전혀 없다는 거다. 고로 협곡이나 폭포를 만나면 길을 만들며 고개를 넘어 우회하며 내려가야 해 체력소모가 심했다. 배도 고프고….

점점 배는 고파오는데 식당으로 적당한 너럭바위는 보이지 않아 일단 적당한 장소만 있으면 자리를 잡고 앉아 밥을 먹기로 하고 그 적당한 장소가 보이지 않아 계속 내려가야 했다. 그러다 두 시가 넘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자리를 잡고 앉아 라면과 주먹밥을 꺼냈다. 라면을 끓이는 동안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발의 피로를 풀었고 나는 하산 중 계곡에서 미끄러져 오른손을 짚는 바람에 깨진 손톱을 멀티툴의 가위로 잘라내고 삐었는지 아픈 손가락을 찬 계곡물에 넣어 달랬다. 라면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봉 감독과 비취는 거대한 병풍취로 광고를 찍었다. 라면이 다 끓어 코펠을 바위 사이에 놓고 먹기 위해 모이는 순간 맨발의 봉 감독이 낙엽을 밟아 미끄러지면서 코펠을 걷어차는 바람에 코펠이 넘어지면서 라면의 1/4 정도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다행히 바위 사이에 있어 완전히 엎어지지는 않고 약간 기울어지기만 해서 나머지는 살렸다. 와중에 바위에 떨어진 라면 중 위에 있는 건 건져 다시 코펠에 넣었다. 다행히 봉 감독은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으나, 맨살의 팔이 까지는 상처를 입었다. 우여곡절 끝에 푸짐한 반찬과 일 인당 두 개의 주먹밥과 라면으로 배 터지게 점심을 먹었다. 병풍취대가 맛있다며 먹어보라고 봉 감독이 준 병풍취대도!

배부르게 점심을 먹은 후 다시 물을 끓여 드립 커피로 입가심을 한 후 우리가 있었다는 모든 흔적을 인멸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계곡을 따라가다 보니 봉과 나는 별문제가 없는데, 비취가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 당연히 계곡은 능선 아래에 있고, 우리가 버리고 온 등산로는 능선 위에 있으니 능선으로 올라가면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었다. 해서 봉 감독이 계곡을 벗어나 조금씩 위로 오르며 전진하자고 했다. 그에 대해 ‘그냥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는 게 어떠냐?’고 했으나, 그럼 너무 힘들다는 봉 감독 말에 동의해 앞으로 나가는 동안 서서히 고도를 높여 4시 4분에 비법정이나, 능선 위의 정규 등산로를 만났다. 지금까지 길도 없는 계곡을 헤치며 내려온 우리에게는 고속도로와 다름이 없었다.

그 능선길 좌우로는 계곡 물소리가 요란했다. 그럼 두 계곡이 합쳐지는 합수부가 있을 텐데 아무래도 길은 그 합수로로 향하고 있는 거 같았다. 역시 예상대로 30분 정도 내려가자 합수부가 나타났다. 길은 우리가 따라 내려오던 계곡을 건너고 있었다. 해서 두 친구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배낭을 벗어 두고 먼저 이쪽 물은 맛을 봤으니 반대쪽 물을 맛본 후 그 물에 세수했다. 이후 배낭 옆에 주저앉아 두 친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니 10분 정도 후에 나타났다. 두 친구도 간단히 세수만 하고 바로 음지골 하류를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길은 하류로 갈수록 지금까지와는 달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역시 능선이 아니라 계곡을 따라가는 길은 계곡 상태에 따라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다.

계곡을 감상하며 내려가는데 갑자기 낙엽 속에서 뭐가 움직인다. 해서 자세히 살펴보니 귀여운 새끼 뱀이다. 뱀이 귀엽다고 생각해본 건 처음인 거 같은데... 어쨌든 여차하면 밟을 거 같아 뱀을 위협해 바위 밑으로 밀어 넣은 후 계속 내려갔다. 그런데 이 계곡도 알려진 거에 비해 좋았다. 해서 왜 안 알려졌는가 생각해보니, 일단 교통편이 좋지 않고 접근도 쉽지 않았다. 굳이 고생하며 오기에는 주변에 더 좋은 계곡이 많았다. 우리 같은 미지를 보기 좋아하는 산꾼이나 찾는 계곡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빠른 속도로 내려가자 거대한 절벽이 나타나고 그 아래 인공적인 뭐가 보여 가보니 벌통이다. 마을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류로 내려가자 돌로 쌓은 구조물이 보여 혹시 화전민의 흔적인가 하고 가서 보니 군부대의 박격포대다. 포대를 돌로 쌓았다니 대단한 친구들이다. 좌우의 포대를 뒤로하고 계곡을 따라 계속 가자 계곡 건너에 목책이 보인다. 무법지대와 유법지대를 나누는 구조물이리라, 말인즉 마을이 멀지 않다는 거! 그 시각이 6시 정각이다. 애초 계획은 5시까지 하산하는 거였는데, 1시간 이상 늦어졌다. 목책을 넘어 합법의 세계로 돌아와 3분 정도 더 가자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펜션과 야영장이다. 우리의 설악산 음지골 산행이 끝나는 순간이다. 6시 4분!

3

사람이 만든 건물이 보이자마자 봉 감독은 단골 택시기사에게 전화했다. 음지골로 하산해서 택시를 기다리는 중이고 옥녀탕이 목적지라고, 그런데 본업은 농사, 부업이 택시 기사고, 자원봉사로 산악구조대를 하는 토박이도 음지골이 어딘지를 몰라 펜션 이름을 알려주고야 찾아올 수 있었다. 정말 토박이는 모르나 서울 산꾼은 아는 오지 산행을 했다. 10여 분 후 도착한 택시를 타고 달려 6시 39분에 이번 산행의 들머리이자, 봉 감독의 차가 기다리고 있는 옥녀탕휴게소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두 친구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나는 아침에 꽃을 찍었던 의자로 돌아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주차장을 면하고 있는 암벽에 반짝거리는 게 있어 절벽으로 접근해 살펴보니 암벽에 박힌 볼트다. 고로 그냥 암벽이 아니라 훈련장이다!

셋 다 여기저기 작은 상처는 있을망정 큰 사고 없이 토박이도 모르는 오지 산행을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봉 감독이 인제 남북면옥에서 동치미 메밀국수와 수육으로 뒤풀이를 하자고 제안해 인제로 향했다. 7시 11분 남북면옥에 도착해 동치미 국수와 수육을 주문했으나 수육은 "Sold Out!" 다른 대안이 없어 감자전을 주문해야 했다. 감자전에는 막걸리가 답이나, 동치미 국수를 먹는 마당에 또 막걸리는 아니라는 판단에 이슬이를 시켜 운전해야 하는 봉 감독은 구경만 하고 비취와 나눠 마셨다. 시원하게 동치미 메밀국수로 갈증과 배고픔을 해소하고 식당을 나온 시각이 7시 30분경이다.

바로 봉 감독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덕소를 향해 신나게 달려 9시 19분에 역에 도착했다. 다음 문산행 기차는 9시 25분! 봉 감독과 다음 산행을 기약하는 인사를 나누고 역으로 들어가 대기하고 있던 전철을 타고 서울로 향해 비취는 계속 가고 나는 휘경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다시 종로3가에서 3호선으로, 녹번에서 택시를 타는 파란만장한 절차를 거쳐 23시경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병풍취 맛이 궁금해 잠을 못 잘 거 같아 바로 삼겹살을 구워 병풍취에 싸서 빨갱이와 맛을 보니 향이 대단히 강한 게 딱 내 취향이다. 내년에도?

처음 계획과 달리 성골이 아닌 성벽 릿지로 '옥녀탕 → 성골 → 한계산성 → 성벽 릿지 → 천제단 → 서북능선 → 십이선녀탕 갈림길 → 십이선녀탕 정상 → 음지골 정상 → 능선 → 음지골 → 백담 야영장'의 13.78km, 12시간 40분 코스를 탐험했다. 이동 9시간 31분, 휴식 3시간 9분!

후반은 미세먼지가 망쳤으나, 전반의 날씨와 조망은 보기 드물게 좋았다.

세 번째 한계산성, 천제단 산행이라 앞으로 다시 가게 될까?

설악산에서 용대리 쪽으로 흐르는 거의 모든 계곡을 탐험했으니, 용대리 쪽으로 산행하는 일도 없을 거 같다!

서북능선에 올라 음지골로, 음지골 정상에서 헤매다 완전히 하산한 이후 두 친구는 체력이 고갈되어 힘들어하는데, 나는 한 10km는 더 갈 수 있을 상태였다. 평소와는 달리 체력이 남아도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전날 즉 금요일 저녁 오색에서 술을 마시는 둥 마는 둥 해서였다. 역시 산행 전날은 금주!

[동서울_주행]

자려다말고 자정에 삼겹살 구워드셨다니!

[雲峰]

궁금한 건 못 참지!

[雲峰]

기억에 없었는데, 2019년 5월 18일 치마바위를 통과하는 산행 때는 비까지 내렸었구만!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로 좋은 것만 기억하고, 힘들고 어려운 건, 저 깊은 망각의 늪으로...

[우서락]

음지골은 내 인생에서 이번 한번으로 충분할듯 ㅎ

[雲峰]

ㅋㅋㅋㅋ... 난 우리가 가보지 않은 구간
중간에서 능선으로 올라가 곳부터 합수부까지의 구간이 궁금... 그 구간에 뭐가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