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으로 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당신의 마일리지가 언제 소멸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여권입니다.
해외를 다녀온 지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아득합니다.
여권의 만기를 확인 해 봅니다.
2023년 6월이 만기입니다.
언제 사용할는지 모르지만 필요할 때 사용하려면 재발급을 해야 합니다.
집 가까운 곳, 길 건너에 있는 사진관을 찾아갔습니다.
사는 집 아파트 대로 맞은편 2층에 사진관이 있습니다.
여권갱신이 아니었으면 사진관의 존재조차 모를 뻔했습니다.
요즘에도 사진관을 찾는 사람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사진관을 갔습니다.
사진관 안은 제법 넓습니다.
한쪽 벽면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조명시설과 흰 벽의 스크린이 있습니다.
다른 쪽의 벽면에는 잘 나온 사진 액자들이 전시되어 있고 사진촬영 시 입을 수 있도록 양복 윗도리 여러 개와 아이들이 입을 수 있는 여러 벌의 옷이 있습니다. 아 사진관이 이런 분위기이구나. 새삼스럽습니다.
사진관 주인의 지시?를 받아 촬영을 했습니다.
여권용 사진은 웃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여러 지시를 합니다.
촬영이 끝난 후 사무실로 들어가 컴퓨터 화면에 사진을 띄어줍니다.
놀랍습니다.
어, 저 사람이 나요? 웬 나이 많은 늙은이가 낯선 모습으로 나를 응시합니다.
많이 늙은 주름투성이의 얼굴입니다. 저래서 나이 든 분들이 사진을 안 찍는다고 하는구나...
어느새 무던히 세월이 많이 갔습니다.
기술이 좋은 건지 프로그램이 좋은 건지 사진을 보면서 주름진 얼굴, 적은 머리숱, 어두운 곳 등을 보정한 후에 출력을 합니다.
완전 늙은이가 중늙은이로 변했습니다.
사진을 갖고 시청을 방문합니다.
여권신청서를 작성합니다.
신청서에 긴급연락처를 기록하는 칸이 있습니다.
나는 당연히 배우자를 기록하는 줄 알고 배우자의 연락처를 기록했습니다.
배우자가 작성한 것을 보니 딸의 전화번호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나는 아내가 먼저이고 아내는 딸이 먼저입니다.
평소의 마음이,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말, 그대로 모든 면에서 딸이 최우선입니다.
정녕 본심이 그렇다 하더라도 매사에 조심을 해야 합니다. 빈틈만 보이면 그 틈새로 본심이 새어 나와 들키니까요.
혼자 속으로 그럽니다. 내게 아쉬울 때가 있을 거다.....
유효기간 59개월 26면 수수료 15,000원.
사용할 일도 없는 여권을 갱신하는데 하루가 걸렸습니다. 배우자 본심만 확인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