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때 불현듯, 유명 연예인 스타의 삶과 저희들 사목자(특히 본당신부들) 삶이 많이 닮아있다는 걸 느낍니다.
대중들(팬)은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관심이 격려나 칭찬보다도 비난이 될 때가 더 많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 아무개가 체중이 2-3킬로만 늘어도 자기 관리를 안 한다느니, 돼지가 되었다느니 함부로 말을 하고, 2-3킬로 체중이 줄으면 병자 같다느니, 살 빠지니까 빈티가 나고 볼품 없다느니... 아무 말이나 막 던집니다.
이건 저희들 신부들도 마찬가집니다. 마치 투명한 유리 상자 안을 환히 들여다보듯, 저희들 일거수일투족을 보면서, ‘얼굴빛이 까맣게 변했네 마네, 느리게 행동하면 게으르다고 하고, 빠릿빠릿 움직이면 뭐든 지가 다 하려 드니 아랫사람 피곤하겠다고 하고, 물러터졌네, 성깔있네 마네...’ 참 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게 계속 반복되다 보면, 신부들은 그저 대중들, 신자들에게 책잡히지 않으려고,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게 되고, 하고 싶은 말도 속으로 삭히게 되는, ‘소심한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소심’과 ‘겸손’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도 말입니다.
사람이 그렇습니다. 자칫 우리가 끊임없이 ‘내 모습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걱정하며 살다 보면, 자칫 ‘나 본연의 내 모습, 내 빛’을 잃게 됩니다. 이를 두고 브라질 출신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가 잘 정리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다 좋아한다고 하면 그건 당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당신은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제 경험에 의하면) 이런 경우 남들의 평가에 목 맬 필요 없이, 어느 정도의 깡(배짱)도 필요합니다.
제가 오늘 수다스럽게 이런 말씀 드리는 이유는 오늘 복음의 한 구절,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를 대하면서 나도 너무 주변 평판에 목맬 필요 없이, 너무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저렇게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다행히 저는 뜨거운 실패의 경험은 별로 없지만, 요즘 후배 젊은 신부들을 보면 너무 기가 죽어있고, 사목 활동에 신나하질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꾸 다른 데서 재미를 찾으려 하고, 새로운 일 같은 건 해보지도 않고, 그저 미움받지 않을 정도로 ‘안전 제일 빵’으로 나가는 것 같습니다.
신자들이나 팬들은 그런 자기들 관심을 ‘사랑’이라고 표현하지만, 그냥 묻지 않고 묵묵히 지켜봐 주는, 그냥 지나가 주는 ‘덤덤한 사랑’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