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브라보>는 4월 혁명 직후인 1960년 4월 29일 국도극장에서 개봉됐던 <장미의 곡(曲)>이라는 영화의 주제가였지요. 이 영화는 코미디 뮤지컬로서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인 작곡가 차선생은 허망하게 아내를 떠나 보낸다. 이에 그는 작곡을 포기하고 실의에 찬 나날을 보낸다. 이 사실을 안 이웃의 아마츄어 6인조 악단이 차선생이 작곡을 계속하도록 격려하는 한편, 시골에서 상경한 가수 지망생 아가씨 은실을 그에게 추천한다. 용기를 얻은 그는 다시 작곡에 전념하여 '장미의 곡'이라는 대히트곡을 발표하게 된다
이 영화에는 유명 희극인들과 전영선 님이 아역으로 출연했지요. 영화 장면 중에서 김희갑, 구봉서, 곽규석 등 희극인들이 포플러가 길다랗게 늘어선 가로수 길을 자전거로 달릴 때 흘러나오는 곡이 바로 <청춘 브라보>입니다. <청춘 브라보>를 작사한 분은 < 울고넘는 박달재>로 유명한 반야월 님이고, 작곡한 분은 <고향초>로 유명한 박시춘 님입니다.
이 곡을 부른 가수는 도미( 본명 오종수) 님입니다. 도미 님은 <청춘 브라보>, <청포도 사랑>, <하이킹의 노래>를 발표하여 당대 최고의 청춘 찬가 가수로 큰 인기를 모읍니다. 도미 님은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51년 대구극장에서 개최된 제1회 오리엔트 레코드사 주최 전속가수 선발 경연대회에 출전하여 방운아 님과 함께 입상했습니다. 데뷔 초기 현인 님과 발성이 유사했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자신의 목소리를 찾습니다.
<청춘 브라보>의 가사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장미꽃이 피는 들창문을 단 둘이서 바라보며는
장미꽃이 피는 저 언덕길을 즐거웁게 걸어가며는
어드메서 들려오는 사랑의 노래 그 누구가 불러주나 행복의 노래
바람결에 쏟아지는 연분홍 테프 꽃잎처럼 날러서 온다네
청춘도 한 때 사랑도 한 때 다 같이 잔을 들고 부라보 부라보
장미꽃이 피는 들창문을 정다웁게 바라보며는
장미꽃이 피는 저 언덕길을 가만 가만 걸어가며는
산새 들새 조잘조잘 노래 부르고 뭉게구름 둥실둥실 손짓을 하네
꿈도 푸른 꽃도 푸른 가슴을 안고 손에 손을 잡고서 가잔다
시절도 한 때 열매도 한 때 다 같이 잔을 들고 부라보 부라보
장미꽃이 피는 들창문을 사이 좋게 바라보며는
장미꽃이 피는 저 언덕길을 도련도련 걸어가며는
호랑나비 쌍나비가 춤추며 날고 비단 같은 실안개가 무지개 피네
푸른 방초 밟고 가는 발자국따라 그대 손을 잡고서 가잔다
정열도 한 때 희망도 한 때 다 같이 잔을 들고 부라보 부라보
장미꽃이 피는 들창문을 웃으면서 바라보며는
장미꽃이 피는 저 언덕길을 그대 함께 걸어가며는
어드메서 날라오는 휘파람 소리 그 누구가 반겨주는 하소연 인가
아름다운 대자연의 숨쉬는 기쁨 향기로운 새날이 온다네
행복도 한 때 인생도 한 때 다 같이 잔을 들고 부라보 부라보
이 곡은 총 4절로 되어있지만 보통 3절까지만 부르더군요. 이 곡의 가사는 봄날 한껏 들뜬 청춘 남녀의 기분을 잘 묘사하지요. 두 남녀는 장미꽃이 만발한 5월의 언덕길을 걸어갑니다. 주변 학교에서 운동회를 하는지 오색 테 이프가 날라 다닙니다. 학생들은 힘차게 즐거운 노래를 부르고, 온갖 새들이 연신 재잘재잘 지저귑니다. 주변 연못에는 안개가 피어오르고 나비들은 호젓하게 날아 다닙니다.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합니다. 기분이 들뜬 두 남녀는 서로의 손을 잡고 푸른 잔디밭을 사뿐히 걸어 다닙니다. 두 남녀는 새나라의 희망을 만끽하며 호기롭게 축복의 건배를 듭니다.
이 곡은 장미, 구름, 새, 꽃, 나비, 안개, 잔디 등 화사한 자연의 풍경을 배경으로 깔고 있지요. 그리고 휘파람, 노래, 들창, 연분홍 테프 등 생동하는 매개체를 등장시켜 활력을 불어넣지요. 결정적으로 사랑, 행복, 청춘, 정열, 희망, 환희, 새날 등 삶의 의욕을 고취하는 가치를 소환하여 봄을 찬미합니다. 그러자 환희에 가득찬 두 남녀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것도 즐겁습니다.
<청춘 브라보>가 등장하는 영화가 상영된 것은 4월 혁명 직후 였지요. 극심한 혼란과 불안속에 처한 대중들의 마음을 달래주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무렵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한국인들은 국민이 주인되는 민주주의 새나라를 꿈꾸며 희망차게 이 곡을 부르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