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차례 개방 광릉숲에서 6월 13~14일 축제… 폐 철로로 강변 따라 걷는 길 ‘환상적’
한국 최고의 숲 광릉숲에서 개최되는 숲축제를 즐기고, 최고 실학자 다산 정약용을 만나는 두물머리 강변길을 걷는다면….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다. 실제로 그런 기회가 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광릉숲축제와 남양주 다산길(1~3구간)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 최대의 숲인 광릉숲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는 족보까지 갖췄다. 우리나라 단위면적당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희귀종으로 광릉요강꽃, 동물은 하늘다람쥐, 장수하늘소, 까막딱따구리, 크낙새 등 천연기념물 20여 종이 서식한다. 광릉숲(2,240ha)에는 식물 865종, 곤충 3,925종, 조류 175종 등 모두 5,000여 종의 생물이 산다. 단위면적당 식물종 수는 광릉숲이 1ha당 38.6종으로 설악산 3.2종을 훨씬 웃돈다. 곤충도 광릉이 175.2종으로 설악산 4.2종, 주왕산 12.3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어떻게 광릉숲이 이렇게 잘 보존될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조의 묘인 광릉이 있었고, 광릉을 지키기 위해 산지기 관리를 두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에도 임업시험림 구실을 해와, 개발과 훼손을 피할 수 있었다. 따라서 무려 500년 이상 출입을 통제하고 관리한 덕분에 지금의 광릉숲이 있게 된 것이다. 병자호란과 임진왜란, 6·25전쟁, 광복 이후 도벌꾼들의 난입 등 몇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철저한 관리로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세조는 수양대군 시절 소리봉, 축령산, 축석령 일대를 사냥하러 자주 찾았다. 왕이 된 후에는 소리봉 근처에 자신이 묻힐 자리를 정하고, 이후 주변 산림도 엄격히 보호하라고 명했다. 이게 광릉숲의 출발점이다. 1468년 아들 예종은 아버지의 명을 받들어 세조를 이곳에 묻고 능 이름을 ‘광릉’이라 정한 후 왕릉 부속림으로 지정했다. 사방 15리에 이르는 숲을 ‘능림’이라 하고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능참봉이라는 광릉을 지키는 능지기를 두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벌목, 채석, 매장을 일절 금지했다. 이에 대한 기록이 <광릉지>에 고스란히 나온다.
“광릉숲에서 재미있게 놀아보자”가 축제 발단
그 광릉숲과 봉선사 일원에서 매년 광릉숲축제를 개최한다. 올해로 벌써 10회째다. 6월 13, 14일 양일간 열린다. 산림생산연구소에서 관리하는 광릉숲 출입통제 철문이 이 날만큼은 활짝 개방된다. 일반인들이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문의 031-527-8911 또는 010-2563-2264.
축제는 별로 알리지도 않았는데 첫 해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숲축제가 개최되는 이틀 동안 무려 3만 명 가까운 사람이 방문했다. 진접읍 주민자치위원회가 주최한 것치고는 꽤 성공적이었다. 당초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숲을 끼고 있는 지역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판을 제대로 한 번 만들어보자”고 했던 게 축제의 출발이었다.
첫 회 반응을 보고 남양주시에서 오히려 더 신이 났다. 시에서 예산지원을 하며, 축제를 더 키우기로 했다. 2회 때부터는 남양주시가 적극 개입했다. 주민과 공무원이 합작해서 축제를 개최하니, 서로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축제기간 동안 먹거리 부스를 운영하지만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부스에서는 간식만 판매하고, 절대 주식(主食)과 관련된 음식은 팔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따라서 축제기간 동안 상권은 더욱 활성화했고, 매출이 확 늘었다. 주민이 축제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축제는 지역주민과 외부 방문객을 위한 두 가지 주제로 접근한다. 지역주민들은 항상 숲을 가까이 접하고 보기 때문에 숲의 절대적 가치에 대해서 무심코 지나친다. 그래서 도시에서 즐기는 공연을 모처럼 선사한다. 올해는 최고의 기타리스트 김광석과 함께 주현미의 ‘숲속여행’을 공연한다. 주민들을 위한 신명나는 한판이 펼쳐지는 셈이다.
숲속에 누워 하늘보기 등 다양한 숲체험 행사
외부 방문객들에게는 역시 광릉숲이다. 올해 축제 슬로건은 ‘광릉숲을 함께 걸어요’다. ‘트리허그’를 포함해서 숲속 공연, 숲속 체험 등 숲에서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한다. 마임이스트 조성진과 마임·춤·설치미술로 펼쳐지는 상상의 숲 이야기, 누워서 하늘보기, 생태체험, 심마니로부터 듣는 산삼이야기 등도 재미있게 진행된다. 연못갤러리에는 광릉숲 동·식물 사진전이 열리고, 숲속 편지쓰기도 곁들인다.
광릉숲 축제 하이라이트는 역시 광릉숲길 걷기. 1년에 유일하게 개방되는 구간인 만큼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 봉선사 주차장 옆 오솔길로 올라가서 임도를 따라 한 바퀴 돈다. 거리가 무려 8km나 된다. 광릉숲 8km를 걸을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특히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많다.
숲속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녹음된 새소리도 들을 수 있다. 현재 광릉숲에만 서식하는 새로 알려진 천연기념물 제11호 크낙새 소리도 들을 수 있다. 혹시 여태 종적을 감춘 크낙새가 갑자기 나타나 실제로 소리를 들려줄지도 모르겠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희귀종으로 지정된 크낙새는 우리나라에서도 광릉숲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3년에 한 쌍을 확인한 뒤로는 실제로 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한 쌍의 어미새가 해마다 장소를 바꿔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한다. 더욱이 크낙새는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진귀한 새로서 조류학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숲길을 걷는 임도 주변은 쭉쭉 뻗은 전나무와 참나무들로 양분돼 있다. 길 양쪽으로 한쪽은 전나무, 한쪽은 참나무가 우점종이다. 숲길을 걸으면서 양쪽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한 포인트다. 물론 관목도 무성하다. 평소 출입금지구역이라 통제하는 구간이 많은 게 흠이다. 하지만 이 정도라도 개방하고 걸을 수 있다는 것도 유쾌하다. 정상에서는 ‘숲속에 누워서 하늘보기’를 한다. 몸과 마음을 모두 상쾌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남양주시 진접읍 주민자치위원회 윤수하 위원장은 “마음대로 숲을 활용할 수 없어 조금 아쉽지만 지역주민과 외부 방문객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축제”라며 “앞으로 광릉숲을 관할하는 기관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서 좀 더 넓은 공간의 숲에서 축제를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회부터 지금까지 축제에 관여하고 있는 광릉숲 축제의 산증인인 곽준규 사무국장은 “축제는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로 시작했고, 축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의 화합에 있다”며 “지역주민들이 같이 참가한 축제는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지금은 이틀 동안 3만여 명이 모이지만 10만 명이 모이는 축제가 되면 곳곳에 셔틀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획분과를 맡고 있는 조미자 분과장은 “광릉숲 축제의 가장 큰 고민은 재미와 의미의 갈등”이라며 “공연을 축소하고 숲 관련 행사를 많이 개최하는 게 맞지만 현재로서는 주민들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외부 방문객이 많이 찾아와 지역경제에 도움 되는 행사와 주민화합이 맞아떨어지는 행사를 계속 기획 중”이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산인지, 섬인지 구분 안 될 정도 환상적 경관
환상적인 숲길을 걸었으니 환상적인 강변길도 걸어보자. 광릉에서 바로 연결되는 다산길도 있지만, 2010년부터 다산길 조성에 관여한 남양주시 산림녹지과 강기환 산림보호팀장은 “다산을 만나고 환상적인 강변길을 걷기 위해서는 다산길 1~3코스가 가장 좋다”고 적극 추천했다. 그가 추천한 길을 강 팀장과 산림휴양팀 한근희씨가 함께 걸었다.
팔당역 옆 도깨비박물관 앞에서 출발한다.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들이 계속 보인다. 걷는 길이 자전거길과 나란히 있어 도보객들에게는 조금은 불편을 줄 것 같다. 강 팀장은 “애초 다산길을 만들 때는 폐 철로를 그대로 활용하고 흙길로 돼 있어 걷기 좋았는데,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일률적으로 포장해 버려 운치도 없고 걷기도 다소 불편해졌다”고 설명했다.
다산길의 한쪽은 산(예봉산)이고, 다른 쪽은 강을 끼고서 걷는다. 강 건너편은 산(검단산)이다. 길 자체는 운치가 살아 있다. 5월은 아카시나무가 한창 꽃을 피워 향기를 마구 내뿜는다. 그 향기는 코를 마구 자극한다. 코가 꽃향기에 어쩔 줄 모른다. 아카시나무뿐만 아니라 이팝나무와 조팝나무도 하얀 꽃을 피워 뽐낸다. 각종 이름 모를 꽃들도 만발해 있다. 5월은 역시 계절의 왕이다.
한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팔당댐이 저만치 보인다. 옛날에는 강의 양쪽 산세가 험준하고 수려해 팔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놀던 자리가 여덟 곳이나 있고, 그 자리에 여덟 개의 당(堂)을 지어놓았다고 해서 팔당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팔당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유래도 있다. 원래 한강 가는 넓은 나루이므로 ‘바다나루’, ‘바다이’, ‘바당이’ 등으로 불렸다. 바댕이는 강변 나루터에서 뱃줄을 당긴다는 옛말로 일제시대 이전에는 이 지역을 실제로 ‘바댕이’로 불렀다고 전한다. 정약용의 저서에는 또 다른 표현도 보인다.
‘파당(巴塘)에 당도하니 징병하러 온 아전들이 북적이고, 아낙들은 닭을 잡고 술을 걸러 이별하는 낭군에게 먹이며 곡까지 했다. 다음달 배를 타고 마현(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일원)으로 향하는데, 예빈산과 검단산 양쪽 기슭에서 소와 말의 울음소리가 끊임이 없다. (후략)’
이를 볼 때 팔당은 파당으로도 불렀으며, 파당에는 강을 막는 저수지가 있었고, 사람들이 나루터를 이용해서 강을 건너곤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지금 팔당댐이 있는 자리에 옛날에도 비슷한 둑이 있었던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는 가는 곳마다 내뿜는 은은한 꽃 향기에 더욱 상쾌하다. 남양주가 아닌 양평에서 자전거페스티벌을 개최한다는 플래카드가 여기까지 걸려 있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 정말 많다. 도보객보다 서너 배는 족히 될 것 같다. 강 팀장은 “전국의 자전거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길”이라고 설명한다.
남양주시에서는 한강시민공원 삼패지구에 100여 대의 자전거를 비치해 둬 시민들이 주민증만 내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밝혔다. 반면 도깨비박물관 주변에서는 자전거 대여점에서 1만 원을 내야 빌릴 수 있다고 한다.
길 중간 중간에 볼거리가 많다. ‘팔당의 철새’, ‘다산 유적지’에 대한 설명이 적힌 이정표도 보인다. 자연과 더불어 즐길 요소다. <다산시문집>에 나오는 좋은 글귀도 군데군데 비치해 뒀다. ‘반딧불이’란 주제로 적힌 글은 재미있다.
‘높고 쓸쓸한 오동나무 너머/ 나부끼듯 떠도는 반딧불이 몇 점/ 커다란 해는 세상을 고루 밝히고/ 미불은 작은 빛을 발하네./ 깜박이며 사람들 놀래키어도/ 반짝이며 제 모습 숨기지 않네/ 모를레라 숲에 사는 선비가/ 그 불빛에 옛 경전 비춰 볼는지.’
강 팀장은 이 길이 월별로 각각 다른 모습으로 특징을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4월은 벚꽃, 5월은 아카시 향기, 6월은 무르익은 녹음, 7~8월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하는 연꽃, 9월은 코스모스, 10월부터는 단풍 등 즐길거리가 풍부하다고 자랑한다.
한쪽은 유려히 흐르는 강 풍경, 다른 쪽은 녹음 우거진 산 풍경을 동시에 볼 수 있고, 매월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으니 더없이 즐겁고 상쾌한 기분을 준다. 곳곳에 쉼터도 마련돼 있다. 길이 햇빛에 노출된 게 조금 아쉽지만 눈은 충분히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홍수 지나고 팔당댐에서 뿜어내는 폭포 같은 강줄기도 장관이라고 한다. 지금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하게 흐른다.
‘한강하구로부터 77km’란 이정표도 보인다. 서해와 만나는 지점부터일 것인데, 생각보다 길지 않은 듯하다.
중앙선 폐 철로길은 군데군데 남아 있다. 2008년부터 기차는 중단됐다. 불과 몇 년 전 기차가 다니던, 아니 기차만 다니던 봉안터널 안으로 들어왔다. 야간에도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형형색색의 조명등을 설치했다. 터널 안을 걷는 것도 남다른 분위기이고 운치 있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한 장면 같다.
팔당댐관리사무소가 나온다. 그 옆 한강은 마치 다도해에 온 듯 착각에 빠지게 한다. 산을 휘감고 도는 강으로 인해 산이 섬인지 산인지 구분이 안 된다. 실제 섬도 있고, 섬 같은 산이 혼재돼, 이곳만큼은 다도해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주변은 상수원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으로 자연 그대로 살아 있다.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방법이 없다.
봉주르 식당 겸 카페가 강 옆에 있다. 연 매출만 100억 원을 올리는 카페라고 한다. 이런 외진 곳에서 매출 100억 원을 올릴 정도면 손님이 연중 끊이질 않는다는 얘기다. 주변 풍경을 보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강 팀장은 연꽃마을부터 다산길의 하이라이트라고 강조한다. 지금껏 걸어온 길은 맛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강인지 호수인지 구분이 안 되는 중간으로 난 길을 따라 걷는 풍경은 정말 한 폭의 수채화 속으로 들어간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강 옆으로 길게 뻗은 버드나무와 호수 같은 강에서 서식하는 연꽃나무가 초록의 향연을 펼치며, 환상적인 카펫을 만든다. 나루터에는 황토돛배가 두둥실 떠있어 운치를 더한다. 연꽃축제 때는 돛배가 순환한다고 한다.
토끼섬이 강 중간에 마치 배 같이 떠 있는 듯하다. 섬이지만 길이 연결돼 있어 걸어갈 수 있다. 강을 가로질러 걷는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정말 초록의 카펫을 밟은 기분이다. 연꽃과 어울린 강, 황포돛배와 마을이 어울린 풍경은 정말 그림 같다.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다.
농부들은 연꽃축제를 대비해 주변에 어수선하게 자란 풀을 매고 머루터널을 단장하고 있다. 머루가 제대로 맺으면 그 향기와 열매가 장난 아니겠다. ‘이런 곳이 여기 있었나’ 하고 감탄이 절로 나온다. 호수 같은 연꽃지가 한두 곳이 아니다. 연꽃이 제대로 피기 시작하면 이 또한 장관이겠다. 토끼섬은 새들의 낙원이다. 텃새와 철새들이 어울려 군무를 뽐내는 모습이 남해의 다도해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조안면은 슬로시티에 유기농 메카로 자부
능내1리 연꽃 체험마을은 2009년 참 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조성한 친환경 생태체험마을이라고 소개돼 있다. ‘능내’란 지명은 광릉에 위치한 마을이라 이름 붙여졌으며, 능 안쪽에 있다고 해서 ‘능안’이라고도 불린다. 연꽃을 보며 보름달에 소원을 빌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을 간직한 마을이다.
강 팀장은 “연꽃축제 때는 연과 관련한 많은 음식들을 선보이고 상품들도 판매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이곳은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농약을 일절 사용할 수 없는 청정구역”이라며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메카로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슬로푸드음식대회를 이곳에서 열고, 전국에서 한 손가락에 꼽히는 슬로시티(조안면)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강 팀장도 “이곳에서 생산되는 쌈이나 딸기, 토마토 등 채소와 과일은 전국에서 알아 주는 유기농 수확물”이라고 말했다.
연꽃은 다산생태공원까지 계속된다. 다산생태공원은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없다. 앞에는 북한강과 남한강과 합수하는 두물머리를 두고, 연꽃과 다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4대강 사업하면서 완전 새 단장했다고 안내한다. 평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강과 생태공원을 즐기며 다산의 숨결을 느끼고 있다.
이윽고 실학박물관과 다산생가, 다산유적지를 지나친다. 강진에서 18년간의 유배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다산은 한강을 무척 사랑했다고 한다. 아마 강진의 남해바다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졌기 때문인지 모른다. 다산은 한강을 ‘열수(洌水)’라 했고, 열수는 한강의 옛 이름이다. 그래서 그의 여러 호 중에 열수도 있다. 그의 묘는 생가인 여유당 뒤편,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 위에 부인 풍산 홍씨와 함께 조성돼 있다.
다산과 관련 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그가 쓴 ‘배 타고 소내로 돌아가며’란 시 한 수를 소개한다.
길은 다시 자전거도로와 합쳐져서 능내역까지 연결된다. 능내역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중앙선 철로역(2008년 12월 폐역)으로, 마을 주민들이 갤러리와 카페(폐 철도차량)로 활용하고 있다. 산골마을의 운치를 더해 준다.
종착지가 저만치 보인다. 팔당에서 출발해서 능내 연꽃마을을 지나 조안으로 들어왔다. 조안(鳥安)은 매우 조용하고 소박한 분위기다. 조안리는 이 동네 선조인 박씨가 한양을 가다가 새 소리 듣기 좋고 물도 좋아 가던 길을 중단하고 머물게 됐다고 해서 명명됐다고 한다. 2007년 장수마을 및 슬로시티 마을로 공식 지정된 곳이다.
조동마을에서 발길을 멈춘다. 한강시민공원 팔당지구 도깨비박물관에서 출발해서 연꽃마을~다산유적지~능내역~조안초교까지 다산길 1, 2, 3구간 12.6km를 걸었다. 어디에 내놔도 전혀 손색없는 길이라 자신한다.
INFORMATION
교통 서울에서 승용차로는 한강시민공원 삼패지구로 향하면 된다. 또는 다산유적지를 목적지로 하면 도착할 수 있다. 전철은 팔당역에서 내려서 걷다가 운길산역에서 다시 전철을 타고 돌아오면 된다.
대중교통은 강남역(2000번, 2000-1번)이나 잠실역(2000-2) 등지에서 이용할 수 있다.
맛집(지역번호 031) 남양주 특산물은 먹골배와 유기농 야채로 유명하다. 유기농 야채를 제공하는 식당은 다산유적지 주변 저녁바람이 부드럽게(576-0815 또는 6225), 온누리장작구이(576-9293), 기와집순두부(576-9009) 등을 현지 주민들은 추천한다.