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부처 장관 인선 완료…한동훈 ‘파격 인사’로 요동
기재부 추경호·국토부 원희룡·통일부 권영세 등 발탁
‘전문성 위주 인사’ 평가…학력·성별 편중 지적도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 인선이 마무리됐다. 윤 당선인은 10일과 13일, 14일에 3차례에 걸쳐 18개 부처 장관 지명 절차를 마쳤다. 현역 의원 가운데는 추경호·권영세·이영·박진 의원 등이 차출됐다. 지난 20대 대선 정국에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으로 활약하며 인지도를 올린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깜짝 인사’로 발탁됐다. 여러 후보자들 가운데서도 단연 눈에 띄는 인사는 한동훈 검사장의 법무부장관 지명이다. 윤 당선인과 ‘적폐수사’ 등을 함께 하며 승승장구하던 한 검사장은 조국 수사 이후 거듭 좌천을 당했고,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에 휘말려 최근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한 검사장의 법무부장관 지명에 민주당은 ‘인사 테러’라는 표현까지 사용해 가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한 검사장이 요직으로 복귀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의 그의 역할과 함께 그와 악연을 맺은 인사들의 거취, 향후 검찰 인사 후폭풍 등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개 부처 장관 인사를 완성했다. 지난 10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8개 부처 장관을 지명한 윤 당선인은 지난 13일에는 법무부 등 8개 부처, 14일에는 2개 부처 장관 인선까지 마저 발표했다.
윤 당선인의 인사는 인물의 참신함이나 지역·성별·연령 등의 균형을 고려하기보다는 능력과 전문성을 중점에 두고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지명에 정치권·법조계 ‘술렁’
18개 부처 인사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인사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이다.
한 검사장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윤석열 당선인과 최순실 특검팀에서 수사를 함께했고,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과 사법농단 사건 등 적폐청산 수사를 맡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에 임명됐을 때는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조국 일가 수사를 지휘하면서 정권의 눈 밖에 난 그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취임 이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당했고,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연루 의혹을 받으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 한직을 전전했다.
‘검언유착’ 사건 수사 과정에서는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장이 압수수색 도중 한 후보자를 밀어 넘어뜨리는 ‘독직폭행’ 사건이 일어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건 관련자인 채널A 이동재 기자가 지난해 7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서울중앙지검에서 사건 처분을 미루면서 한 후보자는 지난 6일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고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 후보자가 차기 정부의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의 한 후보자의 역할과 뒤따를 후폭풍을 두고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측근인 한 후보자에게 윤 당선인이 기대하는 역할이 법무부 장관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후보자 지명에 반발하며 “청와대 민정수석을 없앤다더니 한동훈 지명자로 하여금 법무장관이자 민정수석 역할까지 하게 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조응천 의원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인사검증을 법무부와 경찰에 두겠다고 했는데, 메인은 법무부가 될 것이고, 그러면 민정수석을 사실상 겸한다고 봐야 되겠다”고 했다. 또 ‘검수완박’이 추진될 경우 수사를 담당할 한국형 FBI가 법무부 산하로 가게 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 후보자의 임명을 ‘검수완박’의 맞대응 카드로 해석했다. ‘검수완박’이 추진될 경우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민정수석 기능부터 검찰총장 기능까지 쥐게 되며, 1인 3역을 맡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한 후보자 지명으로 검찰 내에서 인사 후폭풍이 불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한 후보자와 악연을 맺었던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한 후보자의 ‘검언유착’ 사건 무혐의 처분을 미룬 이성윤 서울고검장, 친여권 성향의 김오수 검찰총장 등의 거취에 눈길이 쏠린다. 사법연수원 27기인 한 후보자의 선배 기수 줄사표 여부도 관심 대상이다.
전문성 위주 인사 단행…인수위원회 출신 多
한편, 한 후보자와 함께 장관직에 지명된 후보자들의 면면들에도 세간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지난 10일 있었던 1차 발표에서는 기획재정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인선이 공개됐다.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추경호 후보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경제 관료 출신 재선 의원이다. 인수위원회에서는 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국토교통부 장관에 ‘깜짝 발탁’ 된 원희룡 후보자는 검사 출신으로 3선 의원을 지내고 재선 제주지사를 지낸 인물이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의 대장동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며 ‘대장동 1타 강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고,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아 활약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인수위에서는 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발탁된 이창양 후보자는 산업부에서의 공직 경험이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다. 인수위원회에서 경제2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인사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정호영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장을 역임한 외과 전문의로, 대한위암학회 회장을 지내기도 한 위암 전문가다. 윤 당선인과는 40년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국방부 장관에 내정된 이종섭 후보자는 합동참모본부 차장 출신으로, 인수위에서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한 국방정책 전문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낙점된 이종호 후보자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반도체 분야 석학으로,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이자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이기도 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지명된 박보균 후보자는 중앙일보에서 40여 년 동안 정치부장, 편집국장, 대기자, 편집인 등을 거친 언론계 출신 인사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 중 한 사람으로,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직후 캠프에 합류해 특별고문을 맡기도 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현숙 후보자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과 박근혜 정부 고용복지수석비서관을 지낸 인물로,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서 여성·문화 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공무원연금 개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13일에는 한동훈 후보자가 내정된 법무부를 비롯해 통일부, 중소벤처기업부, 외교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8개 부처 장관 후보자가 발표됐다.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권영세 후보자는 검사 출신의 4선 의원으로,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 시절부터 당의 사무총장‧최고위원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박근혜 정권 당시 주중대사를 지냈으며, 지난 12일 이뤄진 박 전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에서는 만남을 물밑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 20대 대선 국면에서는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했고, 인수위원회에서는 부위원장직을 맡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지명된 이영 후보자는 IT 보안전문 기업을 설립한 벤처기업가 출신의 비례대표 초선 의원이다.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등을 지내기도 한 이 의원은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선거대책본부에서 디지털 미디어 단장을 맡았고, 인수위원회에서는 국민통합위원회 기획분과 위원을 맡았다.
외교부 장관에 내정된 박진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옥스퍼드대학교 정치학 박사를 거쳐 주로 국제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아 온 4선 의원이다.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낙점된 이상민 후보자는 판사 출신 변호사로, 윤 당선인과는 충암고‧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라는 인연이 있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인철 후보자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 출신이다. 해양수산부 장관에 지명된 조승환 후보자는 해수부에서 요직을 두루 지낸 관료 출신 전문가이다. 환경부 장관으로 내정된 한화진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하고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선임 연구위원을 지낸 환경정책 전문가다.
14일 추가 인선 발표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지명된 정황근 후보자는 농림부에서 요직을 거치고, 박근혜 정권 시절 대통령 경제수석비서실 농축산식품비서관을, 이후 농촌진흥청 청장을 지낸 관료 출신 농업 분야 전문가다.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정식 후보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기획조정국 국장으로 시작해 사무처장까지 지내며 30여 년간 노동계에 몸담아온 노동 분야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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