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월도의
양보된 사랑/윤용혁
약대 3학년 복학생
신분으로 선배약사와
여럿 후배들과 같이
여름방학 동안
자월도로
하계 투약봉사를 갔다
인천 연안부두서
자월도로 가는
배 안에서 인고시절
생물 선생님을
만났다
고교 2학년 때 생물반
반장이었던 나는
반가움에 달려가
인사를 드렸다
선생님은
부평고 학생들을
데리고 현장학습을
가는 중이라 하셨다
생물반 반장으로
출석 체크와
생물 샘의 조교
역활을 했는데
잘 참석하지 않는
깜상친구 불참을
눈감아 주려고
선생님께 세 번씩이나
출석인원 허위 보고를
드렸는데도
혼을 안 내고
얼굴만 뻘개지시며
내 거짓을 스스로
반성토록 끝까지
인내로 이끌어 주신
참 스승이셨다
자월도는 경관이
참 아름다운 섬이었다
대부분 뱃일을 하는
분들이라 신경통과
위장병으로
고생들을 해
거기에 맞는
투약봉사를
했다
자월도
학교 교실을 빌려
내동 성당 주일학교 때
교사 실력을 발휘해
아동반을 맡아
노래와 율동
그리고 체육활동을
도 맡았다
여름학교 교장선생은
영화배우 제임스 딘처럼
다소 저항적이나
탄소 중립의
아담한 사이즈 후배로
그 후배가 정한
여름학교 교훈은
거지 근성을
뿌리뽑자였다
도서지역 어려운
여건의 아이들이라도
자립정신과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모든 일을
개척하자라는 뜻인데
좀 보기에도 그렇고
듣기에도 어감이 그랬다
밀과 보리가 자란다
자이언트등에 맞춰
포크댄스도 가르쳤다
쏴아하는 소리에
놀라 하늘을 쳐다보면
멀쩡해 이상하다고
여길 쯤 바다의
밀물 썰물이
포말을 입에 물고
순식간에 들어왔다가
빠져나갈 때도 장대비
쏟아지는 소리를 내는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의 기본기
배구의 토스 및 수비등을
가르쳤다
나 자신이
선수출신도 아닌
주제에 누구를
가르친다고
나서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송이라는 여학생이
깜쪽같이 사라졌다
어두운 밤
사방은 바닷물이
들어와 출렁이는데
여학생 하나가 없으니 ᆢ
모두가 찾아 나섰다
학교 주변을
다 뒤졌는데도
송이라는 여학생은
안 보였다
혹시 파도에
휩쓸린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러던 차
밀물이 몰려와
잠긴 저 해안가
모퉁이서 엉엉우는
소리가 들렸다
밤에 처녀귀신이
울어대는 것 같았다
알고보니 송이였다
이 여학생이 봉사기간중
잠을 제대로 못 자
남학생들이
낮에 설치한 텐트에
들어가 잠시 눈을
붙인다는 것이
그만 깊은 잠에 빠져
밤이 되자 사방은
온통 깜깜하고
바닷물이 텐트
주변으로 들어차
출렁거려
방향감각을 잃고
오도가도 못하다가
무서워 떨면서
울고 있었다
이 일로 후배 남학생들은
선배약사에게 꽤나
쓴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천만다행이었다
힘든 봉사를 마치니
자월도 이장님이
다들 수고했다고
봉사대원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였다
바닷가에 위치한
이장님 댁에서
하룻밤을 묶는데
섬 모기가 얼마나
극성을 부렸던지
청바지를
뚫으며 무진장
나를 괴롭혔다
낮에 낚시로 잡은
우럭회와
망둥이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라치면
찔러대고
물어뜯는 모기떼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서울에 소재한
8개의 약대생들이
모여 약총이라는
이름 하에 농활을
엿새 내내하고
마지막 날은
MT를 겸한
단합대회다
난 아동반 대표로
여자 후배들이
반짝거리는
형형색색의
색종이를 오려붙인
옷의 깃을 세우고
엘비스 플레스리를
흉내내며
버닝 러브를 불렀다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상체에 비해
하체가 길어
섹시하다는 등
어쩌구하면서ᆢ
종아리가 가늘어
그렇게 보일뿐인데ᆢ
드디어 프로그램중
하일라이트인
묻지마 데이트 시간이
돌아왔다
이장님댁 마당에
모닥불을 지피고
카세트 라디오에서
흐르는 러브 스토리
노래를 들으며
남녀학생이
짝을 이뤄
섬 곳곳으로
흩어져 무엇을 하든
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불쌍하게도
봉사단장이었던 모대학
여학생은 짝을 못 이뤄
모닥불 지킴이로
남았다
아니 짝이 안 맞아
분명 양보를 했을
것이다
정말 리더십 좋고
침착하며 배려심 많은
재주꾼이었는데도ᆢ
나의 묻지마 데이트
짝꿍은 신입생
여자 후배였는데
말 수도 적고
형이라 부르면서도
선배 남학생인
나를 무서워했다
갯바위에 앉아
복학생 선배로서
진중하게
내 개똥철학을
설파하고 약대공부가
어려워 유급을
당하지 않기 위해
학점을 따는 방법
쌍권총을 차면
바로 한 학년
유급이니
빵구를 내지말고
"D라도 좋다
학점만 나와라!"는
좌우명과
나도 잘 모르는
소크라테스를
근사하게
이야기하는데
신입생 후배는
내가 어쩔까봐
옆에 앉지도 않고
쩔쩔매며
말도 흘리며
불안한 눈치였다
단지 나의 눈썹이
시커멓게 붙어
있는 것 외에는
두려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생각해보라
내가 여자에게
환장을 하지
않는 한 거기서?
순수를 지키던 내가?
더군다나 바로 후배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러니
그런 분위기서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고
한 시간이 나에게는
딴 애들과 달리
길고 지루했다
시간이 다 되어
돌아온 짝들 중
짓궂은 남학생들은
열달 후에 보자며
너스레를 떨어
여학생들을
급 당황케 하였다
이장님댁
건넌방 하나를
여학생들이 자는 방으로
내 주셨고
남학생들은
오늘밤 밀거적에서
자라고 해 좁고 불편해
선배약사가 주고간
통이불을 가지고
근처 원두막에서
여름학교 교장과
잠을 청하였는데
모기들의 극성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잠결에 엉금엉금 기어서
빈방을 보니
봉사 기간 내내
딱딱한 교실 바닥에서
잠을 자다가
모처럼 푹신한
요가 깔리고
모기장이 둘러쳐진
호텔급 방이
눈에 들어왔다
모기의 난리에
괴로운 나머지
귀신에 홀린듯
모기장으로 이끌려
여름학교장 후배와
들어가 잠시 누웠는데
그냥 잠이 들어
이게 다음날
소동이 날 줄이야ᆢ
아침에 깨어보니
여학생들이 밀거적에
누워자는데 모닥불
그을음에 이슬이
여학생들 얼굴에 내려
여러 구의
시체가 즐비하게
누워 있는것 같았다
아! 이런ᆢ
여학생들이
새벽까지 밤드리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건데
두 시커먼 놈들이
코를 골며
곤하게 자기에
가엾은 생각이 들어
여학생 후배들이
방을 양보하였다는
것이다
얼마나 미안했던지
그날 아침
식사당번과
설거지를 도 맡았다
귀환 뱃 시간이
연기 되었다
심한 해무로
다시 돌아와
시간을 보내고
안개가 걷힌 오후
선착장에서
현장 체험학습을 마치고
돌아가시는
생물선생님을
또 만났다
학생신분에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시원한 맥주를 한 캔
사 드렸다
저만치 인천항
연안부두가 눈에
들어왔다
봉사기간 내내
여건상 잘 씻지 못해
꾀재재한 나의
몰골을 반기며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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