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 장
陰陽合靈回魂大法
"크- 으........! "
전신의 골격이 마디마디 끊어지는 것만 같았다.
사마장현은 가슴이 갈가리 찢어지는 듯한 통증에 신음하며 정신을 차렸다.
규방(閨房).
그가 처음 느낀 것은 규방을 감도는 향긋한 방향이었다.
(여..... 여인(女人)의 침실......? )
사마장현은 의아해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순간 그의 흐릿한 시야에 한 명의 여인이 들어왔다.
"누.... 누님? "
그의 물음에 여인은 함초롬히 미소를 머금었다.
"아네요. 소녀는.... 왕혜령이예요. "
"누...... 누님은....? "
사마장현은 대경하여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나,
"윽! "
그는 짤막한 비명과 함께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아직 일어나시면 안돼요. 이곳은 제 아버님 별장이니 안심하세요. 같이 계시던 언니도 공자 곁에 누워 계세요. "
아늑하고도 포근한 감촉의 침상은 넓었다.
(누님.... )
인사불성으로 그의 옆에 누워있는 사희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자신도 모르게 사마장현은 나직이 그녀를 불렀다.
"누님.....! "
크나큰 죄책감이 가슴을 메어온다.
(역시..... 공자님은 이분 언니만 걱정하시는구나..... )
묵묵히 그를 바라보던 왕혜령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짐을 느꼈다.
"움직이지 마세요. 우선 사마공자께서 완쾌되셔야 합니다. "
이어, 그녀는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탕제(湯劑)를 내밀었다.
"드세요. 마침 비상용으로 준비했던 인형설삼(人形雪蔘) 한 뿌리가 있어... 설삼대보탕(雪蔘大補蕩)을 마련했어요. "
"..........? "
그제서야 사마장현은 왕혜령의 존재를 의식했다.
"고맙소. 하지만 소생보다 누님의 상세가 더 위중하니.... "
왕혜령이 교수를 들어 그의 입을 막았다.
"이분 언니를 위해 설삼 반토막을 남겨놓았으니... 이것은 공자님이 드세요. "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강제로 먹일 듯이 탕제를 그의 입에 가까이 댔다.
".......! "
사마장현은 어떨결에 그것을 받아 마셨다.
순간 그의 뱃속에서 화끈하게 일어나는 열기!
사마장현은 전신 경맥에 뻐근한 통증을 느꼈다.
"으음...... "
설삼대보탕의 열기에 몇 군데 막혔던 경혈이 뚫린 것이다.
하나, 아직도 태반의 상세는 그대로였다.
"으으...... "
사마장현은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호법을.... 부탁하오. "
이어 그는 운공조식에 들어갔다.
".......! "
해연히 드러나는 사내의 건장한 상체에 왕혜령은 얼굴을 붉혔으나 사마장현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처음 설삼대보탕의 약효로 순조롭게 진기가 모아졌다.
허나 그와 함께 돌연 단전(丹田)으로부터 거대한 열류(熱流)가 솟구치는 것이 아닌가?
"크으..... "
사마장현은 돌연한 기류에 대경했다.
그는 다급히 운공을 중단하려 했으나,
".......! "
한번 치밀기 시작한 괴이한 기류는 걷잡을 수 없이 전신대혈로 치닫기 시작했다.
"크으...... "
십이중루(十二重樓)로 몰아치는 엄청난 고통에 사마장현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괴이한 열류- 이는 무엇인가?
바로 만년삼왕(萬年蔘王)의 진실된 효력이 아닌가?
기실 사마장현은 무공을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만년삼왕을 복용했으므로 그 효력의 오할도 용해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동시에 흡수한 묵린혈망의 보혈(寶血)과 내단지정(內丹之精)이 오히려 역반응을 일으켰다.
그리하여 만년삼왕의 용해를 더욱 방해했던 것이다.
지금 완전히 전신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눌려있던 만년삼왕이 다시금 용해되기 시작했으니,
"으으...... "
그 열기는 실로 엄청난 거시었다.
그러나 한 순간 절정의 고비를 넘기자 기경팔맥이 장강대하같은 진력이 흐르기 시작했다.
".........! "
사마장현은 입정(入定)한 고승처럼 무아지경에 몰입했다.
거듭된 기연에 그의 내공은 더욱 심후한 경지에 접어 들었고.....
지금 이 순간, 은은한 백광에 휩싸인 그의 모습은 장엄하기 이를데 없었다.
문득, 운공하는 그의 모습을 뚫어지게 주시하던 왕혜령은 크게 놀랐다.
"대.... 대단해.. 극심한 상처를 입고도 이토록 빨리 회복하다니.....? 인형설삼의 효능이 아무리 좋아도 이렇게 큰 효과는 없을텐데.... "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특히 가슴에 가격당한 금색장인은 거의 치명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완치되어 가는 것 같으니......! "
과연 선명했던 태양금라인의 장인이 점차 엷게 변하고 있었다.
이윽고,
"........! "
사마장현의 눈이 번쩍 뜨이며 직시하기 조차 어려운 엄청난 신광이 폭사했다.
다음 순간,
번쩍! 신광이 사라지며 그의 눈은 잔잔한 물처럼 고요해졌다.
가을날 푸르른 호수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저(無底)의 동공,
문득 사마장현은 왕혜령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던졌다.
"고맙소이다. "
왕혜령은 함초롬히 웃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고맙기는요... 한데... 상세는 어떠세요? "
사마장현은 천천히 침상에서 내려서며 말했다.
"완전히 나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내공이 두 단계는 깊어진 것 같구료. 모두 소저의 덕분이오. "
그 말에 왕혜령은 두 뺨을 붉게 물들였다.
"소녀가 무슨..... 공자님의 무공이 심후하신 까닭이지요.... "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말하며 옷고름을 만지작거렸다.
사마장현의 얼굴에 문득 의아한 기색이 떠올랐다.
(웬일인가? 천하에 말괄량이가 이토록 양순해지다니....? )
그가 뚫어지게 주시하자 왕혜령의 옥용은 더욱 붉게 물들었다.
불붙은 도화(桃花)인 양.....
(아......! 이분... 왜 이리도 유심히 보시는 걸까....? 이분의 눈길만 받으면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지니..... )
그녀가 내심 야릇한 심정에 젖어들 때 사마장현은 어느새 사희영의 상세를 살피고 있었다.
그의 모습에 왕혜령은 자신의 상념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흥! 그러면 그렇지. 공자님 마음 속에는 온통 저분 언니 뿐이라니깐..... )
이때, 사희영의 상세를 살피던 사마장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으음, 심상치 않다. 태양무학의 양강지기에 격중당해 원영진기마저 흩어졌구나. )
그는 암담한 신색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누님의 무공은 한음지기(寒陰之氣)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데 극성의 양강지력에 충격을 입었으니.. 상세가 위중하다. )
그가 내심 크게 탄식할 때 왕혜령이 조심스런 음성으로 물었다.
"어떠신가요? 소녀, 의술에는 문외한인지라 언니의 상세를 살필 수 없었어요. "
"휴우... 상당히 위중하외다. 순음의 원영지기마저 손상되어 자칫하면 생명이... "
그는 끝내 말을 흐렸다.
"그렇게도 중한가요? 그럴줄 알았으면 일찍 의원을 불러 손을 썼을 것을...... "
"의원이 왔더라도 소용 없소. "
왕혜령의 옥용에 검은 그림자가 덮였다.
"그럼.. 달리 손을 쓸 방도가 없는 말씀인가요? "
"있기는 하지만..... "
"있다면 무엇을 망설이세요? 빨리 언니의 생명을 구해야지요? "
그녀의 말에 사마장현은 문득 고개를 가로 저었다.
"방법은 있으나... 그로 인하여 누님의 청결을 더럽히게 되오이다. "
"아.....! "
왕혜령이 알았다는 듯이 교성을 토하며 살짝 볼을 붉혔다.
"추궁과혈(追宮過穴)을 하실 생각이시옵니까? "
사마장현은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저었다.
"추궁과혈 정도로는 치료가 불가능하오. "
이어 그는 왕혜령을 바라보았다.
"음양합령회혼대법(陰陽合靈回魂大法)이란 이름을 들어보셨소? "
"전혀.....! "
왕혜령이 볼을 붉히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음양합령회혼대법(陰陽合靈回魂大法). >
이를 처음 기록한 것은 천기의편(天奇醫篇)의 기상편(氣傷篇).
천기의편의 저술자는 장상군(張上君=편작(偏鵲)의 스승)이다.
숨이 끊어진 자라도 일각 안에 시술하면 살릴 수 있는 대법이나 이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먼저 남녀(男女) 이성(異性)간의 요상에 이용되며 반드시 부부 사이여야 한다.
요상을 위해 서로의 알몸을 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조건으로 시술자는 피시술자보다 월등한 공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음양합령회혼대법은 최상승의 요상대법이다.
추궁과혈 등의 요상수법이 모두 음양합령회혼대법에서 파생된 수법인 것이다.
사마장현은 사마천세부(司馬天世府)에서 천기의편을 발견하여 음양합령회혼대법을 알게 된 것이다.
"..........! "
사마장현의 설명이 끝났다.
왕혜령은 안색을 붉힌 채로 침대 위의 사희영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그를 올려다 보았다.
"공자님과 이분 언니는 어떤 사이시지요? "
사마장현은 나직하게 대답했다.
"의남매... 사이요. "
"그렇다면 무엇을 망설이세요? 의남매 사이에 그것은 큰 허물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
사마장현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휴우... 소저가 어찌 알겠소? 누님의 마음 속에는 다른 정인이 있다는 것을.... )
아직도 사마장현은 그녀가 능운기사를 사모하는 줄 알고 있다.
이때, 왕혜령은 조급한 음성으로 재촉했다.
"언제까지 언니가 사경을 해매도록 두실 작정이예요? "
"........! "
"소녀가 설삼대보탕을 준비할테니 어서 시술하세요. "
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빠르게 규방을 벗어났다.
탕!
방문이 닫히는 순간,
".......! "
주르르! 그녀의 뺨을 적시는 눈물은 무엇을 말함인가?
"피잇! 못난 계집애, 네가 무언데... 공자님이 언니를 치료한다고 눈물을 흘리니.....? 바보같은 계집애..... "
울먹임, 그녀는 처연히 중얼거리다가 이내 그곳에서 사라졌다.
사마장현과 사희영,
이제 단 두 사람 뿐이다.
규방에는,
"........! "
파리한 안색,
검게 탄 살결,
두눈을 꼭 감은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더욱 고혹적인 아름다움이었다.
사마장현에게 있어서 말이다.
문득 망연한 눈길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사마장현은 입술을 짓깨물었다.
"누님, 용서하십시오. "
떨리는 손은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내고,
이어,
사르르......!
처참하게 찢겨진 반의(潘衣), 하상(下裳).... 그리고 나삼(羅衫)까지도 벗긴다.
아아, 순간 처연하게 드러나는 농익은 여체(女體)를 보라!
옥구술(玉珠)로 정교하게 세공한 듯한 빙결(氷結)같은 살결....
가녀린 학(鶴)의 목인 양,
희디희게 흘러내린 목의 윤곽.....
그 아래 미묘한 흥분을 불러 일으키는 두 봉오리는 또 어떠한가?
살짝만 건드려도 툭 터질 것만 같은.....
갸냘픈 호흡이 토해질 때마다 솟았다 가라앉고.. 다시금 솟아오르는 매끄러운 아랫배... 그 가운데 수줍은 듯 웅크린 배꼽,
원초적인 인간의 욕망은 바로 그 아래에서 숨쉬고 있었으니.....
한 조각 분홍빛 고의(袴衣)마저 떨어져나간 이 순간, 해초(海草)처럼 일렁이는 욕념(慾念)의 근원을 어이하랴.
상아(象牙)의 뿔인 양매끄러운 대리석 기둥처럼 한없이 길게 뻗은 두 각선(脚線).
초지(草地)의 유혹은 끈끈한 타액처럼 그곳을 타고 흐른다.
뿐이랴. 움켜쥐면 한 손에 묻혀 입을 맞추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앙증맞은 교족(嬌足)....
비록 나신(裸身)의 곳곳은 검게 그을려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으나,
천하제일화(天下第一花)의 나신(裸身).....!
그것은 실로 엄청난 유혹이요, 강렬한 충동이었다.
사마장현의 손길은 어느새 나신 위에서 멎었고...
담담하던 얼굴은 타는 듯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 "
달콤하고도 그윽한 체향(體香)이 그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듯했다.
문득,
"으으......! "
시뻘겋게 충혈된 눈,
쿵..... 쿵.....
가슴은 왜 이리도 뛰는지,
".........! "
떨리는 손은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인(佳人)의 나신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의 손길이 육봉(肉峯)을 스치는 순간,
"흑! "
사마장현은 찬물을 뒤집어쓴 듯 돌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내... 내가.... 내가 이럴 수가.....? "
불현듯 손을 거두고 망연자실한 탄식을 흘렸다.
탄식(歎息).
그 끝은 격렬한 자책(自責)이었다.
"사마장현! 이 천하에 못난 놈아! 사경을 헤매는 누님에게 욕념을 품다니! "
강렬한 욕망에 반하여 더욱 거센 자책이 그의 뇌리를 후려 갈겼다.
그는 깊은 심호흡을 토했다.
"휴우...... "
이어 그는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다시금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맑아지는 그의 정신!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여인의 나신을 앞에 두고 이토록 빠르게 냉정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사마장현의 초인적인 정력(定力)을 대변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누님의 나신은.... 너무도 엄청난 유혹이었다! )
그는 빠르게 자신의 의복을 벗었다.
이어 견지선정(堅志禪定)의 마음으로 천천히 사희영의 나신을 덮어갔다.
아늑하고 몽클한 감촉!
하나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사마장현은 이미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문득 그의 전신은 담담한 백광(白光)으로 휩싸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흐릿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백광은 더욱 짙어졌다.
두 사람의 모습은 백광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실로 장엄한 광경,
왕혜령이 이 자리에 있어 이 광경을 보았다면 넋을 잃고 말았으리라!
찬란한 백광은 어느덧 방안을 가득차고.....
천년 동안 어둠에 묻혀있던 역기충혈대법은 그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 "
어느 한 순간,
"으음.......! "
나직한 신음과 함께 백광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희영의 모공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순간 선연히 드러난 그녀의 모습,
언제 무슨 상처를 입었던가?
그녀의 전신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생기있게 반짝였다.
백옥같이 투명하던 살결은 본래보다 더욱 영롱하게 빛나고.......
작고 도톰한 붉은 입술에서는 고른 숨결이 새어나왔다.
그 반면 사마장현의 전신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전신혈맥은 툭툭 불거져 나왔다.
일견에도 얼마나 극심한 진기의 소모가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일순,
"...........! "
몸을 일으킨 사마장현은 돌연, 전 공력을 그녀의 백회혈(百會穴)을 내리쳤다.
팟-!
사희영의 나신이 부르르 진동을 일으켰다.
다음 순간 그녀의 몸이 일 장 가량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오오!
생사현관(生死玄關)의 타동!
무림인이면 꿈속에서라도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임독양맥(任督兩脈)이 뚫린 것이 아닌가?
도도부절(滔滔不絶) 끊임없이 이어지는 진기의 흐름.....!
화경(化境)에 달하는 내공(內功).......!
생사현관이 타동됨으로써 얻어지는 효능을 대체 무엇으로 다 형언할 수 있으라.
아니 당금 무림에서 과연 몇 명의 고수가 그러한 기연을 얻었겠는가?
중원십천(中原十天)을 통틀어.......
실로 광세의 기연을 사희영은 너무나 쉽게 얻어 새로운 무학의 경지로 들게된 것이다.
물론 사마장현의 엄청난 희생이 뒤따랐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휴우........! "
극심한 진기의 소모로 사마장현의 안색이 파리하게 변할 때,
"..........? "
사희영의 봉목이 천천히 뜨여졌다.
순간,
"꺄악! "
돌연 그녀의 자지러지는 듯한 비명을 토했다.
한 사내가 벌거벗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녀 또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이었으니... 놀랄 수밖에!
짝-!
"흡! "
사마장현의 뺨에 번쩍! 불똥이 일었다.
그녀의 섬섬옥수가 날아든 것이다.
"누.... 누님........? "
사마장현이 깜짝 놀라 더듬거리자 사희영은 더욱 경악해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도.... 동생...! 당신이.......? "
순간 그녀는 자신이 나신임을 깨닫고 황급히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하나, 농익은 여체가 그런다고 가려지겠는가?
오히려 고혹적인 자태였다.
"........! "
순식간에 뺨이 벌겋게 부어오른 사마장현은 일순, 할 말을 잃고 망연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나, 그것은 더욱 그녀의 오해를 북돋았으니....
"동생이.... 이런 파렴치한 짓을.....! "
그녀는 사마장현이 자신의 나신을 주시하는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누.... 누님, 그런 것이 아니라 소제는..... "
앞뒤의 사정으로 보아 변명의 여지가 있겠는가?
"듣기 싫어요! 나가세요. 흑.......! "
오열, 그녀는 침상에 얼굴을 묻으며 가녀린 어깨를 들먹였다.
크나큰 배신감은 총명하던 그녀를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으로 몰아넣었다.
".........! "
사마장현은 묵묵히 침상에서 내려와 옷을 걸쳤다.
(말로써는... 누님을 납득시킬 수 없다. )
그는 천천히 방문을 열고 나섰다.
쓸쓸한 심정으로 방을 나가는 순간,
".......! "
사희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부르려는 듯 하다가 이내 더욱 격렬히 오열하고 말았다.
이때,
"언니, 깨어나셨어요? "
왕혜령은 방에 들어서다 말고 깜짝 놀랐다.
하마터면 그녀는 들고있던 설삼대보탕을 떨어뜨릴 뻔했다.
"언니, 무슨 일이 있었어요? "
".........! "
사희영은 계속 울먹일 뿐,
순간 왕혜령은 전후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문득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침상으로 다가갔다.
"언니, 진정하세요. 언니와 사마공자 사이에 약간 오해가 있었던 것같군요. "
그녀가 사희영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자 이슬젖은 그녀의 눈망울에 언뜻 의아한 빛이 스쳐갔다.
"오해.....? "
"호호... 그래요. 오해도 큰 오해죠. "
이어, 그녀는 자세하게 설명했다.
........!
설명을 들은 사희영은 대경했다.
"그.... 그럼 동생은 나를 치료하기 위해..... "
"그래요..... "
(내가 너무 성급했어! )
사희영은 가슴이 온통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내 옷, 내 옷이 어디있어요? "
"호호, 조급해지신 모양이죠? 아무리 급해도 설삼대보탕은 드셔야지요. 소매가 정성껏.. "
"아, 아니예요. 먼저 동생에게 용서를 빌어야 하니... 옷을 주세요. "
"호호호... 그럼 언니의 옷은 다 찢겨졌으니 소매의 옷을 입으세요.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희영은 옷을 걸쳤다.
"급하셔도 설삼대보탕은 드셔야지요. "
"아.... 아니예요. 우선 아우님에게 용서를 빌어야 해요.. 옷을 주세요. "
왕혜령은 할 수 없다는 듯이 설삼대보탕을 내려놓고 옷장으로 갔다.
그리고 이내 백색의 깨끗한 궁장을 한벌 찾아들고와 사희영에게 내밀었다.
"언니의 의복은 모두 찢어져서 소매가 버렸어요. 우선 소매의 옷이라도 걸치세요. "
"고.... 고마워요. "
사희영은 급히 의복을 걸쳤다.
이어 그녀는 급히 사마장현이 들어간 침실 옆방으로 갔다.
"아... 아우님...... "
사희영은 죄스러움에 목소리를 떨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약간 어두운 방. 서재로 쓰는 듯, 방전체가 수만권의 책이 꽂힌 서가들로 가득했다.
지금 사마장현은 등을 돌린 채 탁자를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사희영이 부르는 소리를 들었겠으나....
사마장현은 귀머거리인 양 요동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사희영은 울상이 되었다.
"아..... 아우님... 용서해 주세요! "
가까이 다가선 사희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불렀다.
하나 등을 돌리고 앉은 사마장현은 얼어붙은 듯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 제 3 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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