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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원전사고와 전문가 윤리
-공학윤리적 관점에서-
이재숭(영남대)
1. 서론
원자력 에너지는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효율적인 에너지인 반면, 인류의 생존과 지구 환경에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는 가공할만한 물질이기도 하다. 원전사고가 인류와 환경에게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이미 우리는 1979년에 발생한 미국의‘쓰리마일(TMI)원전사고’와 1986년의 구소련‘체르노빌원전사고’, 그리고 2011년에 발생한 일본의‘후쿠시마원전사고’를 통해 절감한 바 있다. 이러한 원전사고의 문제는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더욱 심각하게 성찰해야할 문제이다. 특히 2012년 고리원전 정전사고 은폐, 불량부품의 사용 및 원전부품 시험성적서 조작 등의 총체적인 원전비리가 부각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원전 관련 엔지니어들의 윤리적 각성이 더욱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본 논문의 목적은 후쿠시마원전사고와 관련해 공학윤리적 관점에서 이 사고를 성찰한 후, 이 사고는 기술적 요인뿐만 아니라 인간의 비윤리적 결정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사고였음을 드러내고,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갖추어야할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윤리적 책임의식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도 직면해 있는 잠재적인 원자력 재앙에 관한 윤리적 성찰의 기회를 마련하고 이러한 재앙을 예방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공학적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관점은 대개 세 가지이다. 공학자들은 좋지 않은 공학적 실행 즉 설계(design)의 오류에서 공학적 참사의 원인을 찾고자 하는 반면, 경영자들은 좋지 않은 경영관리에서 그 설명 원인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윤리학자들은 주로 윤리적으로 부적절한 엔지니어의 행동에서 그 원인을 찾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세 가지 유형의 설명들이 상호 배타적이지는 않다. 하나의 공학적 참사는 좋지 못한 공학적 실행, 경영, 부적절한 윤리적 행동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된 후에 설명될 수 있다. 특히 공학적 참사들에서 엔지니어들의 윤리적 오류들의 중요성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그들에 의한 유사한 오류들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학적 참사들에 포함된 이러한 윤리적 오류들을 구분해서 미래에 그러한 오류들을 예방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공학윤리는‘예방윤리’(preventive ethics)로서의 성격을 매우 강하게 가지고 있다.
본 논문에서 필자가 성찰하고자 하는 대상인 후쿠시마원전사고에 관한 공학기술적, 경영적 오류들에 관해서는 그간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성과들이 보고서들의 형태로 제시되어 왔다. 따라서 필자는 본 논문을 통해 후쿠시마원전사고의 관련당사자들에 의한 윤리적 오류들을‘세븐스텝가이드’(seven step guide)라는 공학윤리적 문제해결기법을 적용해서 여러‘윤리적 테스트’(ethical test)와 공학 전문협회들의‘윤리헌장’(code of ethics)을 근거로 삼아 분석하고, 궁극적으로 유사한 참사들의 예방을 위해서는 엔지니어의 윤리적 판단 능력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매우 중요함을 주장하고자 한다.
본 논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자가 적용하고자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2장을 통해 국내외의 원자력관련단체들에 의한‘사고조사보고서’를 근거로 본 연구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사례인 후쿠시마원전사고의 원인과 다른 원전사고들과 차별되는 특징들을 살펴본 후, 이 사고에 관련된 엔지니어들의 윤리적 문제들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3장에서는 이 문제들에‘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 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Education of Korea)에서 제시하는 공학인증기준(KEC 2005)의 프로그램 학습성과 및 평가 항목 ⑨“공학적 해결방안이 세계적,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지식”, 그리고 항목 ⑪“직업적 책임과 윤리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적용해 후쿠시마원전 운영자들의 윤리적 오류들에 관해 비판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또한 4장에서는 이러한 오류들에 관해 필자는 전문엔지니어협회들의‘윤리헌장’(codes of ethics)이 요구하는 행동강령에 대한 원전 관련자들의 위반행위를 드러내고. 5장에서는 공학윤리적 문제해결을 위한 기법으로 이용되는‘세븐스텝가이드’(seven step guide)를 분석과 비판을 위한 틀로 적용함으로써 후쿠시마 원전관련자들이 사고의 예방과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 했어야 할 대안적 행동들을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가 직면해 있는 각종 원전관련 비리 문제들을 극복하고 불행한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불완전한 기술 앞에 엔지니어들은 오만해서는 안 되며, 그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과 전문가로서의 책임 완수를 위해 강한 윤리적 성찰 능력을 갖추어야 함을 주장할 것이다.
2. 후쿠시마원전사고의 원인과 특징
후쿠시마원전사고는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과 이에 뒤따른 초대형 쓰나미가 그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원자로의 냉각 기능이 장시간 상실되어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방출되는 대형사고가 발생하였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지진 직후 외부전력망이 완전 붕괴하였고, 뒤이은 대형 쓰나미의 여파로 원전이 침수되면서 1-4호기의 교류전원 완전상실 상태(station blackout: SBO)가 되었다. 이로 인해 원전의 냉각기능이 모두 정지하고 통제실에서 발전소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밸브 개방 등의 안전조치 등도 이루어질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3기의 원자로에서 핵연료가 대량 용융되고 원자로 건물에서 대형 수소가스폭발이 3차례나 일어나는 중대사고가 발생하였으며,‘사용후연료저장조(spent fuel pool: SFP)’내에 보관 중이던 사용후 연료의 안전성도 상당 기간 위협 받았다. 이로 인해 체르노빌 사고 시의 20% 수준으로 추정되는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어 대기, 토양 및 해양을 광범위하게 오염시켰으며, 인근 지역 10만 명의 주민들이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2013년 9월 11일자 도쿄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이 사고가 직․간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사람이 910여명에 이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1979년의 쓰리마일아일랜드(TMI) 사고나 1986년의 체르노빌사고와는 달리 자연재해라는 외부적 요인과 원전 설계의 문제 및 인적 인자가 모두 결합된 사고라는 점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원자로 3기에서 각각 노심 용융이 대량으로 진행되었고, 각각의 원자로에서 수소폭발로 원자로 건물이 심각하게 손상되었으며, 사용후연료저장조의 안전성 문제까지 제기되었으며, 특히 이러한 문제들이 완벽하게 통제되지 못한 채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도 그 특징으로 들 수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건설 당시 현실적인 지진 및 쓰나미 설계 기준이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의 지리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설계였음이 사고 후 조사에서 드러났다. 또한 안전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 결정들이 최상의 지식에 근거하지 않았고, 세계 각국의 원전에서 얻어진 사고 및 운전 경험과 중요한 연구 성과들을 반영하지 않은 채 자국이 원전의 최고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막연한 믿음과 자만에 근거해서 원전을 운영해왔다는 점, 그리고 원전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는‘원전패거리(nuclear gang)’라 불리는 일부 원전관련자들의 유착문화는 이 사고가 단순gl 공학적 결함만이 아니라 인간에 의한 비윤리적 행위라는 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사고라는 점을 보여준다.
3. KEC 2005와 JABEE 인증기준
후쿠시마원전사고의 윤리적 측면에서의 원인 설명을 위한 기준으로서 우리는 먼저 공학인증을 주관하고 있는 나라들의 인증기관들에서 제시하는 인증을 위한 요구 성과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공학적 참사의 윤리적 원인 규명은 이러한 인증 기준들의 위배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공학윤리 교육이 훨씬 앞선 미국은 1970-80년대의 일련의 충격적인 공학적 참사들(TMI사고, 챌린저호 폭발사고 등)을 경험한 후, 공학인증 프로그램들 중‘공학윤리’과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과목을 인증을 위한 주요과목으로 채택하였다. 이후 ABET(Accreditation Board of Engineering and Technology)은 미국에서의 공학윤리 교육에 한 전환점을 제공한 EC2000(Engineering Criteria 2000)을 초안의 형태로 1995년에 먼저 출간하였고, 1997년에 공식적으로 채택하였다. EC 2000에서 인증을 위해 요구되는 성과들 중에서 공학윤리와 직접적이면서도 밀접하게 관련된 성과는‘전문가의 책임과 윤리적 책임의 이해’에 관한 요구인 성과6이다. 또한 근래에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거시윤리’로서의 공학윤리 교육을 감안한다면‘전지구적이고 사회적 맥락에서의 공학적 해결책의 영향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광범위한 교육’인 성과8 또한 공학윤리 과목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인문학과 사회과학 교육의 영역에서 중요시 되어온 내용들이라고 인정되는 성과7의‘효율적인 의사소통 능력’과 성과10의‘현대적 쟁점들에 대한 지식’ 또한 공학윤리의 내용으로 포섭될 수 있다. 전문가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책임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인해 ABET의 EC2000은 공학윤리라는 학문적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EC2000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KEC2005가 ABEEK에 의해 2004년에 처음으로 제정되어 2012년 개정을 거친 뒤 2013년 인증평가부터 적용이 되고 있다. 과거에도 우리나라는 윤리적 책임감이 결여된 엔지니어들과 경영인들에 의해 야기된 대규모의 공학적 참사들을 겪은 바 있으며(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구지하철화재참사 등), 여전히 지금도 우려스러운 공학적 사고들(구미불산가스 유출사고, 여수산단폭발사고, 삼성수원공장 불산가스유출사고 등)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KEC 2005의 인증평가 적용은 엔지니어들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책임의 확산을 위해 매우 다행스러운 조치라 여겨진다. ABEEK의 KEC2005에서 공학윤리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학습성과는 항목 ⑨의“공학적 해결방안이 세계적,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지식”, 그리고 항목 ⑪의“직업적 책임과 윤리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다. KEC2005의 성과 ⑨와 ⑪을 통해 미래의 완전한 엔지니어를 지향하는 예비엔지니어로서의 공과대학 학생들은 윤리적인 것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전문가적 행동의 기준들 및 공학전문직종의 사회적, 문화적 맥락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주요 공과대학들과 기업들에서 공학윤리가 공학인증을 위한 중요한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특히‘한국공학교육학회’의 주관으로 2011년도부터 전국의 대학들이 참가하는‘공학윤리 교육 워크샵’이 매년 개최되고 있으며, 이 워크샵을 통해 각 대학들은 공학윤리의 교육 내용과 방법 등에 대한 정보들을 교환하고 있으며, 공학윤리 교육의 중요성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미래의 엔지니어인 공과대학 학생들의 도덕적 자율성을 함양시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후쿠시마원전사고와 같은 재앙의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 것이다.
한편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앞서 1999년에‘일본공학교육인증원’(JABEE; Japan 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Education)이 설립되었다. JABEE는 인증기준 1의 교육목표의 두 번째 항목에‘기술이 사회에 자연스럽게 미치는 영향이나 효과 및 기술자가 사회에 대해서 지고 있을 책임에 관한 이해’를 명시해 놓고, 이에 근거해서 엔지니어들을 위한‘공학윤리’혹은‘기술자윤리’ 과목을 개설하고, 엔지니어들이 갖추어야 할 윤리적 자세와 태도를 기본적 소양으로서 교육시켜 오고 있다. 또한 이후 일본‘기술사법’(Professional Engineer Law)도 JABEE와 연계되어 개정되었으며, 사회 구조의 변화와 함께 공학 윤리의 중요성이 인식되었다. 일본의 경우에 우리가 특히 주목할 점은 공학인증프로그램들 중 공학윤리 혹은 기술자 윤리 과목의 설강 비율이 공과대학이 개설된 국공립대학의 경우에는 거의 85.9%이며, 사립대학들 또한 53.3%에 달하고 있을 정도로 공학윤리에 대한 교육이 공학인증 교육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원전사고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도쿄전력이 기술, 특히 원자력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나 효과에 대한 인지를 소홀히 하고 엔지니어들의 사회에 대한 책임을 망각한 채 원전 설계단계부터 안전과 관련한 최고의 경험적 데이터를 반영하지 않고 자국의 원전 기술이 완벽하다는 자만에 빠져 있었다는 점은 JABEE의 인증기준에 대한 심각한 위배인 것이다.
Martin과 Schinzinger가 지적하듯이 만일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 있는 공학의 목표가 인류에게‘유용하고 안전한 기술적 산물들의 창조’라면, 원자력 기술의 사회적, 윤리적 맥락을 무시한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부적절한 결정은 그 자체로 인류에게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또한 이 사고를 계기로 JABEE의 인증기준을 근거로 공학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많은 일본의 공과대학들에서 예방윤리로서의 공학윤리의 이념에 관해 심각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또한 KEC2005가 요구하는 학습성과가 공학윤리 교육에 얼마만큼 중요하게 반영되어 있는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4. 윤리헌장과 전문가의 사회적 책임
많은 전문 엔지니어 협회들은 구성원들이 따라야 할‘윤리헌장들’(codes of ethics)을 제정해 두고 있다. 이러한 윤리헌장들은 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서 공학관련 직종들을 전문지식과 종사자들의 자율적 판단 그리고 사회적 책무를 소유하고 있는 전문 직업으로 인정하고, 따라서 엔지니어들은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가지고 있음을 자각시키기 위해 제정된 것이 그 역사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국립전문엔지니어협회NSPE’,‘미국전기전자엔지니어협회IEEE’,‘공학기술인증위원회ABET’등에서 제시하고 있는 윤리헌장들을 살펴보면, 전문직업인으로서 엔지니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엔지니어들은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에 직접적이고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직업에 있어 청렴과 명예, 존엄성을 향상시켜야 하며, 공공의 안전과 건강 및 복지를 실현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위해 엔지니어들은 자신의 직업 실천에서 최고의 윤리적 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Davis는 윤리헌장들은 전문가로서의 엔지니어들 사이의 본질적 합의라 보고 있다.
후쿠시마원전사고와 관련해 일본의‘일본원자력학회’또한 원전관련 종사자들과 엔지니어들이 따라야할 행동강령으로서의 윤리헌장을 제정해 두고 있었다. 이해를 위해 그 강령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원자력학회 윤리규정: 서문 및 헌장
서문
우리들 일본원자력학회 회원은 원자력기술이 인류에게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만이 아니고 큰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한다. 그런 인식에 입각해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직접 관여할 수가 있다는 긍지와 사명감을 안고, 원자력에 의한 인류의 복지와 지속적인 발전 및 지역과 지구의 환경보전에의 공헌을 강하게 희구한다.
일본원자력학회 회원은 원자력의 연구개발이용 및 교육에 대처함에 있어 공개의 원칙하에 스스로 지식 기능의 연찬을 쌓아, 자신의 직무와 행위에 긍지와 책임을 가지며 동시에 항상 스스로 반성하며 사회와의 조화를 도모하도록 노력하며 법령과 규칙을 준수하고, 안전을 확보한다.
이러한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우리들 일본원자력학회 회원은 그러한 마음가짐과 언행의 규범을 여기에 제정한다.
헌장
회원은 원자력의 평화이용에 철저하며, 인류가 직면하는 제 문제의 해결에 노력한다.
회원은 대중의 안전을 모든 일에 우선시켜 그 직무를 수행하고,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 사회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한다.
회원은 스스로의 전문능력 향상을 도모하며, 아울러 관계자의 전문능력도 향상되도록 노력한다.
회원은 스스로의 능력파악에 힘쓰고, 그 능력을 초월하는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사회에 중대한 위해를 미치는 일이 없도록 행동한다.
회원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옳음을 확인하도록 유의하며, 공개취지의 설명책임을 다하고, 사회적 신뢰를 얻도록 노력한다.
회원은 사실을 존중하고 공평 공정한 태도로 스스로 판단을 내린다.
회원은 모든 법이나 사회의 규범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스스로의 업무에 관한 계약을 존중하고 성실하게 행동한다.
회원은 원자력업무에 종사하는 것에 긍지를 가지며, 그 업무의 사회적인 평가를 높이도록 노력한다.
특히 후쿠시마원전사고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그 협회의 윤리헌장의 조항들은 원자력 에너지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와 더불어 그것이 인류와 환경에 끼칠 수도 있는 매우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결과를 경고하고 있는 서문과 1-5까지의 조항들이다. 필자는 이러한 일본원자력학회의 윤리헌장을 근거로 후쿠시마원전사고는 단순한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원전 관리책임자들과 종사자들이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망각하고 스스로의 행동강령으로 공표한 윤리헌장을 무시하거나 혹은 심각하게 위배함으로써 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사고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윤리헌장에 대한 위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사고 이전과 사고 직후 원전관계자들이 강령의 조항 ②‘대중의 안전에 대한 기준’을 준수했다면, 과거 일본에서 발생했던 지진, 쓰나미에 대한 경험적 데이터를 충실히 반영한 보다 더 안전한 원전 설계에 임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조항 ③의 전문가로서‘자신들의 전문능력 향상’과 ④의‘스스로의 능력 파악’과 그 능력을 초월한 임무수행의 사회적 위해 행위의 심각성에 관한 조항들을 준수했다면, 원전 상황실 종사자와 운전원들은 평소 예상가능한 원전의 모든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매뉴얼을 준비하고, 이에 따라 실제 비상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훈련을 통해 배양했어야 한다. 하지만 상시전원과 비상전원이 모두 작동되지 않는 위급한 상황에서 원자로를 냉각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었던‘격리응축기’(IC: Isolation Condenser) 조작에 대한 지식과 훈련조차 되어 있지 않아 노심용융을 늦출 수 있는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기회를 운전원들은 놓쳐버렸다. 그리고 조항 ⑤의‘공개 취지의 설명 의무’와‘사회적 신뢰’항목과 관련해서 도쿄전력은 원전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들을 일본 정부와 공유하고 인근 주민들에게 알려야 했지만, 이러한 의무를 방기했다.
5. 세븐스텝가이드를 적용한 윤리문제의 분석과 해결
‘세븐스텝 가이드(seven-step guide)’는 공학 윤리적 문제해결을 위해 가치의 밸런스를 취하면서 엔지니어 자신이 취해야 할 윤리적 대안행동을 설계하기 위한 7단계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문제해결방식 접근법’이다. 그 과정은 실제로 발생했던 공학적 참사 혹은 가상적인 참사를 사례로 설정한 후, 그 사례에서 어떠한 공학 윤리적 문제에 직면했을 경우, ① 단계로 그 사례에 관련된 윤리적 문제(주로 관련자들이 처한 윤리적 딜레마)를 명확히 기술하고, ② 그 사례에서 발생한 가능한 모든 사실 관계(fact)를 검토하며, ③ 그 사례와 관련된 요인들(관련 법령과 윤리헌장)을 확인하고, 이해관계자(stakerholder) 등을 확인하여, ④ 고려할 수 있는 대안적 행동들을 고안해서 정리하고, ⑤ 여러 윤리적 테스트들을 통해 대체 가능한 행동들의 장단점을 검토한 후에, ⑥ 취해야 할 최선의 대안적 행동이 무엇인지를 결정하고, ⑦ 1단계부터 6단계까지의 분석과정들을 재검토하는 등의 총 일곱 단계를 거친 후 해야 할 올바른 행동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물론 엔지니어들이 직면하게 될 모든 윤리적 문제가 이러한‘세븐스텝가이드’에 의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해결 과정에서 공학도들의 감정적이거나 자의적인 판단을 금하고 냉정하고 합리적인 단계에 따라 대처법을 도출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방법은 상당히 효율적인 윤리적 추론(ethical reasoning)의 한 방법이라 평가되고 있다.
이 장을 통해 필자는 국내외의 공학윤리 교육에서 매우 효과적인 문제해결 기법이라 평가받고 있는 세븐스텝가이드 기법을 후쿠시마원전사고에 응용해 요구되는 각 단계별로 이 사고를 분석하고, 원전관계자들과 일본 정부 그리고 도쿄전력이 했어야 할 대안적인 윤리적 행위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1단계: 윤리적 문제를 명확하게 말하라.
① 도쿄전력의 허술한 원전 설계 및 시공과‘원전패거리들’의 유착문화
후쿠시마 원전 건설에 참여했던 배관 전문 현장감독 히라이 노리오 씨의 증언에 의하면, 시공과정에 비전문가가 참여했으며 원래의 설계대로 공사가 진행되지도 않았다. 그의 증언에 따르자면 정밀함과 안전을 최우선해야하는 원자로 건설에 있어 원자로 내부에 실수로 철사가 들어갔다든가 배관 내부에 도구나 공구를 넣은 채로 배관을 연결하기도 했으며, 또한 시공과정이나 노후 장비 교체 등에서 노동자들이 방사선 피폭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원자력이나 방사선 등에 경험과 지식이 없는 채로 그 위험성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극도의 두려움 속에서 제대로 된 작업을 시행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과 쓰나미가 빈발하는 일본의 자연환경의 특성을 원전 설계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심지어 건설 당시 적용된 지진과 쓰나미 설계 기준은 대형 지진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기준보다 낮은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시공 및 설계의 부실은 일본원자력학회의 윤리헌장을 심각하게 위배한 것이며, 전문가로서 엔지니어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명백한 방기이다.
그리고 일본 정부의 원전관련 관리들과 도쿄전력의 원전패거리라 불리는 폐쇄적 인적 네트워크는 과거에 발생했던 다른 나라들의 원전 관련 사고들에서 얻어진 교훈과 지식을 원전 운영에 반영하지 않았으며, 자국이 원전 관련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오만에 취해 원전 운영과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것은 이들 원전패거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인근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의무를 위배한 것이며,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또한 이러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② 사고 이후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늑장대처와 안일한 대응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사고 이후 전기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냉각계통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도쿄전력은 사고 당시 관련 매뉴얼에 따라 안정화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았다. 특히 헬기를 동원한 살수작업과 해수를 이용한 냉각수 주입 작업 등에 대한 노력이 미흡했던 것이 사고를 키운 원인이 되었다. 도쿄전력이 이러한 조치를 적절하게 취하지 않은 것은 안전보다도 경제적 손실을 우선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사고 관계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보도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지진이 발생한 바로 다음날인 12일 아침, 제1원전 6개의 원자로에 해수를 주입해 온도를 낮추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당일 밤이 되도록 해수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결국 계속된 온도상승으로 1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도쿄전력은 그날 밤이 되서야 해수를 투입했는데, 다른 원자로에는 해수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계속된 온도상승으로 연쇄적인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도쿄전력의 이러한 비윤리적 조치는 거주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의무보다 자사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한편 2011년 3월 21일‘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에 대해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시설점검(비상용발전기와 냉각 시스템의 펌프 및 부품들에 대한 점검)을 상습적으로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비판은 도쿄전력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 또한 피해갈 수 없다. 90년대부터 해당 원전 노형에 대해 미국과 일본 내부에서 꾸준히 그 위험성에 관해 경고가 있어 왔지만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일본 정부는 특별한 개선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원자력안전기반기구가 연구보고서를 통해 원전 전원이 상실되었을 경우 일정 기간 냉각하지 않으면 압력 용기가 파손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었으나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2단계: 사실 관계를 검토하라.
① 후쿠시마 제1발전소는 14미터 이상의 대형 지진해일로 인해 발전소 건물이 5미터 이상 침수되었다. 작동하고 있던 디젤 발전기들도 연료탱크와 라인 유실, 발전기 냉각 장치 유실 등 갖가지 문제로 작동을 멈추어 발전소에 쓸 수 있는 전원을 모두 상실하였다.
② 외부전원이 복구되지 못해 냉각기능을 상실한 채 시간이 흐르게 되어 원자로가 과열되기 시작하였고, 냉각수 공급 지연으로 원자로의 물이 끓어 증기가 되고, 핵연료가 물 밖으로 드러나면서 온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③ 노심에서 냉각수가 증발하고, 수소가 발생하면서 격납용기 내부압력의 증가로 인해 2011년 3월 12일 오후 3:36 1호기 수소폭발로 원자로건물 상부가 파괴되었고, 3호기는 3월 14일 수소폭발을 일으켜 원자로건물이 심하게 파손되었으며, 2호기는 3월 15일 수소폭발을 일으켜 격납용기 아래쪽의 압력억제수조가 파손되었다.
④ 수위가 내려가고 핵연료 손상의 우려가 있어 1,2,3,4호기 모두 헬리콥터, 소방차, 콘크리트 주입펌프 등을 이용해서 해수와 담수를 주입하게 되었다.
⑤ 해수와 담수가 축적이 되면서 형성된 오염수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복수기, 복수저장탱크, 액체폐기물 처리설비 등의 내부에 있는 저농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였다.
⑥ 후쿠시마 사고 원전에서 유출된 제논, 크립톤, 요오드, 세슘 등의 방사능 총량은 37만 테라베크렐에서 63만 테라베크렐로 추산되며, 이는 체르노빌 사고 때 방출된 방사능 총량인 520만 테라베크렐의 10분의 1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⑦ 후쿠시마 사고 원전에서 수차례에 걸친 방사성 오염 증기 배출, 수소폭발, 오염수 누출 및 방류 등으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주변 환경으로 유출되었다.
⑧ 후쿠시마 원전에는 원전의 바로 위에 사용 후 폐연료봉 저장소가 있었으며, 이것으로 인해 매우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⑨ 사고 발생 후 방사능 수치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전력은 직원 800명 중 750명을 철수시키고 50명의 인원만으로 복구 작업을 시행하도록 했다.
⑩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해 이 핵발전소가 40년 동안 60여만 개의 폐연료봉을 저장해온 장소라는 것을 공개하지 않고 은폐해왔다.
3단계: 관련하는 요인, 조건 등을 확인하라.
① 이해당사자들(stakeholder)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된 직접적인 stakeholder는 크게 일본 정부, 도쿄전력 및 직원들, 그리고 원전 인근 주민들일 것이다. 물론 체르노빌 원전폭발사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사능이 기류와 해류를 따라 확산된다면 stakeholder의 범위는 일본 국내의 주민에 그치지 않고 국경을 넘어 많은 인근 국가들로 훨씬 더 확대될 것이다.
② 관련된 윤리헌장들
IEEE 윤리강령은 제1조에서 “공공의 안전, 건강, 복지에 맞는 공학적 결정을 하는 것에 책임을 지고, 사람이나 환경에 위험을 줄 요인들을 즉각적으로 알린다.”고 정해두고 있으며, 또한 제5조에서는 “공학 기술과 그 적절한 응용, 그리고 잠정적 결과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킨다.”고 명시하고 있다.
NSPE 윤리강령은 이미 서문을 통해 “공공인의 건강, 안전, 그리고 복지의 유지에 헌신하여야 한다.”며 공공에 대한 엔지니어의 의무를 강조하고 있으며, 기본 조항 1을 통해 이를 다시 확인하고 있다.
또한 본 사고와 관련한 일본원자력학회의 윤리강령 다음과 같다. “①회원은 대중의 안전을 모든 일에 우선시켜 그 직무를 수행하고,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 사회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한다. ②회원은 스스로의 전문능력 향상을 도모하며, 아울러 관계자의 전문능력도 향상되도록 노력한다. ③회원은 스스로의 능력파악에 힘쓰고, 그 능력을 초월하는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사회에 중대한 위해를 미치는 일이 없도록 행동한다. ④회원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옳음을 확인하도록 유의하며, 공개취지의 설명책임을 다하고, 사회적 신뢰를 얻도록 노력한다. ⑤회원은 사실을 존중하고 공평 공정한 태도로 스스로 판단을 내린다.”
4단계: 취할 수 있는 행동을 고안하여 리스트업하라.
① 도쿄전력은 원전 건설 당시 과거의 최대치의 재해경험을 반영한 설계를 시행하고, 평소에는 비상용발전기와 냉각 시스템의 펌프 및 각종 원전 부품들에 대한 점검을 규정대로 실시하며,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확립함으로써 사고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사고 발생 후 그 주요 원인이 냉각 계통의 전력공급 상실이었으므로, 정부와의 협조를 통해 인력과 장비를 보강해 최대한 빨리 전력 복구에 전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모든 정보들을 정부와 국민들에게 철저하게 공개하여 신속한 대처와 대피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② 일본 정부는 평소 중대 사고를 포함한 원자력 안전 관련 연구를 증진하고 이를 중대 사고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에 반영하는 등의 평소 원자력 안전 문화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최우선적 의무는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영토수호와 국민의 생명보호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는 원전의 설계 당시부터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안전이 최대화될 수 있는 설계를 허가해야 한다. 그리고 만일 원전과 관련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신속하고 철저한 초기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며, 사고와 관련된 모든 상황과 정보들을 인근 주민들에게 정확하게 공개함으로써 그들이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또한 원전과 관련된 사고는 반드시 방사능 유출 및 확산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인근 국가들과 평소의 긴밀한 협조 체제를 강화하여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하여 인적피해와 환경에 대한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경우에도 일본 정부가 미국이나 러시아, 한국 등의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했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5단계: 대체안을 검토하라.
①의 대체안과 관련해 도쿄전력은 공리주의에 입각한‘비용-이득의 분석’(cost benefit analysis)을 통해 원전설계 및 원전시설에 대한 평소의 철저한 관리와 점검이 회사의 측면에서도 장기적 이득이 될 수 있으며 공공인의 건강과 안전의 보호 등의 사회적 공리 증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또한‘보편화 가능성(universalizability)’테스트를 적용하더라도 국민의 안전과 영토의 보호라는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최우선적인 도덕 규칙이므로 충분히 보편화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도덕 규칙 적용에서의 공평성’과‘자선의 공평성’두 가지 측면에서의‘공평성의 원리(principle of impartiality)’를 적용한다면, 공학 실행에서 엔지니어들이 도덕 규칙을 공평하게 적용한다면 이것은 곧 안전한 도덕적 설계로 이어지며, 그 설계의 결과는 주민들에게 곧 위험이 아닌 안전이라는 자선을 베푸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 원리에 의해 도쿄전력은 모두의 이익을 공평하게 중요한 것으로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②의 대체안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비용 이득의 분석’의 측면에서 자국민의 안전과 최상의 상태에서의 영토의 보존은 원전의 덜 안전한 경제적 운영에 비해 장기적 관점에서 최대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점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보편화 가능성’의 측면에서도‘국민의 안전과 생명보호가 국가의 최우선적 의무’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절대적 도덕 규칙으로서의 이러한 의무의 이행은 명백하게 보편화 가능한 일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공평성의 원리’에서 국가가 도덕 규칙을 공평하게 적용한다면 국민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원전 정책의 수립과 실행 및 중대사고 발생 시의 신속한 대응체계의 확립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며, 이것은 국민들에게 원전에 의한 위협이 아니라 안전한 원전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주게 되므로 그들 모두에게 국가는 공평한 자선을 베푸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6단계: 1에서 5의 검토 결과에 근거해서 취해야 할 행위를 결정하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과거의 모든 경험적 지식이 반영된 원전 설계를 시행하고, 평소의 철저한 원전 관리 및 점검 체계를 확랍한다. 그리고 만일의 중대사고 시에 대응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매뉴얼을 확립하고 안전에 관련된 연구 증대를 통해 이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개선․강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비상지휘체계의 기능 강화 및 사고 시 복구를 위한 고급 인력의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하지 않던 사고가 발생한다면 국가와 회사의 전 역량을 동원하여 복구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여 그 피해의 확산을 최소화한다. 또한 국경을 넘어 그 피해가 확산되는 원자력 사고의 특성을 고려해서 인근 국가들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각국의 협조 하에 신속하게 사고 복구에 전력한다. 또한 사고와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국민들 및 인근 국가들에게 정확하게 공개함으로써 그들이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원전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도쿄전력은 평소 원전시설에 대한 관리와 점검을 철저히 하는데 힘쓰고, 사고 당시 회사의 동원 가능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보강해서 상실된 전력을 최대한 빨리 복구하여 냉각시스템을 정상화시킨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숨김없이 정확하게 정부와 공유하고 국민들에게 알린다.
7단계: 1에서 6의 단계들을 재검토하라.
흔히 원자력은‘인간이 점화는 할 수 있지만 결코 끌 수는 없는 불’이라고 한다. 또한 원자력과 관련한 사고는 해당국가에만 피해를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인근의 국가들에게까지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고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원전 운영 주체는 1-6단계를 통해 분석된 문제점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한 원전설계와 철저한 관리점검을 통해 공공의 안전에 대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환경에 미칠 수 있는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6. 결론; 우리의 원전 상황과 관련한 후쿠시마의 교훈
결론적으로, 과거에 발생했던 공학적 참사들로부터 아무런 기술적·윤리적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유사한 사고는 반드시 되풀이 될 것이라는 교훈을 후쿠시마원전사고는 우리에게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살펴보았듯이 후쿠시마원전은 지진과 쓰나미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본열도의 지형상의 여건을 충분하게 반영하지 않은 설계였음이 사고 후 여러 조사보고서들에서 드러났다. 이것은 비단 후쿠시마원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에서 운용되고 있는 거의 모든 원전에 해당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보다 더 심각한 고민이 요구된다.‘원전패거리(nuclear gang)’라 불리는 일본의 원전카르텔 세력들은 미국의 쓰리마일섬(TMI) 원전사고,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등 이전에 발생한 각국의 원전사고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자국의 원전 기술에 대한 오만한 자신감을 앞세워‘자신들의 원전은 안전하다’는 그릇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태도로 인해 바람직하지 못한 유착문화를 형성하고 엄격한 원전 안전규제를 소홀히 하였다. 따라서 평소 원전설비에 대한 점검과 운전원들의 평시훈련 등을 소홀히 하였음은 물론이고, 사고 대응 조치의 과정에서도 상황 파악의 미숙, 정보의 은폐시도 등의 성숙하지 못한 대응을 보여주었다. 우리 인간은 언제나 오류 가능한 존재라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우리에 의해 창조된 기술 또한 불완전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불완전한 기술에 대해 우리는 오만함을 버려야 할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드러난 기술적․인적 요인들의 문제점이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원전관리와 운영에서도 유사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2012년 2월에 발생한 고리원전 1호기의 블랙아웃 사고와 이후 관련자들의 은폐시도 사건, 원전 부품의 시험성적서 조작사건, 불량부품의 사용 등‘원전마피아’라 불리는 일부 원전세력들의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담합에 의한 비리뿐만 아니라, 노후된 원전시설과 이로 인한 원전가동 중단 사태들은 우리나라 또한 인적 요인에 의한 원자력 관련 사고들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우리에게 보내고 있다. 우리가 후쿠시마원전사고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언제든 우리는 유사한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원자력 기술뿐만 아니라 여타 공학기술의 사회적 파급력과 그 피해 규모를 고려해볼 때 이제 전문가로서의 엔지니어들에게는 다른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보다 더 강한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도덕적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윤리적 문제 해결 능력의 함양은 이제 엔지니어들에게 필수적인 요구사항이다. 중요한 것은 대중의 안전을 잠정적으로 위협하는 공학적 요인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들이 자신의 전문 직업실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성찰과 아울러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들을 초래하지 않기 위한 활동들을 점검할 수 있는 반성적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엔지니어들로 하여금 이러한 능력들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공학윤리 교육의 필요성이 더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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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원전 사고와 전문가 윤리」에 대한 논평
논평자: 금교영
「후쿠시마원전 사고와 전문가 윤리」의 필자는 후쿠시마원전 사고 사례를 모델로 삼아 그 사례 통해서 찾아볼 수 있는 공학윤리의 문제들과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그리고 그 사례를 통해서 엿볼 수 있는 전문가 윤리를 논의하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원전 사고에 대한 일본 정부와 도코전력회사의 안일한 대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문가의 비윤리성과 사고 전에 이런 재난에 대비 소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문가의 비윤리성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는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필자는 상기의 논문에서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기술적 미비로 일어난 사고일 뿐만 아니라 공학자들의 비윤리적인 결정으로 일어난 사고임을 밝히면서,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공학자들은 특히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전문가로서의 충분한 지식과 윤리의식, 책임의식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공학적 실행에서 마주치는 공학윤리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즉, 예컨대 세븐스텝가이드와 같은 공학윤리문제 해결기법을 활용하여 후쿠시마원전 사례에서 직면할 수 있는 공학윤리문제들을 잘 풀어갈 수 있는 방안도 소개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일관성 있는 논의로 필자는 엔지니어에게 다른 전문가들에 못지않은 강한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성 그리고 공학윤리문제해결의 능력이 요구되며, 따라서 엔지니어에게 강한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성 그리고 공학윤리문제해결의 능력을 함양시키기 위한 공학윤리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논평자가 제몫을 해야 하기에 세 가지만 이의를 제기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후쿠시마원전 사례에서 나타나는 공학자들의 비윤리성, 일본 정부, 도코전력의 무책임성, 그리고 후쿠시마원전 사고 대비를 위한 공학윤리문제 해결방안을 위주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후쿠시마원전은 일단 설립 가동하여 헐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전제 위에서, 그 후쿠시마원전을 얼마나 안전하고 견고하게 건설해야 할까 그리고 그 원전을 얼마나 안전하게 가동해야 할까 등에 관한 마인드를 가지도록 공학자들에게 전문가 윤리의식이나 사회적 책임성을 고취시키는 전문가 윤리교육이 절실하다고 한다.
그런데 서부 유럽의 선진국들은 원자력 발전보다는 태양력 발전이나 조력 발전, 풍력 발전, 지온 발전(중원대학교에서는 이 발전으로 많은 전기에너지를 자체 공급하고 있다) 등의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쓰고 있다. 원자력 발전으로 헐한 에너지 생산보다 원자력 사고로 인한 재앙이 더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계산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처럼 어떤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것이냐 아니냐에 대한 공학적 계산도 하나의 공학윤리문제임을 논평자는 발언하고 싶다. 물론 서부 유럽의 선진국처럼 부유하고 삶의 질을 더 생각하고 친환경적 삶을 더 선호하는 나라는 아직 물질적 풍요도 덜 누리고 삶의 질보다 우선 경제적 궁핍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소위 후진국보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공학적 계산을 낮게 할 것이고, 후진국은 선진국보다 그 건설에 공학적 계산을 높게 할 것이다.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달리 산출되는 공학적 계산으로 당해 원전건설 문제를 풀어가는 국면도 논의해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다. 다시 말하면 본고의 논의처럼 전문직업인으로서 엔지니어의 윤리의식과 도덕성, 사회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의식 등만 어떤 사고 사례들을 통해 경종을 울리면서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전문직업인으로서 엔지니어가 ‘비용과 이익’, ‘모험과 이익’의 계산을 해가면서 공학적 실행에 당면하는 공학윤리문제들을 풀어가는 과정을 실례로 보여주는 논의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필자는 5.에서 세븐스텝가이드를 적용하여 공학윤리문제를 분석․해결하는 과정을 논의하고 있다. 제1단계부터 7단계에 이르기까지 공학윤리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때그때마다 적합하게 잘 배치하여 논의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논평자는 제4단계에서 공학윤리문제 해결방안들을 2개에만 그치지 말고 브레인스토밍해서 더 많이 찾아주고, 제5단계에서 보편화가능성 테스트와 공평성 원리, 비용과 이득의 분석, 모험과 이익의 분석, 가역성 테스트와 같은 평가도구로 그 해결방안을 평가하고, 그 평가한 것을 정리해서 제6단계에서 해결방안을 가시적으로 결정하는데 도움 줄 수 있는 LD기법이나 FC기법을 소개해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는 논문에서 전문가의 비윤리성, 공학자의 비윤리성이란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헤아릴 수 없이 쏟아지고 있는 환경․생명․공학윤리 관련 책에서도 ‘…의 비윤리성’의 개념을 쓰고 있다.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그런데 논평자는 언어사용의 사회적 합의성을 고려하면 그렇게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하면서도 항상 뇌리 속에서는 찝찔하게 남아 있는 것이 있다. 비윤리성은 윤리성의 모순개념이므로, 윤리성의 반대개념인 반윤리성이 사용하기에 적합한 개념이 아닌가?
<본문; pdf>
출처; 2014년도 새한철학회 춘계학술대회 논문집진리와 응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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