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시: 2022. 4월 12일(화) (9:00~18:04 백홈)
2. 장소: 전남 화순/2022-1차-40차
3. 동행: 나홀로 야탐
4. 인연: 털조장나무 암,수꽃, 까마귀밥나무 암,수꽃, 매미꽃, 조선현호색, 잔털제비꽃, 털제비꽃, 왜제비꽃, 개구리발톱,
소리쟁이속, 털노박덩굴, 자주광대나물, 미치광이풀, 나도물통이, 피나물, 들현호색, 현호색, 금창초, 대극, 무등취 신초.
겨울나무로 까마귀베개 등
무등산 깃대종이라는 털조장나무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혼자 가기엔 거리가 멀어서 3년 전부터 무등산, 작년엔 보성, 올해는 화순.
갈곳은 있는데 계획만 세우며 해가 가고 있었다.
9일 날 꽃이 피어 절정이라는 연락이 왔다.
올린 사진을 보니 보고 싶은 간절함이 차 올라 참을 수가 없다.
올해는 보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문제는 3시간이 넘는 시간을 혼자 운전해서, 사진 찍으며 누비다가, 다시 3시간 운전을 해도 괜찮을지였다.
다행스럽게 산을 타지 않고 계곡을 걷는 코스라니 마음이 놓였다.
10일은 일요일, 월요일은 출발하려니 날씨가 또 흐리다. 불꽃은 해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그래서 화요일 출발했다.
숲지기가 외진 곳이라 누구와 동행하라고 말했지만 함께 갈 사람이 쉽지 않고, 사심 없이 괜찮다 싶은 사람은 안 되고...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가 2년을 나 홀로 야탐을 했는데 뭐 별일 있을까 한다.
모든 게 차질 없이 준비작업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9시 출발 고속도로 주행 1시간 만에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친 게 생각난다.
털조장나무를 볼 것이라는 흥분으로 아침에 일어 나 공진단 먹는 걸 깜빡했다.
집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다. 힘이 좀 달릴 수도 있으니 최대한 조심해야지 한다.
평일이라 고속도로 교통상황이 좋아 11시 46분 계곡에 도착해 보니 좀 외지긴 했지만 농장도 보이고 마을이 멀지 않다.
몇 시간을 시물레이션한 지도가 머릿속에 있고 폰 속에도 있다.
장소에 도착해 잘 보겠다고 카톡을 날렸더니 친절하게 전화를 주셔서 설명을 해 주심에 헤매지 않고 잘 찾았다.
차를 주차하고 계곡을 향해 걷고 있는데 내 차가 있는 비닐하우스 쪽에서 개가 자꾸 짖는다.
낯선 차가 있어서 그런가.
그 주인에계 민폐가 될까봐 다시 내려 가 차를 조금 더 올라 가 다리 옆에 주차를 한 후 숲탐을 시작했다.
차에서 내려 숲을 보는데 바로 옆에 잎 아래, 올림픽 개최국 유명한 선수가 메인 경기장 마지막 주자로 점화를 하면 확 타오르는 횃불 같은 모양을 한 꽃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보인다. 와~~~~~~아 순간 털조장나무구나 한다.
숲지기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모습 같다고도 했고, 목도리도마뱀 같다는 표현을 했는데 정말 그랬다.
딱 보니 생강나무와는 다르다.
내 심장은 벌렁거리며 숲 속으로 뛰쳐나갈 듯 쿵쾅거렸다.
'만나서 지금 이 순간 죽을 만큼 행복한데, 털조장나무 너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지' 부터 시작해서 '만나서 정말 고맙대이' 주절주절 거리면서 10여분을 사진을 찍지 않고 털조장나무 아래 앉아 바라보는 것으로 첫 만남을 자축했다.
그리고 계곡을 걸으며 만난 암꽃과 수꽃.
암술대가 끝이 하얀색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검은 것을 보니 약간 시기가 지났다.
9일이 딱 적기였다. 그럼 어떤가~~~ 어떤 모습이라도 만났으니 그저 감사할 일이다.
더 높은 곳엔 암술대가 분명 검게 변하지 않은 싱싱한 암꽃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집에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어 참았다.
루페로 봤고 이 정도면 양호하다. 내년이면 90마 접사렌즈도 무거워 광각 장착할지도 모를 일이다.
내 나이가 그런 나이니까 말이다.
지금 아직 오므리고 있는 잎과 까만 열매도 어떤 모습일지 보면서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나처럼 숲에 미친 한 사람 있으면 6~7월쯤 열매를 보러 갈 텐데... 벌써 머리를 굴리고 있는 나.
다른 식생도 많은 곳으로, 나무 공부를 하는 사람이면 열매를 보는데... 구인광고처럼 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하
전라도 쪽에 자생하는 털조장나무인데 다른 숲에서 생강나무를 만나면 가지가 녹색이면 혹시... 하는 두근거림을 하다니.
어린가지도 밑둥도 모두 녹색이고, 줄기는 약간 멀리서 찍으면 흑갈색 무늬로 검푸른색이다.
줄기의 끝이나 잎 아래만 횃불처럼 꽃이 달리고 잎 없는 줄기에서는 꽃이 달리지 않아 생강나무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는 작년 잎 몇을 보니 장타원형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생강나무처럼 갈라지지 않았다.
이 글을 쓰며 생각하니 잎이 피지 않은 겨울눈을 가진 나무가 있었는데 퍽샷을 날렸다. 에구...
열정적으로 숲을 다니는 내게 아는 숲지기가 물었다. 도감 낼 생각이냐고. 바로 대답을 '아뇨'하자 이상한 듯 날 봤다.
도감은 뭐 아무나 내냐구요. 여전히 난 초보... 전문가 도감이 아니라도 그런 욕심없다.
난 그저 좋아서 하는 이 미친 짓이 언제쯤 끝날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하겠지 하는 생각은 든다.
그토록 궁금했던 털조장나무를 보는 이 순간 나 혼자 행복해도 되는 건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 실실 웃는다.
나의 소확행은 만나지 못한 식물을 숲에서 만나는 일이다.
덕분에 지금 안 아픈 곳 없이 몸은 천근만근 몸살이라 2일째 쉬고 있지만 털조장나무가 마음속에 가득해 실실 지금도 웃는다.
허리가 여전히 묵직하니 오후에 한의원 갔다 와야겠다.
사진을 올리며 부른다.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인생이(나이를) 왜 이래(어떻게)~~~
속절없이 가고 있는 봄의 꽃시계를 멈출 수는 없을까~~~
이런 나를 바라보는 남편은 기가 차서 웃는다.
가까운 곳이야 가겠지만 멀리 가려면 한 달을 더 쉬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생강나무속 뇌성목만 만나면 올킬이다.
서해안 섬에 들어가지 못하면 중부에 올라가 있을 때 뇌성목은 홍릉수목원과 한택수목원에서 일단 보면 되겠다.
자생만 고집했는데 이젠 수목원에서라도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만나고픈 내 식물의 버킷리스트 목록에서 털조장나무가 오늘 두 줄로 삭제된 날이 되었다.
암꽃↓ 9일 날 찍은 사진은 암술대는 노르스름하니 끝이 흰색이었는데 3일이 지난 오늘 검은색으로 변했다.
꽃이 참으로 빨리 진다. 아래 왼쪽 첫 번째 꽃의 수술은 흰색이다.
9일날 노르스름하니 끝이 흰색이었는데 암술대가 3일만에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자방이 통통해졌다.
사진 시원찮지만 루빼로 보고 또 봤으니 만족이다.
앞으로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다음 날 바로 출발해야 한다.
수꽃↓
생강나무와는 달리 나무껍질은 녹색이나, 오래되면 흑갈색 무늬가 생겨서 검은색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