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적 대상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시적 진술의 핵심은 묘사에 있다고 합니다. 묘사의 생명은 절제된 감정과 언어에 있다는 말도 했지요. 그것은 가시화된 이미지로 드러납니다. 이미지는 리듬과 함께 시의 대표적 구성원리입니다. 시를 가리켜 흔히 상상의 산물이라고 하는바 상상은 이미지를 단위로 하는 사유의 한 형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미지는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여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대상을 이미지를 통해 선명하게 인상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게 함으로써 새롭게 발견하고 느끼게 하지요.
시에서 이미지의 역할은 시인의 관념을 육화된 형태로 보여준다는 데 있어요. 형상화된 이미지는 논리적인 설명으로 대체하거나 환원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이미지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독특한 방식이 됩니다.
- 장옥관 교수, 시인
※ 이미지는 무엇인가
이미지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이미지(image) 라는 말은 심상(心象)이라고 한다. 마음속의 그림이라는 뜻이다.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인간의 경험은 일차적으로 오관을 통해 지각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의 내용을 감각적 지각이라고 한다. 이 감각적 지각은 인간의 머릿속에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게 되기도 하고 다시 재생되기도 한다. 이미지란 바로 이 감각적 인상을 뜻하는 말이다.
시의 이미지는 언어 표현을 통하여 드러나는 감각적 인상을 말한다. 시의 경우 비유적 언어 표현을 통해서 구체적인 감각적 인상을 전달한다. 다시 말하면 감각적인 체험의 언어적인 재현을 통해 시적인 대상을 더욱 구체화시켜 주고 있다.
그러나 시의 이미지는 단순한 감각적인 체험의 재생이 아니라, 시의 전체적인 주제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신선하고도 독창적인 감각을 살려야 한다. 일상적인 감각이나 평범한 체험을 그대로 표현한다면, 시의 이미지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교수, 평론가
※ Imagery is the name given to the elements in a poem that spark off the senses. Despite "image" being a synonym for "picture", images need not be only visual; any of the five senses (sight, hearing, touch, taste, smell) can respond to what a poet writes.
이미지는 감각을 발산하는 시의 요소에 부여 된 이름입니다. "이미지"는 "그림"의 동의어 임에도 불구하고 이미지는 시각적 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감 (시력, 청각, 촉각, 미각, 후각) 중 하나가 시인의 글에 반응 할 수 있습니다. - google 구글 검색
※ 이미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 이미지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시를 읽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어떤 감각적인 영상이 떠오르는 것을 느낀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 그런 영상을 이미지, 또는 심상이라고 합니다. 자, 흥미로운 시를 하나 살펴볼까요.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 속잎 피어 가는 열두 굽이를
청노루 / 맑은 눈에
도는 / 구름
박목월, 「청노루」
여러분은 혹시 청노루를 본 적이 있나요? 아마 대부분 도시 생활을 하니까 노루 같은 야생동물을 보는 것이 어렵겠지요. 그래도 흔하게는 동물원에서, 아주 우연히는 산길을 가다가 한 번쯤 노루를 보았을 것입니다. 노루의 색깔은 어떤가요? 대개는 노란색이나 붉은색을 조금 띠고 있는 갈색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이 시에서 노루는 청색을 띠고 있습니다. 솔직히 여러분도 이 시를 읽으면서 별 의심 없이 청색 노루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청색 노루가 현실 속에 존재하는지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말입니다. 이처럼 시를 읽다 보면 시의 분위기에 취해서 어떤 특정한 모습을 마음속에 그리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이미지, 곧 심상입니다.
• 이미지를 만드는 세 가지 레시피 : 묘사, 비유, 상징
-- 시에서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묘사에 의한 방법입니다.
앞에서 제시된 박목월의 「청노루」를 보세요.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대상에 대한 묘사만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청노루 / 맑은 눈에 // 도는 / 구름”을 시각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마치 눈앞에서 청노루를 보는 듯한 착각을 만들어 놓고 있지요.
두 번째는 비유에 의한 방법입니다.
비유하려는 대상을 매개물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이미지를 형성하는 방법입니다. 직유, 은유, 대유(하나의 사물이나 관념을 나타내는 말이 경험적으로 그것과 밀접하게 연관된 다른 사물이나 관념을 나타내도록 표현하는 수사법), 의인 등의 방법을 통해서 시의 이미지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눈을 감으면
어린 시절, 선생님이 걸어오신다
회초리를 들고서
선생님은 낙타처럼 늙으셨다 (비유)
늦은 봄 햇살을 등에 지고
낙타는 항시 추억한다
이한직, 「낙타」 중에서
이 작품에는 나이 드신 선생님의 모습이 낙타로 비유되어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지만 선생님을 떠올리면 낙타의 모습도 함께 연상이 되지요. 그 반대도 성립이 가능하고요. 낙타의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왠지 행동도 굼떠 보이고 퀭한 눈을 깜박거리는 것이 노인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지요. 이처럼 비유를 활용하면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방법은 상징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상징은 추상적인 관념을 아무 관련 없는 다른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물을 이용하면 이미지가 만들어집니다.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윤동주, 「십자가」 중에서
위 시에는 두 가지 상징적인 시어가 나타나 있습니다. 예수와 십자가입니다. 예수는 인류를 죄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한 존재이며 십자가는 그가 못 박혀 죽은 형틀이지요. 두 가지 시어 모두 자기희생의 이미지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상징적 심상은 감각적인 이미지와 달리 감각적인 인상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희생’과 같은 관념을 연상시킨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습니다.
• 이미지, 오감을 자극하다
-- 이미지는 앞에서 말했듯이 크게 감각적인 이미지와 상징적인 이미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감각적인 이미지는 감각을 연상시키고 상징적인 이미지는 관념을 연상시키지요. 그리고 감각적인 이미지는 다시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이미지들의 실례는 아래와 같습니다.
시각 :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 그렇게 가오리다 / 임께서 부르시면 ······.
- 신석정, 「임께서 부르시면」 중에서
청각 :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 두 점을 치는 소리 /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 눈을 뜨면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중에서
촉각 :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 김종길, 「성탄제」 중에서
후각 : 방 안에서는 새 옷의 내음새가 나고 /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 백석, 「여우난곬족」 중에서
미각 :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山)도 자작나무다 / 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 그리고 감로(甘露)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 백석, 「백화(白樺)」 중에서
읽으면 아마도 여러분은 각각의 감각들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만약에 잘 느껴지지 않는다면 상상력을 동원해 보세요. 상상력이 없이 문학 작품을 접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작품을 읽는다 해도 감흥이 없으니까요.
• 두 가지 이미지가 함께 제시되는 경우
-- 하나의 시 구절에서 두 가지 이미지가 제시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를 두고 공감각적 심상이라고 합니다. “금(金)으로 타는 태양(太陽)의 즐거운 울림”(박남수, 「아침 이미지」 중에서)이라든가,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김기림, 「바다와 나비」 중에서)를 살펴보세요. 전자는 시각적인 대상인 태양이 ‘울림’이라는 청각적인 이미지와 만나고 있고요, 두 번째 구절은 ‘초승달’이라는 시각적 대상을 ‘시리다’는 촉각적 이미지와 연결해 놓았네요. 이처럼 두 가지 이미지가 함께 제시되는 공감각적 심상은 우리 시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 [네이버 지식백과] 이미지라는 말이 어렵게 느 껴져요. ...
(국어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강영준) 인용
※ 이미지의 그 두 번째 이야기
-- 요약하면, 시각적·청각적·후각적·미각적·촉각적·공감각적 심상·복합 감각적 심상
• 심상 (이미지)
-- 시어에 의해 마음속에 떠오르는 구체적이고 선명한 영상이나 감각적인 인상.
심상은 '이미지'와 같은 말이야. 한자어 그대로 마음(心)에 그려지는 상(象)을 말하지. 실제로 어떤 대상을 직접 보는 것도 아닌데, 구체적으로 표현된 묘사나 비유를 보면 대상을 직접 보고 겪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돼. 그 표현으로 인해 우리 마음속에 구체적인 인상이 떠오르는 것이지.
심상은 감각적인 언어로 표현된단다. 감각이란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를 맡음으로써 알게 되는 모든 자극을 말해. 다 알다시피 감각에는 다섯 가지가 있어.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이야.
심상을 표현할 때도 이 다섯 가지 감각을 모두 사용한단다. 그래서 어떤 감각을 자극하는지에 따라 시각적 심상, 청각적 심상, 촉각적 심상, 미각적 심상, 후각적 심상으로 나눌 수 있어. 그리고 두 가지 심상이 동시에 쓰인 공감각적 심상도 있단다.
• 시각적 심상
-- 눈을 통해 빛깔, 모양, 움직임, 크기 등을 보는 듯한 느낌.
시각적 심상은 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심상이야. 심상이 이미지와 같은 말이라고 했으니 시각적 이미지라고도 해. 실제 눈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심상이지. 색깔을 표현한 시어, 모양이나 크기를 나타낸 시어, 움직임을 나타내는 시어 등이 시각적 심상을 드러내. 다음 구절들을 살펴 보자.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 신석정,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 김종길, 〈성탄제〉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밑 달빛은 쌓이리.
- 박용래, 〈겨울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 김광균, 〈추일 서정〉
위에서 첫 번째 시부터 세 번째까지는 모두 대상을 직접 묘사하여 심상을 표현했는데, 마지막 시는 다른 사물에 빗대어서 표현하고 있어. 길은 '구겨진 넥타이', 햇빛은 '일광의 폭포', 열차의 연기는 '담배 연기'에 빗대고 있지. 이처럼 심상을 제시하는 방법에는 있는 그대로 서술하거나 묘사하여 표현하는 방법과 다른 사물을 끌어들여 빗대어 표현하는 방법이 있단다.
• 청각적 심상
-- 귀를 통해 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
청각적 심상은 실제 귀로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심상이야. 소리, 음성, 음향 등 소리와 관련한 구체적인 표현이 들어 있어야 청각적 심상이라고 할 수 있어. 다음 구절들을 통해 몇 가지 예를 알아보자.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 김소월, 〈접동새〉
머리맡에 찬물을 솨아 퍼붓고는
- 동환, 〈북청 물장수〉
계집아이들의 높고 쾌활한 웃음소리에
- 길자, 〈가을 소녀들〉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 억, 〈봄은 간다〉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 미각적 심상
-- 혀를 통해 맛을 보는 듯한 느낌.
미각적 심상은 실제 혀로 맛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심상이야. 짠맛, 신맛, 단맛, 쓴맛 등 맛과 관련한 구체적인 표현이 들어 있어야 미각적 심상이라고 할 수 있어. 다음 구절들을 통해 몇 가지 예를 알아보자.
물새알은 간간하고 짭조름한 미역 냄새
- 목월, 〈물새알 산새알〉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 김상옥, 〈사향〉
메마른 입술이 쓰디쓰다
- 지용, 〈고향〉
• 후각적 심상
-- 코를 통해 냄새를 맡는 듯한 느낌.
후각적 심상은 실제 코로 냄새를 맡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심상이야. 자연물에서 나는 냄새, 음식에서 나는 냄새 등 냄새와 향과 관련한 구체적인 표현이 들어 있어야 후각적 심상이라고 할 수 있어. 다음 구절들을 통해 몇 가지 예를 알아보자.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 김동환, 〈산 넘어 남촌에는〉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 상옥, 〈사향〉
온 집안에 퀴퀴한 돼지 비린내
- 신경림, 〈장마〉
쌍바라지 열어제치면
썩달라무 썩는 냄새 유달리 향그러웠다
- 용악, 〈두메산골〉
술 익는 마을마다
- 목월, 〈나그네〉
위의 구절들 중에서 〈나그네〉의 '술 익는'이라는 표현이 왜 후각적 심상 인지 궁금하지? 그건 술이 익는다는 건 발효가 된다는 뜻이고, 그러면서 냄새가 나기 때문이야. 그러니 만약 과일이 익는다고 하면 시각적 심상이겠지.
• 촉각적 심상
-- 피부에 닿는 듯한 느낌.
촉각적 심상은 실제 피부에 닿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심상이야. 부드러움, 거침, 차가움, 따뜻함 등 감촉 및 온도와 관련한 구체적인 표현이 들어 있어야 촉각적 심상이라고 할 수 있어.
다음 구절들을 통해 몇 가지 예를 알아보자.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 김종길, 〈성탄제〉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 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 공감각적 심상
-- 하나의 감각을 다른 감각으로 옮겨 표현한 심상. 공감각(共感覺)이란 어떤 하나의 감각이 다른 영역의 감각을 일으키는 것을 말해. 여기서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으로 옮아가는 것을 '전이'라고 해. 예를 들어 소리를 들으면 빛깔이 느껴지거나, 어떤 색깔에서 촉감이 느껴지거나 하는 거야. 시인은 이런 이중적인 느낌을 공감각적 심상을 통해 표현한단다.
울음소리를 들었는데 푸른 빛깔이 느껴지면 '푸른 울음'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 '푸른 울음'은 청각을 시각으로 전이시킨 표현이지. '청각의 시각화'라고도 한단다. 반대로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라는 구절은 노을에 물든 가을 강을 보면서 울음소리를 들은 것 같은 느낌을 표현한 거야. '시각의 청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시각을 청각으로 전이시킨 거야.
다음에서 다른 예들을 더 알아보자.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 청각(종소리)의 시각화(분수처럼, 푸른)
- 광균, 〈외인촌〉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청각(울음)의 시각화(금빛)
- 지용, 〈향수〉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 청각(휘파람 소리)의 시각화(푸른)
- 성룡, 〈풀잎〉
새벽까지 시린 귀뚜라미 울음소리
→ 청각(울음소리)의 촉각화(시린)
- 고은, 〈열매 몇 개〉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시각(새파란 초생달)의 촉각화(시리다)
- 김기림, 〈바다와 나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 청각(발소리 타박타박)의 시각화(배추잎)
- 기형도, 〈엄마 걱정〉
피라미 은빛 비린내
→ 후각(비린내)의 시각화(은빛)
- 유재영, 〈둑방길〉
• 복합 감각적 심상
-- 서로 다른 감각이 나열되어 있는 경우를 말함. 공감각적 심상과 구분해야 할 심상이 있어. 보통 한 구절에 두 가지 이상의 심상이 보이면 공감각적 심상이라고 판단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야. 그냥 두 가지 이상의 심상이 아무 관련 없이 나열된 경우도 있어. 이를 복합 감각적 심상이라고 해.
'푸른 울음'은 울음을 푸르다고 했으니까 공감각적 심상인데, '푸른 나뭇잎 쫑쫑 새소리'라고 하면 단순히 나뭇잎의 시각적 이미지와 새소리의 청각적 이미지를 나열한 것에 불과해. 나뭇잎과 새소리는 독립된 하나의 감각으로 표현된 거란다.
다음의 예를 통해 확실히 알아 두자.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 후각적 심상(술 익는)과 시각적 심상(저녁 놀)이 차례로 나열
- 박목월, 〈나그네〉
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
→ 청각적 심상(접동새 소리)과 시각적 심상(별 그림자)이 차례로 나열
- 도종환, 〈어떤 마을〉
※ 이미지의 그 세 번째 이야기
-- 이미지(Image)는 원래 영화에서 나온 말로 映像․心象․寫像 등의 여러 가지 말로써 표현된다. 시의 언어는 음악성과 회화성을 갖고 있는데 회화성을 이미지라고 한다. 영국의 시인 루이스(Lewis, Cecil Day)도 이미지를 가리켜 시어에 의한 회화적 표상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시적 이미지는 문맥 속에 인간의 정서를 저류로 가진 어느 정도 은유적인 언어를 사용한 다소의 감각적인 회화이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종래의 시가 창조가 아닌 재현이었음에 비하여 현대시는 창조이지 재현은 아니다. 그러므로 시에서 강조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성이요, 독창성이었다. 따라서 시는 객관적 대상을 이미지에 의하여 재현하는 것, 흉내내는것, 복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국화꽃 한 송이를 사람이 눈으로 보았으면, 마음속에 그 꽃의 이미지, 즉 象이 寫像된다.
시적 이미지들은 존재하는 대상을 전달하기 위한 수식적 형식이었다. 현대시의 이미지는 서로 모순되거나 이질적 정서 또는 관념들의 텐션에 그 가치가 있는 것이다. 가령 엘리어트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을 경우 우리는 언뜻 여기서 탄생과 죽음, 정열과 이성 등의 서로 대립된 관념과 정서들의 텐션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실체 그 자체가 아니라, 실체의 모방으로 나타난다. 이미지를 말의 그림(Word Picture)이라 했을 때, 그 의미는 대상을 재현하되 색채와 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말에 의해서라는 것이다. 철학자들의 정신은 곧 언어라는 생각은 바로 언어가 실재를 형성한다는 말이 된다. 언어에 의한 이미지의 실체화에는 비유적 방법과 상징적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예를 들자면 엘리어트의 나는 내 생애를 커피 스푼으로 되질하였네라는「프루프록의 연가」의 일절은 생의 일상적 반복을 뜻하는 내용으로서 그 자신이 말하는 객관적 상관물에 의한 시적 이미지 형식인 것이다.
이미지를 감각, 혹은 지각적 체험을 지적으로 재생하는 인식수단으로 보는 웰렉과 웨린(Wellek & Warren)은 이미지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시각적 이미지․청각적 이미지․미각적 이미지․후각적 이미지․근육감각적 이미지․색채적 이미지․역동적 이미지․공감각적 이미지 등으로 구분했다. 이 밖에도 프라이(Frye, Northmp)는 예시적 이미지와 악마적 이미지 그리고 유추적 이미지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한편 이미지는 육체적 지각을 통하여 산출되는 경우와 육체적 지각을 통하지 않고 산출되는 경우로 나누어 고찰될 수 있다. 이것을 바꿔 말하면 전자는 지각과 관계되고 후자는 상상력이나 환상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각과 관계가 되든 상상력이나 환상과 관계되든 간에 이미지는 모두 정신 속에 기록되는 감각적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미지라는 말과 이미져리라는 말이 쓰이는데 이는 개념의 혼란을 야기한다. 이미지는 去時的으로도 사용되고 未時的으로도 쓰인다. 이미져리(Imagery)란 말은 언어에 의해 정신 속에 생산되는 이미지들을 말한다. 이미지와 이미져리라는 말이 함께 사용되나 이미져리는 개별적 이미지들의 집합이라는 측면에서 이미지보다 훨씬 개념적으로 분명 해진다.
여기서는 일반성 있게 편의상 이미지라는 용어를 통일해서 쓰기로 한다. 이미지에는 대체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경우가 있다. ①정신적 이미지 ②비유적 이미지 ③상징적 이미지 등이다. 정신적 이미지는 시를 대할 때, 오로지 독자의 정신에 야기되는 감각적 경험만을 강조한다. 표현에 있어서도 축어적 방법이나 비유적 방법인가를 분별하지 않으며 때로는 축어적으로, 때로는 비유적으로 그리고 더러는 두 가지 개념이 동시에 사용된다.
정신적 이미지를 많은 심리학자들은 몇 가지 유형으로 다시 분류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앞에서 말한 웰렉과 웨렌(Wellek & Warren)의 유형과 거의 비슷하다. 곧 ①시각적 ②청각적 ③후각적 ④미각적 ⑤촉각적 ⑥기관적 ⑦근육감각적 이미지 등이다.
그 예시를 들면 다음과 같다.
① 시각적 이미지의 경우
향료를 뿌린 듯 곱다란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먼 고가선 위에 밤이 켜진다.
구름은 보라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목장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불면 꺼질듯이 외로운 들길 - 김광균 「뎃상에서」에서-
여기서 시각적 이미지를 볼 수 있다. 향료를 뿌린 것처럼 고운 노을/과 같은 시각적 이미지는 물론/구름=장미/와 같은 은유며. 보라빛 색지 위에/마구 칠한 /것과 같은 시각적 심상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목장의 깃발, 능금나무와 같은 실재하는 사물의 시각을 통하여 들길의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② 청각적 이미지의 경우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세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 우는 사람처럼 가자
배골 물래
아름다움 또 다른 고향에 가자. - 윤동주 「또 다른 고향」 전문 -
이 시에서 소리처럼 부는 바람/ 눈물짓는 것/ 백골이 우는 것/ 내가 우는 것/과 그리고 어둠을 짖는 개처럼 이 시는 나와 혼 백골의/ 울음소리/와 개의/ 어둠을 짖는 소리/의 청각적 심상에 의하여 정조 되어있다. 청각적 이미지 즉 울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로 전체가 상징적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 이 밖에도 자연의 소리를 묘사하거나 의성․의음 등으로 나타내는 방법도 있다.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 - ㄹ 닐니리 - 한하운 「보리피리」에서 -
이 시에서는 소리의 상징으로 리듬을 살려 음악성을 높이고 있다.
③ 후각적 이미지의 경우
내 가슴속에 가늘한 내음
애끈히 떠도는 내음
저녁 해 고요히 지는 제
머 ㄴ 山 허리에 슬리는 보랏빛
오 그 수심 뜬 보랏빛
내가 잃은 마음의 그림자
한 이틀 정열에 뚝뚝 떨어진 모란의
깃든 향취가 이 가슴 놓고 갔을 줄이야 - 김영랑 「가늘한 내음」에서 -
여기서 가늘한 내음/과 떠도는 내음/은 깃든 향취와 동질적인 것으로 모란의 내음을 후각적 이미지로 형성하고 있다.
④ 미각적 이미지의 경우
소년이었던 나는
담배에 입맛을 붙여
숨어 피우던 그 쌉쏘름한 담배 맛을
시방도 아예 잊을 길이 없다. - 신석정 「오는 팔월에도」에서 -
이 시에 쌉쏘름한과 같은 관형어가 미각적 이미지로 나타났는데, 대개의 경우 달디단, 쓰디쓴, 시디신 둥과 같이 표현되고 있다.
⑤ 촉각적 이미지의 경우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아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타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 정지용 「유리창」에서-
이 시에서 촉각적 이미지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熱, 令 등의 감각을 표상한다. 더 좀 자세한 분석적 해설을 정한모에게서 들어보기로 한다.
유리창이라는 시각․청각․촉각적 연상의 복합적 이미지를 가진 소재를 시적 오브제(object)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이 시는 성공적이다.
유리창에/ 차고라는 촉감과 슬픈 것이라는 시적 정서와/ 어른거린다/는 시각이 화합하여/ 시 전체의 분위기를 형성하며, 여기에 다시/입김을 흐리운다/는 촉감적인 모호한 슬픔의 심상을 결합하고 아울러 생명의 발돋움처럼/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라는 사건의 역동적 이미지를 부가하여 시의 전체적 結構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지우고 보고/새까만 밤이 밀려오고/와 같은 시각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조형하고 다시/물먹은 별이라는 다감각적 이미지의 시어가/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라는 多重的 감각으로/ 인각되어 시의 영역을 확대 심화하고 있다. 아울러/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다/는 상황과 사건 그리고 대상을/ 외로운 황홀한 심사/라는 多感的 정서와 결합시켜 객관적 상관물에 의한 시의 총체적 정서효과를 완결하고 있는 것이다.
⑥ 기관적 이미지의 경우
한밤에 불 꺼진 재와 같이
나의 정열이 두 눈을 감고 잠잠할
나는 조선의 한없는 맥박을 짚어 보노라.
나는 임의 모세관, 그의 맥박이로다.
이윽고 새벽이 되어, 휜한 동녘 하늘 밑에서
나의 희망과 용기가 두 팔을 뽐낼 때면
나는 조선의 소생된 긴 한숨을 듣노라
나는 임의 기관이요, 그의 숨결이로다.
- 梁柱東 「조선의 脈搏」에서 -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 徐廷柱 「花蛇」에서 -
이 두시에서 보는 바 맥박, 모세관, 기관 그리고 가쁜 숨결 같은 것이 기관적 이미지다. 기관적 이미지는 대체로 고통, 맥박, 호흡, 소화 등의 감각을 표상 한다. 따라서 흐느끼는, 할딱이는, 답답한, 숨이 차는 따위의 관형어에 조응한다.
⑦ 근육감각적 이미지의 경우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 조차 흘리고 싶다.
- 김종길 「성탄제」 에서 -
이 시에서 ‘쥐어’나 ‘발목’이 시도록과 같은 근육감각적 이미지를 느낀다. 근육 감각적 이미지는 근육의 긴장과 움직임을 표상 한다.
- 에스더, 그 나라를 꿈꾸다를 인용.
[시 감상]
단단한 고요
―김선우
마른 잎사귀에 도토리알 얼굴 부비는 소리
후두둑 뛰어내려 저마다 멍드는 소리
멍석 위에 나란히 잠든 반들거리는 몸 위로
살짝살짝 늦가을 햇볕 발 디디는 소리
먼길 날아온 늙은 잠자리 채머리 떠는 소리
멧돌 속에서 껍질 타지며 가슴 동당거리는 소리
사그락사그락 고운 뼛가루
저희끼리 소근대며 어루만져주는 소리
보드랍고 찰진 것들
물속에 가라앉으며 안녕 안녕 가벼운 것들에게
이별인사 하는 소리
아궁이 불 위에서 가슴이 확 열리며
저희끼리 다시 엉기는 소리 식어가며 단단해지며
서로 핥아주는 소리
도마위에 다갈빛 도토리묵 한 모
모든 소리들이 흘러 들어간 뒤에 비로소 생겨난 저 고요
저토록 시끄러운,저토록 단단한,
-이 시<단단한 고요; 김선우>에서 '~멍드는 소리, 햇볕 발 디디는 소리, ~부비는 소리'에서 순서대로 청각의 시각화, 청각의 시각화, 청각의 촉각화가 맞는 설명인가요?
* 공감각적 심상을 어떻게 찾는지 궁금합니다.
-- 감각의 전이가 내포되는 경우가 곧 공감각적 심상(이미지)에 해당합니다.
[결론]
- 시에 나오는 순서대로 다시 정리해 드립니다.
1) 마른 잎사귀에 도토리 알 얼굴 부비는 소리
- 청각적 심상(단일 이미지)
2) 우두둑 뛰어내려 저마다 멍드는 소리
-청각의 시각화(청각의 시각적 전이; 공감각)
3) 늦가을 햇볕 발 디디는 소리
-시각의 청각화(시각의 청각적 전이; 공감각)
- <단단한 고요; 김선우>의 이미지(감각적 표현) | 국어공부를 인용.
[출처] 시론(詩論) 6 - 시의 이미지는 무엇인가|작성자 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