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에서 가장 가슴 아픈 所願~ 차길진. 사람들마다 소원을 빌면 세상에는 인구 수 만큼이나 소원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어머니가 비는 소원만큼 간절한 소원이 있을까? 그것이 자식에 대한 것일 때는 간절함이 몇 배는 더하다. 자식을 위한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어머니다. 하지만 자식보다 더 살기를 간절히 바라는 기도를 한다면, 그 어머니의 기도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자식보다 더 오래 살고자 한다면 이는 어머니의 이기적인 욕심이라고 말해야 하나. 하지만 내가 만난 어느 어머니의 소원은 욕심 때문이 아니었다."자녀들에게 바라는 소원을 하나씩 적어주세요." 아이들의 장래 희망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초등학교 선생님이 쪽지를 나눠주며 부모의 협조를 구했다.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 선생님은 쪽지를 하나씩 펴보았다.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게 해 주세요.' 군인, 연예인, 대통령, 선생님, 돈 많이 버는 사람 등등 대부분 희망적인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중에는 이상한 내용이 하나 있었다. '하나님, 하나님이 계신다면 제가 제 아이보다 하루 늦게 죽게 해 주세요. 꼭이요.'이 쪽지를 쓴 어머니의 아들은 자폐아였다. 어머니는 자신도 정상이 아니고 말을 더듬거리는 처지라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낼까 생각했지만, 장차 나 없이도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독한 마음을 먹고 일반학교에 보낸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늘 걱정이었다. '남들에게 놀림을 받으면 어떻게 하나. 만약 내가 먼저 죽으면, 그 다음에 저 아이는 어찌되나….'
아들의 자폐증상은 다행히도 갈수록 좋아져 중학교를 마칠 무렵에는 혼자 등하교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등학교 입학식 날, 어머니는 입학선물로 벙어리장갑을 주려고 아들에게 다가갔으나 아들은 엄마를 피했다.건네준 벙어리장갑도 아들은 땅에 내던지며 말했다. "엄마, 가란 말이야. 친구들이 엄마를 벙어리라고 놀리잖아.나는 그래서 벙어리장갑이 제일 싫다고."아들은 장성하여 결혼을 했고, 어느 날 아들 부부가 함께 호주여행을 떠나자고 했다.어머니는 자식이 해외여행을 시켜준다고 여기저기 소문을 내며 자랑을 했다. 호주 공항에 도착했고, 아들 부부는 어머니를 공항에서 잠시 기다리라더니 몇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버림을 당했다는 공항 조사관의 말에도 어머니는 믿지 않았다.
내 아들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로 확인되자, 어머니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들이 이 일로해서 혹시나 처벌받을까 걱정해서였다. 어머니를 호주에 버리고 한국에 돌아온 아들 내외는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여 불행히도 부부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어머니는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자식의 영정 앞에서 통곡을 하였다.그리고 아들보다 하루만 더 오래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것을 가슴을 치고 후회했다. 이런 것을 보려고 오래 살려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차라리 기도나 하지 말 것을소원을 이루는 것은 신의 저주라고 했다.
하지만 하루라도 더 살아서 자식을 지켜주고자 한 어머니의 바람이 어찌 잘못이겠는가, 어머니의 작은 바람을 저버린 자식이 문제지. 자식이 먼저 죽으면 부모는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자식을 가슴에 묻고 난 후 얼마 지지 않아 어머니도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머니는 결국 소원(?)을 이루었다.그저 어머니의 작고 소박한 소원이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소원이 되어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