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번에 인사드린 취업준비생 방준호입니다.
몇 달전에 가입인사를 통해 이름 실명과 직업을 솔직하게 밝혔습니다. 취업준비생이라, 글을 하나밖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취업"이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한동안 카페의 활동을 소홀히 했네요 ㅎㅎ.
얼마전, MBC 이용마 기자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가 떠났다고 하니, 글을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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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고백을 하나 하겠습니다. 사실 KBS MBC YTN이 언론장악을 당해, 제대로된 방송뉴스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었을 때, 저는 공영방송사 3사를 조롱했습니다.
"저게 뉴스야, 이명박, 박근혜 제대로 비판 못하는 것들 쯧쯧.." "소시지빵이나 보도하는 뉴스 ㅋㅋㅋㅋ"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그 엄혹했던 시절(?) 저 역시 그 방송사에 대해 차가운 냉대어린 시선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저는 어떤 과정을 거쳐 정치권력에 의해 공영방송국이 장악되었는지 내막을 몰랐습니다. 또한, 저는 공영언론을 지키기 위해 저항했던 언론인들을 몰랐습니다. 그저 망가진 KBS MBC YTN 에 대해 힐난한 눈빛을 보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저는 대학생들이 정책을 내는 콘테스트에 참여했습니다. 정책을 발제하여 1등을 하면 상금을 받는 그런 대외활동이었습니다. 이 콘테스트는 단순한 콘테스트가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주기적으로 팀을 이뤄서 회의와 발제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명사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는 대외활동이었습니다.
거기서, 언론에 대한 명사를 초청했는데, 그 강사가 YTN 노종면 앵커였습니다. 그 당시 그는 해직기자이었습니다. 제가 받은 첫인상은 "소탈한 아저씨"의 모습이었습니다. 검은 반팔에 검정색 바지를 입은 영락없는 아재(?)의 형상이었습니다.
"기자"라면 으레 "와이셔츠에 양복 차림"이 연상되었기 때문입니다.(그 당시가 더운 여름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강의는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의 강의를 듣고 언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영언론이 어떻게 장악되었으며, 장악당한 공영언론이 내보내는 리포트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그리고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이 당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어떻게 왜곡보도했는지를 알게되었기 때문입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온 이후, 당시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였던 구본홍씨를 와이티엔 사장으로 보내는 낙하산 인사를 강행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케이에스 정연주 사장을 청원경찰을 동원해 사장을 끌어내린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엠비씨(당시 사측이)가 당시 방송진흥위원장이 "큰집가서 조인트 까였다"라며 저항하는 노동조합 언론인들을 좌파/빨갱이로 매도했다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그의 강연 이후, 저는 저항했던 언론인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언론인들이 있었구나". 여러 자료를 찾던 중 저는 최승호 피디(현 MBC사장)가 제작한 영화 "그들이 말하지 못한 7년"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당시 정치권력에 의해 장악당한 방송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기자들의 분투를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이용마 기자를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최승호 피디가 이용마 기자에게
"왜 노조 홍보국장직을 맡게 되었나?, 피할 수도 있는데.." 묻는 데,
그의 답변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라는 부분입니다.
짧은 답변이었지만, 그의 고민이 담아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무너진 엠비씨를 살리기 위한 대의 사이에 내려진 결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상한 대로 그는 해고라는 불이익을 당했습니다. 그의 몸 역시 복막암에 걸렸습니다. 그의 몸인 신체와 그가 마주한 사회 현실 모두 녹록치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찾아보니 그의 쇠약해진 모습에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그 영화를 보고 난 몇 달 뒤, 저는 시립도서관에서 그의 저서 "세상은 바꿀수 있습니다"라는 책을 대출하여 읽었습니다.
그의 책은 그가 성장한 배경, 기자가 되고 난 뒤 겪은 에피소드, mbc 파업 일화, 아이들에 대한 당부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의 책을 읽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불의로 넘실되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사람, 그의 이야기"입니다.
이용마기자는 나름 엠비씨에서 삼성관련 보도(이건희 회장 isd주식 헐값 매입사건)를 하기 위해 분투했습니다. 2000년 대 초 "안티조선 운동" 이 벌어졌을 때, 문화부기자로서 안티조선운동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강자에게 기자로서 할말을 다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또한, 엠비씨 노동조합 집행부 일원으로서, 엠비씨 방송장악 저지를 위해 동료들과 힘차게 저항했습니다. 노조 홍보국장으로서 열거하기도 힘들정도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의 헌신이 있었기에 현재 엠비씨 후배들이 자유롭게 발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다 읽고 난 뒤, 저는 "엠비씨에도 이런 기자도 있다니.." 놀라웠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자신을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공영언론 3사가 방송장악을 당했을 때 조롱만 했지, 그 엄혹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한 언론인 레지스탕스들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올해 2월 그가 저널리즘 토크쇼에 나온 것을 보며 반가웠습니다. 저는 유투브에 풀영상을 다시 보았습니다. 그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며, 그는 2가지를 부탁했습니다. 첫째,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유지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는 소수의 재벌대기업만 경제성장의 과실을 얻는 경제환경을 안타까워 했습니다. 저는 그가 서민과 평범한 사람들이 좀 더 경제적으로 혜택을 받는 세상을 소망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권력기관장(검찰총장, 경찰청장)을 국민이 임명하자는 제안입니다. 현실가능성을 떠나, 지금의 자기 조직 논리에 얾매 있는 관료들보다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생각을 반영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돋보였습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적 요소가 권력기관을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장선상에서 그는 공영언론사장도 국민들이 공론화 과정을 통해 임명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습니다. 이 개혁안이 시행된다면, 어떤 정권이 들어선들, 권력의 눈치를 보지않고 시민의 눈치를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듣고, 저는 이용마 기자가 "공영언론의 주인은 국민이다."라는 단순 명쾌한 소신을 실천하고자 노력한 언론인으로 보여졌습니다. 그가 "언론개혁"을 외친 이유도, 시민들에게 신뢰받는 언론을 만들고자 하는 소망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 영상을 보고 난 뒤, 그의 소망에 공감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가 "다수가 더불어 잘사는 경제 환경"속에서 "공영언론이 시민들의 참여에 운영되는" 사회. 그의 소망이 곧 저의 소망이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그의 몸이 회복되기를 바랬습니다. 그의 몸이 회복되어 엠비씨에서 그의 소망이 현실과 가까워지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가슴아프게도, 4일 전 그의 부고를 접했습니다. 어린 쌍둥이 10살 아들과 아내를 남겨두고 하늘로 갔습니다. 생전의 겪었던 고단했던 그의 삶을 생각하니 눈물이 조금 났습니다. 비록 이용마 기자를 단 한번도 직접 만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저는 언론인을 꿈꾸는 언론인 지망생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이 가슴에 아립니다.
그가 "해직"이라는 불이익을 무릅쓰고, 지키고 추구하고자 한 가치는 "약자들에게 따뜻하고 강자들에게 성역없이 비판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언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의 가치는 10여년 동안 정치권력에 의해 꺾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끝내, 병마가 그 자신이 그의 가치와 철학을 실현할 기회를 빼앗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그의 소망을 스스로 실현하지 못했음이 가슴 아팠습니다.
그러나 그의 소망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들 마음 속의 소망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이 소망의 촛불이 그의 소망의 촛불을 이어받는다면, 그의 꿈은 꺼지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의 소망을 이어받겠습니다. 저 역시 언론개혁을 외치며, 좀 더 평등한 경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민으로서 노력할 것입니다. 그것이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용마 기자님, 엄혹했던 시절, MBC가 제 기능을 못했을 때, 공영언론들을 조롱했을 뿐
기자님의 헌신과 분투를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소망은 저의 소망이기도 합니다.
남은 세상은 어떻게 해보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취업준비생 27살 방준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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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글을 쓰고 나서, 이용마 기자님에 대해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기자님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사자성어 중 "개관사정"이 있습니다. 사람이 죽어 관이 들어 갈때, 그의 진면목이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자신과 전혀 상관없고, 자신과 마주친 적 없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에 슬퍼하고 애도하는 것을 보며
"인생을 정말 바르게 살면, 혹은 대의를 위해 노력하면, 시민들이 다 알아봐주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취업 준비생이라 생활이 절박하지만, 이용마 기자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큰 가르침과 고민거리를 던져 주었습니다. 이용마 기자님, 기자님처럼 좋은 어른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늦었지만 기자님의 명복을 빕니다.
첫댓글 님의 꿈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리더 방 님, 오랜만이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뭉클하고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특히 '개관사정'. 기억할게요. 머리와 손발이 따로 움직이려고 할 때 기억해내면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취업 준비에 바쁘더라도 가끔씩 들러 글 남겨주세요.
p.s.그런데 기자 지망생이 아니었군요? 기자보다 훨씬 더 내부를 잘 아는 것 같아서 기자 지망생인 줄 알았네요. 기자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늘 응원할게요.
빵(?)터진 송수진 기자의 모습을 보고싶어용ㅋㅋㅋ
먼저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뜨겁게 젊음을 사랑하는 참청년을 만나 절로 흐뭇해집니다. 저도 응원합니다.
따뜻하고 진심어린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 오래오래 이용마기자를 기억합시다.
방준호님 조선일보 방준오랑 이름이 한 끝 차이라서 조심해야할듣ㅋㅋㅋ
글 잘 읽었습니다. 빨리 취준생 졸업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