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찌는 듯한 더위, 가끔은 스콜처럼 내리는 미친비가 오락가락 하던 어제.
지인 작가의 부탁으로 그녀의 단체전 전시 오프닝에 참석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우리 모두 하나 되자" 가 그들이 진행하는 전시 캐치프레이즈다.
오프닝은 오후 네시 였지만 아침 아홉시, 일찌감치 신귀례 작가의 아들이 책임져주는 차량에 동승하여
휴가철을 맞은 경부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특별하긴 했다.
이곳에서 살면서 숱하게 서울로 오르락 내리락 하였어도 늘 도로는 교통체증으로 언제나 차고넘쳤건만
어쩌다보니 그 아침에 비어있는 도로를 만나게 되었다는 말이엏어도 양재 즈음 들어서니 역시나. 정체 정체 중이다.
그래도 웬만하면 그 시간에 누워 있는 도로였던 경부고속도로 서울행 방향이 시원하게 뚫렸다는 것은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얼마 전에 그 억수같은 장마가 왔어도, 현재 진행형의 무더위가 발목을 잡아도
다들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피서라는 이름을 달고 여름 휴가는 떠나버린 덕분이기도 할 터.
어쨋거나 어찌어찌 하여 장충단로에 있는 라온 갤러리를 들어서는 순간 개인적으로는 이곳에서?
아니 여기에서 24명의 작가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고? 순간적으로 이게 뭐임? 이었지만
그나마 갤러리 치고는 협소하여도 나름 작가들 작품 배열을 잘 해내면 나쁘진 않겠다 싶었다.
그렇게 들어선 갤러리에서는 작품을 확인하고 작가와 가격표를 정리하며 배열 맞추기에 골몰하고 있었고
다양한 곳에서 옮겨져 온 작품들이 제 순서를 기다리며 널려져 있었다.
이름하여 확인사살 시간이긴 했지만 일찌감치 칮아든 쥔장의 입장은 참으로 난감지경이었고
그래도 미리 작품을 구경하는 시간을 갖기는 했어도 어쩐지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게다가 간만에 긴 검정원피스에 핑크니트와 좋아하는 여름 밀짚모자 패도라를 쓰고 양갈래 머리로 땋고 나선 길이라
상대적으로 분위기는 혼자서 여름 무드 장착한 기분이기도 했으므로 들떠있던 마음이 잠시 내려앉는 듯했다.
그렇게 좌충우돌의 장소와 시간 속에서 "빛" 시리즈 작품은 장소 선점을 해두고
일식으로 점심을 마무리하고 나서 카페를 찾는데 그 길에 어찌 그리 카페가 없더란 말인지.
그 삼복 더위에 걷고 또 걸으며 저멀리 보이는 스타벅스에 가려다가 잠깐 한눈을 팔다보니 이디야 커피가 눈에 들어온다.
스타벅스보다는 짧은 거리인지라 냉큼 더위를 피해 들어서니 와우, 차디찬 냉방 온도가 카페찾느라 골몰한 정신을 되돌려 놓는다.
하지만 그다지 썩 친절했다고 볼 수 없는 카페 직원들의 태도에 화가 날만도 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다들 더위에 지쳐있는고로....혹은 무더위를 피해 찾아드는 발길들에 쥔장의 부탁이 절로 성가실만 했으므로.
암튼 더위에 쩔어도 커피는 핫핫핫....당연히 얼죽아도 아닌 쥔장인지라 뜨거운 아메리카노로 이열치열.
잠시 에어컨의 위력을 실감하며 작가와 한담을 나누고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작가의 40년지기와 오랜 이야기를 나누며 그저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최대치 행복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렇게 짧고도 긴 이야기를 나누며 오프닝 시간에 맞춰 길을 나서고 나니 세상에 뭐 그런 일이,...
갑자기 하늘에서 하늘을 뚫고 내려오는 비님이라니.....미친 비를 바라보며 웃기게도 공용화장실 앞을 서성거리는데
정말이지 그곳 공용화장실은 그야말로 칭찬받아 마땅할 정도로 멋지고도 쾌적함을 자랑하니 비를 피하기는 딱이었다.
그렇게 장대같은 비가 벼락같이 내리던 이십여분이 흘러가고 차츰 빗줄기가 옅어지길래
우산을 펼쳐들고 갤러리로 다시 찾아들었더니 아, 작가들끼리 촌평과 아울러 본인 작품에 관한 대화들이 너무 진지하여
문을 열고 들어설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겨우 비집고 들어서니 이번엔 모두 모인 작가들의 시선이 쭈욱....
뭐 그랬다는 이야기지만 어쩌다보니 서로간에 팽팽하고 긴장된 그러나 여유로운 척인 그들만의 세상에 끼어들어
한자락 한판 쫘악, 그런 느낌이다.
정해진 시간에 오프닝이 끝나고 서로 설왕설래를 주고받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느닷없이 관람객으로 소개받는 웃기는 시간이 오고 그렇게 소환된 예정에 없던 돌방상황은
그 시간을 잠시나마 즐겁게 누릴 숏타임의 쇼타임이 되었다는 말이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은 곤욕스럽다기보다는 상당히 흥미롭긴 했다.
누구든 화가라는 작업군단으로서 그 자리에 있다보면 자신들의 세상에 빠져 더러 제 3자의 느낌도 필요한 법.
하여 잠시 그들이 원하는 객관적 관객이 되어 하마평을 날리는 결례를 범하고야 말았지만 나름 유쾌하였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작가의 의도와 비평가의 평과 관객의 시선이 공존하는 법이니 말이다.
헌데 작품이 무엇이던지 간에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은 좀 아이러니 하기도 했다.
여하튼 객식구로서 그들의 작품을 보았지만 각자의 작품세계와 자신의 정체성들을 느끼기는 하겠으나
더러 대중성에 민감한 작품도 있고 가끔은 자신의 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작품도 있어 아쉽기도 했다.
그리하여 작가들의 나름 창조적 작품관을 논하기엔 좀 애매모호 했지만 또 굿꿋하게 한마디 하기도 했었더라는 말이기도 하다.
와중에 신귀례 작가의 작품만큼은 나름 독보적이었으므로 함께 동행하였던 지인으로서의 입장에서는 뿌듯하였노라고.
하여 늘 자신이 가고자 하는 작품 세계는 작가 자신의 세상이므로 따로 왈가왈부 할 필요는 없을 듯 하고
개인적으로는 호불호가 강한 편이라 다른 작품에 대한 잣대는 피해가기로 한다.
돌아오는 길, 아주 유쾌하였던 갤러리 나들이 덕분에 화기애애 하였으므로 만족도가 높았지만
가끔은 좀더 나아질 인생에 다가서지 못한 채 좌초하는 사람을 보자니 안타깝기도 했다.
그 또한 쥔장과는 상관 없을 일이기도 하지만 아. 쉬. 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즐거움이
오늘의 행복지수가 되었다.
첫댓글 한것 소녀처럼 차려입은 쥔장이 더 작품 같네요. 그날의
분위기를 대충 짐작하겠네요.
날씨는 참 너무 덥긴 하네요.
ㅎㅎㅎㅎㅎ
무더위에 한껏 고무된 채로.
햇살편지님 모습을 처음 뵈었습니다.. 어떤 분이신지 몹시 궁금하였는데 모처럼 서울 나들이 유쾌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무척이나 더운 날 건강 또 건강 조심하세요,,
안 그래도 요즘 잘 지내시나 싶었습니다.
우리 모두 더위를 이겨가며 잘 지내지길...
궁금하셨다니 기대? 만큼의 모습쯤 되시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